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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3

       

       

       

       

       서은우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것은 설소영뿐만이 아니었다.

         

       권대한.

         

       그가 여전히 자신의 손목을 쥐고 있는 서은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동시에 권대한은 무언가 이상을 느끼고 있었다.

         

       원래라면 자신의 몸에 손을 대는 순간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서은우를 막았어야 했다.

         

       물론 그것은 상대방이 자신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서은우와 권대한의 사이에 끼어들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다들 저 사이에 끼어들 생각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그리고 권대한은 그 원인이 되는 사람을 서은우와 마찬가지로 노려봤다.

         

         

       “……정지훈.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권대한의 친구이자 전화를 받으러 간다면서 어딘가로 사라진 정지훈.

         

       그가 어째서인지 서은우와 함께 나타나 주변의 학생들은 통제하고 있었다.

         

       그런 정지훈은 권대한의 날 선 목소리에 그저 안타까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대한아, 이제 그만 설소영은 포기해. 지금이라면 충분히 돌이킬 수 있어.”

       “허, 내가 왜? 너랑 함께 온 이놈이 뭐라도 되나?”

       “그건……”

         

         

       정지훈은 권대한의 물음에 차마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진짜 뭐라도 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 그리고 정지훈을 포함한 S4의 멤버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영광그룹의 후계자인 권대한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그의 가족들밖에 없을 거라고.

         

       원래라면 분명 그 말이 맞았고, 원작을 기준으로 해도 권대한은 계속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앉아 있어야 했다.

         

       하지만 원작에서도 등장하지 않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이 세상에 돌연 등장했다.

         

         

       “내가 뭐라도 되냐고?”

         

         

       그리고 그런 그는 지금…….

         

         

       “음… 한 마디로 쉽게 표현해주자면 곧 설소영 남자친구가 될 예정인 사람이려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권대한의 신경을 열심히 긁고 있었다.

         

         

         

       ***

         

         

         

       약 30분 전.

         

       나는 차에 탑승한 채로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냥 이 상태로 계속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중이다.

         

       만약 내가 처음부터 정체를 밝히고 활동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

         

       지금에서 문뜩 드는 생각이지만 단점도 있지만, 분명 장점도 있는 것 같다.

         

       아마 이다혜에게 일어난 스토커 사건이나, 지금 설소영이 영광고등학교에서 권대한과 함께 있는 일도 아예 안 일어났을지도 모르지.

         

       물론 역사에 만약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그냥 단순한 가정에 불과하다.

         

       다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몸은 조금 괜찮으십니까?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그때였다.

         

       한창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던 찰나, 내 옆에 앉아 있던 나영진 PD님이 말을 걸었다.

         

         

       “예… 뭐. 나름 운이 좋았죠.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오래 누워있었긴 했지만요.”

       “쯧. 기껏 헬스장에 데리고 다니면서 비싼 닭가슴살 먹이고 프로틴까지 먹여났더니만 대놓고 칼을 맞고 다녀?”

       “…….”

       “……용석아 상식적으로 근육이 칼을 막아주진 않으니까 혼잣말 그만하고 운전이나 집중해.”

       “옙. 알겠습니다.”

         

         

       음…….

         

       저 형도 요즘 짬이 차서 그런가 말이 많아졌네.

         

       원래는 나영진 PD님 같은 직장 상사랑 있을 때 과묵한 사람이었는데

         

         

       “그나저나 언제부터 그런 관계가 되신 겁니까?”

       “……?”

       “에헤이, 시치미 떼시기는. 이미 다 봤습니다. 다혜 양이랑 아주 사이좋은 모습을요. 스토커 사건에서 몸을 날리신 이유가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됩니다.”

       “아, 그거요? 뭐… 언제부턴가 자연스레 그렇게 되어버렸네요.”

         

         

       하지만 내 대답을 들은 나영진 PD님은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이렇게 소영 양을 도와주시러 가는 걸 보면 작가님은 참 나쁜 남자군요.”

       “예… 뭐. 저도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친구와 아끼는 배우로서 도와주시는 거니 다혜 양도 이해해 주지 않겠습니까? 하하.”

       “…….”

         

         

       나는 차마 나영진 PD님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고, 우리는 어느덧 영광고등학교의 정문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정문에 서 있는 어떤 남자를 곧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정지훈.

         

       권대한의 친구인 그가 왜 저곳에서 조급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을까?

         

       그 이유를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무래도 유연정 국장님께서 내가 부탁한 사람과 연락이 잘 된 모양.

         

         

       “나 PD님.”

       “네?”

       “스튜디오엔믹스. 요즘 많이 한가하죠?”

       “…그렇죠?”

         

         

       사실 스튜디오엔믹스도 슬슬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껏 927 작가의 세 개의 작품으로 엄청난 이윤과 시간을 끌어왔으나 드라마 제작사 특성상 언제까지나 놀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927 작가가 아닌 다른 작가의 대본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었다.

         

       물론, 성공은 절대 장담 못 한다.

         

       오히려 927 작가 빨이었다고 욕이라도 안 먹으면 다행이지…….

         

       물론 그 말에 틀림이 없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때문에 기획제작 1팀의 리더인 나영진은 참으로 머리 아픈 상황이었다.

         

         

       “그럼 오랜만에 합이나 다시 맞춰볼까요.”

       “하, 합이요? 설마……”

       “네. 드라마 만드는 거요. 물론 모든 일이 잘 풀렸을 때 가능하겠지만요. 어쨌든 이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시죠.”

       “자, 잠깐만요! 대충 어떤 작품인지만 귀띔을…!”

