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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7

       

       

       

       

       대한청소년연극제의 폐막식은 수상식 후에 진행된다.

         

       즉, 오늘은 대회의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발표되는 날이기도 했다.

         

       먼저 수상할 부분은 개인상이었다.

         

       최우수연기상과 우수연기상, 스태프상, 시나리오상 등등.

         

       가장 먼저 수상을 시작한 것은 스태프상이었다.

         

       스태프상은 총 3명이 받을 수 있는데 연출, 음향, 조명에서 가장 뛰어난 두각을 드러낸 학생이 받을 수 있다.

         

       뭐… 아쉽게 조명 부문은 다른 학생이 차지했지만, 연출이랑 음향 쪽은 당당하게 나랑 한여진이 차지했다.

         

       아마 내가 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회상이라는 연출도 덕분도 있겠지만, 이다혜와 설소영이 불렀던 노래가 조금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한여진이 상을 받은 것은 연계의 개념일 것이다. 애초에 그 노래를 작곡한 사람이 바로 그녀였으니까.

         

       청소년연극제에서 학생이 직접 작곡한 곡을 사용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하물며 사람들이 정식 발매를 요청할 정도로 퀄리티까지 뛰어나니 한여진이 음향 부문 상을 받지 못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되겠지.

         

       스태프상 바로 다음은 시나리오상이었다.

         

       시나리오상은 총 4명이 수상받게 되는데, 딱히 그 안에서 막 순위가 나누어지고 그러진 않은 것 같았다.

         

         

       [강예린 학생, 김지민 학생, 서은우 학생, 홍주성 학생 단상 위로 올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까 스태프상과 마찬가지로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솔직히 스태프상 연출 부문과 시나리오상, 이 두 개의 상을 내가 받을 것 정도는 대충 예상이 됐다.

         

         

       “2관왕이네. 축하해.”

         

         

       그때였다.

         

       단상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한 얼굴과 말투.

         

       나와 똑같이 시나리오상을 수상받게 될 강예린이었다.

         

         

       “선배도 축하해요.”

       “흥!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내가 연출상이랑 시나리오상을 모두 받았겠지. 그러니 축하는 됐어.”

         

         

       갑자기 그런 말을 내뱉으며 앞장서서 걸어가는 강예린.

         

       맞는 말이긴 하다.

         

       만약 내가 이번 연극제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상을 싹쓸이해 가는 것은 그녀였겠지.

         

       하지만 역사에 만약은 없듯이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다.

         

       아, 참고로 강예린은 생각보다 키가 작은 편이다.

         

       대충 한 150 후반대 정도 되려나.

         

       숫자로도 알 수 있듯이 나랑 키 차이가 꽤 난다. 그렇기에 그녀가 내 앞을 걸어간다면 보이는 건 정수리뿐.

         

       그래서 위로의 의미로 겸사겸사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뭔가 불쌍한 느낌을 잔뜩 내고 있었으니까.

         

         

       “뭐, 뭐 하는 거야?!”

       “위로라도 해달라는 거 아니었어요?”

       “절대 아니거든!”

       “아님 말고요. 걸음걸이가 느려서 먼저 갑니다.”

         

         

       이런 느낌으로 먼저 단상에 도착했는데 다급히 뒤따라 오던 강예린이 문뜩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근데 괜찮겠어?”

       “뭐가요?”

       “아니, 방금 네가 내 머리 쓰다듬은 거. 저쪽에서 다 본 것 같은데.”

         

         

       저쪽에서 다 봐?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가 가리킨 곳을 보았고……

         

         

       “아.”

         

         

       탄식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강예린이 가리킨 자리는 원래 내가 앉아있던 자리 쪽이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설소영과 이다혜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때문에 나는 다급히 강예린을 불렀다.

         

         

       “선배. 제가 스태프상 양도해 드릴 테니까 합의 보시죠.”

       “뭔 합의?”

       “아까 선배가 제 손을 강제로 조종했다는 걸로요.”

       “싫어. 네 여자 문제를 왜 내가 도와야 하는데?”

         

         

       쓰으읍…….

         

       정이 없네.

         

       그래도 나름 친해졌는 줄 알았는데.

         

       반대로 그녀의 입장에서 절대 거절 못 할 제안을 하면 어떻게 대답할까?

         

       “그럼 제 빵셔틀 졸업시켜 드릴게요.”

       “그건 더 싫어.”

       “……?”

         

         

       즉답이었다.

         

       심지어 더 싫단다.

         

       처음에는 하기 싫은 게 표정에서부터 분명하게 느껴졌는데 고작 며칠 사이에 도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걸까?

         

       어쨌든 시나리오상의 수상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다음 수상 부문은 바로 우수연기상과 최우수연기상이었다.

         

       여기서 우수연기상은 10명, 최우수연기상은 3명이 받게 된다.

         

       또한, 다양성과 형평성을 위해 팀당 우수연기상 1명, 최우수연기상 1명으로 암묵적인 제한을 두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원래라면 팀당 최대 2명씩 수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박하준 학생, 이다혜 학생, 설소영 학생 단상 위로 올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저 세 명만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저들이 어떤 상을 받게 될지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최우수연기상의 세 자리.

         

       누군가에게는 제법 가혹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세 자리를 모두 꿈꾸는 아이들의 주연 3인방이 차지하게 되었다.

         

       동시에 인정을 안 할 수가 없겠지. 고작 청소년 대회에서 저들이 보여준 연기력을.

