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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3

       

       

       

       

       설소영은 선명한 꿈을 꾸었다.

         

       어제 있었던 행복했던 순간과는 조금 상반되는 꿈.

         

       어머니가 죽고, 마약 사건에 연루되고, 그리고 그 끝에는 지금과는 조금 어두운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의 남자와 조금 재수 없게 생긴 얼굴의 두 남자가 자신을 두고 서로 싸우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그 사람이 없었을 때의 미래가 아니었을까.

         

       침대에 누워있던 설소영은 천천히 눈을 뜨며 표정을 찡그렸다.

         

         

       “최악.”

         

         

       어찌 됐든 간에 지금의 그녀에게 있어서 말 그대로 최악의 꿈이었고, 아침부터 기분이 조금 안 좋았다.

         

       설소영은 왜 그런 쓰레기 같은… 이 아니라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유를 생각했고, 그 원인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언제까지 서민 학교에서 소꿉놀이나 하고 있을 셈이지? 슬슬 인내심이 바닥이 날 것 같은데.]

         

         

       서은우에게 고백하고 행복에 젖어있던 어젯밤. 문뜩 이 남자에게서 문자가 왔다.

         

       공적인 대화라면 상관없다. 그 역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재벌가의 자제. 실제로 작년에 재벌가의 자제들이 모인 파티에서도 형식상의 대화를 나누기도 했으니까.

         

       참고로 꿈에서 봤던, 조금 재수 없게 생긴 사람이 바로 이 남자였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이 남자는 올해부터 유독 이런 식의 사적인 문자를 먼저 보내왔다.

         

       그때마다 설소영은 완강하게 부정적인 의사가 담긴 문자를 보냈지만, 얼마나 자존감이 높은지 저쪽은 들은 체도 안 한다.

         

       그렇기에 설소영은 아침부터 상당히 불쾌한 기분을 느끼며, 문자를 보냈다.

         

       더 이상 이런 식의 사적인 문자를 보내온다면 그냥 무시하겠다고. 또한, 계속 말해왔듯이 영광고등학교로 전학 갈 생각은 전혀 없다고.

         

       문자를 보내고 잠시 마음을 추스린 뒤, 설소영은 자신의 어머니인 이화영 여사와 화목하게 아침 식사를 보냈다.

         

       그리고 식사 도중 설소영은 이화영 여사를 향해 어딘가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저 927 작가님과 드디어 만났어요.”

       “……그래?”

       “알고 계셨죠? 서은우가 927 작가님인 거.”

         

         

       이화영 여사는 딸의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입장에선 스스로가 927 작가라고 밝히고 자신을 직접 찾아왔기에 처음부터 모를 리가 없는 사실이었지만, 딸인 설소영의 입장에선 얘기가 조금 달랐다.

         

       아마 그 사실을 알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 고생을 했겠지.

         

       그런 의미에서 딸이 그와 만나고 무슨 대화를 나누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 엄마의 입장에서 조금 궁금해졌다.

         

       설소영은 이화영 여사의 물음에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관람차의 안에서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고, 거기에서 못 참고 키스까지 해버렸다.

         

       그녀는 아마 어제 있었던 일이 잊히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먼저 들이댔을 때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상대방의 반응이 너무 귀여웠으니까.

         

       허나, 그것은 오직 둘만의 추억으로 간직할 얘기였다. 그렇기에 설소영은 간단하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고만 말했다.

         

         

       “어머, 그럼 그분에게서 대답은 받았니?”

         

         

       설소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가 자신의 마음에 바로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딱히 불안하지는 않았다. 그가 어제 보인 반응은 자신을 향한 연애 감정이 없다면 절대 보일 수가 없던 반응이니까.

         

       그리고…….

         

         

       “소영아, 재밌는 얘기 해줄까? 지금까지 그분과 나눈 약속 때문에 말을 못 했지만, 이제는 딱히 상관없지 않을까 싶네.”

       “네?”

