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06

       

       

       

       

       ‘시바, 그냥 정정하고 싶다.’

         

         

       자기 스스로 최고라고 말하는 거.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심지어 방금 그 장면이 티비에 방영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이불킥 마렵네.’

         

         

       뭔가 순식간에 흑역사가 만들어진 기분이랄 까나.

         

       이왕이면 ‘최고이지 않을까요?’라는 느낌으로 조금만 소심하게 말할 걸 그랬다.

         

       어쨌든.

         

       고퀴즈는 촬영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한명 한명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 역시 그리 길지 않다.

         

       아마 많아 봤자 한 사람당 두 개씩 정도.

         

       그런 의미에서 우리 중에 의외로 대화가 길게 이어지는 사람은 한여진이었다.

         

       어찌 보면 한여진은 이번 연극을 통해 많은 수혜를 봤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 이유에는 본선에서 선보인 두 개의 노래 때문이었다.

         

       꿈꾸는 아이들에서 시청자나 관객들이 가장 임팩트를 받을 수 있는 장면은 어디일까?

         

       아마 대부분이 마지막 파트에서 이다혜와 설소영이 각자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꼽겠지.

         

       물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실력이 뛰어난 덕분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노래 자체가 좋아야 그런 임팩트를 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 두 곡을 모두 작곡한 사람이 고작 고등학생인 한여진이라는 사실은 세상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겠지.

         

         

       “듣기로는 JYB의 백준영 대표님께서 졸업하고 JYB의 작곡가로 들어와달라는 제안을 하셨다고?”

       “아, 네! 상당히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 그래서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쓰으읍…….

         

       그 와중에서 그 사람, 나 몰래 영입 제안까지 했구나.

         

       연예엔터테인먼트의 대표답게 눈치 빠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한여진 정도면 숨어있던 보석이 맞지.

         

       나도 처음에 작곡을 부탁했을 때, 이 정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그럼 또 대회 때 선보인 곡에 대해 안 물어볼 수가 없죠. 제가 들어보니까 첫 번째 곡이랑 두 번째 곡이랑 상당히 분위기가 다르더라고요. 근데 또 계속 들어보면 느낌은 비슷한 것 같아요.”

       “저, 정확하신 말씀이세요. 두 번째 곡은 첫 번째 곡인 Smile에서 파생된 곡이거든요. 코드의 진행이랑 가사만 바뀐 거예요.”

         

         

       평소에 상당히 낯을 가리는 한여진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상당히 생소한 모습.

         

       마치 부모가 자식을 자랑하는 것처럼, 한여진이 조금 신이 난 듯 이어서 곡에 관해 설명했다.

         

       Smile은 전적으로 내 요구를 종합해서 만들어진 곡이라고 한다. 김미소라는 캐릭터의 밝음을 가장 부각하게 해주는 곡.

         

       반대로 설소영이 부른 두 번째 곡은 한여진이 죽은 할아버지와의 추억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하게 된 곡이라고 한다. 참고로 이건 나도 처음 듣는 얘기다.

         

       또한, 한여진이 작곡한 두 번째 곡은 Smile과 대비되는, 소중한 사람의 죽음에 관한 슬픔을 털어 넣는 조금 어두운 분위기의 곡.

         

       그렇기에 작중에 등장하는 문연우가 부르기 적합했고 한연우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름다운 곡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처음부터 제목도 정해놨다고 한다.

         

       Memento(추억).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을 잊지 않겠다는 가사가 담겨 있으니 좋은 제목 같았다.

         

         

       “또 요즘 사람들이 이 두 노래가 정식으로 발매되는 걸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혹시 저희도 조금 기대해봐도 되는 부분인지…….”

       “아… 그 부분에 관해서 다혜랑 소영이랑 얘기를 조금 나눠봤는데 아마 올해 겨울이나 내년쯤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상 연극을 위한 일회용 곡이었지만, 워낙 사람들의 반응과 정식으로 곡을 내달라는 말이 많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 순서상 Smile을 공개하고, 몇 달 뒤에 Smile에 대한 답사 개념으로 Memento가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

         

       동시에 음원 사이트에 올라가는 순간, 두 곡이 서로 경쟁을 해야 하는 약간의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근데 여기에 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고 합니다. 하마터면 두 번째 곡인 Memento가 세상에 공개되지 못할뻔했다?”

       “아, 확실히 Memento라는 곡이 작중에 등장하는 김미소라는 캐릭터랑은 잘 안 어울리잖아요? 그래서……”

         

         

       부원들끼리의 회의 결과 결국 선택받지 못한 Memento.

         

       하지만 설소영의 부탁으로 인해 곡을 재해석하여 그것을 무대에서 선보일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더 나은 무대가 탄생한 것 같다.

         

         

       “그렇다면 또 설소영 씨에게 이유를 안 물어볼 수가 없죠. 혹시 Memento를 부르고 싶었던 이유가 있습니까?”

         

         

       사회자로부터 기습 질문을 받은 설소영.

         

       설소영은 편안한 표정으로 여유롭게 대답했다.

         

         

       “저희 동아리가 만들어진 계기처럼, 그저 927 작가님에게 제 마음이 전해졌으면 했거든요.”

       “마음이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그 마음이란 게 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조금 곤란한 질문이네요.”

       “하하. 정 대답하기 불편하시면 넘어가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에요. 그래도 이것만큼은 말씀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윽고, 설소영이 내 쪽을 슬쩍 쳐다보며 입을 열었고,

         

         

       “무엇을 전하고 싶었는지는 비밀이지만, 그분이라면 이미 충분히 제 뜻을 이해하셨을 거예요.”

         

         

       마치 나보고 들으라는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뭐…….

