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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0

       

       

       

       

       

       

       서은우가 연극·영화부에 모습을 드러내기 하루 전날.

         

       차무식은 뒤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자연스레 고개를 돌렸고, 깜짝 놀라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무려 일주일은 넘게 의식 불명이었던 친구가 갑자기 침상에 멍한 얼굴로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굳이 내가 온 타이밍에 극적으로 깨어났어야 했니?

         

       설소영이나 이다혜가 병문안 왔을 때 깼으면 그림이 참 좋았을 텐데 지 발로 걷어찬 꼴이다.

         

       그렇게 자연스레 차무식과 서은우는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고, 정말 오랜만에 친구를 본 서은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누구세요?

         

         

       ……라고.

         

       차무식은 순간 심장이 철렁거릴 수밖에 없었다.

         

       크게 다쳐 의식 불명 상태에서 깨어나 친한 친구보고 누구냐고 묻는 상황.

         

       이 상황은 너무나도 전형적인 클리셰가 아니던가?

         

       문제는 왜 하필 그게 이놈한테 일어났냐는……

         

         

       ─농담, 농담.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더 이상 못 놀리겠다.

       ─……진짜 미친놈인가? 일단 좀 맞고 시작하자.

       ─야, 야! 나 환자복 입고 있잖아!

         

         

       다행히 우려하던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고, 차무식은 서둘러 담당 주치의와 녀석의 부모님에게 연락했다.

         

       차무식의 얘기를 듣고 바로 달려온 주치의로부터 내려진 진단 결과는 곧바로 퇴원해도 될 정도로 멀쩡하다고 한다.

         

       물론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의 의사에 따라 요양 차원에서 입원이 더 가능하지만, 서은우는 당장 퇴원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

         

       다만, 오늘은 이만 밤이 늦었으니 입원실에서 보내고 내일 아침에 퇴원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괜찮겠냐? 의식을 차리자마자 퇴원하는 건 너무 성급한 선택인 것 같은데.

       ─의사 선생님께서도 바로 퇴원해도 괜찮다고 하시잖아. 그럼 상관없겠지. 그리고 이미 휴식은 충분히 했어.

         

         

       사실 서은우 역시 스토커 사건 그 이후로부터 무려 10일 이상의 시간이 흐른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상태였다.

         

       체감상 2, 3일밖에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뭔가 그사이에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 마음을 고생시킨 것 같아 조금 미안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추가로 입원 같은 것을 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조만간 엄청 바빠질 예정이었으니까.

         

         

       ─그나저나 도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늦게 의식을 차린 건데? 뭐, 좋은 꿈이라도 꿨냐?

         

         

       사실 차무식은 그 말을 하면서도 약간의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눈앞의 친구와 정말 오랜만에 대화를 나눠서 그런지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뭔가 표정에서부터 후련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그런 차무식의 물음에 서은우는 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꿈이라면 꿨지. 조금 긴 꿈. 근데 그다지 재밌지는 않았어.

         

         

       차무식은 친구의 대답을 들으며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분위기를 보니까 무슨 꿈이었는지 절대 물어봐선 안 될 것 같다고.

         

         

       ─……진심이냐?

       ─응.

         

         

       그리고 서은우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어쨌든 서은우는 차무식에게 자신이 정신을 차린 소식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서프라이즈 개념으로 내일 곧바로 한빛예고에 등교해 놀라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 두 명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음 날 퇴원 절차를 모두 끝마친 서은우는 옅은 미소와 함께 한빛예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야, 진짜 큰일 났다. 권대한이라고 제일그룹의 후계자 되는 미친놈이 있는데 그놈이 아침부터 설소영을 강제로 영광고등학교로 데려갔음.]

         

         

       차무식에게서 온 문자를 본 서은우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 시점에서 권대한의 이름이 왜 나오고, 설소영을 왜 데려간 건데?

         

       서은우가 권대한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권대한은 설소영과 박하준과 마찬가지로 이 드라마 속 세상의 주연 인물 중 한 명이 아닌가.

         

       그것도 엄청난 재력을 겸비한 미친 싸이코패스로.

         

       물론 나중에는 자신의 문제점을 깨닫고 말 그대로 개과천선을 하긴 하는데…….

         

       서은우는 과거에 봤던 ‘꽃같은 커플’의 1화를 떠올렸다.

         

       생각해 보면 권대한은 첫 등장 당시 임팩트도 엄청났다.

         

       설소영을 데려갔던 방식대로 영광고등학교에 헬기를 타고 등교했었지 아마?

         

       그래도 전생에 1편, 이쪽 세계에서 3편의 드라마를 만들었던 전문가의 입장으로서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예전에 진짜 이 드라마 어떻게 본 거지?’

         

         

       어렸을 적이라 나름 재밌게 봤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추억 보정이 세게 걸린 것 같다.

         

       문제는 그마저도 이쪽 세상에선 선방할 수준이 아닐까 싶은 점.

         

       어쨌든 원작의 시작 지점에서 이미 몇 달 정도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그 권대한이 움직였다는 점에 초점을 둬야 했다.

