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86

       

       

       

       

       

       

       “그… 혹시 다른 예시도 말해 드릴까요?”

       “아, 아니야! 방금 그걸로 충분히 설명됐다고 생각해.”

       “……그렇군요.”

       “으. 음?”

       “풉!”

         

         

       한여진의 의아한 반응을 본 백준영은 갑자기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시며 몸을 돌렸다.

         

       ……누가 봐도 열심히 웃음을 참고 있는 모습.

         

       이에 서은우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쳐다봤다.

         

       하하.

         

       아무래도 요즘 회사가 잘 나가니까 감을 많이 잃으신 모양이네.

         

         

       “후… 어쨌든 작곡을 해주실 의향이 조금은 생기신 모양이네요. 아, 그리고 천하의 백준영 대표님이 도움도 주실 예정이니까 내일까지면 시간은 충분하겠죠?”

       “내, 내일까지? 아, 아무리 백준영 대표님이 계시더라도 그건 조금 무리……”

       “에이~ 해보지도 않고 시작부터 불가능하다고 하는 건 안 좋은 버릇이에요. 그죠, 삼촌?”

         

         

       서은우는 백준영 대표를 쳐다봤다.

         

       허나, 예상과 달리 백준영 대표님의 표정은 너무 진지했다.

         

       마치 불만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그렇기에 서은우는 백준영을 향해 그 이유를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무슨 문제 있어요?”

       “아니, 예전보다 많이 관대해진 것 같아서.”

       “관대해졌다? 뭐가요?”

         

         

       서은우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진한 표정을 지었지만, 백준영은 그날의 악몽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 때는 어떤 악덕 고용주가 밤늦게까지 집도 안 가고 계속 옆에서 눈치를 준 덕분에 거의 기계마냥 하루에 2곡씩 찍어낸 적도 있는데 지금은 이틀에 고작 몇 곡이라고?

         

         

       “그냥 이틀이면 많이 양보해서 2곡 정도는 무조건 뽑을 것 같아서.”

       “오, 삼촌 말은 그렇다는데요? 한여진 선배님.”

       “아, 아니 나는 불가능하다니까! 애초에 지금부터 작업을 시작하면 시간이…….”

         

         

       서은우는 벽면에 걸려있는 시계를 쳐다봤다.

         

       현재 시간은 오후 4시.

         

       반사적으로 서은우는 백준영을 쳐다봤다.

         

       똑같이 시간을 확인한 백준영 역시 서은우를 쳐다보았다.

         

       정확하게는 그들은 서로를 마주 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 혹시 오늘 작업이 끝나면 시간이 늦을 것 같아서 그런 거예요?”

       “그, 그렇지! 대한민국이 아무리 안전하다고는 해도 밤길은 위험하니까!”

       “오케이. 그럼 제가 집까지 같이 가 드릴게요. 그러면 상관없겠죠.”

         

         

       한여진은 상대방의 명쾌한 대답을 듣고 깜짝 놀라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 그러면 치한보다 더 무서워지는 사람들이 생길 것 같은데…….

         

       참고로 한여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물은 이번 연극의 주연을 맡은 3인방이었다.

         

         

       “그럼 저녁은……?”

       “JYB가 자랑하는 유기농 음식이 있잖아요. 설마 점심때 맛없었어요?”

       “그, 그건 절대 아니야!”

       “오케이. 그럼 이 부분도 해결.”

       “그, 그럼 장비는……”

       “음? 주변에 널리고 널린 게 최신식 장비인데 뭔 소리인지 모르겠네요.”

         

         

       한여진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는, 아니 정확하게는 어떻게든 방법을 만들어내는 후배의 말에 차마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그런 한여진의 멍한 얼굴을 본 백준영은 묘하게 현재 그녀의 마음이 공감되었다.

         

       애초에 이 방안에 들어온 순간……

         

       지옥은 시작됐단다. 친구야.

         

         

         

       ***

         

         

         

       그로부터 이틀 뒤.

         

       내 요청으로 인해 연극·영화부의 부원들이 점심시간에 부실에 모두 모이게 되었다.

         

         

       “그래서 어제 연습을 빠진 이유랑, 오늘 우리를 한 자리에 모은 이유가 다 작곡 때문이었다?”

         

         

       박하준이 대표로 먼저 입을 열었다.

         

         

       “네. 뭔가 지금보다 더 나은 무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애초에 선배가 저한테 말했잖아요? 최대한 제 의견에 따르겠다고.”

       “아니… 그건 당연한 건데. 그럼 겨우 이틀 사이에 곡을 만들었다는 거야? 그것도 무려 두 곡이나?”

         

         

       이제는 상당히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박하준.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계획만 세웠을 뿐, 직접적으로 작곡을 한 것은 내가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한여진 선배가 모두 만들어줬어요.”

         

         

       그 말에 부원들의 시선이 한여진에게 집중된다.

         

       평소라면 당황한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숙였겠지만, 지금의 한여진에게는 그럴 여유조차 없어 보였다.

         

       한여진은 마치 ‘하얗게 불태웠다’라는 표현에 매우 적합하게 어딘가 상당히 해탈한 상태였다.

         

       그런 그녀에게 선뜻 어깨를 내주고 있던 송가람이 손을 들고 내게 말했다.

         

         

       “그… 서은우? 도대체 여진이한테 뭔 짓을 한 거야? 아침부터 계속 이 상태로 혼잣말을 하던데.”

