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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6

       

       

       

       

       이다혜는 노래를 부르기 전에 항상 상상이라는 것을 한다.

         

       어떻게 하면 노래를 더 완벽하게 부를지, 어떻게 하면 더 노래의 분위기와 감정을 살리지 등등.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 곡을 처음 들으며, 서은우에게 어떤 느낌으로 노래를 부를까에 관한 것을 물었다.

         

       서은우는 그 질문에 그저 너답게 노래를 부르라고 말했다.

         

       참으로 성의 없게 들릴 수도 있는 대답이지만, 여기에는 조금 다른 의미가 담겨 있었다.

         

       완벽하게 부를 필요도 없다. 어떤 틀에 박힐 이유도 없고, 누군가를 따라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자유롭게, 또는 종잡을 수 없게.

         

       왜나햐면…….

         

       첫 번째 곡은 김미소, 즉 이다혜만을 위한 오리지널리티 곡이니까.

         

       그러니 노래에 어떠한 감정을 담든 그것은 노래를 부르는 이다혜의 마음이었다.

         

       따뜻함이 느껴지도록 한없이 밝음을 담아도 좋고, 사람들에게 깊은 여운이 남도록 쓸쓸함을 담아도 좋겠지.

         

       하지만 이다혜는 그 모든 것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약간의 우울함이 느껴지는, 이 곡에서 유일하게 곡의 분위기가 변조되는 부분.

         

       그 부분의 멜로디가 도입되자 어째서인지 이다혜의 목소리가 흔들거리기 시작한다.

         

       무언가 울먹이며,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는 듯이.

         

       사람들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것은 관객들은 이다혜의 노래에 빠져들었다는 증거였다.

         

       서은우.

         

       보고 있을까?

         

       지금 관객들의 놀라고 있는 표정이.

         

       그쪽에서라면 자세히는 보이지 않겠지만, 어렴풋이 알겠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나 때문이 아니라 그저 너의 힘 덕분이야.

         

       연극부터 시작해, 지금 자신이 부르고 있는 노래까지…….

         

       생각해보면 이다혜는 줄곧 서은우에게서 무언가를 받기만 한 것 같았다.

         

       그러니.

         

       오늘,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잔뜩 줄 생각이었다.

         

       약간 어두웠던 멜로디가 다시 처음처럼 밝아진다. 이전에 진행되고 있던 어두운 멜로디 덕분인지 처음보다 더욱더 밝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밝음 속에서 이다혜는 있는 힘껏 노래를 부른다. 마치 마지막 힘을 모두 끌어내며 작별이라도 고하듯이.

         

       그런 이다혜의 모습을 나지막하게 바라보며, 순간 서은우의 표정에 변화가 생긴다. 그는 마치 못 당하겠다는 듯이 얕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슬쩍 그를 쳐다보고 있던 이다혜 역시 서은우의 미소를 확인하고는 씨익 미소 짓는다.

         

         

       ─그나저나 이 노래 제목이 뭐야?

         

         

       문뜩 이다혜는 서은우에게 이런 질문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 맞다.

         

         

       서은우는 전혀 생각해본 적 없다는 듯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연극에서 이다혜가 부를 노래는 오직 한순간만을 위한, 사실상 일회용 아닌가?

         

       그렇기에 서은우는 굳이 제목에 관한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다혜는 이렇게 좋은 노래에 제목이 없다는 것에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밝고, 좋은 노래인데 제목이 없으니까 뭔가 허전한 것 같아.

       ─음… 그런가? 그럼 이런 건 어때. 지금부터 생각나는 거 막 뱉을 테니까 네 마음에 드는 걸 말해줘.

         

         

       서은우는 거침없이 노래의 제목과 어울리는 여러 단어를 내뱉었고, 이다혜 역시 그리 오래 고민하지 않고 제목을 고를 수가 있었다.

         

         

       ─정말 그걸로 괜찮겠어?

       ─응!

       ─…….

         

         

       사실 서은우는 제목치고는 조금 임팩트가 없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다혜의 환한 미소를 본 순간, 나름 그 제목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Smile(미소).

         

       이윽고, 이다혜가 Smile의 마지막 가사를 내뱉는다.

         

       -눈물은 다시 미소로.

         

       너희의 앞날에 웃음이 가득하길 여기서 기도할게.

         

       노래라기보다는……

         

       뭔가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 마지막 가사를 끝으로 노래는 끝난다.

         

       이후 서서히 조명이 꺼지고, 장면 전환을 위해 거대한 커튼이 서서히 무대 전체를 가린다.

