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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3

       

       

       

       

       

       

       일요일 밤에 진행되는 대한청소년연극제의 본선.

         

       한빛예고의 두 팀이 연달아 공연하는 이날은 공연이 시작하기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유에는 현재 관객석에 앉아있는 관객들 덕분이었다.

         

       이 때문에 커뮤니티 역시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실시간 대한청소년연극제 관객석 현황!]

         

       (홍련의 멤버들과 백준영 대표가 관객석에 나란히 앉아있는 사진)

         

       걍 1층 석 쪽은 주위 둘러보면 거의 유명인들밖에 없는 것 같음.

         

       덕분에 공연 시작 전부터 제대로 눈 호강 중 ㅋㅋ

         

       ─와… 예매 경쟁 난이도 역대급이던데 예매를 한 것 자체가 ㅈㄴ 대단한 듯

       ㄴㄹㅇ 중고가로 푯값이 25 넘어가는 거 보고 식겁함

       ㄴ너튜브랑 방송에서 생방송으로 안 보여줬으면 무조건 가격 배로 뛰었을 듯

       ─속보! 지금 대한연극협회 공식 너튜브 채널에서 생방송 송출 중인데 관객들 얼굴 비춰주는 중

       ㄴ이왜진?

       ㄴ설마 방금 남궁환임?

       ㄴㅇㅇ 심지어 그 옆에는 스튜디오엔믹스 관계자들까지 있음

       ㄴ이러다가 오늘 즉석 현장 캐스팅하는 거 아니냐? 스튜디오엔믹스 쪽도 927 작가 대체자 슬슬 찾아야 하잖아

       ㄴ윗 댓 정신 나갔냐?

       ㄴip 주소 추척함 ㅅㄱ

       ㄴ927 작가 대체자 세상에 어딨음. 그리고 애초에 왜 대체자를 찾음? 언젠가는 돌아오실 건데

       ─927 작가 부활 의식 97일째 진행 중

       ㄴ아, 아…… 믿습니다.

       ㄴ아직도 대가리 깨진 놈들 많네 ㅋㅋ 그냥 나처럼 포기해~ 숨 안 쉬면 그만이야~

       ─그나저나 오늘 첫 번째보다 두 번째 공연이 더 기대되면 개추요

       ㄴㄱㅊ

       ㄴ설소영, 박하준, 이다혜 Let’s GO

       ㄴ와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까 멤버 ㅈㄴ 화려하긴 하다 ㅋㅋ

       ㄴ청소년 대회인데 왜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현역들이 껴 있냐고 ㅋㅋ

       ㄴ그래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 멤버가 아무리 화려해도 연극에서 중요한 건 대본임. 그런 의미에서 927 작가가 이번 대본을 맡았으면 진짜 레전드 무대 나왔을 텐데

       ㄴ에헤이, 그건 너무 사기지. 청소년 대회인데 애들 벽 느끼면 어캄

       ─얘들아 말도 안 되는 망상 그만 펼치고 빨리 커뮤니티나 꺼~ 이제 곧 시작한다

         

         

         

       ***

         

         

         

       ‘이게 뭔 트루먼 쇼도 아니고…….’

         

         

       나는 오늘 공연장에 방문한 유명인들을 생각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중에서 내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들도 몇 명 있었는데 그들에겐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었다.

         

       어째서인지 나랑 자연스레 눈이 마주치면 얕은 미소를 짓는 것.

         

       뭔가 오늘 공연을 엄청 기대한다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쓰으읍…….

         

       부담되게 말이야. 그 정도로 엄청난 공연은 아마 아닐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무함마드 왕자 쪽이 조금 더 선녀인 것 같다.

         

       그쪽은 올려면 언제든지 이곳에 올 수 있지만, 아마 오늘 이곳에 방문하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무함마드 왕자가 등장한 순간 사람들은 이런 의문을 가질 테니까 말이야.

         

       이 공연장 안에 927 작가가 있고 아마 높은 확률로 공연에 참여하는 사람 중에 927 작가가 있다는 것을.

         

       그가 전에 방한한 진짜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결론에 금방 도달할 것이다.