         

       이 건은 심사를 맡은 협회 측도 상당히 머리가 아팠을 거다.

         

       이번 대한청소년연극제는 생방송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추가되며 규모가 역대급으로 커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회에 관심을 가지는 혜택도 얻었겠지만, 동시에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순간 비난의 목소리도 커질 것이 분명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연기만으로 큰 임팩트를 준 저 세 명에게 최우수연기상을 안 주면 여론이야 어떻게 흘러갈지 뻔했다.

         

       애초에 우리 주연 3인방은 이번 청소년연극제와는 비교가 안 되는, 청상예술대상이라는 가장 권위 높은 시상식에서 수상을 받은 전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청소년 대회에서 수상을 못 받는 게 이상한 일이라는 뜻.

         

       뭔가 의도치 않게 양학을 한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그냥 다른 팀들 입장에선 자연재해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 거다.

         

         

       [마지막으로 단체상의 수상이 있겠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단체상의 차례가 왔다.

         

       가장 높은 대상부터 시작해 금상, 은상, 동상이 있으며 팀당 하나씩만 수상받을 수 있다.

         

       듣기로는 작년에 강예린이 속한 연극부가 금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어떻게든 대상을 받기 위해 칼을 갈고 대회에 임했고, 결과적으로 훌륭한 작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마 우리 때문에 금상에서 그치지 않을까 싶었다.

         

         

       [금상은 한빛예술고등학교 연극부의 ‘완벽하지 않아도’입니다!]

         

         

       그때 수많은 박수와 함께 단체로 단상의 앞에 나서는 연극부.

         

       어째 예상이 빗나가지를 않네…….

         

         

       [다음은 대상의 호명이 있겠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대상의 호명.

         

       아마 저걸 끝으로 곧바로 폐막식으로 넘어가겠지.

         

       어찌 보면 짧으면서도 길었던, 대한청소년연극제의 끝을 알리는 소리였다.

         

         

       [대상은……!]

         

         

       이윽고, 진행자가 천천히 대상을 호명하기 시작했다.

         

       뭔가 대상이 발표되는 순간치곤 참으로 긴장감이 흐르지 않는 순간이었다.

         

       그나마 두 번째로 화제가 되었던 ‘완벽하지 않아도’라는 공연이 금상을 받았으니 대상은 당연히……

         

         

       [한빛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부의 ‘꿈꾸는 아이들’입니다!]

         

         

       우리겠지.

         

       나중에 박하준이랑 얘기나 한번 해봐야 할 것 같다.

         

       되도록 내년에는 자라나는 연극 꿈나무들을 위해서라도 대한청소년연극제에 참가를 자제하자고.

       

         

         

       ***

         

         

         

       대한청소년연극제의 일정이 모두 끝나고 어느덧 무더운 7월이 찾아왔다.

         

       이제 기말고사도 끝났고 7월 말에 있을 방학식까지는 사실상 앞으로 예정된 일정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즉, 1달 전과 비교해서 더럽게 한가하다는 뜻.

         

       한편으론 저번 주 주말에는 우리가 게스트로 출연한 고퀴즈가 방영되었다.

         

         

       “야, 서은우. 영상 봤냐?”

       “뭔 영상?”

       “우리 고퀴즈 출연한 거 편집본 너튜브에 올라왔더라. 지금 조회수 장난 아니야.”

         

         

       차무식에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보긴 봤다. 너튜브에 인기 급상승 영상에 올라와 있길래 안 누를 수가 없었으니까.

         

         

       “덕분에 뭔가 유명인이 된 기분이랄까.”

       “무식아. 어차피 네가 질문받은 장면은 다 스킵하고 넘어가는 거 모르냐?”

       “아오, 너 T야? 그냥 공감하라고. 하긴, 설소영이랑 이다혜 사이에 껴서 좋다고 표정 관리도 제대로 못 하는 놈이 뭘 알겠어.”

       “그거 네가 억지로 자리를 양보해서 그런 그림이 된 거잖아, 새갸.”

       “그래서 안 좋았냐? 대답.”

         

         

       나는 헛기침을 한번 내뱉으며 녀석에게서 시선을 피했다.

         

       안 좋았다면 그건 거짓말이긴 한데…….

         

       연극제 폐막식 때도 그렇고 요즘 들어 부쩍 그런 구도가 많아진 것 같아서 조금 머리가 아프다.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건데?”

         

         

       문뜩 차무식이 나를 향해 뜬금없는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고민 같은 거 없어. 됐고, 빨리 전공 수업이나 준비하러 가자.”

       “표정만 봐도 여자 문제구만 뭘. 그것도 설소영과 이다혜라는 양손에 아름다운 꽃을 쥐고 있는 상황.”

         

         

       녀석이 마치 부럽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하지만.

         

         

       “그래서 더 이해가 안 되네.”

       “……무슨 소리야?”

       “네가 그런 문제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말이야, 새갸.”

         

         

       뭔가 오늘따라 차무식과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의문이 생긴다.

         

       그래. 평소의 차무식이었다면……

         

       몇 달 전의 너였다면, 댓글 창의 반응처럼 복에 겨운 새끼나 전생에 나라를 구한 새끼 같은 반응을 보여야 정상이어야 했다.

         

       하지만 녀석은 내게 설소영과 이다혜가 꼬이는 것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한 뉘앙스로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그때 내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본 차무식.

         

         

       “왜냐하면……”

         

         

       녀석이 어째서인지 피식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서은우, 네가 927 작가잖아.”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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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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