         

       그렇게 꿈꾸는 아이들에서 김미소의 역할은 모두 끝이 났다.

         

       그리고…….

         

       무언가 강렬한 이별이라도 맞이한 듯, 잊을 수 없는 꿈이라도 꾼 듯.

         

       무대에서 이다혜가 사라지자 공연장 안은 침묵에 빠졌다.

         

       어쩌면 관객들은 김미소가 떠나가고 남겨진 등장인물처럼 그들의 마음에 동화된 게 아닐까?

         

         

       짝-

         

         

       그때 관객석 어디에선가 침묵을 깨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백준영.

         

       자기 소속사 아이돌 바보인 그가 어지간히도 감명이 깊었는지 아예 코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백준영이 먼저 나서서 박수를 치자 다음은 그의 옆에 나란히 앉아있던 홍련의 멤버들 역시 따라 박수를 쳤다.

         

         

       “멋지다 우리 막내!”

       “아니, 못하는 게 뭐냐고~”

         

         

       그 소속사 대표에 그 아이돌이라고, 아주 대놓고 칭찬을 곁들이면서 말이다.

         

       어쨌든 그것은 좋은 신호였다.

         

       그들을 시작으로 박수는 점차 크게 번지며, 어느샌가 공연장 안의 모든 사람들이 박수와 환호를 내뱉고 있었다.

         

         

       “허. 어이가 없구만.”

         

         

       한편, 한극연극협회의 회장이자 이번 연극 무대의 심사를 맡게 된 조완호.

         

       그 역시 관객들과 같은 기분을 느끼며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어이가 없어서 탄식을 내뱉었다.

         

       뛰어난 스토리와 연출, 그것이 주연 3인방의 노련한 리드와 경험과 조화되면서 이미 학생 수준을 벗어난 공연이 되어버렸다.

         

       거기에다가 마지막에 김미소, 이다혜 학생이 부른 그 노래…….

         

       설마 청소년 연극제에서 뮤지컬을 경험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제가 말했지 않습니까. 저 학생들이 펼치는 무대를 보게 되면 반드시 한 번 더 무대를 보고 싶어질 거라고.”

         

         

       그리고 감탄하고 있는 조완호의 모습을 보며 그의 옆에 있던 또 다른 심사위원, 전에 그와 단독으로 대면했던 임원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마 관객들도 임원의 말에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한 번 더 무대를 보고 싶다. 도저히 만족이 되지 않는다. 더 무대를 보며 즐기고 싶다. 또다시 김미소라는 사람과의 이별의 아픔을 겪어야 하지만, 이 공연을 한 번 더 볼 수 있으면 그것마저도 감내하겠다.

         

       이미 그들은 꿈꾸는 아이들이라는 연극에 포로가 된 것이었다.

         

       심지어 이 모든 광경을 관객들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동시에 생방송으로 지켜보고 있다.

         

       어쩌면 오늘 이곳에서 있었던 일은 전국을 넘어 전 세계에 알려질지도 모르는 일이 되어버렸다.

         

         

       “이야~ 플라이 하이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역시 다혜 양도 이런 무대에서 일가견이 있다니까요.”

         

         

       그리고 관객석의 또 다른 한편.

         

       스튜디오엔믹스의 나영진 PD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동빈 감독에게 말했다.

         

       하지만 어째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원래 고동빈은 평소에 말이 없지만, 이렇게 감명 깊은 무대를 눈앞에서 보고 나면 저절로 입이 열리는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의문이 생긴 나영진 PD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고, 의문은 추가가 되었다.

         

         

       “……고 감독님? 무슨 문제 있습니까?”

       “아니요. 그냥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요.”

       “이상한 느낌이요?”

         

         

       고동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이상을 느낀 부분은 이다혜가 홀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 전부터였다.

         

       이다혜가 노래를 부르기 전의 장면은 작중 김미소가 등장한 꿈에 관해 연기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

         

       그때 고동빈은 한 학생에게서 기묘한 기류를 느꼈다.

         

       그것은 오랫동안 그 학생의 연기 실력을 바로 눈앞에서 직접 봐왔던 그였기에 겨우 느낀 것이며, 마치 2년 전의 기억을 물씬 떠오르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수많은 NG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 모두의 전율을 돋게 만드는 연기력을 펼쳤던 한 소녀.

         

         

       “대단하네.”

         

         

       그 소녀는 현재 이다혜로 인해 한층 달아오른 관객석의 분위기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참고로 소녀가 미소 짓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다혜의 보여준 빛에 진심으로 감탄해서.

         

       그리고 또 하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그가 그린 꿈꾸는 아이들이란 연극은.

