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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0

       

       

       

       

       한빛예고에서 역까지는 대충 5분 거리다.

         

       그냥 몇 걸음 정도 걸으면 순식간에 도착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늘따라 조금 길게 느껴졌다.

         

       그 이유에는 옆에서 나랑 나란히 걷고 있는 이다혜 때문이겠지.

         

       처음에 역까지 함께 가달라는 그 말을 그냥 직설적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냥 잠깐이라도, 너랑 단둘이서만 있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

         

         

       이다혜가 말해준 말 덕분에, 내가 눈치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설소영 같은 경우에는 작정하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나랑 단둘이 있고 싶었던 거지만, 이다혜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

         

         

       그저 순수하게.

         

       나랑 함께 역까지 걸어가는 이 순간 자체가 즐거운 모양이다. 저렇게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걸 보면.

         

         

       “그거 무슨 노래야? 처음 들어보는 멜로디인데.”

       “아, 이거? 이번 타이틀 곡.”

       “그런 중요한 노래를 길거리에서 막 유출해도 되는 거야?”

       “뭘~ 어차피 듣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그지? JYB의 후계자님.”

         

         

       이다혜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이제는 저 미소가, 저 말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방금 나를 향해 JYB의 후계자라고 했던 말에는 아마……

         

         

       “그래서 놀이공원에서 소영이랑 뭐 했어?”

         

         

       그때였다.

         

       이다혜가 정곡을 찌르는 말을 갑작스럽게 해왔다.

         

       아까와 표정 변화가 전혀 없는, 그저 사람 좋은 미소 그대로 저 말을 하니 뭔가 무섭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날 소영이가 자리를 좀 오래 비울 때가 있었거든. 아마 너를 만나러 갔겠지. 덤으로 고백도 같이했을 거고.”

         

         

       의심의 단계가 아니라 확신.

         

       그 확신이 가득 담긴 말을 들은 순간 오히려 이 타이밍에 거짓말은 역효과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기에 나는 그저 침묵했다.

         

       하지만 이 침묵의 의미를 이다혜가 모를 리가 없었다.

         

       의외로 그 침묵은 조금 길게 이어졌다.

         

       역에 도착하고 곧바로 타야 할 전철이 들어오고 있음을 확인한 이다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 때까지.

         

         

       “대답은… 해줬어?”

         

         

       질문을 하면서도 어딘가 불안한 듯한 이다혜의 표정.

         

       그것을 보니 저절로 쓴 미소가 지어진다.

         

       이다혜가 왜 나의 연애사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지, 왜 지금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물어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안다.

         

       오늘도 그렇고, 지금까지 어필을 얼마나 해왔는데 이다혜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는 게 이상하지.

         

       단지, 그 시기가 언제부터였는지가 의문이다.

         

       돌이켜보면 입학식 날에 우연히 등굣길에 만나서 숨 막히는 추격전(?)을 벌인 순간부터 내게 어느 정도 호감이 있어 보였는데…….

         

       그렇다면 가능성은 2년 전, 플라이 하이 때문에 잠시 JYB에 몸을 담고 있었을 때밖에 없다.

         

       거기서 처음 이다혜를 만나고 나름의 인연이 생겼으니까.

         

       물론 그 짧은 기간 동안 내가 그녀의 호감을 얻을만한 행동은 딱히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나마 생각나는 건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던 이다혜에게 인생의 훈수를 둔 것 정도인가.

         

       그때는 어딜 봐도 잘난 이다혜가 왜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지 전혀 이해가 안 돼서 조금 과몰입해서 말했는데, 의외로 그 모습이 통했다던가?

         

         

       ‘……너무 과한 망상인 것 같은데.’

         

         

       어쨌든 지금 이 상황에선 딱히 불필요한 생각이다.

         

       설소영의 고백에 대답을 해주었냐는 이다혜의 물음에 나는 부정의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

         

         

       “그렇구나…….”

         

         

       이에 이다혜의 표정이 점차 밝아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치 나보고 긴장이라도 하라는 듯……

         

         

       “그럼 나한테도 아직 기회가 있다는 거네?”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리 말했다.

         

       이윽고, 역에 도착한 전철에 탑승한 이다혜가 내게 작별의 의미로 손 인사를 건넸다.

         

         

       “데려다 줘서 고마워. 내일 보자.”

       “이왕이면 JYB 사옥까지는 같이 가줄 생각이었는데.”

       “아니야. 나도 그러면 좋은데 저번 같은 사진이 또 나오면 곤란하니까.”

         

         

       저번 같은 사진이라면 버스에서 찍혔던 그 사진인가…….

         

       아무래도 이다혜는 아직 소식을 못 들은 모양이다. 근래 들어 그 사진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차무식을 통해 이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이게 커뮤니티에선 나랑 이다혜의 열애설 쪽으로 제법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 지금 와서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에는 조금 뒷북이라는 뜻이다.

         

       아마 이 사실을 이다혜가 알았더라면 반응이 극단적으로 갈리지 않았을까 싶다.

         

       논란을 더 불태우지 않기 위해 택시를 타고 JYB로 혼자 갔거나, 반대로 아예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도 내게 거침없이 들이댔거나.

         

       둘 다 아닌 것을 보면 아마 모르는 쪽일 가능성이 높겠지.

         

       그리고……

         

         

       “아, 맞다. 사실은 이 말 전하려고 여기까지 같이 와달라고 한 거였어.”

