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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9

       

       

       

       

       설소영의 노래가 끝나고, 그렇게 꿈꾸는 아이들을 모두 막을 내렸다.

         

       이미 거대한 커튼이 무대 전체를 가리고 있었고, 공연장의 조명은 연극이 시작되기 전과 마찬가지로 서서히 점등되어 어느샌가 공연장 전체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예정된 모든 공연이 끝났는데도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그것은 참으로 이례적인 광경이었다.

         

       어떠한 소음도 들려오지 않는다. 공연장 안은 그저 쥐죽은 듯 조용했다.

         

       또한, 공연장을 떠나가기 위해 엉덩이를 떼는 관객 역시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그저 여운에 빠진 채, 멍하니 커튼이 쳐져 있는 무대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혼이 쏙 빠진 사람같이.

         

       그것은 심사위원 쪽도 마찬가지였다.

         

       대한연극협회의 회장이자 이번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조완호는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는 이런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방금 자신이 본 게 정녕 학생 수준의 무대가 맞는가?

         

       그냥 압도적이었다.

         

       감정의 폭탄.

         

       아마 자신이 방금 보았던 연극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겠지.

         

       주인공 김미소의 밝음으로 보는 이에게 희망과 빛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사람들은 점점 비어있는 한 자리를 보며 이런 불안감을 느낀다.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는 김미소는 왜 회상 씬이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없을까…… 라고.

       

       그리고 그 불안은 곧 현실이 된다.

         

       갑작스러운 김미소의 죽음은 지금까지 보는 이들이 느꼈던 희망과 빛을 순식간에 앗아간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죽은 김미소가 기적처럼 다시 꿈에서 나타나 깊은 감동과 여운을 주는 노래를 부르고 사라진다.

         

       그래. 만약 그때의 희망찬 분위기 속에서 끝을 맺었어도 분명 좋은 연극이었겠지. 현재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한 문연우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김미소의 노래가 끝난 후, 문연우는 어째서인지 홀로 무대에 서 독백한다.

         

       그리고 그녀가 내뱉은 말은 하나같이 김미소의 바램을 부정하는, 소중한 친구의 죽음이 그저 슬프다는 의미가 담긴 독백이었다.

         

       그것을 들은 사람들은 문연우가 느끼고 있는 슬픔에 공감한다.

         

       정확하게는 공감할 수밖에 없도록 설소영이 말도 안 되는 연기를 펼친 것이다.

         

       심지어 그 끝에는 서글픈 멜로디와 그녀의 짙은 슬픔이 뒤섞인 노래로 사람들의 감정 샘을 더더욱 자극했다.

         

       결국 관객석에 앉아있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감정에 못 이겨 눈물을 흘렸고, 이 꿈꾸는 아이들이라는 연극의 끝에는 오직 슬픔과 쓸쓸함이 남게 되었다.

         

       가장 환한 빛을 보여주고, 동시에 그 빛을 잃은 자들의 어두움을 결말로 보여준 참으로 악마 같은 구성이 아닐 수가 없다.

         

       참고로 이건 칭찬이다.

         

       누구보다 주인공처럼 빛난 이다혜도 이다혜고, 마지막에 무대를 찢은 설소영도 설소영이지만 현재 조완호의 관심은 온통 이 스토리와 연출을 구상한 서은우에게 가 있었다.

         

       이런 악마 같은 구성을 설계한 자가 고작 고등학생이다?

         

         

       ‘아무래도 이미 우승은 정해진 것 같구만.’

         

         

       수준 차이가 나도 너무 났다.

         

       이건 그나마 가장 좋은 무대를 보여준 강혜린과도 비교가 아예 불가능한 수준.

         

       솔직히 프로들의 연극보다 더 좋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조완호는 이전에 임원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분명 서은우가 927 작가의 뒤를 이을 재목(材木)일지도 모른다고 했던 것.

         

         

       ‘웃기는 소리였군.’

         

         

       방금 보여준 수준의 시나리오와 연출 정도의 퍼포먼스를 계속 보여줄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927 작가의 대체자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참고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조완호뿐만이 아니었고,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는 나영진 PD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힘 조절 좀 하시지.”

         

         

       라고.

         

       한편, 무대의 뒤편.

         

       연기를 모두 끝마치고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설소영.

         

       나는 그런 설소영을 모습을 보며 저절로 쓴 미소가 지어졌다.

         

       너라는 사람은 참……

         

       대단하고 해야 할지,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결국 설소영의 독주로 인해 꿈꾸는 아이들은 원래의 결말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 결말 자체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겠지.

         

       내 뒤에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는 연극·영화부 부원들처럼.

         

       자신의 역할을 모두 마무리한 설소영이 나에게, 정확하게는 마중이라도 나온 듯 서 있는 부원들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렇게 설소영이 합류하고, 상당히 어색한 기류가 맴돈다.

         

         

       “제, 제 잘못이에요!”

         

         

       그리고 그 어색한 기류를 끝낸 것은 다급히 음향조정실에서 우리 쪽으로 달려온 한여진이었다.

         

         

       “뭐가 잘못인데?”

         

         

       대표로 박하준이 물었다.

         

       허나, 평소에 사람 좋은 미소만이 있던 그의 얼굴은 지금은 그저 차갑게만 느껴졌다.

         

       그것을 알아챈 한여진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서, 선배로서 어떻게든 소영이를 말렸어야 했는데……”

       “여진 선배 잘못이 아니에요.”

         

         

       그때 그들의 사이에 설소영이 난입했다.

         

         

       “방금 펼친 연기는 오로지 제 독단이에요. 잘못을 따질 거면 저한테 따져주세요.”

         

         

       설소영의 단호한 반응에 박하준은 한숨을 내쉰다.