         

       사실 녀석이 움직인 이유가 대충 짐작되었다.

         

       굳이 한빛예고까지 나타나서 설소영을 데려간 걸 보면 원작처럼 그녀에게 어떤 의미로든 마음을 품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 계기나 원인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조금 괘씸하다는 거였다.

         

       동시에 이미 틀어질 때로 틀어진 세상 속에서 권대한이 원작과 같은 행보를 보이려고 하는 점이 단순히 짜증 났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알려줄 생각이다.

         

       권대한이 과연 누구의 여자를 건드렸는지를…….

         

         

       드르륵-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었는데 무식이 말을 들어보니 영 상황이 안 좋네요.”

         

         

       그렇게 차무식에게서 소식을 접한 서은우는 일단 다들 모여있다는 연극·영화부의 부실에 방문했다.

         

       그래도 나름 처음 목적대로 서프라이즈가 제대로 통했는지 다들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 천천히 감동의 회포라도 풀고 싶은데 급히 가봐야 할 곳이 생겨 버려서.”

         

         

       서은우의 의미심장한 말에 송가람이 설마 싶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딜 가려고? 설마 영광고등학교?”

       “네. 이왕 감동의 회포를 풀 거면 완전체로 하는 게 좋잖아요. 가서 안전하게 소영이 데려올게요. 물론 혼자서요.”

       “소영이라고……? 아니 그것보다 잠깐만. 서은우, 네가 혼자서 거길 왜 가는데? 딱히 그렇다 할 명분도 없고, 어차피 가봤자……”

       “그냥 보내줘.”

         

         

       조금 잔소리일 수도 있지만, 후배를 생각해서 걱정이 가득 담긴 말을 송가람이 해주었지만 그걸 박하준이 끊었다.

         

       이에 송가람은 표정을 찡그리며 박하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야, 넌 부장이라는 놈이 후배 걱정도 안 되냐? 서은우, 퇴원한 지 얼마 안 된 걸 너도 알잖아.”

       “알긴 아는데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가 아니라 있겠지. 설마 쟤가 아무 생각 없이 적진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겠어?”

         

         

       박하준에게서 순간 어색하게 존댓말을 들은 서은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차무식의 말대로라면 박하준도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들었다.

         

       하긴, 박하준은 워낙 감이 좋은 편이니까 딱히 놀랍지는 않다.

         

       덕분에 내가 영광고등학교로 가는 것에 딱히 부정적인 의견이 없는 것 같고.

         

       나는 추가로 가장 합당한 이유를 덧붙여 설명했다.

         

         

       “뭐… 그렇게까지 제 걱정은 안 해주셔도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무슨 근거로……”

       “제가 927 작가거든요.”

       “……뭐?”

       “지금은 바쁘니까 제대로 설명을 못 할 것 같네요. 무식아 나 대신 설명 좀 부탁할게.”

       “아오, 벌써부터 머리 아프게 하네.”

         

         

       차무식은 서은우의 부탁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곧장 부실을 나서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이네요. 유연정 국장님.”

       ─자, 작가님……! 드디어 정신이 드신 건가요?

         

         

       우선 서은우가 전화를 건 곳은 스튜디오엔믹스의 경영 사업 국장 유연정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의 전화를 받게 된 유연정은 조금 놀란 말투였다.

         

       스튜디오엔믹스의 사람들은 스토커 사건으로 서은우가 의식 불명 상태일 때 아쉽게도 병문을 가지 못했다.

         

       단순히 의심을 받을 위험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대외적으로 스튜디오엔믹스와 서은우의 접점은 제로라고 다들 알고 있으니까.

         

       그래도 서은우의 진짜 정체가 누구인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의 상태를 주의 깊게 지켜봐 오긴 했다.

         

       그렇기에 어제까지만 해도 의식 불명 상태였던 서은우에게서 전화가 먼저 걸려온 것을 본 유연정은 자연스레 두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서은우가 자신에게 전화를 먼저 걸어왔단 사실 역시 조금 놀라운 일이었다. 아마 올해 들어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이유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제 부탁 몇 개만 좀 들어주시죠.”

       ─…부탁이요?

       “네. 제 정체를 어떤 분에게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왕이면 927 작가가 도움을 조금 받고 싶다고 덧붙여서요.”

         

         

       이어서 서은우는 그 대상이 누구인지 말했고, 유연정으로서도 상당히 부담되는 사람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진심이세요?

       “그럼요. 지금 생각해 보면 진작에 알고 계셔야 했던 분이 아닐까 싶네요.”

       ─후… 알겠습니다. 통화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연락을 드려볼게요.

       “아, 그리고 한빛예고 앞으로 차 한 대만 부탁드릴게요.”

         

         

       서은우는 그 말을 끝으로 유연정과의 통화를 끊으며, 조금 신중한 표정으로 어딘가로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 오랜만에 방한(訪韓)하실 생각이 있으신가 궁금해서요. 네? 무슨 명분으로요? 음… 대충 친구 병문안이라고 하시죠.”

         

         

       서은우는 엄청난 보험을 하나 들어보기로 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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