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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0

       

       

       

       

       나는 이다혜와 자연스레 시선을 마주했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오늘… 나는 네가 원했던 주인공이었어?”

       

       

       그리고 지금 이다혜가 묻는 말에 무슨 의미가 담겨 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설소영의 독주로 인해 마치 주인공 자리를 빼앗긴 것 같은 불안감을 느꼈던 것이겠지.

       

       하지만 이번 꿈꾸는 아이들의 주인공은 이다혜였고, 그녀는 내 상상보다 더욱 밝게 빛나주었다.

       

       그러니.

       

       

       “응. 누가 뭐래도 오늘 무대에서 가장 밝게 빛난 사람은 너였어. 멋있더라.”

       “진짜? 빨리 나를 내보내기 위한 빈말이 아니라?”

       “빨리 내보내고 싶었으면 진작에 힘으로 밀어냈겠지. 그리고 너한테 딱히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

         

         

       내 말을 들은 이다혜가 조금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직까지 그녀의 불안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무슨 문제 있어?”

       “그… 아니야. 아, 잘 시간인데 너무 붙잡아서 미안해. 이만 가볼게! 좋은 꿈 꿔”

         

         

       다급히 내게 인사를 건네고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이다혜.

         

       ……뭐지.

         

       누가 봐도 뭔가 중요한 할 말이 있어 보였는데.

       

         

       “흐흐흐.”

         

         

       내가 그런 의문을 품고 있을 때, 갑자기 뒤쪽에서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나는… 네가 원했던 주인공이었어? 응! 물론이지! 누가 뭐래도 오늘 무대에서 가장 밝게 빛난 사람은 이다혜, 너였어. 진심으로 반했다니까? 키야~ 거의 뭐 청춘 드라마야 청춘 드라마.”

       

       

       뭔가 당사자인 내가 직접 나누었던 대화 내용과는 많이 달라진, 한마디로 그냥 개소리.

         

       그리고 그 개소리의 출처는 내 룸메이트였던 차무식이었다.

       

       녀석이 자신의 침대에서 누워서 한 손으로 턱을 받치며, 상당히 흐뭇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음. 저 괘씸한 얼굴을 보니 뭔가 오늘 자기 전에 녀석이랑 레슬링을 한 번 조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흠… 근데 말이야.”

         

         

       그때 차무식이 상당히 의아하다는 듯이 시선을 어딘가로 고정했다.

         

         

       “너 저런 수첩도 들고 다니냐?”

       “수첩?”

       

       

       나는 차무식이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녀석의 말처럼 한 손 사이즈의 작은 수첩이 내 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

       

       쓰으읍…….

         

       분명 내 것은 아니지만, 어딘가 상당히 익숙하게 느껴지는 수첩이었다.

         

       아, 기억났다.

         

       생각해보면 저것은 설소영이 학교에서 항상 들고 다니며 무언가를 필기했던 그 수첩이었고, 설소영이 조금 전의 해명 시간에 앉았던 곳이 바로 내 침대 위였다.

       

         

       “아무래도 설소영 것 같은데? 내가 돌려주고 올게.”

         

         

       나는 침대 위에 놓여 있던 수첩을 들고 서둘러 방을 나섰고, 설소영과 이다혜가 함께 사용하고 있는 호실의 문 앞에 섰다.

         

       그리고 노크를 하기 위해 문에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

         

         

       “잠깐만…….”

         

         

       문뜩 이런 의문이 한 가지 생긴다.

         

         

       ‘너무 인위적인데.’

         

         

       천하의 설소영이 실수로 자신의 물건을 흘리고 갔다?

         

       내 생각에는 그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설령 실수로 자신의 물건을 지금처럼 흘렸더라도, 금방 그것을 인지하고 찾으러 올 여자다.

         

       또한, 방금 상황이 무언가를 필기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애초에 수첩 같은 것을 내 방에 가지고 올 이유도 전혀 없고.

         

       뭔가 조금 찝찝하다.

         

       나는 잠시 숙소 밖을 나서 손에 쥐어져 있는 수첩을 멍하니 바라봤다. 결국 방문을 노크 하진 못했다.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근데 혹시 이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이유야 어쨌든 간에, 저 수첩을 열어서 안의 내용을 한 번 정도는 확인해 보고 싶은 것.

         

       사실 오늘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내게 있어서 설소영이라는 여자는 참 미스터리 같다.

         

       원작을 알고 있기에 나름 그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글쎄…….

