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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5

       

       

       

       

       

       

       “아, 안돼!”

       “뭐야. 갑자기 저를 왜 귀신 보듯이 쳐다봐요?”

       “아니… 같이 작곡하자는 말을 들으니까 뭔가 그날의 PTSD가 떠올라서요. 어쨌든 제가 잘못 들은 거 맞죠?”

       “역시 곡을 잘 만드시는 분답게 귀가 밝으시네요. 아주 제대로 들으셨답니다. 백준영 대표님.”

       “……빌어먹을. 좋은 날 다 갔네.”

         

         

       백준영 대표님이 정색하며 어째서인지 깊은 한숨을 내쉰다.

         

       쩝.

         

       누가 보면 내가 예전에 대표님을 강제로(?) 혹사시켰는 줄 알겠네.

         

         

       “어차피 연극 도중에 잠깐 쓸 거여서 그렇게 길게 곡을 뽑아낼 생각도 없어요. 길어봐야 한 1분 정도? 그리고 드라마 OST처럼 수준 높은 곡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저번과 다르게 메인도 대표님이 아니에요.”

       “후… 어쨌든 간에 이미 작가님의 머릿속에선 제가 작업실에 함께 있는 모양이네요. 그나저나 청소년 연극제에서 뮤지컬이라도 할 생각이에요?”

         

         

       뮤지컬이라…….

       

       어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정의하긴 조금 애매하지만, 뮤지컬을 굳이 정의해보자면 연극적인 베이스 위에 춤과 노래를 얹어 놓은 장르니까.

         

       다행히 대한청소년연극제에선 연극 방식에 관한 제약이 딱히 없다. 그저 자유롭게, 청소년들이 펼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기 위한 취지 때문인 것 같았다.

         

       물론 역대 대회에 참가한 모든 팀 중에서도 연극 도중 노래를 부르는 팀은 없었을 것이다.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그게 어디 고등학생들에게 쉽겠나?

         

       이제 막 경험을 쌓아나가고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연극 도중에 노래까지 부르라니…….

         

       심사위원의 입장에선 일단 연기부터 잘하지라는 생각이 들기 딱 좋은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동아리는 그것이 어렵지 않다. 오히려 쉬운 수준이고, 더 임팩트 있는 무대를 꾸밀 수 있다.

         

       연기도 잘하고 무대에서 노래까지 엄청 잘 부를 수 있는, 말 그대로 사기급 부원이 있으니까.

         

       그것도 무려 둘이나.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내가 음악 쪽으로 재능이나 지식이 그리 풍부한 편은 아니다. 지난번에 플라이 하이의 OST 작업도 사실상 곡의 분위기와 가사, 백준영 대표님이 만든 곡을 피드백한 것밖에 없다.

         

       그러니, 아무리 내가 부원들 사이에서 능력이 좋은 이미지라도 갑자기 작곡까지 해오는 건 뭔가 그림이 많이 이상하겠지.

         

       애초에 백준영 대표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곡을 다 만들게 하는 것도 너무 욕심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프로가 만든, 퀄리티가 좋은 노래가 아니라 청소년대회의 정서에 맞게끔 투박함이 묻어 있는 곡이니까.

         

       그렇기에 나는 연극·영화부의 부원 중 한 명의 힘을 빌리고자 한다.

         

       참고로 작곡이 취미인 사람이 우리 부원 중에 있었기에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이다.

         

       토요일 연습이 모두 끝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한 여학생을 멈춰 세웠다.

         

         

       “여진 선배. 잠시 저랑 얘기 가능할까요?”

       “……으, 음? 나 부른 거야?”

         

         

       내 부름에 동그란 안경을 고쳐 쓰며 의아한 듯 나를 쳐다보는 한 여학생.

         

       이 여자의 이름은 한여진.

         

       우리 동아리에서 몇 없는 여자부원이자, 현재 음향 쪽을 담당하고 있는 실용음악과의 2학년 선배였다.

         

         

       “뭐야? 지금 여진이한테 작업 거는 거야?”

         

         

       그때 내가 한여진과 대화를 원하는 것을 보고 송가람이 흥미로운 얼굴로 우리 쪽을 쳐다봤다.

         

       생각해보면 연극·영화부에 한여진을 데리고 온 것도 송가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쨌든.