         

         

       이화영 여사는 2년 전에 있었던 ‘약속’에 관한 이야기를 딸에게 해주었다.

         

       그 얘기를 들은 설소영은 깜짝 놀라 눈이 커졌고, 덤으로 아침부터 안 좋았던 기분이 단번에 좋은 쪽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렇게 좋은 기분으로 그가 있을 1학년 2반에 등교한 설소영.

         

       언제나처럼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그를 향해 설소영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약속까지 1년 남았네요.”

       “1년?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저희 어머니랑 약속하셨다면서요? 앞으로 1년 뒤에도 제 마음에 변치 않으면 저랑 결혼하셔야 하는 거.”

       “…….”

         

         

       서은우는 설소영의 말을 듣고 2년 전에 이화영 여사와 나누었던, 잠시 잊고 있었던 약속이 떠올랐다. 그러곤 현재 자신이 처한 사태가 조금이나마 이해됐는지 순식간에 몸이 얼어붙었다.

         

       반면 설소영은 흔히 꽃받침이라고 불리는 자세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는 서은우를 쳐다보며 흐뭇하게 웃었고, 마지막으로 결정타를 날렸다.

         

         

       “그리고 어머니가 웬만하면 결혼식은 백제호텔에서 하면 좋겠다고……”

       “쿨럭! 쿨럭!”

       “어머, 감기세요?”

         

         

       한편, 감기일 리가 없는 서은우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무서운 모녀에게 제대로 잘못 걸린 것 같다고.

         

       그나저나 이놈의 교실 자리는 무슨 3달 동안 그대로냐?

         

       아침부터 뭔가 피곤함을 잔뜩 느끼고 있는 서은우였지만, 오늘 하루는 이제 시작이었다.

         

       그야 꿈꾸는 아이들이 세상에 공개되고 드디어 첫 등교를 하는 날이었으니까.

         

         

         

       ***

         

         

         

       일요일에 있었던 대한청소년연극제의 본선 무대.

         

       그날 참여한 한빛예고의 두 개의 팀 모두 극찬을 받았지만, 역시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마지막 공연이었다.

         

       박하준이 이끄는 연극·영화부가 선보인, 꿈꾸는 아이들이란 연극.

         

       스토리부터 시작해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까지 이 완벽한 삼위일체를 이룬 이 공연을 감히 학생 수준의 공연이라고 볼 수 있을까?

         

       때문에 이미 대한청소년연극제의 대상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봐도 무방했으며, 사실 대회의 결과보다는 조금 다른 쪽으로 화제가 되고 있었다.

         

         

       [나는 한국연극협회가 너무 고맙다.]

         

       내가 봤을 때 생방송이 신의 한 수였음.

         

       하마터면 꿈꾸는 아이들이라는 연극을 현장에 있는 사람들만 즐길 뻔;;

         

         

       -맞는 말인데 청소년 연극제 시청률이 20프로 나온 게 말이 되냐 ㅋㅋ 웬만한 드라마보다 배는 잘 나오네

       ㄴ확실히 박하준, 설소영, 이다혜가 한 팀에 있는 게 홍보 효과가 컸던 모양이네

       ㄴ근데 얘네가 무대 찢긴 했음. 특히 이다혜, 설소영이 걍 연기의 신이었다

       ㄴ그렇다기에는 조연들도 연기 나름 잘하던데? 차무식이라는 학생이 개그캐로 무대 분위기 전환 잘준 듯 ㅇㅇ

       ㄴ윗 댓 차무식이냐?