         

         

         

       ***

         

         

         

       무대를 가리는 커튼이 쳐지고, 노래를 모두 마무리한 이다혜가 내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온다.

         

       자세히 보니 제법 많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만큼 무대에 열중한 것이겠지.

         

         

       “고생했어.”

       “……응. 근데 나 잘했어?”

         

         

       어딘가 여운에 빠진 목소리로 이다혜가 내게 물었다.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솔직히 이 이상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서로 덕담을 주고받을 여유로운 타이밍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아직 연극은 안 끝났으니까.

         

       이제 진짜 마지막 장면이다.

       

        저벅-

         

       그리고 앞서 말했다시피 대미를 홀로 장식할 사람은 바로……

         

       저벅-

         

       설소영.

         

       어느샌가 설소영이 나와 이다혜를 스쳐 지나가며, 커튼이 쳐져 있는 무대 중앙으로 향하고 있었다.

         

       뭐지……?

         

       하지만 나는 무대로 향하는 설소영의 뒷모습에서 무언가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만약 지금 그녀를 불러 세운다면, 과연 그녀는 뒤를 돌아볼까?

         

       ……내 감이 강하게 말하고 있다.

         

       저 상태의 설소영이라면 백 퍼센트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나는 언젠가 저 상태의 설소영을 본 적이 있다.

         

       2년 전,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클라이맥스 씬을 촬영했을 때처럼. 플라이 하이의 마지막 화를 처음 봤을 때처럼.

         

       생각해보면 내가 각본가로서 전율을 느꼈던, 그 모든 순간을 함께한 뜻깊은 인연이 바로 저곳에 있었고,

         

       그런 그녀가 그때와 마찬가지로 무언가에 잔뜩 몰입해 있었다.

         

       어쩌면…….

         

       어쩌면 나는 계속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던 게 아닐까?

         

         

         

       ***

         

         

         

       저벅-

         

       무대의 중앙으로 걸어가며, 설소영은 생각했다.

         

       아직도……

         

       지금부터 자신이 하려는 일이 옳은 일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설소영은 계속 안타까웠다.

         

       그저 안타까웠다.

         

       처음 대본을 집필하고 있었을 때, 설소영은 그의 모습을 한 시도 떼지 않고 계속 지켜봐 왔다.

         

       작업에 몰입하며 거침없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글을 써 내려가던 서은우.

         

       하지만 그는 마지막 씬을 적으며 고민에 빠졌고, 또한 고뇌했다.

         

       수상할 정도로 쓰고 지우고를 계속 반복했다.

         

       작업에 몰입한다고 전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설소영은 틈틈이 서은우가 어떤 글을 적고 있는지 뒤에서 확인하고 있었고 그가 처음에 어떤 결말을 쓰고자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설소영은 완성된 대본을 읽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고작 청소년 연극제를 위해 그는 일부러……

         

       결말을 자신이 원치 않은 방향으로 바꾼 것이다.

         

       그것은 지금의 그에겐 득이 될지 모르지만, 후에는 독이 되고 분명 후회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니까.

         

       때문에 설소영은 그것을 어떻게든 막고 싶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데?

         

         

       걸음을 멈추고, 무대 중앙에 선 설소영은 문뜩 어제 한여진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한여진이 물었다.

         

       왜 서은우를 위해 그렇게까지 하냐고.

         

       그 물음에 설소영은 쓴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저는 그의 ‘이해자’가 되고 싶거든요.

         

         

       세상 누구나가 인정하는 대단한 작품을 만들고, 누구보다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

         

       설소영은 그런 엄청난 사람의 뜻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고, 동시에 이해해 주고 싶고, 그 뜻을 함께 나누고, 나란히 걸어가고 싶었다.

         

       ……앞으로 계속.

         

       과거에 이화영 여사를 위해 배우의 꿈을 꾸었던 설소영.

         

       이제는 그의 이해자가 되는 것이 설소영의 꿈이며, 동시에 그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모순이 한 가지 발생한다.

         

       그녀가 사랑하는 인물은 누가 뭐래도 927 작가이다.

         

       그렇다면 서은우와 927 작가가 무슨 연관이 있냐인데……

       

       설소영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왜 연관이 없겠는가?

         

       그때 무대를 가리고 있던 커튼이 서서히 걷힌다.

         

       설소영은 연기를 펼치기 전, 마지막으로 그 사람이 서 있는 무대 뒤편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서은우가 있었다.

         

       ……아닌가.

         

       정확하게는 정말 오랫동안 만나기를 고대해왔던,

        

       사랑하는 927 작가님이.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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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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