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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1

       

       

       

       

       백준영 대표님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조금 이상했다.

         

       아침에 이다혜를 한빛예고에 데려다 주고 돌아왔을 때까지는 분명 멀쩡했는데 갑자기 타이어에 펑크가 나 있었다?

         

       심지어 오늘 음악 방송의 촬영 때문에 현재 운용할 수 있는 차가 JYB 내에 없다고 한다.

         

       정말 이 모든 게 우연이라고 해도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지 않은가.

         

       거기에다가 이다혜는 현재 열애설이라는, 아이돌로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것에 앙심을 품고 접근하려고 하는 사람이 혹여나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예를 들면 이다혜가 언제 등하교하는지, 어떻게 등하교하는지, 또 매니저의 차를 타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행동하는지 등등을 매우 잘 알고 있는 사람.

         

       더 나아가 그녀에게 범죄에 가까운 집착과 흑심을 품고 있는 사람.

         

       그래. 세간에서 그들은 흔히 스토커라고 불린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최악을 가정한 심증에 불과했으며, 확실한 물증이 없다.

         

       백준영 대표님 역시 확신이 없었기에 내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한 것이겠지.

         

       처음에 이다혜를 JYB로 데리고 와달라는 부탁을 하려고 했던 이유를 이제야 제대로 알 것 같다.

         

       문제는 이미 시간이 꽤 흘렀다.

       

       지금쯤 이다혜는 전철에서 내려, 역에서 빠져나와 슬슬 JYB를 향해 걸어가고 있겠지.

         

         

       “대표님. 매니저님이 이다혜를 데리러 언제 출발했다고요?”

       ─저희가 통화를 나누기 바로 직전이죠.

         

         

       이다혜가 내린 역에서 JYB까지는 걸어서 대충 15분 정도 걸린다.

         

       그렇다면 거의 그녀가 내린 역과 JYB 본사 사옥의 중간 지점에서 만난다는 소리.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약 8분 뒤에 이다혜는 매니저와 만나 무사히 JYB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고작 8분.

         

       누가 봐도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바꿔 말한다면 이다혜는 그 8분이라는 시간 동안 홀로 무방비한 상태로 거리를 걸어야 한다는 소리다.

         

       그렇기에 그녀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기에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점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대표님.”

       ─……예. 927 작가님.

         

         

       백준영 대표님의 대답이 어째서인지 한 타이밍 느렸다.

         

       아마 내 진지한 목소리를 듣고 조금 놀라신 모양이다.

         

         

       “저는 지금부터 역에 도착한 이다혜를 최대한 쫓아갈 거예요. 대표님은 전화가 끝나자마자 경찰을 불러주세요.”

         

         

       경찰을 부르는 것은 웬만하면 백준영 대표님이 하는 것이 맞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과 설명, 그리고 뒷수습을 하기에도 편할 테니까.

         

         

       ─……작가님도 그 가능성을 떠올리신 모양이군요. 확실한 심증을 바탕으로 그런 결론이 나신 겁니까?

       “아니요. 전적으로 그냥 제 직감이에요.”

       ─…….

         

         

       내 말을 들은 백준영 대표님이 잠시 침묵했다.

         

       그가 왜 대답이 없는지, 무엇을 망설이는지 알고 있다.

         

       경찰을 부른 순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아마 이 소식을 접한 매스컴은 득달같이 JYB에 달려들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내 감이 완전히 빗나가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때다.

         

       그럼 아마 JYB 측의 과잉대응과 관련된 비난과 더불어, 가뜩이나 곧 열애설 기자까지 나는 이다혜에게 스토커 의혹까지 추가가 되겠지.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이다.

         

       하지만 백준영 대표님도 어렴풋이 알고 있을 것이다. 과연 무엇이 더 최악의 상황일지.

         

       그렇기에 나는……

         

         

       “대표님. 모든 책임은 저, 927 작가가 지겠습니다. 꼭 부탁드릴게요.”

         

         

       백준영 대표님이 결단을 내릴 수 있게 최대한 도움이 될만한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쩝. 멋있는 건 아주 혼자서 다 하려고 그러네. 그리고 뭔 고등학생 주제에 건방지게 책임을 혼자 져요?

       “갑자기 그게 무슨……”

       ─책임은 어른인 제가 모두 진다는 뜻입니다. 어린애면 어린애답게 작가님은 백마 탄 왕자님 노릇이나 하시죠.

       “……괜찮겠어요?”

       ─뭘 새삼스럽게요. 아무래도 요즘 대한민국 최고의 연예 기획사 대표라는 호칭 덕분에 조금 안일해진 모양입니다. 원래는 저랑 통화하고 계신 분 덕분에 누린 영광이었는데 말이죠.

         

         

       마치 운이 좋았다는 듯이 백준영 대표님의 말에 저절로 쓴 미소가 지어진다.

         

       비록 내가 그 기회를 제공한 것은 맞는 말이지만, 그 기회를 붙잡은 것 역시 백준영 대표님이다.

         

       그리고 방금의 대화로 어쩌면 운이 좋았던 쪽은 되려 이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님은 참 좋은 어른이시네요. 저랑은 다르게.”

       ─이건 갑자기 또 뭔 개소리야?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통화 끊고 다혜나 찾으러 가라고!

       “예. 꼭 이다혜랑 함께 무사히 JYB로 갈게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 맞다. 이거 사망 플래그인가?”

       ─아오, 세계 최고의 각본가라는 양반이 그걸 생각 안 하고 말합니까?

