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14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하아…….”

         

         

       이다혜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벽에 몸을 기대었다.

         

       매니저인 오규민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후드티의 남자에게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희생을 자처한 오규민을 생각해서라도 이다혜는 후드티의 남자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하지만 이다혜는 직감했다.

         

       이제 후드티의 남자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그녀는 자신의 오른쪽 발목에서 섬뜩한 감각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걸음을 뗄 때마다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엄청난 통증. 그것은 이다혜가 더 이상 걷는 것조차도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첨벙- 첨벙-

         

         

       빗물에 고인 웅덩이를 밟으며 이쪽을 향해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

         

       그 발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이다혜의 본능이 강하게 외치고 있었다.

         

       첨벙─

         

       이윽고 자신을 향하고 있던 발소리가 갑자기 끊겼고, 이다혜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소리가 끊긴 방향을 바라보았다.

         

         

       “…….”

         

         

       그곳에는 조금 전 자신을 향해 아무렇지 않게 칼을 휘둘렀던 검은 후드티의 남자가 서 있었다.

         

       이다혜는 시선을 조금 내려 그가 쥐고 있는 날붙이를 바라보았다.

         

       날붙이의 끝에는 어째서인지 조금씩 핏물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설마.’

         

         

       순간 불길한 생각이 떠오른 이다혜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자신을 구하려고 몸을 날린 오규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을 위협한 후드티의 남자가 쫓아왔고 흉기에는 누군가의 피가 묻어 있다.

         

       정황만 봐도 자신을 도와준 오규민에게 큰일이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때였다.

         

         

       “……나를 앞에 두고 또 다른 남자 생각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죽이고 올 걸 그랬다.”

         

         

       후드티의 남자가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다혜는 ‘그냥 죽이고 올 걸 그랬다’라는 남자의 말을 듣고 한가지 확신을 하게 되었다.

         

       아직까지 오규민의 생사에는 크게 이상이 없다는 것.

         

       그나마 걱정이 한가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처한 상황은 최악이었다.

         

         

       “……이유를 물어보고 싶어요. 왜 이런 짓을 벌이시는 거예요?”

         

         

       그렇기에 이다혜는 눈앞의 남자와 대화라는 것을 한번 시도해보려고 했다.

         

       일종의 시간 끌기였다. 누군가가 반드시 자신을 구하러 와줄 거라는 희망을 품고 하는 시간 끌기.

         

       어차피 이제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손 놓고 당할 수만은 없었다.

         

         

       “이유? 그걸 몰라서 물어? 널 사랑해서 그런 거잖아.”

         

         

       ……무슨 개소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쪽도 자신과 대화를 할 의향이 어느 정도 있어 보였다.

         

         

       “반대로 내가 이유를 묻고 싶을 정도야. 내가 경고까지 줬잖아!”

         

         

       이어서 후드티의 남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듯이 크게 소리쳤다.

         

       이다혜의 입장에선 이해하기 힘든 그저 난해한 소리일 수밖에 없다.

         

       경고를 줬다고……?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다혜를 향해 후드티의 남자는 ‘하얀 장미’라고만 짧게 말했다.

         

       이다혜는 그 단어를 들은 순간, 불과 몇 주 전에 어떤 이름 모를 팬에게서 선물 받았던 흰 장미 꽃다발을 떠올렸다.

         

         

       “설마 그 꽃다발을 준 사람이……?”

       “그래. 그거 내가 준 거야. 나야말로 너에게 진정으로 어울리는 사람이니까.”

         

         

       하얀 장미의 꽃말은 의미가 여러 개다.

         

       보통은 순결과 순수, 깊은 존경 등을 의미하지만 후드티의 남자가 말한 것처럼 ‘나는 당신에게 어울린다.’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동시에 후드티의 남자는 이다혜가 자신을 만나기 전까지 순결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으로 꽃다발을 선물로 보낸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치 보란 듯이 어떤 남자와 이다혜가 사이좋게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심지어 한두 번이 아니라 자주.

         

       거기에다가 과거에 잠깐 화제가 되었던 사진까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이다혜의 열애설 의혹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후드티의 남자는 그 모든 것을 직접 확인하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고 결국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다혜야, 거짓말이지? 너도 나밖에 없잖아.”

         

         

       이다혜는 눈앞의 남자가 하는, 거의 애원의 가까운 말을 듣고 침을 꿀꺽 삼켰다.

         

       제정신이 아닌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미친 사람이었다.

         

       동시에 너무 무서웠다.

         

       저런 사람을 상대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히는데, 자칫 여기서 남자의 신경에 거슬리는 말을 한 번이라도 했다간 어떤 짓을 당할지 모른다.

         

       어쨌든 시간을 최대한 벌어야 하는 이다혜의 입장이었기에 무어라도 대답을 해야 했다.

         

       그렇기에 이다혜가 고심 끝에 입을 열려고 했던 그 순간……

         

         

       위이이잉-

         

         

       갑자기 사이렌 소리 같은 것이 이다혜의 귓가에 서서히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누가 들어도 경찰이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다.

