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91

       

       

       

       

       대회 당일.

         

       경주에서 본선이 열리는 만큼 비교적 먼 거리의 지역부터 먼저 본선 무대를 치른다.

         

       그 이유에는 폐막식과 조금 관련이 있다.

         

       본선에서 모든 팀의 공연이 끝나고 바로 다음 날, 대한청소년연극제는 폐막식과 동시에 시상식을 하게 된다.

         

       보통 수상을 하든 하지 않든 본선에 참여한 팀은 대부분 이 폐막식에 참여하는 것이 전통이며, 폐막식 역시 본선의 무대가 되는 경주아리랑아트센터의 대극장이라 불리는 곳에서 진행되기에 경주와 가까운 지역일수록 뒤쪽 날에 본선 무대를 치르게 된다.

         

       그렇게 비교적 본선 장소와 거리가 먼 수도권은 앞쪽 날에 공연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일요일이었다.

         

       원래 평일이었다면 학교에서 다 같이 출발하는 그림이 되었을 텐데 주말이어서 딱히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대표적으로 이다혜와 설소영이 경주까지 따로 가는 방식을 택했다.

         

       이다혜의 경우 그날 점심에 본업과 관련된 일이 있어 JYB 측에서 따로 데려다 주기로 했고, 설소영의 경우 어머니인 이화영 여사와 함께 개인차로 움직이기로 했다.

         

       이화영 여사가 함께 경주까지 움직이는 데에는 이유는 단순히 딸이 속한 연극·영화부의 연극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참고로 대한청소년연극제의 본선은 티케팅 방식으로 약 1200명의 관객이 동원된다.

         

       수용 가능한 인원도 인원이고, 고작 청소년 연극제인 만큼 티케팅을 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심지어 한국연극협회 채널의 너튜브와 생방송까지 동시 진행되니 더더욱 그러했다.

         

       실제로 앞서 먼저 연극을 펼쳤던 강원 지역팀이나 제주팀의 티케팅 역시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일요일에 열리는 연극의 티케팅 경쟁은 뭔가 흐름이 이상했다.

         

       주말이어서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던 건 맞겠지만, 대공연장에 준비된 1200자리가 고작 1분 만에 매진된 것.

         

       사실상 아이돌 콘서트 급의 화력이라고 봐도 무방했고, 심지어 중고거래로 비싼 값에 표가 계속 거래되고 있었다.

         

       현대에 들어서 비교적 마이너해진 연극이라는 장르에선 이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그 원인에는 당연히 한빛예고가 중심에 있었다.

         

       떠오르는 샛별인 강예린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연극부와 박하준을 포함한 유명 연예인들이 속해 있는 연극·영화부.

         

       특히 항상 드라마에서 봐왔던 설소영과 박하준의 연기를 라이브로 직접 눈앞에서 펼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상당히 희소성이 있는 이벤트였다.

         

       애초에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 두 팀이 같은 날에 공연하는 것이 절대 우연일 일은 없겠지.

         

         

       “미안하다, 소영아. 갑자기 내일 미국으로 출장이 일정이 잡혀서…….”

         

         

       한편.

         

       본선의 장소로 출발하기 전, 가족들끼리 화목하게 마주하며 점심 식사를 나누고 있는 설소영.

         

       그녀의 아버지인 설한용이 정말 아쉬운 얼굴로 설소영에게 말했다.

         

       이에 설소영은 정말 괜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그래도 방송으로도 보실 수 있으니 정 궁금하시면 보는 걸 추천해 드릴게요. 아마 후회는 안 하실 거예요.”

       “그럼, 우리 딸의 공연인데 재미없어도 무조건 챙겨 볼 거다.”

         

         

       설한용이 자신의 소중한 딸 아이를 보며 씨익 웃었다.

         

       최근 들어 설한용은 엄청난 행복함을 느끼고 있었다.

         

       병으로 몸과 마음고생이 심했던 아내가 무사히 수술에 성공해 지금처럼 다시 화목하게 식사를 나눌 수 있게 되었고, 너무나도 착한 딸 아이의 인지도와 명성 역시 하늘을 뚫고 있다.