         

         

       나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통화를 끊고 서둘러 택시에 잡았다.

         

       그리고 동시에 백준영 대표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통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쓰으읍…….

         

       빨리 전화를 받을 것은 예상했건만, 거의 2초 만에 전화를 바로 받는 건 조금 예상 밖인데…….

         

       아니면 우연히 휴대폰을 보고 있었나?

         

       어쨌든.

         

         

       “소영아. 단도직입적으로 몇 가지만 좀 물을게.”

         

         

       내가 전화를 건 상대방은 바로 설소영이었다.

         

       이다혜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르는 긴급한 상황에 왜 설소영에게 전화를 걸었냐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문뜩 그날 관람차 안에서 나누었던 대화 내용 중 일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저번에 내가 927 작가인 사실을 부정하면 조금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겠다고 했잖아.”

       ─위치 추적이요?

       “그래, 위치 추적. 혹시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야?”

         

         

       설소영은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도 아무런 의문 없이 내가 원하는 답변만을 해주었다.

         

       그녀의 설명으론 제일전자 보안 시스템 부서의 힘을 빌리면 쉽게 가능할 거라고 설명했다.

         

       물론 무조건 불법이라는 설명을 덧붙여서.

         

         

       ─그런 질문을 굳이 하신 걸 보면 아무래도 위치 추적을 해야 할 일이 생긴 것 같네요.

       “맞아. 그러니까 도움을 조금 받을 수 있을까?”

       ─……설마 다혜는 아니죠?

         

         

       즉답이었고, 동시에 정답이었다.

         

       고작 대화를 몇 번 나눈 거로 어떻게 저기까지 결론이 났을까…….

         

       뭔가 알면 알수록 대단한 여자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유라도 한번 물어보고 싶지만 그리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맞아.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조금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어. 그러니 꼭 부탁할게.”

       ─알겠어요. 근데 저도 작가님에게 하나만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뭔데?”

       ─다혜와 마찬가지로 만약 저에게도 그런 상황이 찾아온다면, 작가님은 지금처럼 행동해 주실 건가요?

         

         

       설소영이 무슨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해왔는지 깊게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뭐…….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긴 했다.

         

       지금의 내게는 대답하기 너무나도 간단한 질문이었으니까.

         

         

       “응. 무조건.”

       ─……그렇군요.

         

         

       그리고 설소영이 이어서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라는 것.

         

       그 말을 끝으로 설소영과의 통화가 모두 끝났고, 나는 마지막으로 확인 차 이다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만약 그녀가 이 전화를 받는다면 상황은 조금 더 수월하게 흘러갈 것이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허나, 그 전화가 연결될 일은 없었고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이다혜가 길거리에서 휴대폰을 보고 걸을 위인은 절대 아니다.

         

       거기에다가 무음 상태가 아니라 진동 설정 정도는 아마 해두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면 진동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것을 무엇을 의미할까?

         

       이다혜의 신변에 무언가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내 입장에선 그저 휴대폰이 무음 상태여서 전화를 못 받은 쪽을 기도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대충 2분 정도 지났을까?

         

         

       지이이이잉-

         

         

       마치 문자라도 온 듯, 손에서 쥐고 있던 휴대폰이 한번 진동했다.

         

       휴대폰의 전원을 켜 서둘러 알림을 해보니 내 예상대로 문자가 맞았다.

         

       나는 문자의 내용을 확인하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 설소영에게 부탁했던 위치 추적과 관련된 문자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다혜]

         

         

       문자를 보내온 사람의 이름을 본 순간 자동으로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머릿속에 의문이 생겼다.

         

       왜 굳이 전화가 아닌 문자를 한 거지?

         

       그리고 이다혜가 보낸 문자의 내용을 본 순간, 왜 그녀가 내게 굳이 문자를 보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참고로 그녀가 내게 보낸 문자의 내용은 정말 짧고, 간결했다.

         

       아마 저 문자를 작성하고 전송하는 데에까지 3초도 채 안 걸렸지 않았을까?

         

         

       [927]

         

         

       이것이 그녀가 갑작스레 내게 보낸 문자의 내용이었으며, 이 짧은 문자의 내용에는 정말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나는 대한청소년연극제의 폐막식에서 이다혜에게 부탁을 하나 받았다.

         

       혹시라도 그녀에게 도움이 필요하다 생각되면 알아서 달려와 달라는 부탁.

         

       당연히 힘든 요구였기에 나는 그냥 전화를 하라고 했고, 이다혜는 전화를 걸면 혹시 더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 있을지도 모르니 차라리 신호를 준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내 귓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927’이라는 문자를 보내겠다고…….

         

       내게 있어서 제법 상징적인 숫자를 굳이 신호로 정한 이유야 뻔했다.

         

       어떤 계기로 알아차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나를 대놓고 927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뭘~ 어차피 듣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그지? JYB의 후계자님.

         

         

       사실 조금 전에 이다혜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했던 이 말 역시 927 작가인 나를 향해 비꼬는 말이었다.

         

       JYB의 후계자라는 거짓된 별명으로 지금까지 자신을 뻔뻔하게 속여왔으니까 이번에는 반대로 그 별명을 가지고 나를 잔뜩 놀릴 생각인 것 같았다.

         

       어찌 됐든 간에 이다혜가 보낸 온 927이라는 숫자는 자신이 현재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내게 알리는 긴급 신호였고,

         

       이제 내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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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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