         

         

       “그냥 음향에 관해서 상의를 나눌 게 있어서 그래요.”

       “흠… 일단 나는 네 말을 이해해줘도 저쪽은 아닌 것 같은데?”

         

         

       음? 그게 무슨 소리지?

         

       나는 송가람의 시선을 따라 뒤쪽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닌 척하면서 나와 한여진에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4인방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서대로 설소영, 이다혜, 박하준, 차무식이었다.

         

       …….

         

       최근에 눈에 띌만한 짓은 하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백준영 대표님과 대화를 한 것도 부원들이 연극에 집중하고 있을 때만 했고 심지어 거리도 멀었다.

         

       그러니 대화 소리가 부원들에게 들렸을 리가 없겠지.

         

       헌데 요즘 따라 뭔 놈의 사람들이 나한테 관심이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박하준은 그사이에 왜 또 왜 끼어있고, 차무식 저 새끼는 왜 웃고……

         

       하… 됐다.

         

       그냥 백준영 대표님이 입에 달고 사시는 것처럼 앓느니 죽어야지 뭐.

         

       잠깐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이제 JYB에 남은 사람은 나, 한여진, 이다혜뿐이었다.

         

       문뜩 이다혜가 이 사이에 껴도 되는지 내게 질문해왔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이번 건에 관해 백준영 대표님의 도움을 약간 정도 받을 예정인데 이다혜면 크게 의심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예전에 함께 작업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으니까.

         

       애초에 이번 건은 그녀도 알아야 하는 얘기였다.

         

       나는 다시 한여진 쪽을 지긋이 쳐다봤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상당히 어색한 듯 손가락을 꼬고 있었다.

         

       뭔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느낌에 가까우려나…….

         

         

       “피, 피드백이라면 달게 받을게!”

         

         

       한여진이 고개를 숙이며 먼저 입을 열었다.

         

       ……피드백?

         

       아, 무슨 뜻인지 대충 알 것 같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음향 쪽으로는 피드백한 적이 거의 없었다.

         

       감이 좋은 건지 아니면 눈치가 빠른 건지, 웬만하면 음향 쪽은 알아서 잘하는 느낌이었으니까.

         

         

       “일단 피드백 건은 나중에 얘기하고 지금 당장 선배에게 부탁할 게 있어서 그래요.”

       “……부탁?”

       “그…… 조금 갑작스럽지만, 작곡하나만 해주실래요?”

       “자, 작곡?! 그게 무슨……!”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에 깜짝 놀란 듯 눈이 커지는 한여진.

         

       이해한다.

         

       마땅한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작곡을 해달라는데 충분히 놀랄만하지.

         

         

       “근데 노래를 만들어서 어디에 쓰게?”

         

         

       마침 함께 대화를 듣고 있던 이다혜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그야 이다혜, 네가 불러야지. 대회 당일에.”

       “……엥?”

         

         

       나는 둘에게 내 계획을 설명했다.

         

       주인공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김미소, 즉 이다혜를 지금보다 훨씬 더 빛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

         

         

       이다혜는 내 계획을 듣고 잠시 고민했다.

         

       사실 나는 그녀에게 사과해야 하는 입장이다.

         

       내가 방금 했던 말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연기만으로는 네가 무대 위에서 박하준과 설소영만큼 빛나지 않는다는 의미니까.

         

       허나, 표정이 어두운 나를 향해 그녀는 얕은 미소를 보일 뿐이었다.

         

       그러곤 그저 이렇게 말했다.

         

         

       “네가 말한 짓을 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나만 기억될 텐데 진짜 괜찮겠어?”

         

         

       자신감.

         

       이다혜의 말과 미소에는 무조건 그리될 거라는 자신감이 가득 담겨 있었다.

         

       또한, 내가 했던 말에 기분이 나쁜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녀는 박하준과 설소영과 비교해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기에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처음부터 뭐든지 할 생각이었던 것 같고.

         

       뭔가 알면 알수록 이다혜라는 사람이 대단해 보였다.

         

       저 나이에 저렇게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닐 텐데…….

         

         

       “그… 한창 분위기 좋을 때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나는 아직 하겠다고 말 한 적이 없는데.”

         

         

       잠시 잊고 있었던 한여진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사실 저쪽이 내 부탁을 안 들어주면 계획이고 뭐고 다 의미 없는 얘기였다.

