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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2

       

       

       

       

       설소영과 박하준이 이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여러 의미로 복잡한 상황이다.

         

       애초에 설소영이 한빛예고에 오고, 내 옆자리에 앉은 순간 무엇인가가 많이 꼬였다.

         

       이젠 사실상 박하준이 영광고등학교로 전학을 갈 일도 없으니, 원작의 흐름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겠지.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려나…….

         

       참으로 변수가 많고,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픈 주제다.

         

       그리고 그것보다 현재 내 머리를 더 아프게 만드는 것은 927 작가 전용 휴대폰으로 온 어떤 문자였다.

         

       1박 2일이니 혹시 몰라 927 작가용 휴대폰을 가지고 왔건만…….

         

         

       [Friend. Why didn’t you tell me?]

         

       친구. 왜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지?

         

       [What does that mean?]

         

       그게 무슨 뜻이에요?

         

       [Dreaming Children]

         

       꿈꾸는 아이들

         

       …….

         

       무함마드 왕자.

         

       뜬금없이 그가 나한테 문자를 보내왔다.

         

       그가 말하는 건 잘해도 아직 적는 것은 무리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에 원래라면 통역을 거쳐 내게 제대로 된 문자를 보냈겠지만, 영어로 이렇게 문자를 보낸 걸 보면 어지간히도 급했나 보다.

         

       그리고 문자의 내용은 대충 왜 자신을 오늘 연극 공연에 부르지 않았냐고 내게 섭섭함을 표하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사우디에 계신 분이 꿈꾸는 아이들을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고…….

         

       이 정도면 이 사람 나 몰래 뭐 감시자라도 붙여둔 거 아니야?

         

       어쨌든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뭔가 더 어지러워지는 것 같았기에 서둘러 대화를 끝내기 위해 대충 답장을 보냈다.

         

       고작 해봐야 청소년연극제인데 절대 당신이 원하는 수준의 연극은 아닐 거라고.

         

       ……설령 그것이 내 작품이더라도.

         

       그렇게 잠깐의 해프닝이 끝나고, 나를 포함한 연극·영화부는 본선의 장소로 향했다.

         

       현재 시각은 오후 3시.

         

       우리 팀의 본선 시작이 8시이니 조금 이른 도착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사실은 리허설 때문에 조금 일찍 온 것이다.

         

       본선은 각, 팀마다 1시간 정도 리허설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니까.

         

         

       “근데 설소영이랑 이다혜는 리허설을 안 해도 괜찮으려나?”

       “무식아, 걔네는 프로잖냐. 특히 이다혜 쪽은 오히려 사람들이 많은 무대를 더 선호할 걸? 그리고 남 걱정하기 전에 너부터 잘하자. 나는 오늘 네가 제일 걱정된다.”

       “뭐, 걱정? 지금 연기 천재 차무식을 걱정하는 거야?”

       “흠… 천재라고 하기에는 벌써부터 손이랑 다리를 너무 떠는데.”

       “하하. 미리 청심환을 먹고 왔는데도 이러네. 그러니까 살려줘, 새갸.”

         

         

       지난번 예선 때보다 훨씬 긴장한 듯한 차무식의 모습.

         

       확실히 이번에는 수많은 관객이 지켜보는 앞에서 연기를 펼쳐야 하며, 생방송이라는 사항까지 갑자기 추가되니 더 떨릴 만하다.

         

       뭐… 그런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무대에 녀석을 강제로 집어넣는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하지만, 지난번처럼 정작 본 게임에 들어서면 알아서 잘할 놈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 악물고 어떻게든 잘해야 할 걸.

         

       이번에는 보는 시선이 꽤나 많을 테니까.

         

       그래도 혹시 또 모른다.

         

       이번 본선에서 대놓고 대사를 절거나 실수하면 개그 프로에서 차무식을 섭외하려고 들지도 모르지.

         

       물론 지금의 녀석에게는 전혀 위로가 안 되는 말이겠지만.

         

       참고로 설소영과 이다혜가 없는 관계로 리허설은 가볍게 진행됐다.

         

       어차피 리허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우들의 무대 연습이 아니라 스텝들의 장비 적응이다.

         

       본선에서 제공해준 장비가 기존에 연습해왔던 장비와 조금 다를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대회 측 관계자가 스텝들의 곁을 지키고 있으니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역시나 음향 쪽과 조명 쪽에서 별문제 없다는 오케이 싸인이 왔고…….

         

       이제 본선을 위한 예습은 모두 끝났다.

         

         

         

       ***

         

         

         

       우리보다 앞선 순서, 강예린이 이끄는 연극부의 공연이 시작되기 전.

         

       연극·영화부의 부원들끼리 옹기좋게 잠시 공연장 밖에 모여있었다.

         

       그냥 단순히 설소영과 이다혜를 마중해주는 목적과 다 함께 동시에 관객석에 입석하기 위함이었다.

         

       8시에 공연을 시작하는 두 번째 팀은 상대적으로 첫 번째 팀보다 시간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 점을 알고 있는 대회 측이 우리를 위해 배려해 줄 방법은 한정되어 있을 테고.

         

       지금처럼 첫 번째 팀의 공연을 구경하라고 관객석의 자리를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일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슬슬 오늘 본선을 보기 위한 수많은 관객들이 서서히 대공연장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그 말은 이제 슬슬 이다혜과 설소영이 도착할 시간이라는 뜻이 되기도 했다.