         

       하지만 이다혜가 그 소리를 들었다면, 마찬가지로 눈앞에 있는 상대방도 그 소리를 들었다는 뜻이다.

         

       때문에 후드티의 남자의 눈빛이 순식간에 돌변했다.

         

         

       “대답이 늦어. 역시 서은우인가 뭔가 하는 놈에게 더럽혀졌구나.”

         

         

       후드티의 남자는 그 말과 함께 이다혜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뗐다.

         

       누가 봐도 불순한 의도가 가득 담겨 있는 모습이었다.

         

       사실 이다혜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어차피 눈앞에서 칼을 들고 다가오고 있는 미친 남자가 전혀 이해해 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이대로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가만히 당하기만 하는 것은 조금 억울했다.

         

       그렇기에 이다혜는 지금까지 참아왔던 말을 시원하게 내뱉기로 결심했다.

         

         

       “맞아. 나 서은우 좋아해, 그것도 엄청 좋아해! 근데 그걸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이 스토커 새끼야!”

         

         

       이다혜는 그제서야 조금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듣고 조금 발끈했는지 점점 걸음걸이가 빨라지기 시작한 후드티의 남자.

         

       더 이상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던 이다혜는 체념한 듯 그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항 없이 거세게 쏟아지는, 마치 소나기 같은 빗줄기.

         

       날씨도 그렇고, 하늘도 참 매정하시지…….

         

       오늘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그에게 고백했는데 어쩌면 그에 대한 대답을 영영 못들을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가지 다행인 점이 있긴 했다.

         

       조금 전 이다혜는 함께 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서은우에게 물었다.

         

       설소영의 고백에 관한 대답을 해줬냐고.

         

       그는 부정의 의미로 고개를 저었지만, 만약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어도 이다혜는 자신의 마음을 분명하게 전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말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나중에 후회해버리는 것보단.

       안 돼도, 끝나는 걸 알고 있어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분명하게 전하는 것.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이다혜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마음을 분명하게 전했다.

         

       만약 그것마저도 오늘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면 지금쯤 아마 엄청 후회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이다혜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얼굴과 함께 천천히 눈을 감았고, 그런 무방비한 상태의 이다혜를 향해 후드티의 남자가 날붙이를 쥔 손을 앞으로 내질렀다.

         

         

       푸욱-

         

         

       날카로운 날붙이가 살을 파고드는 섬뜩한 소리.

         

       이다혜의 귀에 그 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고통 같은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되려 어딘가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에 의아함을 느낀 이다혜가 천천히 눈을 떴고, 깜짝 놀라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서은우.

         

       그가 자신을 감싸 안으며 대신 칼을 맞은 것이었다.

         

         

       “윽…!”

         

         

       허리와 옆구리 사이쯤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으로 인해 표정을 찡그리고 있는 서은우.

         

       그런 그가 품속에서 몸을 잔뜩 떨고 있는 이다혜와 자연스레 눈이 마주치자 억지로 옅은 미소를 보였다.

         

         

       “……927. 신호 봤어. 이 정도면 약속 지킨 거다?”

         

         

       이다혜는 무언가 안심되는 그의 목소리와 미소를 보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927.

         

       그녀는 정신없이 후드티의 남자에게서 도망치는 와중에 서은우에게 다급히 이런 문자를 보냈다.

         

       그것은 그들만의 신호였으며, 동시에 이다혜는 서은우가 이 신호의 의미를 곧바로 알아채고 반드시 달려와 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날씨도 날씨고, 정확한 위치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기에 분명 제시간에 구하러 오지 못할 거라고만 생각했다.

         

        분명 그렇게 생각했는데……

         

         

       “고생했어. 이제 돌아가자, 다혜야.”

         

         

       서은우는 그 말과 함께 자신의 뒤쪽을 향해 순식간에 팔꿈치를 날렸다.

         

       후드티의 남자 역시 갑작스러운 서은우의 등장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당황한 나머지 아직 칼을 뽑지 않고 있었다.

         

       당연히 몸속에 있는 칼을 뽑아 다시 대치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면 부상을 입은 서은우 쪽이 압도적으로 불리해진다.

         

       엄청난 고통을 무릅쓰고 서은우가 팔꿈치를 날린 이유 역시 유일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퍽-!

         

         

       그런 그의 노림수가 통했는지 서은우의 팔꿈치가 후드티를 입은 남자의 코를 제대로 강타했다.

         

         

       “크윽!”

         

         

       그렇게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인해 그대로 무게 중심을 잃고 바닥에 넘어진 후드티의 남자.

         

       자세히 보면 코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고, 더 이상 날카로운 식칼이 그의 손에 쥐어져 있지 않았다.

         

       그리고…….

         

         

       “너는 그 칼을 절대 놓치지 말았어야 했어.”

         

         

       여전히 허리 부분에 칼이 꼽혀있는 서은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후드티의 남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