         

         

       “근데 왜 굳이 나야……?”

         

         

       문뜩 한여진이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물어왔다.

         

       이유라…….

         

       나는 박하준의 주도하에 시작했던 연극·영화부의 자기소개 시간을 떠올렸다.

         

       그때 조금 소심하게 부원들의 앞에 나선 한여진은 분명 이렇게 말했다.

         

         

       “자기소개 시간 때, 선배가 본인 입으로 직접 말했잖아요. 취미가 작곡이라고.”

       “그, 그걸 기억해?”

       “그럼요. 기껏 해봐야 부원이 12명밖에 없는데 웬만하면 다 기억하고 있죠.”

         

         

       학생의 신분에 작곡은 제법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빛예고의 실용음악과라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실제로 그들은 수행평가 때 본인의 자작곡으로 시험을 본다.

         

       기본적으로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작곡은 재능의 영역이 아니라 필수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아마 2학년 정도면 이미 그 과정을 여러 번 겪었을 것이다.

         

       어쩌면 한빛예고에 입학하기 전부터 계속 만들어왔을지도 모르지.

         

       그런 의미에서 취미가 작곡이라고 말하고 다닐 수 있는 것은 꽤나 그쪽으로 자신이 있다는 의미라고도 볼 수 있다.

         

       음, 아마도……?

         

         

       “어쨌든 완벽하고, 좋은 곡을 원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제가 말한 주문에 맞게 선배가 자유롭게 곡을 만드시면 돼요.”

       “그…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기한은 언제까지……?”

       “당연히 최소 대회 5일 전까지죠. 이다혜도 가사를 외우는데 시간이 걸릴 텐데.”

       “그, 그럼 이제 일주일 정도밖에 시간이 없는 거잖아! 미안한데 작곡이라는 게 하루 이틀 만에 만들어지는 그런 간단한 작업이 아니야!”

         

         

       ……?

         

       쓰으읍…….

         

       이상하네.

         

       그게 그렇게 오래 걸릴 리가 없는데?

         

         

       “그럼 작업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질까요?”

       “……도와주는 사람?”

         

         

       의아한 표정을 짓는 한여진에게 나는 곧바로 백준영 대표님을 소개해줬다.

         

         

       “서, 설마 그 도와준다던 사람이 배, 백준영 대표님이니?”

       “네! 부족하세요?”

       “그, 그게 무슨 망언이야! 지, 진심으로 영광이에요! 백준영 대표님!”

       “하하. 저도 잘 부탁합니다.”

         

         

       의외로 한여진은 백준영 대표님과 작업하는 것 자체에 흥미가 생긴 모양이었다.

         

       하긴, 백준영 대표님은 말 그대로 성공한 음악가니까. 음악을 전공하는 한여진의 입장에선 당연히 존경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겠지.

         

       나는 슬쩍 백준영 대표님을 쳐다봤다.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그 역시 나를 쳐다봤다.

         

         

       “훗.”

         

         

       마치 제가 음악가들 사이에서 이 정도입니다! 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 거만한 표정.

         

       ……뭔가 오늘따라 더 재수 없어 보였다.

         

       그때였다.

         

         

       “그, 근데 백준영 대표님. 서은우랑 무슨 사이시길래 이렇게까지 도와주시는 거예요?”

         

         

       마치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릴 향해 질문을 건네는 한여진.

         

       당연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은 아니다.

         

       그렇기에…….

         

         

       “크흠! 자, 우리가 무슨 관계인지 설명해줘야지? 조카야.”

         

         

       그때와 마찬가지로 슬슬 시동을 거는 백준영 대표님.

         

       이미 이 짓으로 누군가를 속여본 경험이 있었기에 나 역시 최대한 뻔뻔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백준영 대표님. 제 삼촌이세요.”

       “너, 너랑 백준영 대표님이 가족 관계라고?”

         

         

       나와 백준영 대표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 생각해보세요. 애초에 저랑 이다혜가 나름 친할 수 있는 이유가 뭐겠어요?”

       “하, 하긴 그러네. 그런 뒷사정이 없다면 네가 이다혜랑 친할 수 있을 리가 없긴 해.”

       “……?”

         

         

       아니……

         

       분명 내가 먼저 그런 의도로 말하긴 했는데…….

         

       저 말 은근 상처로 다가오는 것 같은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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