         

         

       ─야, 저 사람들을 혹시 홍련(紅蓮) 아니야?

         

         

       그때 주변의 사람들이 크게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 대박. 오늘 히트가요에 출연한 걸로 알고 있는데 설마 그거 끝나고 다 같이 공연 보러 온 거야?

       ─하긴, 홍련의 막내가 저기 함께 걸어오고 있는 이다혜잖아. 다 같이 막내 응원해주러 온 거겠지.

         

         

       홍련.

         

       명실상부 현재 한국에서 가장 핫한 JYB의 5인조 걸그룹.

         

       멀리서부터 연예인 포스를 뽐내고 있는 그들이 공연장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앞장서서 걷고 있던 금발의 소녀.

         

       뭔가 오늘따라 더욱 빛나는듯한 금발을 흩날리며, 이다혜가 우리 쪽으로 다급히 다가왔다.

         

         

       “저, 혹시 안 늦었죠?”

       “그럼. 아직 입장 시간 마감까지 20분이나 더 남았는걸?”

       “휴…… 생각했던 것보다 프로그램이 늦게 끝나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지각은 면했네요.”

         

         

       그렇게 박하준과 형식상의 대화를 끝마친 이다혜.

         

         

       “……?”

         

         

       나를 발견한 이다혜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내 옆에 섰다.

         

       그리고 이다혜의 그 당연한듯한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어머, 우리 막내 너무 과감한데.”

       “안녕? 아무래도 다혜가 항상 입에 달고 살던 서은우가 너인가 보구나? 앞으로 잘 부탁해.”

         

         

       바로 이다혜와 한솥밥을 먹고 사는 나머지 홍련의 멤버들이었다.

         

       심지어 나는 어느샌가 다가온 홍련의 서브 보컬인 ‘가을’이라는 사람과 자연스레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어, 언니! 얼른 걔랑 손 놔! 그리고 내가 언제 그런 얘기를 입에 달고 살았어!”

       “헐. 나 방금 다혜한테 견제당한 거야?”

       “그… 이름이 서은우? 원래 다혜의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잖아. 모쪼록 네가 이해해줘.”

       “대, 대표님! 빨리 언니들 데리고 공연장 들어가 주세요!”

         

         

       언니들의 폭주(?)에 다급히 대표님이라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이다혜.

         

       잠깐만.

         

       이해하고 자시고 뭐? 대표님?

         

       조금 당연한 소리지만, 이다혜가 대표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내가 알기로 한 사람밖에 없다.

         

       백준영.

         

       어째서인지 홍련의 멤버들 뒤쪽에서 백준영 대표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홍련은 스케줄 끝내고 같이 왔다고 쳐도 이 사람은 여기 왜 있는 건데?

         

       내가 영 언짢은 표정을 짓자 백준영 대표님이 잠깐 나를 쳐다봤다.

         

       기분 탓이 아니라…‥.

         

       마치 내가 여기 왔다고 해서 당신이 뭘 어쩔 수 있는데? 라는 느낌이 들었다.

         

       쓰으읍…….

         

       요즘 좀 한가하다 이 말이지?

         

       갑자기 플라이 하이 같은 작품을 하나 더 만들고 싶어지게.

         

         

       “얘, 얘들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주지 말고 빨리 들어가자.”

         

         

       내게서 불길한 무언가를 느꼈는지 백준영 대표님이 서둘러 이다혜를 제외한 홍련의 멤버들을 공연장 안으로 데려갔다.

         

       다행히 아직까지 감은 잘 살아계신 모양이다.

         

         

       “다들 여기 계셨네요.”

         

         

       그때 우리가 기다리고 있었던 마지막 부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설소영.

         

       그녀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내게는 조금 익숙한 누군가와 함께.

         

       둘은 얼굴이든 분위기든 어딘가가 많이 닮아 있었다.

         

       모녀 관계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건가…….

         

       설소영의 어머니이지 백제호텔의 오너인 이화영 여사.

         

       확실히 2년 전, 병실에서 봤을 때보다 확연하게 안색이 좋아 보였다.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그녀는 어째서인지 설소영과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공연장 안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설마 저쪽도 오늘 공연을 구경하러 온 건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우리 쪽으로 사람들이 더 찾아오긴 했다.

         

       대부분 주연 3인방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인데 서은우가 아닌 927 작가라면 나도 마찬가지로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남자 주인공, 남궁환.

         

       나 PD님과 고동빈 감독님, 그리고 박용오 국장님을 포함한 스튜디오엔믹스의 기둥들.

         

       심지어 서로 전혀 안 친해 보이는데 함께 공연장에 방문한 송하율 이사장님과 유연정 국장님까지.

         

       또한, 설소영에게서 듣기로는 하마터면 그녀의 아버지이자 제일전자의 설한용 사장까지 방문할 뻔했다고 한다.

         

         

       “야, 서은우. 저번에 자료 조사 겸으로 봤던 연극 기억나지?”

       “육백에 삼십? 기억나지. 근데 그건 왜.”

       “거기 극단 국내에선 제법 유명하잖냐. 근데 왜 이곳에 방문해 있을까?”

         

         

       나는 차무식의 물음에 차마 답을 할 수 없었다.

         

       어차피 저 물음에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녀석 역시 그 답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 오늘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 유명인이거나, 업계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들.

         

       고작 청소년연극제인데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라인업이……

         

       이건 지나치게 화려하잖아!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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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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