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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7

       

       

       

       

       지이이이잉-

         

         

       휴대폰의 진동 소리가 울리고 그제서야 서은우와 설소영, 둘 사이의 얼굴이 조금 떨어졌다.

         

       설소영은 지금껏 참아왔던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전화 안 받아요? 급한 전화인 것 같은데.”

       “받지 말라면 안 받을 게.”

       “아니에요. 어차피 앞으로 시간은 많잖아요?”

       “그렇긴 하지.”

         

         

       서은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물론 전화가 걸려온 사람의 이름을 보고 갑자기 확 짜증이 났다.

         

         

       [백준영 대표님]

         

         

       거참…….

         

       타이밍 한번 더럽게 못 잡으시네.

         

       서은우는 혀를 차며 전화를 받았다.

         

         

       ─하하. 아시다시피 백준영입니다.

       “쓰으읍……. 갑자기 왜 전화하셨어요?”

       ─목소리를 들어보니 그리 반갑지는 않은 모양이네요. 저는 매우 반가운데. 어쨌든 일어나셨으면 저한테 가장 먼저 연락을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음… 그건 좀 소름 돋는 소리네요.”

       ─아오, 그 뜻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으니까요. 작가님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이 날뻔했습니다.

         

         

       대충 백준영 대표님이 왜 내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은지는 이해가 된다.

         

       솔직한 말로는 나랑 오규민 매니저가 아니었다면 진짜 이다혜에게 큰일이 일어날뻔했으니까.

         

       그래도 백준영 대표님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셨다.

         

       사건의 뒷수습이나 상황 설명, 기자회견 같은 잡다한 부분은 모조리 맡으셨겠지.

         

         

       “딱히 대표님에게 감사 인사를 받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대표님도 저만큼이나 고생하셨잖아요.”

       ─와… 살다 살다 작가님에게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니, 이 사람이?

         

       도대체 백준영 대표님 안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 걸까.

         

       어차피 그건 딱히 중요하지 않다.

         

       확실한 건 이번 이다혜 스토커 사건으로 백준영 대표님은 내게 확실히 빚을 졌고, 나는 그걸 빌미로 아주 제대로 대표님을 부려 먹을 생각이었다.

         

         

       ─에, 에취!

       “감기에요?”

       ─아니요. 갑자기 묘하게 한기가 들어서요.

       “이런, 여름이라고 냉방을 너무 세게 틀어놓은 거 아니에요? 명색이 JYB의 대표이신데 몸 관리 잘하셔야죠.

       ─뭐야… 불길하게 왜 내 몸 걱정을 해주는 거지? 스토커랑 싸우다가 머리라도 한 대 맞았나?

         

         

       그 백준영 대표님……?

         

       목소리 다 들리는데요?

         

         

       “근데 설마 용건은 그게 끝이에요?”

       ─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존경하는 927 작가님.

         

         

       순간 백준영 대표님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정확하게는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

         

       방금까지가 평소의 백준영 대표님이었다면, 지금은 뭔가 화를 억누르고 있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대표님을 화나게 할 일이라곤 딱히……

         

         

       [지금 실시간 검색어 1등이 영광그룹이고 2등이 이다혜거든요. 그래서 혹시 몰라서 눌러봤는데 이런 사진이 먼저 보여서요.]

         

         

       아.

         

       문뜩 설소영이 보여주었던 어떤 사진이 떠오른다.

         

       설마 이다혜와 관련된 일인가?

         

         

       ─혹시 지금 인터넷에 열심히 돌아다니는, 작가님과 다혜가 무언가를 사이좋게 하고 있는 사진을 보셨을지 조금 궁금하네요.

         

         

       음…….

         

       아무래도 맞는 것 같다.

         

         

       “그… 방금 보긴 했죠.”

       ─아, 그래요? 그럼 얘기가 쉽겠네요.

         

         

       백준영 대표님은 처음 그 사진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 드디어 작가님이랑 다혜가 마음이 통했구나? 하긴, 스토커 사건으로 더 끈끈해졌을 텐데 서로 호감이 없는 거면 그게 이상하긴 하겠지…… 라고.