       “……혼잣말이요?”

       “응. 주말 내내 네가 계속 놓아주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계속했다는데?”

         

         

       야, 야.

         

       그 말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다.

         

       왜 주어를 안 끼워서 말하냐고!!

         

       당연히 저건 주말에 했던 작곡에 관한 얘기였다.

         

       근데 생각해보면 웃기네?

         

       자기도 신 나게 몰입한 상태로 작곡을 했으면서 뭔가 나만 나쁜 놈 된 것 같잖아.

         

       어쨌든 생각했던 것보다 한여진의 재능은 뛰어났다.

         

       물론 백준영 대표님 덕분도 어느 정도 있겠지만, 고작 내 요구 사항 몇 개랑 곡 분위기만 듣고 곧바로 작업에 들어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내가 원하는 곡을 이미 예전부터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뭔가 옆에서 지켜보면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혹시 조금 다른 느낌으로 한 곡만 더 만들어봐도 돼?

         

         

       순식간에 첫 곡을 만든 한여진은 어째서인지 추가로 한 곡을 더 만들고 싶어하였다.

         

       흔히들 예술가들의 영감이라고 표현하는 것. 나도 저 기분을 잘 알고 있기에 굳이 말릴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한여진은 첫 번째 곡의 가사를 개사하고, 코드의 진행 방식이 약간 다른 두 번째 곡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연극에서 김미소, 즉 이다혜가 부를 곡은 오직 한 가지.

         

       부원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어느 곡이 조금 더 극 중의 분위기에 맞는가? 이것을 결정하기 위해서.

         

       뭔가 이번만큼은 나 혼자서만 판단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한여진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부원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던 모양이고.

         

       하지만 부원들은 대부분 첫 번째 곡이 더 좋다고 하는 분위기였다.

         

       역시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사실 나도 첫 번째 곡이 극 중 분위기에 조금 더 맞다고 생각한다.

         

       반주 코드의 진행 자체부터가 김미소처럼 상당히 밝은 분위기의 곡이니까.

         

       그에 비해 두 번째 곡은 첫 번째 곡에 비하면 조금 어두운 느낌이긴 하다.

         

       즉, 첫 번째 곡이 청소년 연극제라는 취지에 조금 더 가깝다는 뜻이다.

         

       ……하지만.

         

       만약 이 대회가 청소년 연극제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두 번째 곡을 불러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지 않을까 싶은데…….

         

       뭐… 이제는 딱히 의미 없는 얘기겠지.

         

         

         

       ***

         

         

         

       이다혜가 무대 위에서 부를 곡을 결정하고, 그날 이후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정신없이 연극 연습을 하며 달려오다 보니 어느덧 5월 말, 드디어 대회의 예선 날이 찾아왔다.

         

       대한청소년연극제의 예선은 각 지역을 기준으로 열리며 심사위원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세 개의 팀이 지역 대표로 본선으로 올라가게 된다.

         

       당연히 지역마다 수많은 학교가 참여하니 예선이 하루 이틀로 끝날 리가 없다. 한팀씩 1시간만 잡아도 사실상 3일은 족히 걸릴 정도로 대한청소년연극제 규모는 상당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같은 학교의 이름으로 두 개의 팀이 예선에 참여하는 곳이 오직 한빛예고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이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한 학교에 연극 활동을 하는 동아리가 2개 있다는 것이 그리 흔치는 않은 상황이다.

         

       박하준이 아니었다면……. 그래, 애초에 내가 은퇴를 안 했더라면 이런 상황이 생기지도 않았겠지.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뭔가 은퇴 건 때문에 눈덩이가 커져도 너무 커진 느낌이 들었다.

         

       근데 뭐 어쩌겠냐…….

         

       항상 하는 말이지만, 설마 내가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은퇴했겠냐고.

         

         

       “하… 서은우. 나 너무 긴장돼서 아래쪽이 떨려.”

         

       

        그때 내 옆에서 차무식이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저 반응을 보니 슬슬 우리 무대가 다가왔다는 것이 실감 된다.

         

         

       “어차피 예선이라서 관객도 없고, 심사위원밖에 없는데 뭐가 그렇게 긴장되는데?”

       “쯧. 이래서 무대에 안 오르는 사람은 이 기분을 모른다니까.”

         

         

       음, 솔직히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무대에 서본 적 없는 나는 지금 차무식이 느끼는 그 기분을 모른다.

         

       애초에 제작 단계에서 대본을 적는 사람이 주인공이었다면 이제부터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이 진짜 주인공이니까.

         

       나 역시 이제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무대 뒤편에서 우리 동아리의 연극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

         

         

       -한빛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부, 다음 무대 준비해주세요!

         

         

       대회 측 관계자의 안내와 함께 대기실에 앉아있던 모두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예선은 최대한 편하게, 연습했던 것만큼만 하자고.”

         

         

       공연을 시작하기 전, 부장답게 마지막으로 박하준이 부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차피 실수만 안 하면 심사위원들이 깜짝 놀랄 테니까. 그지 서은우?”

         

         

       그러곤 나를 향해 씨익 웃으며 그리 말했다.

         

       덕분에 자연스레 모두의 시선이 나한테 쏠리기 시작했다.

         

       뭔가 대본 담당으로서 한마디라도 하라는 느낌이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