         

       그런 의미에서 점점 호기심이 자극된다.

         

       이 수첩의 용도는 무엇일까, 이 안에는 무엇이 적혀있을까, 그녀는 왜 이것을 내 침대 위에 두고 갔을까 등등.

         

       허나,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짓이 숙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수첩을 통해 지금 내가 설소영에게 느끼고 있는 의문이 조금이라도 해소될 수 있다면…….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과감하게 수첩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

         

         

       “이건……?”

         

         

       허나, 첫 장의 내용을 읽자마자 깜짝 놀라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홀린 듯이 수첩의 다음 페이지를 계속 넘겼고, 어느샌가 백지가 보였다.

         

       설소영이 무언가를 필기한 내용을 모두 읽었다는 뜻이었다.

         

       ……덕분에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설소영이 왜 내 침대에 이 수첩을 두고 갔는지를.

         

       그렇게 어느덧 다음 날이 찾아왔고,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는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속보! 어제 청소년 대회 양학한 화제의 한빛예고 연극·영화부 실시간 근황!]

         

       (경주에 있는 한 놀이공원에서 단체로 방문한 연극·영화부 부원들 사진)

         

       군대 첫 휴가 나와서 여친이랑 놀이공원 놀러 왔는데 연예인들 봄

         

       입장 시간부터 줄 서 있더라 ㅋㅋ

         

       심지어 가서 사진 찍어달라면 친절하게 찍어줌

         

         

       -여친 고무신 거꾸로 신어라

       ㄴㅗㅗㅗㅗ

       -쟤네는 학교 안 가냐?

       ㄴ들어보니 학교 측에서 배려해 준 듯 ㅇㅇ

       ㄴ근데 집으로 바로 안 가고 저렇게 대놓고 놀러 가도 됨?

       ㄴ미래에 한국을 대표할 학생들인데 좀 놀게 놔두셈. 그리고 어제 연극 안 봤냐? 솔직히 이건 학교 측에서 칼 들고 놀러 갔다 오라고 협박해도 됐을 정도임

       ㄴㄹㅇ 심지어 지금 한빛예고 정문에 쟤네 인터뷰하려고 기자들 쫙 깔려있음

       ㄴ아침부터 헛고생하고 있네 ㅋㅋ

         

         

         

       ***

         

         

         

       다음 날.

         

       비록 오늘은 월요일이지만, 대한청소년연극제의 본선에 참가한 우리는 사실상 주말이나 다름없었다.

         

       대회가 일요일 늦은 시간에 끝났기에 학교 측에서 편의를 봐줬기 때문이다.

         

       어차피 지금 돌아가 봤자, 점심은 지나야 겨우 도착할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경주에 있는 한 놀이동산에 가기로 했다. 대회를 준비하는데 다들 고생했고, 이왕 경주까지 온 김에 신 나게 놀고 가자는 취지에서 말이다.

         

       참고로 이 제안을 먼저 한 것은 의외로 설소영이었다.

         

       그래. 처음에는 그 의도를 전혀 몰랐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긴 하네.

         

       어쨌든 월요일 아침의 놀이공원은 한적했다.

         

       대기 줄도 거의 없을뿐더러 설소영, 박하준, 이다혜 이 세 명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올 사람도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즉, 참으로 학생들이 놀기 좋은 환경이라는 뜻.

         

       일단 우리는 놀이공원에 입성하고 사전에 얘기된 대로 두 개의 팀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남자 8명, 여자 4명. 이렇게 두 팀으로.

         

         

       “와… 기껏 놀이공원까지 왔는데 남정네들 8명 끼리 다녀야 한다고? ……오히려 좋아.”

       “인정. 다들 알지? 우리는 대기 시간이 쉬는 시간인 거.”

         

         

       박하준을 포함해 내 근처에서 입맛을 다시는 2학년들.

         

       사실 이렇게 갈라진 대에는 나름 사연이 있었다.

         

         

       ─너희 놀이공원에 거의 전쟁하러 가잖아. 누가 보면 한 번도 놀이공원 안 가본 사람인 줄 알걸.

         

         

       며칠 전, 송가람이 질린 표정을 지으며 2학년 남자부원들 향해 말한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확실히 연극·영화부에 속한 남자들은 다들 E성향이 짙다.

         

       기본적으로 다들 성격이 좋고 덤으로 젊어서 체력까지 좋다는 의미다.