       ㄴㅋㅋㅋㅋㅋㅋ 검거했네

       -나는 개인적으로 꿈꾸는 아이들이 화제가 된 이유가 스토리, 연출 캐리라고 본다. 듣기로는 서은우라는 학생이 혼자서 담당했다고 하더라

       ㄴㅇㅈ 솔직히 1시간짜리 연극이었는데 임팩트 만큼은 927 작가 드라마 처음 봤을 때 느낌이었음

       ㄴ아니 927 작가가 ㅈ으로 보이냐? 딱 봐도 이다혜, 설소영이 포텐터진 덕분인데

       ㄴ이것도 맞는 말인 게 노래 파트가 개 지렸음. 둘 다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는 덕분에 거의 뮤지컬 수준이 됨 ㅋㅋ

       -참고로 그 노래 연출도 서은우라는 학생이 설계했고, 927 작가도 저 두 명을 배우로 썼다.

       ㄴ키야~ 이거 완전 차세대 927 작가 아니냐?

       ㄴ서은우, 강예린 보면 확실히 드라마 업계 미래가 밝긴 하네

       ㄴ지금 업계 쪽에서 영입 경쟁 붙었다고 소문 다 남. 잘하면 고등학생 최초로 각본가 나올 수 있을지도?

       -속보! 연극·영화부 주말 예능 프로그램인 고퀴즈에서 섭외 들어갔단다~

       ㄴㅇㄷ

       ㄴ출연하면 바로 본방 사수한다

         

         

         

       오랜만에 커뮤니티를 확인해 봤는데 여기는 어째 조용한 날이 없는 것 같다.

         

       뭐… 커뮤니티가 뜨겁게 불타고 있는 만큼 확실히 생방송 효과가 컸긴 컸나 보다.

         

       요즘 학교 복도나 교실에서 나를 보는 시선이 전과 조금 달라진 게 확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심지어 담임교사인 한동훈 선생님은 나와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마음으로 낳은 자식마냥 애틋하게 쳐다보신다.

         

       많이 부담스럽게…….

         

       저 정도면 조퇴하고 싶다고 말하면 매일 보내줄 기세인데.

         

       또한, 어떻게 알았는지 커뮤니티에서 언급한 대로 다양한 영화, 드라마 제작사에서 내게 종종 전화가 걸려온다.

         

       물론 그때마다 거절의 의사를 밝히긴 했다. 그런 제안을 받을 거였으면 애초에 은퇴를 안 했겠지.

         

         

       “예능 프로에 출연하라고요?”

         

         

       점심시간.

         

       송하율 이사장님이 할 말이 있다며 연극·영화부의 부원들을 부실에 모았다.

         

       그녀는 우리에게 고퀴즈라는 토크쇼에 출연할 것을 제안했다.

         

         

       “그래. 다들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 느꼈겠지. 세간에서 지금 자네들에게 향하는 관심이 엄청나다는 걸. 한 번 정도 대외선상에 모습을 보여야 조금은 잠잠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송하율은 내일까지 이 건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말과 함께 유유히 부실을 떠났다.

         

       촬영이 바로 이틀 뒤여서 빠른 결정을 내릴수록 좋다는 모양.

         

       사실 그녀의 말은 지극히 옳은 말이다.

         

       아마 다들 오늘 등교를 하면서 한 번씩은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것이다.

         

       물론 그거 한 번이면 다행이지 학교 앞에 기자들이 수십 명은 깔려으니 여간 귀찮은 상황이 아니다.

         

       그 와중에 고퀴즈라는 유명 예능 프로에서 제안이 왔다는 건 상당히 뜻밖의 소식이다.

         

       나도 밥 먹으면서 종종 보는 국민 예능 프로그램이었으니까.

         

       진행을 맡은 두 MC가 게스트 배려를 엄청 해주는 것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다. 즉, 고퀴즈 정도면 상당히 괜찮은 예능 프로라는 뜻.

         

       문제는 대외선상에 내 얼굴이 드러나는 게 조금 싫다는 정도이려나.

         

       927 작가 때도 보인 적이 없는데 말이지.

         

       그나저나…….

         

         

       “이 사람은 왜 여기 있어요?”

         

         

       내 부름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고개를 돌리는 한 여학생.

         

       강예린.

         

       우리의 라이벌이었던 연극부의 실질적인 리더가 부실에 구석에 앉아있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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