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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2

       

       

       

       

       

       

       “죄송합니다. 자세한 위치는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역에서 JYB 본사로 오는 길목 쪽이라고 짐작됩니다.”

         

         

       서은우와의 통화가 끝나는 대로 백준영은 서둘러 경찰에게 신고를 하였다.

         

       하지만 백준영 역시 현재 이다혜의 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기에 그저 두리뭉실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사태가 심상치 않아 보이니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도착까지 지연이 약간의 지연이……

         

         

       백준영은 창문을 바라보았다.

         

         

       뚝- 뚜둑-

         

         

       오늘 아침부터 날씨가 더럽게 흐리더니……

         

       어느샌가 하늘에서 굵은 빗줄기가 한 방울씩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홍련의 매니저인 오규민이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갔으니, 별문제가 없다면 다혜가 저 비를 흠뻑 맞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 별문제만 없다면 말이지…….

         

       백준영은 불길한 기분과 함께 JYB 본사 1층에 위치한 경비실을 서둘러 찾아갔다.

         

         

       “수고 많으십니다.”

       “백 대표님? 여기까지 어쩐 일로……?”

         

         

       현재 JYB 본사에 고용된 경비원은 총 3명이다.

         

       근무 형태는 주·야간 교대로 근무가 돌아가며, 오늘의 주간 근무 담당은 김성근이라는 50대 남성이었다.

         

       김성근은 백준영의 방문이 상당히 의외라는 듯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JYB의 대표쯤 되는 사람이 이 시간에 경비실을 직접 찾아올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기껏 해봤자 자신의 이름 앞으로 온 선물이나 택배 정도나 찾으러 오겠지.

         

         

       “경비원님 오늘 JYB에 뭔가 조금 수상한 사람이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까?”

       “아니요. 평소보다 더 조용했습니다. 딱히 외지인이 방문한 적도 없고요. 물론 점심시간에 식사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우긴 했습니다만…….”

         

         

       즉, 유일하게 경비실의 자리가 비워지는 타이밍이 그때라는 소리였다.

         

       물론 경비실의 자리를 비우더라도 CCTV가 존재하기도 했고, 지금까지 딱히 이렇다 할 큰 문제가 없었기에 경비 쪽 관련 인력을 늘리진 않긴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체제를 조금 조정해야겠다고 백준영은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일단 CCTV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거야 별로 어렵지 않죠. 혹시 어느 시간 때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김성근의 물음에 백준영은 곧바로 점심시간을 언급했다.

         

       그렇게 그들은 점심시간 약 30분 동안의 주차장 쪽 CCTV를 빨리 감기 속도로 함께 확인하게 되었다.

         

         

       “스톱! 1분만 돌려보세요!”

         

         

       그러던 와중에 백준영이 녹화된 장면에서 무언가 이상을 느끼고 다급히 스톱을 외쳤고, 딱 그 타이밍에 검은 후드티를 입고 있는 한 남성이 주차장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의 목적지는 홍련과 그들의 매니저인 오규민이 사용하는 전용 승용차였다.

         

       백준영은 주먹을 꽉 쥐며 어째서인지 눈을 감았다.

         

       이 이상 더 볼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 같군요.”

         

         

         

       ***

         

         

         

       백준영이 CCTV의 영상을 확인하기 조금 전.

         

       전철에서 내린 이다혜는 조금 붉어진 얼굴과 함께 역을 나섰다.

         

       그녀 역시 현재 자신의 얼굴에 열이 왜 올라왔는지 잘 알고 있었다.

         

       고백.

         

       방금 서은우와 헤어지기 전에 조금이나마 용기를 내서 자신의 마음을 전한 것.

         

       아마 분명하게 전해졌다고 생각한다.

         

       ‘좋아해’라는 말을 이해하고 한동안 멍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것만 봐도 대충 알 수 있다.

         

       동시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뭔가 제대로 한 방 먹었다는 그 얼굴이 조금 귀여워(?) 보였으니까.

         

       그나저나 내일부터 과연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려나…….

         

       현재 서은우는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빠져있다.

         

       자신과 소영이에게 동시에 고백을 받았고, 이제 그 고백에 관한 대답을 제대로 해주기 위해 지금도 심각하게 고민 중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것도 아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남들은 어떻게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이다혜에게 있어서 서은우라는 사람은 한없이 상냥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자신과 소영이의 마음에 최대한 상처를 입히지 않는 방향으로 결단을 내리겠지.

         

       다만, 그것이 어떤 방향인지는 이다혜도 잘 모른다.

         

       아마 서로 더 무거운 마음을 가지기 전에 빠르게 둘 중 한 명을 택하거나, 아니면 전혀 예상 밖의 방안을 자신과 소영이에게 제시하거나.

         

       그리고 만약 전자의 경우가 찾아온다면 이다혜의 입장에선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무려 그 설소영과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무거운 상황.

         

       하지만 사랑을 앞에 두고 양보라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기에 이다혜는 설령 그 상황이 다가온다고 하더라도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시선에서 본다면 지금 이 상황 자체가 이해가 잘 안 될 거다.

         

       무려 인기 여배우와 인기 아이돌이 동시에 사랑하는 말도 안 되는 남자가 있다니…….

         

         

       “참 죄 많은 남자라니까.”

         

         

       이다혜는 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다들 서은우를 향해 복에 겨운 남자라고 평가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마 그의 또 다른 이름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순식간에 그 평가가 뒤바뀔 것 같았다.

