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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3

       

       

       

       

       올해로 아이돌 매니저 일만 3년 차인 오규민은 2년 전만 해도 매니저 일을 그만두려고 했다.

         

       기본적으로 연예인 매니저라는 직업은 상당히 힘든 직군이다.

         

       녹화나 행사 같은 일이 연달아 잡힌 바쁜 날은 못 자는 게 아니라 그냥 안 잔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로 빡세게 일하기는 한다. 그래서 차 안에만 오면 십중팔구 녹초처럼 자긴 하는데 매니저는 그딴 거 없다. 왜냐고? 단순히 운전해야 한다.

         

       때문에 몸살이나 감기, 이런 거는 뭐 그냥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매니저가 쉬는 순간 그 일을 대신할 귀중한 인력이 순식간에 없어지는 거니까.

         

       사실 일만 힘들면 하소연만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고, 어떤 일이든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이다.

         

       개인적인 편차가 있겠지만 보통 사람이 좋으면 힘든 일도 서로 으쌰으쌰 하자는 마인드로 이겨낼 수 있다.

         

       문제는 그 반대의 경우다.

         

       연예인 중에 성격이 더러운 사람은 참 많은 편이다.

         

       물론 왜 그런 사람이 많은지 이해는 한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인기에 되게 민감하고, 어디 제대로 나가지도 못하고, 항상 대중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문제 등등.

         

       보통의 사람이라도 이런 상황에 계속 노출되면 평소에도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평소에 대놓고 욕을 하고 물건을 던진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냥 스트레스에 굉장히 민감하고 그게 가득 차 뚜껑이라도 열리는 순간 장난 아니라는 뜻이다.

         

       근데 그런 애들이 막상 카메라 앞이나 무대에 서는 환하게 웃고, 떠들고, 신 나게 춤추고 노래를 한다.

       

       그것을 바로 눈앞에서 보면 그 괴리감이 참…….

         

       오규민 역시 일 자체가 힘든 점과 이러한 괴리감으로 인해 매니저 일을 그만두고 싶었다.

         

       그렇기에 이 문제로 JYB의 대표인 백준영에게 상담을 요청했지만.

         

         

       ─규민아 딱 1년만 더해보자. 홍련의 매니저로 붙여줄게.

         

         

       백준영은 어떻게든 눈앞의 오규민을 붙잡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1년 동안 아무런 문제나 사고 없이 매니저 일을 완수해왔던 믿을 만한 경력직이라는 점과 단순히 싹싹하게 일을 잘했기 때문이었다.

         

       오규민의 입장에서도 홍련의 매니저 자리를 준다는 소리는 제법 솔깃했다.

         

       그때의 홍련은 아직 데뷔조차 하지 않은 완전 신생 걸그룹이었다.

         

       물론 오디션 경쟁 프로그램과 ‘플라이 하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이름이 제법 알려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신생 아이돌 그룹의 매니저가 가지는 장점은 꽤 많았다.

         

       우선 아직 연예계 생활을 많이 안 해봤기에 그렇게까지 신경이 날카로운 애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아직 모든 부분에서 막내이기에 밖에서든 안에서든 예의가 바른 편이다.

         

       그리고 나이 차이가 많은 점도 매니저의 입장에선 장점으로 다가온다.

         

       이때의 홍련의 막내인 이다혜의 나이가 고작 15살이었다.

         

       그때 당시 29살이었던 오규민과 무려 14살 차이.

         

       평균 나이로만 따져봐도 홍련의 입장에선 오규민은 사회생활을 많이 해본 경험자였다.

         

       그렇기에 활동을 나가도 그만큼 통솔이 쉬워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들게 된다.

         

       뭐…… 전혀 다른 흑심을 가지고 있다면 마이너스 부분이겠지만.

         

       어쨌든 오규민에게 그러한 흑심은 전혀 없었고, 신입 걸그룹의 매니저를 맡았을 때의 장점과 나름 회사의 신뢰를 받는 경력직 매니저에게만 주어지는 자리를 먼저 제안해준 백준영 대표의 진심은 오규민을 고민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연봉도 추가로 인상해 줄게. 대충 25프로 정도면 충분하려나…….

         

         

       이 말이 결정타였다.

         

       그때의 JYB는 한창 927 작가의 ‘플라이 하이’로 인해 주가가 상승하고 있었기에 선뜻 내걸 수 있는 제안이었다.

         

       덕분에 오규민은 그 이상 고민조차 하지 않고 백준영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홍련의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함께했다.

         

       원래는 백준영에게 제안받은 대로 1년만 딱 해보고, 너무 힘들면 그대로 다음 사람에게 인수인계하고 이 판을 떠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선 아직도 홍련의 매니저를 맡고 있다는 것만 봐도 오규민의 마인드는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사람이 좋으면 일도 재밌어진다.

         

       홍련의 매니저를 하며 공감하게 되는 말이었다.

         

       백준영이 야심 차게 모았고, 직접 가르친 멤버들인 만큼 5명 모두 데뷔 때부터 이미 훌륭한 아이돌이었다.

         

       즉, 안과 밖에서 보이는 모습이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

         

       오규민은 이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거기에다가 아직 나이가 어리고 신입이어서 그런지 다들 하나같이 착하다.

         

       물론 장점만 계속 말해서 그렇지 단점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오규민은 활동을 위해 함께 이동하면 유일한 연장자에 남자라는 포지션이다.

         

       그렇기에 대화를 나누면 놀림의 대상으로 계속 지목되는 경향이 강하다.

         

       오규민은 그럴 때마다 항상 억울함을 호소하곤 하는데 그 모습이 제법 웃긴 모양. 이 부분은 오규민 역시 이미 해탈한 상태다.