         

       근래 들어 좋은 일만 생기고 있었기에 설한용의 입장에선 당연히 행복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 맞다. 소영아 내일 동아리 부원들끼리 놀이공원에서 놀고 온다며?”

         

         

       그때 이화영 여사가 설소영에게 물었다.

         

         

       “네. 대회가 끝난 기념으로요.”

       “하긴, 월요일이면 사람도 많이 없을 테니까.”

         

         

       한빛예고 측에선 일요일 밤에 대회 일정이 잡힌 두 동아리를 배려해 대회 참가를 명분으로 월요일 출석을 흔쾌히 인정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연극·영화부는 그 기회를 아주 맛깔나게 살려(?) 숙소 근처에 있는 놀이공원을 가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두고 이화영 여사는 어째서인지 상당히 흥미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화영 여사는 딸이 속해 있는 동아리에 누가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927 작가의 정체가 서은우인 것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고, 설마 그날 병실에서 나눈 약속을 모른 척 발뺌할까 싶어 그의 동향을 계속 예의주시해왔다.

         

       그날로부터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만약 딸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딸의 인생을 책임져 주겠다고 나눈 그 약속. 물론 그 안에는 927 작가의 정체를 딸에게 비밀로 하는 조건이 있었다.

         

       실제로 이화영 여사는 그와 나눈 약속을 철저하게 잘 지켜왔다.

         

       자신의 딸에게 927 작가와 관한 사실을 절대적으로 함구해왔으며, 그저 멀리서 걱정스러운 마음을 가지며 딸의 사랑을 응원할 뿐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그 걱정마저도 사라지게 되었다.

         

       같은 학교, 같은 반, 심지어 같은 동아리.

         

       마치 운명처럼 딸은 그 사람과 엮이게 되었으니까.

         

       솔직히 이렇게까지 일이 순조롭게 흘러갈 줄은 이화영 여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에 딸 아이가 한빛예고로 향한다고 했을 때는 이미 927 작가의 정체를 눈치챈 줄 알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입학식 이후로 곧바로 대화를 나눠보니 그때는 아직 의심의 단계였다.

         

       물론……

         

       그 이후로 몇 달 정도 지난 지금은 얘기가 조금 다르겠지?

         

       그것을 확인해보기 위해 이화영 여사는 자신의 딸을 조심스럽게 한번 떠보기로 했다.

         

         

       “혹시 소영아 학교에 마음에 드는 아이는 없니?”

       “여보! 소영이와 어울리는 학생이 한빛예고에 있을 리가 없잖아.”

         

         

       이화영 여사의 물음에 설한용이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확하게 팩트만 놓고 말하자면 자신의 딸 아이는 외모, 성격 무엇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다. 오히려 지나치게 완벽하다.

         

       그런 딸 아이랑 어울리는 학생이 과연 한빛예고에 있겠는가?

         

       참으로 웃기는 가정이었다.

         

       애초에 굳이 한빛예고를 한정하지 않아도 딸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어쩌면 한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군.

         

       어쨌든.

         

       그 사람에 관한 건 지금 상황에선 딱히 의미가 없는 얘기였다.

         

         

       “네, 있어요. 그래서 이번 1박 2일 동안 기회가 생기면 제 마음을 고백해보려고요.”

       “어머, 그래?”

       “……?”

         

         

       설소영의 깜짝 발언에 설한용과 이화영의 반응이 엇갈렸다.

         

       이화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반대로 설한용은 멀쩡한 자신의 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쥐고 있던 수저를 바닥에 떨어트렸을 정도로.

         

         

       “그, 그… 장난이지 소영아?”

       “…….”

         

         

       설한용의 다급한 물음에 설소영은 쓴 미소를 지으며 침묵했다.

         

       당연히 이 침묵은 방금 했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는 표현이었다.

         

       딸의 반응을 본 설한용은 잠시 망설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휴대폰을 꺼내 들어 출장 건을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딸의 인생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딸 바보 같아 보였다.

         

       근데 어쩌겠는가?

         

       세간에선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든 집 안에선 딸 바보가 맞는데.

         

       그렇기에 설한용은 출장 건을 취소하기 위해 다급히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허나, 결국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이화영, 즉 아내 때문이었다.