         

       그것을 천하의 무함마드 왕자가 모를 이유도 없을 테고, 아마 내게 섭섭함이 담긴 문자를 보낸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내가 정체를 밝히지 않는 이상 이번 공연장 같은 현장에서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니까.

         

       어쨌든.

         

       첫 번째 무대인 연극부의 공연이 시작되기 전, 우리는 대회 측에서 사전에 지정해준 2층 관객석에 앉았다.

         

       1층 관객석에 비해 무대가 자세히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도중에 두 번째 공연의 준비를 위해 자리를 떠나야 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이건 공연을 위한 기본적인 에티켓이니까.

         

       만약 공연 도중에 우르르 공연장 밖을 나가면, 당연히 연극을 이어가고 있는 연기자들이나 몰입하고 있는 관객들의 신경에 거슬릴 수밖에 없다. 연기자들과 가까운 1층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느낄 것이고.

         

       [한빛예고 연극부. 무대 위로 올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그때 공연장 안을 울리는 진행자의 안내 방송과 함께 이번 대회에 참여하는 연극부의 학생들이 서서히 무대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본선과 예선이 다른 점은 공연의 시작 전에 저렇게 참가 팀이 무대에 올라, 잠깐의 소개 타임이 있다.

         

       그리고…….

         

       [아, 아.]

         

       역시나 진행자로부터 가장 먼저 마이크를 건네받은 것은 사실상 연극부의 리더인 강예린이었다.

         

       [오늘 여러분에게 선사해 드릴 연극의 제목은 ‘완벽하지 않아도’입니다.]

         

       그녀가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작품의 소개를 이어서 한다.

         

       그러곤 갑자기 고개를 들어 어딘가를 쳐다봤다. 정확하게는 2층 관객석 쪽, 우리 동아리가 앉아있는 곳을…….

         

       [여러분은 잘 모르시겠지만, 두 번째 공연을 펼칠 팀과 이번 대회의 성적을 두고 승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서로에게 좋은 경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오.

         

       안 어울리게 나쁘지 않은 말도 할 줄 아네?

         

         

       “그렇다는데?”

         

         

       그때 내 옆에 앉아있는 차무식이 갑자기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가만 보니 녀석만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대부분의 부원들이 무언가를 기대하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저쪽에서 먼저 멋있는 말을 해줬는데 네가 대표로 저 말에 답사해줘야지.”

       “아니, 왜 굳이 난데? 따지고 보면 그런 건 부장인 하준 선배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는 다급히 박하준을 쳐다봤다.

         

         

       “음? 그야 저쪽은 너랑 같은 연출이랑 대본이잖아, 나는 연약한 연기자고. 이런 건 원래 가장 권한이 높은 사람끼리 붙어야지.”

         

         

       허나, 박하준은 전혀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뻔뻔한 놈.

         

       이걸 또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려고 해?

         

       요즘 들어서 문뜩 드는 생각인데 연극·영화부에 과연 내 편이 있긴 한 걸까 슬슬 의심이 든다.

         

       척-

       

       그로부터 잠시 뒤, 관객석을 비추고 있던 조명이 일제히 꺼지고 연극부의 공연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완벽하지 않아도」

         

       이것은 강예린이 직접 집필한 대본을 바탕으로 만든 연극의 제목이었다.

         

       연극부와 연극·영화부.

         

       연습 때마다 엇갈려 서로의 연극 무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나는 오늘 강예린이 구상한 무대를 처음 본다.

         

       때문에 나름 기대가 되었다.

         

       그렇게 자만하던 강예린이 과연 어떤 작품을 만들었을지를.

         

       무대를 가리고 있던 거대한 커튼이 걷히고, 이번 연극의 주연들이 무대 중앙에 등장했다.

         

       ‘완벽하지 않아도’라는 연극은 조금 예민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그건 바로 이 연극의 주인공인 ‘예은’이 후천적 청각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

         

       아무래도 신체적 또는 심리적으로 제한이 있고,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에 일반인들에 비해서도 당연히 세상을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시선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역시 마찬가지.

