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02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선명하게 느껴지는 입술의 감촉.

         

       이것은 방금 내게 일어났던 일이 거짓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니까 나, 설소영이랑……

         

         

       ‘키스한 거냐?’

         

         

       물론 연인끼리 하는 진한 키스가 아닌, 그저 가벼운 입맞춤이긴 했다만…….

         

       솔직히 고백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 헌데 이 정도로 과감한 행동을 해올 줄은 전혀 몰랐다.

         

       사실 이제는 별 의미가 없는 얘기지만, 원작을 기준으로 방금 설소영의 행동은 가히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의 설소영은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하는 게 조금 서툰 사람이다.

         

       특히 사랑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물론 연애 과정에서 그게 점차 나아지긴 하지만, 키스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정식으로 사귀지도 않은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다짜고짜 입맞춤을 먼저 해왔다?

         

       거기에는 절대 가벼운 뜻이 담겨 있지 않다.

         

       927 작가, 즉 나라는 사람을 내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과 동시에 이제는 내가 927 작가라는 사실에 거짓이 없어야 했다.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내가 927 작가가 아니면 진짜 어떻게 되려나. 아마 여기서 장르가 많이 바뀌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던 중, 내 사고를 정지시킨 설소영이 다시 자리에 착석했다.

         

       슬슬 관람차의 탑승 시간이 끝나가고, 이제야 조금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줄로만 알았다.

         

         

       “……?”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불가능했다.

         

       마치 내게 전혀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정확하게는 키스를 끝마치고, 원래라면 내 맞은편 자리로 돌아가야 했을 설소영이 내 무릎 위에 살포시 앉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완전히 몸이 굳었고 설소영은 그 상태로 내 쪽을 향해 허리를 돌렸다.

         

       그렇게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더 자세하게 마주 볼 수 있게 된 우리 둘.

         

       피부가 워낙 하얘서 그런가. 설소영의 얼굴이 확연하게 붉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아까의 큰 거 한방이랑 지금 하고 있는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모양.

         

       허나, 그럼에도 이렇게 대범하게 행동하는 걸 보면 참…….

         

       그때 약간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설소영이 입을 열었다.

         

         

       “이게 제 대답이에요.”

       “……대답?”

       “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이 마음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거짓 따위는 전혀 담겨 있지 않은 저 말을 들으니 약간 쓴 미소가 지어진다.

         

       겨우 나 같은 놈이 눈앞의 여자에게 이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어서.

         

         

       “작가님. 혹시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

       “뭔데?”

       “만약 다혜가 작가님에게 고백하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음. 이다혜가 내게 고백한다라…….

         

       설소영은 뭔가 반드시 그 상황일 올 거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그녀가 말한 대로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현재 이다혜가 내게 품고 있는 감정이 설소영과 마찬가지로 그리 가볍지 않다는 것을.

         

       이번 꿈꾸는 아이들을 준비하면서, 또한 예선과 본선의 무대를 보면서 나는 그것을 확신했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어질어질하네.’

         

         

       하지만 이다혜가 내게 감정을 품게 된 정확한 계기를 잘 모르겠다.

         

       뭐… 사실 따지고 보면 이쪽도 그건 마찬가지인가.

         

       물론 짚이는 구석이야 있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추측에 불과했다.

         

       그래서 설소영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계기요?”

         

         

       허나, 내 물음에 어째서인지 씨익 미소를 짓는 설소영.

         

       그러곤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툭툭 건드렸다.

         

         

       “무슨 의미인지 알겠죠? 한번 해주시면 바로 말해 드릴게요.”

       “…….”

         

         

       누가 봐도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것 같아서 그냥 나중에 기회가 찾아오면 듣도록 하자.

         

       어쨌든 방금 있었던 설소영의 고백도 그렇고, 나는 지금 상당히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짓은 군대에 가서 만기제대를 한 것밖에 없는데, 무려 2명의 미인에게 관심을 가득 받고 있었다.

         

       어쩌면 설소영은 내가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 이해하고 있기에 고백에 대한 대답을 미뤄도 상관없다고 말한 것이고, 내게 저런 질문을 건넨 것일지도 모르지.

         

       나는 잠깐의 고민 끝에 설소영의 질문에 대답했다.

         

         

       “……선택해야겠지.”

         

         

       결국 미래의 나는 선택이라는 갈림길에 설 것이다.

         

       누구와 평생을 함께 걸어갈지에 관한 갈림길.

         

       물론 어느 한쪽을 걸어도 모두에게 상처가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허나, 그럼에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걸어가야만 할 것이다.

         

         

       “저는 작가님의 선택을 존중해요. 하지만 이것만큼은 분명 하게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마 저랑 다혜는 엄청 치열하게 싸우게 되겠죠. 그리고 저희의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봐야 하실 텐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다만, 설소영은 내 대답에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말대로 설소영과 이다혜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뭐든지 하려고 들 것이다.

