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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5

       

       

       

       

       꿈꾸는 아이들이 세상에 공개되고 연극·영화부는 나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바쁜 사람은 역시나 현역 아이돌로 활동 중인 이다혜일 것이다.

         

       오후 5시 전까지 학교에서 공부와 일과를 마쳤다면, 밤에는 춤 연습과 노래 연습을 병행한다.

         

       특히 곧 있을 여름을 겨냥해 홍련의 컴백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밤늦게까지 연습하는 일이 잦았다.

         

       거기에다가 요즘은 꿈꾸는 아이들 때문에 이곳저곳 움직여야 할 일까지 많았다.

         

       당장 내일은 고퀴즈라는 예능 프로 촬영을 위해 방송국으로 가야 했고, 이틀 뒤인 금요일에는 대한청소년연극제의 폐막식을 위해 경주로 떠나야 했다.

         

       물론, 이다혜의 이런 빡빡한 스케줄은 제법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었다.

         

       꿈꾸는 아이들을 본격적으로 연습할 때부터 말이다.

         

       그때의 이다혜는 정말 필사적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그가 원하는 대로 무대에서 가장 빛나고 싶었으니까.

         

       물론 그것이 이루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기에 이다혜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고……

         

         

       ─응. 누가 뭐래도 오늘 무대에서 가장 밝게 빛난 사람은 너였어. 멋있더라.

         

         

       이다혜는 그 순간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의 거짓 없는 옅은 미소와 따스한 말을.

         

       그것을 보며 이다혜는 안심했지만, 동시에 약간의 불안감도 남아 있었다.

         

       언젠가 설소영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무래도 서은우가 927 작가 같다고.

         

       처음에는 그 말을 전혀 믿지 않았지만, 대회 때 보여준 설소영의 독주와 요즘 들어 부쩍 가까워진 것 같은 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제는 대충 상황을 알 것 같았다.

         

       허나, 그가 누구인지에 관해선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자신의 안에선 이미 서은우라는 남자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

         

       그러니.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면 자신의 마음을 분명하게…….

         

         

       “다혜야! 쉬는 시간 끝났어!”

       “아… 벌써요?”

         

         

       이다혜는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눈을 뜨니 보이는 것은 익숙한 연습실의 풍경과 어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홍련의 멤버들.

         

       아무래도 연습 도중, 잠시 주어진 휴식 시간 동안 깜빡 잠든 모양이었다.

         

         

       “다혜야 피곤하면 빨리 자러 가.”

       “그래. 연습을 뭐 오늘만 하니? 어차피 내일도 해야 하는데.”

       “아, 아니에요!”

         

         

       언니들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이다혜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쉬러 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막내의 모습에 홍련의 멤버들은 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그녀들이 알고 있는 이다혜라는 아이는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아마 지금처럼 배려받는 상황조차도 그저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때 홍련의 서브 보컬을 맡고 있는 가을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이다혜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연습하기 전에 무슨 꽃다발 같은 거 들고 있던데 뭐였어?”

       “아, 그거 팬분이 선물로 주신 거예요. 흰색 장미로 이루어진 꽃다발.”

       “음… 그건 뭔가 이상하네. 보통 흰색 꽃은 선물을 잘 안 하는데.”

         

         

       왜냐하면, 흰색 꽃은 대게 ‘죽음’을 상징하고 있다.

         

       그렇기에 선물용으로는 딱히 적합하지 않다.

         

         

       “알아보니 그거랑은 상관없는 것 같더라고요.”

         

         

       흰색 장미의 꽃말은 존경이나 순결, 순진, 또는 매력.

         

       이다혜가 딱히 신경 안 쓰는 것처럼 불길함과는 거리가 먼 단어밖에 없긴 하다.

         

         

       “음. 어쨌든 우리 다혜가 꽃다발을 선물 받고 싶은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일 텐데 말이지. 그 친구 이름이 뭐더라?”

       “서은우요?”

       “아, 그래. 근데 직접 봤을 때 겉으로는 그렇게까지 특별해 보이지는 않던데…… 그러니 나는 일단 불합격.”