         

         

       나는 그 말을 무시하고 서둘러 차에서 내려 정지훈과 마주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내가 누구인지 깨달은 모양이었다.

         

         

       “할아버지께 얘기는 들었습니다. 진짜 그분이 맞으십니까?”

         

         

       정지훈이 내게 존댓말을 해왔다.

         

       새삼 신기한 상황이었다.

         

       권대한의 친구이자 재벌 2세, 현 대통령의 외손자, 원작에서 나름 활약했던 천하의 정지훈이 내게 이렇게까지 예의를 차려줄 줄이야…….

         

         

       “딱히 자랑까지는 아니지만 생각하고 계신 게 맞을 거예요.”

       “그렇군요. 그럼 찾으시는 분이 있는 곳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정지훈을 따라 서둘러 본관 쪽으로 향했다.

         

       정지훈은 차로 가는 것보다 정원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쪽이 더 빠르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어렸을 때 화면으로 자주 보았던, 제법 익숙한 영광고등학교의 본관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관의 앞에는 어째서인지 수많은 학생들이 모여있었고, 그 중심에서 설소영과 권대한이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누가 봐도 그리 사이좋은 모습은 아니었고, 권대한은 강압적으로 설소영의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고통을 느끼고 있는 듯한 설소영의 얼굴을 보니……

         

         

       “끄아아악!”

         

         

       스토커 사건 때처럼 조금 화가 났다.

         

       어쩌면 조금이 아니라 많이.

         

         

         

       ***

         

         

         

       서은우는 권대한을 붙잡고 있던 손목을 놓았다.

         

       그러곤 곧바로 설소영에게 다가갔다.

         

       왜냐하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눈앞의 망나니를 어떻게 할 건지가 아니라 무조건 설소영의 안전이었으니.

         

         

       “괜찮아?”

         

         

       서은우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애써 고개를 끄덕이는 설소영.

         

         

       “뭐가 괜찮아. 딱 봐도 아파 보이는구만.”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아픈 것보다 그게 더 궁금한 모양이네. 그냥 약속 지키러 왔어.”

         

         

       약속.

         

       설소영이 서은우가 말하고 있는 그 약속을 모를 리가 없었다.

         

       이다혜를 스토커로부터 구하러 가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때, 서은우는 설소영에게 분명하게 말했다.

         

       만약 네가 같은 상황이었어도 무조건 도우러 갈 거라고.

         

       지금처럼.

         

       반대로 서은우도 설소영에게 궁금한 것이 있었다.

         

         

       “근데 권대한이 갑자기 너를 왜 영광고등학교에 데려온 거야?”

       “그… 저랑 결혼하고 싶다고……”

       “아, 됐어. 더 안 들어도 되겠다.”

         

         

       대충 예상은 했는데 그게 진짜 사실이어서 질린 표정을 짓는 서은우.

         

       그러곤 맞은 편에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권대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넌 진짜 이쪽 세상에서 태어나서 다행인 줄 알고 있어라.”

       “……그게 무슨 소리냐.”

       “아마 모르는 게 네 팔자에 좋을걸. 어쨌든 소영이는 데리고 간다. 그리고 얘랑 다시는 얼굴 볼 생각도 하지 말고.”

       “허, 싫다면?”

       “싫으면 뭐 어쩔 수 없고. 근데 나도 조금 궁금하네. 운 좋게 금수저로 태어나서 스스로의 힘으로 아무것도 제대로 이뤄본 적 없는,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는 어린애가 집안만 믿고 설치는 게 어디까지 통할지를.”

         

         

       서은우의 일침을 들은 권대한은 이를 악물며 주먹을 꽉 쥐었다.

         

       반면에 그 말을 당당히 내뱉으며, 어디 반박할 게 있으면 반박해보라는 듯한 서은우의 표정.

         

       자신과 설소영 사이에 끼어들고, 대놓고 무시하고, 창피를 준 것도 모자라 이제는 과감하게 도발까지 해오는 상대방.

         

       자존심에 죽고 사는 천하의 권대한이 그것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그는 곧바로 서은우에게 다가가 인정사정없이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

         

       아이러니한 점은 서은우가 그걸 피할 시도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맞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권대한은 분명하게 보았다.

         

       자신의 주먹을 제대로 맞은 서은우가 어째서인지 씨익 웃고 있는 것을.

         

       한편, 서은우는 권대한이 자신에게 주먹을 날릴 이 상황을 계속 기다렸다.

         

       사실 서은우 역시 상대방이 지은 업보가 있다 보니 그대로 당하고만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었고, 어찌 보면 권대한이라는 사람을 이 자리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원작을 봤던 그였다.

         

       그렇기에 방금처럼 살살 도발하면 제분에 이기지 못하고 행동할 것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내가 알고 있던 권대한 맞네. 어쨌든 정당방위다?”

         

         

       서은우는 권대한과 마찬가지로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고,

         

       퍽-!

         

       아까보다 훨씬 둔탁한 소리와 함께 권대한의 몸이 순식간에 뒤로 넘어갔다.

         

       서은우는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이 장면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는데…… 라고.

         

       실제로 원작에서 박하준이 권대한의 제멋대로인 행동을 보고 분노해 주먹을 날렸던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는 드라마답게 서로 처절하게 치고받는, 말 그대로 드라마틱한 양상으로 흘러갔지만……

         

         

       “……어라?”

         

         

       지금의 권대한은 너무나도 싱겁게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워 있었다.

         

       때문에 서은우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이다혜를 괴롭혔던 스토커를 되려 재평가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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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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