         

       그의 또 다른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은 그 정도로 엄청나니까.

         

         

       뚝- 뚜둑-

         

         

       이다혜가 그런 생각을 하며 JYB 본사를 향해 걸어가던 와중에 하늘에서 굵은 빗줄기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분명 일기 예보에서는 밤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때문에 우산을 미처 챙기지 못한 이다혜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뛰어야 하나…….”

         

         

       지금 서 있는 골목에 들어선 순간, JYB 본사까지는 걸어서 대충 10분 정도 더 걸린다.

         

       여유 있게 걸어가다간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소리.

         

       그렇기에 빗줄기가 더 거세지기 전에 이다혜는 발걸음을 바쁘게 옮겼다.

         

         

       뚜벅- 뚜벅-

         

         

       그때였다.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검은 후드티와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있는 남자가 정면에서 이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조금 수상한 아우라는 뽐내고 있는 건 둘째치고, 행동이 뭔가 이상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줄기를 보고 다급하게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건 이다혜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녀의 주변을 걷고 있던 몇 안 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반대로 정면에 후드티를 입고 있는 남자는 걸음걸이부터 시작해 모든 행동이 여유로워 보였다.

         

       뭔가 본능적으로 불길함을 느끼기 시작한 이다혜는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저 사람을 피해 길을 돌아간다면 제법 시간이 많이 소요하게 된다.

         

       즉,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이 상황에서 딱히 좋은 선택지는 아니라는 뜻.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인데…….

         

       이다혜는 최대한 주의를 하며 다시 앞으로 걸어가자는 판단을 하였다. 지금 저 사람에게서 불길함을 느끼는 것이 어쩌면 편견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적인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지이이이잉-

         

         

       결심을 마친 이다혜가 다시 걸음을 옮겼을 때, 갑자기 휴대폰의 진동을 느껴졌다.

         

       아무래도 전화가 온 것 같았다.

         

       그녀는 서둘러 자신의 휴대폰을 확인했다.

         

       아마 매니저인 오규민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상했지만……

         

         

       [은우♥]

         

         

       뜬금없이 서은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다혜는 조금 의외라는 표정으로 전화를 받으려고 했지만, 결국 받을 수가 없었다.

         

         

       “곧 컴백이지? 축하해 다혜야.”

         

         

       어느샌가 자신의 근처까지 다가온 후드티의 남자.

         

       그 남자가 소름 끼칠 정도로 친근하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이다혜는 그 순간 직감했다. 아무래도 희망적인 쪽이 아닌 불길한 느낌 쪽이 맞은 모양이라고.

         

       그리고 후드티의 남자가 어딘가 맛이 간 눈빛으로 이다혜가 손에 꼭 쥐고 있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그 전화… 누구야?”

       “…….”

         

         

       남자의 질문에 이다혜는 조심스럽게 폰을 뒤로 숨겼다. 그러곤 애써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눈앞의 상대방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기 위한 이다혜 나름의 최선의 판단이었다.

         

         

       “스팸이에요.”

       “…스팸? 그럼 확인시켜줘.”

         

         

       검은 후드티의 남자가 마치 자신의 폰을 내놓으라는 듯 당당하게 손을 뻗었다.

         

       이다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세히 보면 미세하게 손도 떨고 있었다.

         

       강압적인 태도와 제정신이 아닌 눈빛.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고 대처해볼 생각이었지만, 역시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됐어.”

         

         

       그때 남자가 갑자기 손을 거두었다. 그러곤 후드 주머니의 안에 손을 집어넣으며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다혜는 남자가 주머니 속에서 꺼낸 물건을 어렴풋이 확인하고 다급히 뒷걸음질 쳤다.

         

         

       “어차피 처음부터 끌고 갈 생각이었으니까. 겸사겸사 확인하지 뭐.”

         

         

       휘이이익─!

         

       후드티의 남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곧바로 이다혜를 향해 날카로운 날붙이가 날아들었다.

         

       미리 뒷걸음질을 친 덕분에 가까스로 그것을 피할 수 있었지만 결국 팔을 얕게 베이게 되었고, 너무 놀란 나머지 이다혜의 중심이 완전히 무너져 바닥에 넘어지게 되었다.

         

       하마터면 치명상을 입을 뻔한 엄청난 공포감.

         

       아까의 이다혜는 분명 손만 떨었지만, 이제는 전신을 벌벌 떨며 거친 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피했네? 그럼 고통만 더 커질 텐데. 아니지… 생각해 보면 다혜도 나처럼 아픔이란 걸 더 느껴봐야 해.”

         

         

       손에 식칼을 쥔 후드티의 남자가 씨익 웃으며 바닥에 넘어져 있는 이다혜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뗐다.

         

       이다혜는 조금이라도 남자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어째서인지 전혀 발을 뗄 수가 없었다.

         

       발목에서 인상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의 엄청난 통증이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아까 가까스로 날붙이를 피하고 넘어지면서 제대로 발목을 접질린 모양.

         

       갑자기 내린 비 때문인지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마땅히 없었고, 심지어 골목길이었기에 오가는 사람도 적은 편이다.

         

       상황은 누가 봐도 최악이었기에 이다혜 역시 눈을 질끔 감으며 절망에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다혜야! 뛰어!”

       “뭐야 이 새끼는!”

         

         

       후드티의 남자 뒤쪽에서 익숙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오규민.

         

       홍련의 매니저인 그가 어느샌가 후드티의 남자에게 접근한 다음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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