       “언니. 근데 걔가 꿈꾸는 아이들의 대본이랑 연출 맡았잖아요. 그 정도면 나름 미래가 짱짱한 거 아니에요?”

       “뭐야, 의외로 능력남이었구나. 그럼 점수 추가지. 하지만 아직도 다혜를 주기에는 모자라.”

         

         

       갑자기 시작된 언니들의 토크쇼에 이다혜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다급히 외쳤다.

         

         

       “그, 그만! 휴식 시간 지났으니까 빨리 다시 연습 시작해요!”

         

         

         

       ***

         

         

         

       목요일 점심.

         

       나를 포함한 연극·영화부의 부원들은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곧바로 방송국으로 향했다.

         

       고퀴즈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촬영을 위해서였다.

         

       여기서 고퀴즈라는 프로그램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그냥 일반적인 토크쇼다.

         

       국내에서 유명한 MC의 뛰어난 진행력과 다양한 유명인들이 게스트로 출연한 덕분에 빠르게 인기와 화제를 얻은 프로그램.

         

       결국 우리는 송하율 이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사실 딱히 거부할 이유도 없는 제안이긴 했다.

         

       기자들의 속이 뻔히 보이는 인터뷰보다는 인기 있고 검증된 예능 프로에 출연하는 쪽이 훨씬 더 낫겠지.

         

       거기에다가 연극·영화부 부원은 무려 12명이다.

         

       상당히 대규모의 단체 출연이었기에 그만큼 질문도 분산되어 개인의 부담도 확연하게 줄겠지.

         

       물론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을 세 명은 정해져 있겠지만.

         

         

       ─자, 오늘 게스트는 요즘 가장 화제의 동아리죠?

       ─혹시 주말에 있었던 공연 보셨나요?

       ─안 봤을 리가 없죠. 요즘에 너튜브에서도 편집본이 장난 아니게 올라오잖아요.

         

         

       그때 세트장으로 통하는 문 너머에서 진행자들의 기운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전에 스텝분에게 안내받은 대로 그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우리는 세트장에 발을 들였다.

         

       그렇게 수많은 카메라와 함께 우리를 맞이해주시는 진행자 두 분.

         

       한 명은 국민 MC라고 불리는 고정호, 한 명은 그런 고정호를 서포트 해주는 이병훈이었다.

         

         

       “아이고~ 환영합니다.”

       “박하준 씨는 1년 만이죠?”

         

         

       박하준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익숙하다는 듯, 고정호와 악수를 나누었다.

         

       듣기로는 1년 전에 이태원 레볼루션이 끝나고 고퀴즈에 출연한 적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 현재 너튜브에 들어가서 고퀴즈를 치면, 박하준 편이 가장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다.

         

       하긴, 1년 전에 가장 떠오르는 스타가 바로 927 작가의 작품의 주인공으로 출연해 자신의 연기력을 알린 박하준일 것이다.

         

       거기에다가 얼굴도 잘생기고 말주변 좋고 성격은…… 좀 특이하지만 시청률을 높이기에는 이것보다 좋은 조건은 아마 없겠지.

         

       우리는 진행자들 사이에 놓여 있는, 계단식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참고로 1열에는 박하준을 포함한 2학년이 앉았고, 2열에는 송가람과 한여진을 포함한 1학년들이 앉았다.

         

       여기서 문제가 있다면 자연스레 내 양옆으로 설소영과 이다혜가 앉았다는 점일까나.

         

       원래라면 차무식이 내 옆을 지켜야 하겠지만, 녀석은 어째서인지 엄지를 척 들며 구석으로 도망쳤다.

         

       덕분에 누가 봐도 내가 눈에 띄는 그림이 되어버렸다.

         

       ……진심으로.

         

       이 구도 그대로 방영되면 이다혜랑 설소영 사이에 끼어있는 천하의 개 새…… 가 아니라 복 받은 놈이라고 욕먹는 거 아니냐?

         

         

       “연극·영화부를 박하준 학생이 직접 만들었다고 하던데 그 계기가 정말 재밌더라고요.”