         

       완벽하지 않아도는 그런 세상의 안 좋은 시선 속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는 예은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었다.

         

       이건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완벽하지 않아도는 분명 좋은 작품이다.

         

       장애인과의 소통 및 이해와 트라우마 극복이라는 비교적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 상당히 희망차게 이야기를 끝마친 것. 즉, 짜임새 자체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고 고등학생이 만든 스토리 치고는 상당히 수준이 높았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내가 한창 이 드라마 속 세상에 떨어져 드라마나 영화 등 미디어의 수준을 확인하고 절망했을 때랑 비교하면 강예린이 만든 스토리 쪽이 훨씬 더 낫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조금 감회가 새로웠다.

         

       강예린을 통해서 몇 년 동안 발전이라곤 없었던 이쪽 세상의 스토리 수준이 조금이라도 올라온 것을 느낄 수 있어서.

         

       그때였다.

         

         

       “자, 그럼 우리도 슬슬 공연 준비를 하러 가볼까?”

         

         

       공연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던 시점, 박하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연극·영화부의 부원들은 다 같이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관객석 밖을 나섰다.

         

       그렇게 대기실 쪽에 거의 도착했을 때, 앞서 공연을 무사히 끝마친 연극부의 사람들과 자연스레 동선이 겹치게 되었다.

         

         

       “강예린, 무대 잘 봤어. 역시 대단하더라.”

         

         

       박하준이 싱긋 웃으며 연극부의 가장 앞에 서서 걷고 있던 강예린에게 아무렇지 않게 다가섰다.

         

       강예린은 무표정한 얼굴로 박하준의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흥! 아직도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니까 뭔가 괘씸하네. 우리도 너희 무대 두 눈 뜨고 똑똑히 지켜볼 거니까 무조건 전력을 다해야 할 거야!”

       “그럼. 연극부가 봐주고 그럴만한 상대는 아니지.”

       “자, 잘 알고 있네!”

         

         

       그 말을 끝으로 강예린은 우리가 있었던 관객석 쪽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런 강예린의 뒷모습을 잠시 동안 뚫어지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오늘 그녀가 그린 공연을 보고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너무 자만하지 않고, 저기서 멈춰 서지 않고 더욱더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한 사람만 시장을 독점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비효율적이니까.

         

       그러니.

         

       강예린에게 있어서 오늘 내 작품이 부디 좋은 교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음?

         

         

       “……?”

         

         

       근데 왜 갑자기 앞이 안 보이는 거냐?

         

       눈에서 무언가 이질적인 촉감이 느껴지며 갑자기 세상이 어두워졌다.

         

       이 촉감은 아마도 사람의 손…….

         

       즉, 누군가가 뒤쪽에서 손을 뻗어 내 양쪽 눈을 동시에 가리고 있는 것이다.

         

       뭔가 앞이 안 보이니까 감각이 더 예민해지는 것 같다.

         

       덕분에 지금 내 눈을 가리고 있는 손이 적어도 남자의 것은 아니라는 건 잘 알겠다.

         

       남자의 손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작고, 너무나도 부드러운 촉감이었으니까. 음, 사실 이게 남자의 손이었다면 아마 그건 다른 장르가 되어버리지 않을까 싶은데…….

         

       추가로 평소보다 소리도 더 잘 들리는 것 같았다.

         

         

       “지금 어딜 보는 거야?”

         

         

       그래.

         

       지금처럼…….

         

       귓속말로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동시에 내 앞을 가리고 있던 손 역시 사라졌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뒤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다혜.

         

       그녀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방금 들렸던 목소리와 정황을 봤을 때, 아무래도 그녀가 내 눈을 가린 범인인 것 같았다.

         

       그리고 신경 쓰이는 것은 이다혜뿐만이 아니었다.

         

       설소영.

         

       그녀 역시 이다혜와 똑같은 표정을 지으며, 이다혜의 옆에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눈앞에 두고 감히 딴 여자가 눈에 들어와?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두 여자의 반응.

         

       ……진심으로.

         

       나 뭐 잘못했냐?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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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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