         

       그런 사람들이 다 같이 놀이공원에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돈을 냈으니 본전 그 이상을 뽑고 오겠다는 마인드로 놀이기구를 타겠지.

         

       그것도 이곳에서 랜드마크라고 불리는 규모가 큰 것들로만.

         

         

       “무식아. 우리 방금까지 합해서 드라켄인가 뭔가 하는 다이브코스터 몇 번 탔냐?”

       “3번이잖아.”

       “왜 앞에 연속은 빼는데?”

       “그거 붙인다고 해서 뭐가 크게 달라지겠냐.”

         

         

       나는 차무식의 무덤덤한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남녀 갈라진 게 아니네.

         

       이 템포면 송가람이 말했던 것처럼 전쟁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그나저나 벌써 오후 1시 50분인가…….

         

       입장을 오전 9시 50분에 했으니 대충 4시간은 지났다는 뜻이다.

         

       참고로 오후 3시에 다 함께 중앙 광장에 모여서 나가기로 했으니 이제 즐길 시간이 대략 1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때였다.

         

         

       “야, 서은우. 나 아까부터 궁금했던 게 하나 있음.”

       “뭔데?”

       “너, 오늘따라 뭔가 유독 시간을 계속 확인하네? 무슨 일 있냐?”

         

         

       조금 정곡이 찔리는 말이었다.

         

       내가 그 정도로 휴대폰을 켜서 시간을 많이 확인했나 돌이켜 봤는데 아무래도 녀석의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렇기에 나는 최대한 뻔뻔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오. 무식아. 집착 자제 좀 해줘.”

       “우웩. 방금 드라켄 연속 3번 탄 것보다 더 울렁거리는 말이었다.”

       “그래? 그러는 김에 나 잠시 화장실 좀.”

       “음? 방금 나랑 같이 갔다 왔지 않았나?”

       “이번에는 큰 거다.”

       “흠… 아무리 봐도 놀이기구 타기 싫어서 도망치는 것 같은데.”

         

         

       녀석의 말 대로 그런 이유도 있지만, 조금 다른 이유가 있었다.

         

       왜냐하면, 어젯밤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방적인 약속이 하나 잡혔으니까.

         

       나는 주머니 안에 있는 어떤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그곳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분명 이렇게 적혀있었다.

         

       오늘 오후 2시, 앞으로 10분 뒤에 놀이공원 안에 있는 어느 장소에 만나자고.

         

       물론……

         

       오직 둘이서만.

         

       그리고 그 장소는 놀이공원의 어디에서 봐도 한눈에 보이는, 어찌 보면 놀이공원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 앞이었다.

         

         

       “안녕.”

         

         

       대관람차의 앞.

         

       누군가가 나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며 맞이해주었다.

         

       희고 고운 얼굴과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 2년 전에 우연히 카페에서 봤을 때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아름다운 모습.

         

       허나, 그때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그녀의 연갈색 눈동자와 똑바로 시선이 마주하고 있다는 것일까.

         

       ……그래.

         

       그곳에는 설소영이 있었다.

         

       동시에 그녀가 바로 나를 이곳으로 부른 사람이었다.

         

       그때 내 쪽으로 사뿐하게 걸어온 설소영이 싱긋 웃으며 나를 올려다본다.

         

         

       “여기에 혼자서 왔다는 건, 아무래도 다 읽은 모양이구나?”

         

         

       ……조금 얄궂은 질문이었다.

         

       나는 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수첩을 건넸고, 반대로 이번에는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그래서? 왜 나를 여기로 따로 부른 건데?”

       “알고 있잖아. 둘이서만 따로 할 ‘중요한’ 얘기가 있는 걸.”

       “이렇게 길거리에서 대놓고?”

       “설마 그럴 리가.”

       “……?”

         

         

       갑자기 그녀가 내 손을 붙잡으며, 어딘가로 향했다.

         

       그리 오래 끌려가진 않았다.

         

       설소영이 약속 장소로 굳이 이곳으로 지정한 이유만 대충 봐도 알 수 있다.

         

       그녀가 향한 곳은 바로 우리 근처에 있던 어떤 놀이기구.

         

       즉, 대관람차의 입구였으니까.

         

       설소영이 먼저 대관람차에 탑승하고, 아직까지 탑승하지 않은 나를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 분위기에 압도당해 꿀꺽 침을 삼키며 그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이거 아무래도…….

         

         

       ‘호랑이 굴에 제 발로 들어온 것 같은데.’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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