         

       이 점은 이번 대회 때의 모습만 봐도 대충 알 수 있긴 했다.

         

       둘 다 내 앞에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이미 두 명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라고 불린다. 이번 청소년 연극제를 위해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노력했어야 할 이유가 딱히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그렇게까지 노력해서 무대 위에서 빛나고자 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아마 그 노력의 원동력에는 내가 있던 게 아닐까 싶다.

         

       나한테 잘 보이기 위해, 나를 위한 최고의 무대를 선사해주기 위해서 말이다.

         

         

       ─오늘… 나는 네가 원했던 주인공이었어?

         

         

       문뜩 어젯밤에 이다혜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른다.

         

       어딘가 상당히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던 이다혜.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뒤처지는 순간, 선택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점점 사람을 불안하고 미치게 만든다.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마음고생이 심해지겠지.

         

       반면에 나 역시 그녀들이 마음고생 하는 것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

         

       그래. 아마 설소영이 걱정하는 점이 바로 이것이겠지.

         

       이제는 조금 전 그녀가 했던 말이 조금 새롭게 들린다.

         

       과연 마음 약한 당신이 우리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고, 입히고, 그렇게 서서히 빛을 잃어 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겠냐고.

         

         

       “……조금 많이 힘들 것 같긴 해.”

       “저도 동감이에요. 하필 제가 좋아하는 남자가 여러 의미로 능력이 좋아서 문제가 많네요.”

         

         

       설소영이 한숨을 내쉬었고, 그 반응을 본 나는 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지금 당장 이 문제에 관해 딱히 좋은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대가 원하는 만큼 아내를 들일 수 있소. 표정을 보아하니 나름 솔깃한 모양이오?

         

         

       쓰으읍……

         

       아닌가?

         

       생각해보면 언젠가, 이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대화를 돈이 심하게 많은 친구랑 나누었던 것 같은데…….

         

       그나저나 얘는 도대체 내 무릎에서 언제 내려올 생각인 걸까.

         

       지금 이 자세와 구도, 여러 의미로 내게 조금 자극적이다.

         

       이제는 애국가나 잡생각으로는 슬슬 참기가 힘들다는 의미다.

         

       심지어 체감상 몇 시간은 탄 것 같은데 아직 13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뭔가 내가 여기서 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2분 동안 꼼작 없이 이 자세를 유지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남자로서 조금이 아니라 많이 위험하다.

         

       그렇기에 나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그… 설소영?”

       “…….”

         

         

       근데 어째서일까.

         

       아까부터 뭔가 계속 기분이 좋아 보였던 표정과는 다르게 조금 쌀쌀한 표정.

         

       반응이 영 심상치 않다.

         

       설마 방금 무슨 실수라도 저질렀냐?

         

       나는 단지 그녀의 이름만 불렀을 뿐인데…….

         

         

       “설소영으로 부르는 거, 너무 정이 없는 것 같아서 그래요. 둘이서만 있을 때는 편하게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아하.

         

       대충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내가 927 작가라는 사실이 어찌어찌 그녀에게 밝혀졌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고백까지 했으니 어떤 식으로든 관계의 진전이 있기를 바라는 것이겠지.

         

       사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자신의 마음 내게 전한 설소영의 위해서 그다지 어려운 일도, 어려운 요구도 아니었다.

         

       그러니.

         

         

       “소영아.”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나는 상당히 편안한 어조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이에 설소영이 마치 기쁘다는 듯, 너무나도 환한 미소를 내게 보였다.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닌가.’

         

         

       반대로 고작 이름 하나 친근하게 부르는 것 가지고 이 정도로 그녀가 기뻐해 주는 걸 보니, 뭔가 내가 되려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지금처럼 둘이 있을 때만 자신 있게 가능한 거지 남들의 앞에서는 조금 힘든 얘기였다.

         

       내가 설소영의 이름에 애정을 담아 부르는 순간, 아주 득달같이 달려들 사람들이 주변에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있으니까.

         

       어쨌든 지금부터 설소영에게 할 말의 내용을 떠올리니 얼굴이 조금 화끈거린다.

         

         

       “이만 좀 내려와 주면 안 될까?”

       “서, 설마 무거웠어요?”

         

         

       내 말에 들은 설소영이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일어났다.

         

         

       “전혀 안 무거웠어. 그냥……”

         

         

       나는 뒷말을 흐렸고, 끝내 설소영에게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계속 그 상태로 있다간 너에게 향했던 순수하고 설렜던 기분이 음습해질 것 같아서 조금 무서웠거든.

         

       한편.

         

       차무식은 자신의 휴대폰 시계를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곤 약, 25분 전에 떠난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곤 입을 열었다.

         

         

       “이 새끼는 똥을 무슨 30분 동안 싸냐?”

         

         

       무슨 코끼리도 아니고…….

         

       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닮은 곳이 있긴 했다.

         

       물론, 어딜 닮았는지는 녀석의 친구로서 비밀이려나.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