         

       그러곤 갑자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다짜고짜 물었다.

         

         

       “저게 원래 네가 그렸던 결말이야?”

         

         

       쓰으읍…….

         

       바로 본론인가.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박하준을 포함한 다른 부원들도 알 것이다. 누가 봐도 방금의 결말이 전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솔직히 나는 부원들에게 사과를 건네야 하는 입장이고, 그들은 어느 정도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진실을 입에 담으려고 하던 그때.

         

         

       “이거 차별이야.”

       “……?”

         

         

       다짜고짜 다가와 내 양쪽 어깨를 강하게 붙잡으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박하준.

         

       덕분에 자연스레 박하준과 시선을 마주하게 되었고, 그는 너무나도 섭섭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차별이요?”

       “그래. 저 결말은 누가 봐도 설소영이랑 이다혜가 진짜 주인공 같고 나는 조금 분량이 많은 조연 같잖아. 나한테도 그런 역할 줬으면 네 생각보다 훨씬 더 잘했을 거라고!”

       “…….”

       “그쪽이었냐…….”

         

         

       나는 질린 얼굴로 박하준이 호소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송가람이 한심하다는 듯이 그의 목덜미를 낚아채 상황을 중재시켰다.

         

       그리고.

         

         

       “다들 궁금한 건 많은 건 알지만 일단 마무리부터 하자. 뒷정리는 하고 가야지.”

         

         

       상당히 합리적인 송가람의 말에 부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

         

         

         

       두 번째 팀의 공연.

         

       즉, 연극·영화부의 공연이 끝나고, 마무리까지 다 하고 나니 어느덧 밤 10시였다.

         

       거기에서 숙소까지 가는데 15분 추가.

         

       숙소에 도착해 개인 정비 시간까지 가지면 어느덧 밤 10시 30분은 훌쩍 넘어가게 된다.

         

       누가 봐도 늦은 시간이고, 오늘 상당히 많은 일이 있었기에 피곤해 죽을 것 같았다.

         

       당연히 나는 다들 마찬가지일 줄 알았는데…….

         

         

       “하이~”

       “여기는 우리랑 방 구조랑 조금 다르네.”

       “실례하겠습니다.”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점점 차무식과 내가 함께 쓰고 있는 방에 강압적으로 출입하기 시작하는 부원들.

         

       그때 박하준이 영 언짢은 표정을 짓고 있는 내게 물었다.

         

         

       “음? 표정이 왜 그래?”

       “왜 갑자기 저희 방에 모이는 건데요?”

       “그야 딱 모이기 좋게 정중앙에 위치해 있잖아. 그리고 결말 부분 해명해야지.”

       “그거 오늘 해야 하는 거였어요?”

       “설마 우리 궁금해서 잠 못 자게 하려고?”

         

         

       쩝.

         

       나는 적어도 이틀 뒤인 동아리 활동 시간에 해명하게 될 줄 알았는데.

         

       그나저나 다들 표정이 밝고, 나와는 다르게 피곤 따위는 없어 보였다.

         

       심지어 연기자들 쪽은 스텝들보다 배는 힘들었을 텐데…….

         

       역시 다들 젊어서 그런가.

         

         

       “아, 늙기 싫다.”

       “뭐래. 제일 젊은 놈이. 다들 모였으니까 빨리 해명이나 해.”

         

         

       차무식의 말대로 어느덧 부원들이 모두 한 방에 모였다.

         

       나는 헛기침을 내뱉으며 사정을 설명했다.

         

       당연히 정체를 의심받을 것 같아서 결말을 수정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저 갑자기 너무 관심을 받을 것 같아서 걱정되는 마음과 청소년 연극제라는 취지에 맞게 결말 부가 밝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수정했다고 말했다.

         

       물론 그것이 어리석은 짓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말과 함께 정중한 사과를 건넸다.

         

         

       “그럼 저쪽이랑 전혀 합의가 안 된 내용이라고?”

         

         

       박하준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

         

       여기서 저쪽은 당연히 설소영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나는 정말 순수한 표정을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결말 부에서 어떤 이변이 일어날지는 나조차도 전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내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부원들이 시선이 서서히 내게서 설소영 쪽으로 쏠렸다.

         

       이에 설소영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부실에서 제 자리가 은우 바로 뒤잖아요? 그래서 호기심에 계속 어떤 대본을 적는지 지켜봤어요. 덕분에 우연히 수정 전의 결말 부를 봤고요. 저는 그 결말이……”

         

         

       나랑은 다르게 설소영은 상당히 능숙하게 해명을 했다. 마치 미리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해둔 그런 느낌이었다.

         

       마지막에 부른 두 번째 곡 역시 김미소의 노래에 좋은 답가가 될 것 같아서 직접 개사해서 부른 거고,

         

       한여진 역시 설소영의 슬픈 감정이 실린 노래를 듣고 너무 놀라,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하긴, 설소영은 목소리도 사기인데 심지어 노래도 잘 부른다. 애초에 그것은 이미 플라이 하이 때 검증이 되었으니까.

         

         

       “뭐야,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없는데?”

         

         

       하지만 우리의 해명을 모두 들은 부원들이 하나같이 싱거운 반응을 보였다.

         

       뭔가 나랑 설소영 사이의 러브스토리라도 기대했던 모양.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쨌든 해명은 모두 끝난 것 같으니 다들 빨리 사라져주세요. 저희 내일 아침부터 거기에 가야 하잖아요.”

         

         

       현재 시각은 11시 30분.

         

       다들 내일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소리에 아쉬운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서은우.”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방을 나선 것은 이다혜였으며, 그녀가 어째서인지 뒤를 돌아보며 나를 불렀다.

       

       어딘가 약간 불안한 눈빛과 함께.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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