       “아, 그거 저도 알아요. 청소년연극제 본선에서도 직접 언급하신 장면이 화제가 됐잖아요. 927 작가님이 다시 복귀하고 싶어질 정도로 가슴이 뜨거워질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첫 스타트는 역시나 박하준이었다.

         

       그날 본선의 무대가 시작되기 전, 잠깐의 연극 소개 시간에 박하준이 당당하게 선언했던 말.

         

       듣기로는 그 말이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927 작가 팬들의 마음을 울렸다나 뭐라나.

         

       꿈꾸는 아이들이 현재 세간에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에는 동아리를 만든 계기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근데 연극·영화부라는 이름치고는 굉장히 부원이 적은 것 같아요.”

       “에헤이, 병훈 씨. 소수정예 몰라요? 그만큼 다들 각 분야의 에이스라는 거죠.”

         

         

       진행자들 사이의 티키타카에 박하준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레 끼어들었다.

         

         

       “네. 저도 고정호 님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게, 부원을 모집하다 보니 자연스레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의 모임이 되어버렸어요.”

       “오, 그럼 이 질문을 또 빼놓을 수 없죠. 혹시 부장으로서 이 부원만큼은 진짜 잘 뽑았다 있나요?”

       

         

       참으로 뻔한 질문.

         

       자고로 저런 뻔한 질문에는 뻔한 답도 존재한다.

         

       당연히 다 잘 뽑은 것 같아서 도저히 고를 수가 없다라는 말이 부장으로서 정배이긴 한데…….

         

         

       “1학년에 서은우라는 친구요.”

         

         

       우리 동아리의 부장이 그리 재미없는 답변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 치의 고민조차 없는, 너무나도 빠른 대답에 오히려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은 고정호 MC.

         

       박하준은 이어서 입을 열었다.

         

         

       “아마 부원들도 다들 제 말에 동의할 거에요. 서은우라는 친구가 없으면 구조적으로 연극·영화부라는 동아리가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는 구조거든요.”

       “하하. 그럼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도록 하죠. 서은우 씨, 부장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십니까?”

         

         

       그렇게 박하준의 말 한마디로 포커스는 순식간에 나한테 맞춰졌다.

         

       나는 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뭐… 일단 제가 전적으로 대본을 담당하고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긴, 근래 들어 각본가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죠. 이것도 다 927 작가님의 영향인 것 같은데, 혹시 각본가의 꿈나무로서 서은우 씨는 927 작가님을 어떻게 생각하시죠?”

         

         

       쓰으읍…….

         

       이건 본능적으로 대답이 막히는 질문이었다.

         

       어찌 보면 저 질문은 나 스스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하는 거니까.

         

       사실 언젠가 나는 이것과 똑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아마 입시 시험 때 송하율 이사장님에게 받았었지.

         

       그때는 분명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만 대답했다.

         

       사실 내 작품은 드라마나 영화의 수준이 떨어진 세상에서 영향력이 엄청난 것이지 원래 있던 세상에선 글쎄…….

         

       이 정도로 전 세계에서 나를 사랑해줄 정도로 엄청난 관심과 호응을 받지 못했겠지.

       

       물론 여전히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사우디에 있는 그 사람이라던가, 박하준이라던가, 설소영이라던가, 은퇴 후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이 생기며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듣고,

         

       거기에다가 교과서에 내 작품이 실린 것과 시야를 조금 넓혀 세상이 927 작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조금씩 깨달으니 생각이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내 옆에 앉아있는 설소영을 힐끔 쳐다봤다.

         

       정체가 밝혀지고, 이제 나와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항상 미소를 지어주는 설소영.

         

       그녀는 927 작가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세계 최고의 각본가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않을까 싶은데. 물론 질문을 하는 대상이 나라면 저 사이에 ‘사랑하는’이라는 단어가 추가되긴 하겠지만.

         

       어쨌든 내가 이 자리에서 대놓고 927 작가를 향해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봤자 이해해 줄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거라는 뜻이다.

         

       그러니.

         

         

       “최고의 각본가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지.

         

       비록 전생에선 최고가 아닐지라도 이곳 드라마 속 세상을 한정해서 927 작가가,  적어도 내가 최고가 맞다는 것을.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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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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