         

       마치 허튼짓할 생각하지 말라는 듯한 그녀의 살벌한 눈빛 덕분에 설한용은 조심스럽게 폰을 다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절대 무서워서가 아니라……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일단 잠시만 물러나는 거다.

         

         

         

       ***

         

         

         

       설소영과 이다혜를 제외하고, 연극·영화부의 부원들은 다 함께 기차를 타고 경주역에 도착했다.

         

       당연히 경주에 도착한 이상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가져온 짐을 숙소에 놓은 것.

         

       그것을 위해 숙소로 향하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으로 가고 있었는데…….

         

         

       “그래도 꼴사납게 예선에서 떨어지지는 않았네. 나름 시나리오와 연출 쪽에 소질이 있나 봐?”

         

         

       옆에서 강예린이 나한테 아는 척을 해왔다.

         

       한빛예고의 연극부는 우리와 본선 날이 겹친다. 당연히 대한연극협회에서 제공해주는 호텔을 같이 사용한다는 뜻. 이렇게 그녀와 숙소로 가는 길에 만나는 것이 절대 우연은 아니라는 뜻이다.

         

       사실 연극부와는 같은 시간대의 기차를 타고 왔긴 했다. 그냥 열차 칸이 달랐을 뿐이지.

         

         

       “예, 예. 저한테 지고 울지나 마십쇼. 빵셔틀 건도 잊지 않으셨죠?”

       “으으윽! 너도 나한테 지고 나서 후회하지나 마!”

         

         

       그냥 가벼운 도발을 해오길래 대충 받아줬을 뿐인데 갑자기 연극부 쪽으로 다시 돌아가는 강예린.

         

       뭐지. 저걸로 용건이 모두 끝난 건가?

         

       뭔가 내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야~ 친구야. 나는 네가 종종 고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그때 차무식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에 팔을 올렸다.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아니, 비록 강예린 선배가 설소영이나 이다혜에겐 비비진 못해도 나름 한 미인이시잖냐.”

         

         

       음, 대충 녀석의 의도가 뭔지 알겠다.

         

       보통의 남학생이라면 강예린과 조금이라도 더 말을 섞고 할 것이다.

         

       프라이드가 조금 높아서 그렇지 녀석의 말대로 확실히 미인이긴 하니까.

         

         

       “딱히 별로.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저렇게 기가 센 여자는 뭔가 피곤해.”

       “키야~ 잘난 네가 나랑 똑같이 솔로인 데는 역시 다 이유가 있다니까?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든든하다 서은우! 넌 나를 절대 배신하지 마라!”

       “쓰으읍…….”

         

         

       뭔가 욕 같으면서도, 동시에 녀석에 대한 동정심이 생기는 말이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신나게 하고 있어?”

         

       

       때마침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의 대화에 끼어든, 알파 메일 그 자체인 박하준.

         

       차무식이 바로 옆으로 다가온 박하준의 얼굴을 스윽- 한 번 보더니 뭔가 슬픈 미소를 지었다.

         

         

       “하하. 일단 선배랑은 절대 안 어울리는 주제겠네요.”

       “뭔데?”

       “연애요. 저희 둘 다 현재 솔로여서 우정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거든요.”

       “음? 그게 왜 나랑 안 어울려? 나도 연애랑은 거리가 먼 사람인데.”

       “…예? 그럼 설마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보셨어요? 그 얼굴로? 그 몸으로? 그 목소리로?”

       “응! 나는 현재진행형으로 연기랑 연애 중이니까.”

       “……진짜 미친 사람이었네.”

       “야, 야 무식아. 일단 선배야.”

         

         

       나는 폭주하는 차무식을 말리며 여전히 해맑게 웃고 있는 박하준을 쳐다보았다.

         

       하긴, 원작에선 설소영과의 첫 연애가 박하준에게 있어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말의 뜻은 당연히 그전까지는 제대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는 뜻이겠지.

         

       그런 의미에서 문뜩 설소영과 박하준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떠올랐다.

         

       뭔가 서로를 원수처럼 생각하는 듯한 눈빛과 대화 내용.

         

       솔직히……

         

       이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들이 원작처럼 연애까지 발전할 가능성은 제로이지 않을까 싶은데.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