         

         

       전철의 문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한 순간, 문뜩 이다혜의 그런 말이 들려왔다.

         

       이제는 문이 완전히 닫혀버려서 더 이상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진 않았지만, 입 모양으로 그다음에 대충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고작 세 글자였다.

         

         

       ‘좋아해.’

         

         

       이다혜가 무엇을 전하고자 했는지 이해한 나는 멍하니 유리창 너머를 쳐다보았고, 그곳에 서 있는 그녀는 싱긋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마치 내 착각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려주듯이, 친절하게 전철의 문쪽 유리창에 입김을 불며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그렸다.

         

       [♡]

         

       ……누가 봐도 하트였다.

         

       그날 관람차 안에서 설소영에게 고백받은 것도 그렇고, 방금 이다혜도 그렇고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이 자주 든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나는 복에 겨운 놈이구나… 라고.

         

       동시에 조금 이기적인 생각이 들었다.

         

       양손에 쥐어진 행복 중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

         

       의외로 나는 참 욕심쟁이였던 모양이다.

         

         

       ─결론은 돌연 은퇴를 선언한 것처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막 나가라는 거지.

         

         

       문뜩 내 정체를 알게 된 차무식이 진지하게 내게 해준 조언이 떠오른다.

         

       본캐가 무려 927 작가면서 무엇을 그리 고민하냐는 그 말.

         

       만약 녀석의 말대로, 이쪽 세상에서 정말 내가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도 될 정도의 대단한 위인이라면……

       

       나는 어떠한 결단을 내려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 결단에 관한 얘기를 내일 설소영과 이다혜에게 얘기해 볼 생각이었다.

         

         

       지이이잉-

         

         

       그때 바지 주머니 안에 있던 휴대폰에서 여러 번의 진동이 느껴졌다.

         

       전화가 온 것 같아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제법 의외의 인물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일 있어요?”

       ─저희가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전화를 거는 그런 서먹서먹한 사이였나요?

         

         

       나랑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게 상당히 익숙하다는 듯한 말투.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백준영 대표님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근처에 혹시 다혜가 있나 싶어서요.

       “이다혜요? 뭐… 방금까지 저랑 같이 있었죠. 제가 역까지는 데려다 줬거든요.”

       ─쯧. 센스 없으시네. 데려다 줄 거면 아예 끝까지 붙어있을 것이지.

         

         

       수화기 너머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이 사람이?

         

       보통의 소속사 대표면 자기 소속사 여자 아이돌이랑 이성인 친구를 최대한 떨어뜨려 놓으려고 그러지 않나?

         

         

       “애초에 저랑 이다혜, 커뮤니티에서도 난리잖아요. 전철 같은 좁은 공간에서 오래 붙어있어 봤자 좋을 게 없겠죠.”

       ─오, 그 소식 알고 계셨네요? 참고로 그거와 관련해서 조만간 열애설 기사 날 거예요. 저희는 당연히 사실과 무관하다고 입장을 밝혀 놨지만……

       “놨지만?”

       ─열애설 자체가 아이돌한테 얼마나 큰 타격인데요. 특히 곧 컴백을 앞두고 얼마나 구설수에 오르게 될지…….

         

         

       당연히 아이돌의 열애설은 백준영 대표님이 말씀하신 대로 큰 이슈다. 심지어 컴백 시기를 앞두고 있으니 홍련과 이다혜에게는 악재로 다가오겠지.

         

       그리고 백준영 대표님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또, 우리 다혜가 얼마나 마음이 연약한데요. 분명 자기 탓이라고 엄청 자책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겠죠.

       “…….”

       ─JYB의 대표로서 그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부터 앞날이……

       “뭔 말이 그렇게 길어요. 그냥 용건만 말하세요.”

         

         

       나는 서둘러 백준영 대표님의 말을 끊었다.

         

       뭔가 들으면 들을수록 괜히 이쪽이 더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용건만이요?

       “네.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요.”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우리 다혜 책임져라! 빌어먹을 927 작가!

         

         

       쓰으읍…….

         

       근데 굳이 내 필명 앞에 빌어먹을 붙였어야 했나?

         

       누가 봐도 사심이 잔뜩 들어간 것 같은데.

         

       어쨌든.

         

         

       “구체적으로 어떻게 책임을 져 달라는 거예요?”

       ─제게 엄청난 묘수가 있습니다. 그냥 927 작가님께서 시원하게 정체를 밝히시고 열애 사실까지 인정하시죠.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요?”

       ─사람들이 다른 의미로 열광하지 않을까요? 물론 다혜를 떠나는 팬들도 생기겠지만, 오히려 당신 덕분에 유입되는 팬들이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음…….”

       ─어차피 농담이었으니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진 마십쇼. 어쨌든 원래의 용건은 다혜를 JYB 본사 사옥까지 데리고 와달라는 부탁이었으니까요. 일단 역까지는 별일 없으셨죠?

         

         

       어딘가 걱정스러운 듯한 백준영 대표님의 물음에 나는 자연스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무슨 문제로 인해 오늘 이다혜가 매니저의 차를 못 타게 됐는지 자세히는 모르고 있었다.

         

       때문에……

         

         

       “갑자기 차 바퀴에 펑크가 나 있다고 하더군요.”

         

         

       백준영 대표님의 그 말과 함께 의문이 점점 불안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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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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