         

       이제는 거의 애교 수준으로 보이네.

         

         

         

       ***

         

         

         

       고퀴즈의 촬영이 있던 바로 다음 날.

         

       대한청소년연극제의 폐막식을 위해 연극·영화부는 아침부터 또다시 경주로 향했다.

         

       사실상 이번 주는 학교 안에 있는 시간보다 외부에 있는 시간이 더 긴 것 같다.

         

       덕분에 간접적으로 연예인 생활을 체험하고 있는데…… 문제는 오고 가고만 5시간이 걸린다는 점일까나.

         

       참고로 폐막식이 열리는 장소는 본선이 열렸던 장소와 마찬가지로 경주아리랑아트센터라는 곳에 열린다.

         

       본선의 무대를 이곳에서 펼친 지 아직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뭔가 한참 전의 일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번 폐막식 역시 너튜브로 생중계된다고 한다. 아쉽게 예선에서 떨어진 팀들을 위함이라고 하는데, 참여한 팀이 워낙 많다 보니 평균 시청자 수가 꽤나 되는 모양이다.

         

       거기에다가 이번에 꿈꾸는 아이들이 워낙 화제가 된 탓에 대회에 참여한 사람들 말고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까지 섞인 듯했다.

         

       차무식이 말하길 아직 폐막식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시청자 수가 이미 만 단위가 넘어갔다고 한다.

         

       사실 몇 명이 보든 별로 신경이 쓰이는 주제는 아니었다.

         

       현재 내가 신경 쓰이는 것은 저번 고퀴즈 때부터 시작한, 이제는 내 양옆이 고정석이라는 듯 앉아있는 설소영과 이다혜였다.

         

       폐막식이 시작되면 당연히 무대로 카메라를 돌리겠지만, 그전에는 학생들이 서서히 들어오고 있는 관객석 쪽을 찍고 있었다.

         

       문제는 아까부터 너무 노골적으로 우리 연극·영화부가 있는 자리로 카메라가 돌아가 있다는 것.

         

       뭔가 점점 불길한 기분이 든다.

         

       나는 그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서둘러 휴대폰으로 너튜브에 접속해 폐막식의 라이브 영상을 클릭했다.

         

       단순히 현재 채팅창의 분위기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제24회 대한청소년연극제 폐막식]

         

         

       ─시청자 3만 명 돌파 ㄷㄷ

       ─평일 1시에 이 숫자는 좀 레전드긴 해

       ─사실 폐막식보다는 연예인들 얼굴 보러 온 거지 ㅋㅋ

       ─그런 의미에서 설소영이랑 이다혜 옆에 뻔뻔하게 앉아있는 새끼는 누구임?

       ─ㄹㅇ 전생에 나라라도 구한 듯

       ─그냥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하라고~ 일단 나부터 ㅋㅋㅋㅋㅋ

       ─진지하게 저 친구랑 현피 뜨러 갑니다 ㅅㄱ

       ─어깨 핏 안 보임? 교복 입었는데 저 정도면 탈고딩임. 님 개 발릴 듯

         

         

       음.

         

       대충 예상했던 반응.

         

       그러니 이제 그만 알아보도록 하자. 정신 건강에 해롭다.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는 거야?”

         

         

       그때 폐막식의 생방송을 보고 있던 내게 이다혜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냥 생방송 채팅창. 여론을 보니 다들 내가 너랑 설소영 사이에 끼어있는 게 어지간히도 마음에 안 드나 봐.”

       “음… 사람들이 너한테 뭐라는데?”

       “복 받은 새끼, 전생에 나라를 구한 새끼, 부러운 새끼 등등.”

         

         

       내가 질린 표정으로 내 욕을 읊자 이다혜가 작은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럼 욕도 안 나오게 만들면 되지.”

       “……어떻게?”

       “너랑 내가 지금처럼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그건 지금도 하고 있잖아.”

       “음… 그럼 손이라도 잡아야 하나~”

       “야, 야. 그러다가 나 진짜 길 가다가 칼 맞는다니까?”

         

         

       이다혜가 그건 조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이어서 말했다.

         

         

       “그러니까 너도 조심해. 요즘 이상한 사람들이 워낙 많잖아. 보니까 너, 가끔 지하철 타고 등하교 하더만.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기 아이돌이 너무 안전 불감증인 거 아니야?”

       “하지만 홍련에서 학교에 다니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걸. 나 하나 때문에 매니저님을 아침부터 고생시키는 건 조금 그래.”

       “그러려고 있는 매니저지. 애초에 그 사람도 월급 받잖아.”

       “오, 서은우. 혹시 나 걱정해주는 거야?”

       “그럼 안 하겠냐…….”

       “왜?”

         

         

       이다혜의 순수한 물음에 나는 차마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이 타이밍에 그렇게 다짜고짜 ‘왜?’라고 물어오면 대답하기가 조금 곤란한데.

         

         

       “농담, 농담. 네 말대로 최대한 조심할게.”

         

         

       그때 내 심각한 표정을 본 이다혜가 마치 장난이었다는 듯이 말한다.

         

       그리고…….

         

         

       “그럼 진짜 만약을 대비해서 너한테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부탁?”

       “응. 혹시라도 내가 도움이 필요하다 생각되면 알아서 달려와 주기.”

       “네가 말한 알아서는 나 같은 사람한테 조금 힘든 요구인데…… 차라리 걍 전화해.”

       “에이, 대놓고 전화를 걸면 더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 있잖아. 그러니 신호를 보내줄게.”

         

         

       마치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 옅은 미소를 짓는 이다혜.

         

       이윽고 그녀는 내 귓속에 대고 신호와 관련된 얘기를 해주었고, 나는 깜짝 놀라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