         

       그리고 여고에 담임선생님을 맡으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다들 텐션이 높다.

         

       때문에 보통 바쁜 스케줄 와중에도 차를 타고 가면 신 나게 노래를 부르거나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때마다 오규민은 쓴 미소를 지으며 차라리 곱게 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쨌든 장점들에 비하면 그리 큰 단점은 아니었다.

         

       오규민 역시 과거에 비하면 엄청 좋은 아이들의 매니저를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고.

         

       하지만 그런 오규민에게도 최근 큰 고민이 하나 있었다.

         

         

       ─……다혜가 좋아하는 애가 생겼다고?

       ─뭐야. 저희가 말 안 했어요?

       

         

       이다혜가 잠깐 화장실을 간 사이에 다른 멤버들에게서 들은 충격적인 소식.

         

       가장 사고 안 칠 것 같고 마음 안 썩일 것 같았던 막내가, 아이돌로서 논란을 불러오기 가장 쉬운 연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최근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사진과 게시글, 여론만 보면 조만간 그것이 곧 기정사실이 될 것 같았다.

         

       이 때문에 오규민은 그녀의 매니저로서 열심히 응원을 해줘야 할지 아니면 따끔한 잔소리를 해줘야 고민했고, 그에 대한 고민을 오늘 막 끝낸 참이었다.

         

       그렇기에 마침 이다혜를 학교에서 본사로 데려오는 길에 따끔한 잔소리를 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차에 펑크가 나며 계획이 조금 흐트러졌고, 동시에 잔소리보다는 백준영이 불길함을 느낀 것처럼 조금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기 시작했다.

         

       백준영의 부탁을 받고, JYB 본사 사옥을 나선 오규민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가뜩이나 본사를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기에 오규민의 마음은 더더욱 급해졌다.

         

       그러던 중에 저 멀리서 눈에 띄는 금발에 익숙한 교복을 입은 여학생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아이돌답게 이 먼 거리에서 봐도 한눈에 이다혜인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문제는 그런 그녀가 검은 후드티를 입은 수상한 남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

         

       그 순간 연예 업계에서 몸을 담고 있던 오규민의 촉이 강하게 말하고 있었다.

         

       지금 이다혜가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그리고 검은 후드티의 남자가 이다혜를 향해 누가 봐도 위험해 보이는 흉기를 휘두른 것을 목격한 순간, 어느샌가 오규민의 발은 움직이고 있었다.

         

       그 역시 이미 일개 매니저로서의 본분을 넘어서는 일을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2년 동안 여동생처럼 함께 지내온 아이가 바로 눈앞에서 큰일을 당하게 생겼는데 어떻게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겠는가?

         

         

       “다혜야! 뛰어!”

       “뭐야 이 새끼는!”

         

         

       오규민이 후드티의 남자에게 몸통박치기를 하며 가장 우선적으로 노린 것은, 남자가 식칼을 쥐고 있는 손을 어떻게든 양손으로 붙잡고 버티는 것이었다.

         

       이것은 이다혜가 도망칠 시간을 최대한 벌어주기 위함이었다.

         

       후드티의 남자 역시 갑작스러운 충격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그대로 오규민과 함께 바닥을 나뒹구는 꼴이 되었다.

         

         

       “규, 규민 오빠!”

         

         

       갑작스러운 오규민에 등장에 이다혜는 깜짝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감동의 재회를 할 여유는 없었다.

         

         

       “빨리 도망치라고! 얼른!”

         

         

       오규민의 부탁에 가까운 외침을 들은 이다혜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결국 아픈 발목을 겨우 이끌며 현장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 이다혜.

         

         

       “멈춰!!! 날 두고 어딜 가냐고!!!”

         

         

       한편 그 모습을 후드티의 남자가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노려보며 절규했고, 점점 오규민을 향한 저항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사람과 싸우는 법을 전문적으로 익힌 종합격투기 프로 선수마저도 흉기를 든 사람에게는 상대가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규민은 꽤나 오래 버텨주었지만, 역시나 경찰이나 다른 도움을 주는 사람이 올 때까지 버티는 것은 무리였다.

         

         

       “끄윽…….”

         

         

       결국 그는 바깥쪽 허벅지에 칼을 맞게 되었고, 순식간에 저항이 풀린 후드티의 남자는 이다혜가 도망친 방향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딱 봐도 이다혜의 걸음걸이에는 무언가 이상이 있었다.

         

       즉, 저렇게 미친 듯이 달려가는 후드티의 남자와 이다혜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만날 거라는 뜻.

         

       그렇기에 오규민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쫓아가려고 했지만,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 때문에 그것이 불가능했다.

         

       ……상황은 누가 봐도 절망적이었다.

         

       사이렌 소리 하나 들리지 않은 이 상황에서 경찰이 이다혜와 후드티의 남자가 만나기 전에 도착할지도 의문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마땅히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는 것도……

         

         

       “구급차를 불러놨어요. 이다혜가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만 알려주세요.”

         

         

       분명 없을 줄로만 알았는데 이 거센 빗줄기 속에서 어느샌가 자신에게 다가온 한 사람이 있었다.

         

       이다혜와 똑같은 한빛예고의 교복을 입고 있는 남학생.

         

       오규민은 그 남학생이 누구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동시에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누가 하나 때려 패 죽일 기세네…….’

         

         

       분위기.

         

       표정은 차분해 보였지만 남학생이 풍기고 있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화가 너무 나면 되려 더 차분해진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지금 눈앞의 남학생이 딱 그런 상태였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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