         

         

       ─그래서 곧바로 현재 ‘서은우와 연락 안 됨, 열애 중인 것이 사실이면 진심으로 축하’라는 아주 뻔뻔한 입장문을 남길 생각이었습니다만.

       “……다만?”

       ─우리 다혜의 열애설 대상자가 갑자기 소영 씨를 구하러 간 것 같더라고요? 심지어 거기서 이런 멘트까지 뱉었다고 하던데…… 아마 소영 씨의 남자친구가 될 예정인 사람이라나 뭐라나.

         

         

       설마 저것도 인터넷에 퍼진 거냐?

         

       그때도 생각해 보면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많았던 것 같은데…….

         

       어쨌든 이제야 백준영 대표님이 왜 화를 억누르고 계시는지 조금 알 것 같다.

         

         

         

       “음… 잘 알고 계시네요.”

       ─그야 정보가 워낙 빠르게 퍼지는 세상이니까요. 거기다가 한창 주목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니 뭐.

       “그런 의미에서 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에이, 그러면 재미없죠. 제 소속사 아이돌을 아무렇지도 않게 꼬셔 놓고, 바로 딴 여자랑 바람피우러 간 사람이랑 얼마나 할 얘기가 많겠어요.

         

         

       쓰으읍…….

         

       이런 내용인 줄 알았으면 그냥 전화받지 말 걸 그랬다.

         

         

       “그… 예. 진심으로 죄송하니까 그냥 결론만 말해주세요.”

       ─결론이요? 이대로 우리 다혜 불쌍한 여자로 만들지 말고, 끝까지 책임지라고 빌어먹을 927 작가!!!

         

         

       아오, 귀 떨어질 뻔했네.

         

       심지어 수화기 너머로 백준영 대표님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옆에서 설소영이 피식 웃는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솔직히 내가 봐도 복잡한 상황인 것은 맞다.

         

       그리고 그 복잡한 상황을 자초한 것도 내가 맞다.

         

       그러니 백준영 대표님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머리 아프지 않게 빠르게 정리해야겠지.

         

         

       “하나 착각하고 계신 게 있으신데 저 이다혜 좋아해요.”

       ─음? 이 타이밍에 갑자기 그런 말을 한다고? 그럼 소영 씨는요?

       “당연히 좋아하죠.”

       ─……진짜 미친놈인가? 혹시 스토커 사건 때문에 후유증 남은 건 아니죠?

         

         

       당황 반, 진심이 담긴 걱정 반.

         

       백준영 대표님의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니 나 역시 설소영과 마찬가지로 피식 미소가 지어졌다.

         

         

       “아무튼 JYB 측에선 오늘 하루만 계속 침묵을 유지해 주세요. 그런 거 잘하시잖아요?”

       ─예… 뭐. 근데 이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하시려고요?

       “짧게만 설명해 드릴게요.”

         

         

       나는 내 계획을 대충 백준영 대표님에게 설명했다.

         

       그는 꽤나 놀란 반응을 보였고, 옆에서 함께 이 얘기를 처음 들은 설소영 역시 똑같은 반응이었다.

         

         

       ─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미친놈이셨네요.

       “방금 그 말 은근슬쩍 사심이 담긴 것 같은데……. 그리고 안 미쳤거든요? 어쨌든 오늘 밤에 다혜에게 의사를 물어볼 생각인데 그 전에 대충 얘기 좀 해주세요.”

       ─예. 그래도 작가님의 얘기를 들어보니 조금 기대가 되는군요. 과연 내일부터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요.

       

       

       백준영 대표님과의 통화는 그것으로 모두 끝났다.

         

       그러곤 나는 옆에서 내 말을 엿듣고 있었던 설소영을 쳐다봤다.

         

       무언가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설소영.

         

         

       “방금 내가 한 말, 어떻게 생각해?”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조심스럽게 질문했고, 이에 설소영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작가님께서 고심 끝에 내리신 결정이라면 저는 존중하고, 따를 거에요. 아마 다혜도 비슷한 생각이겠죠.”

       “……그런가.”

         

         

       안심하라는 듯한 설소영의 긍정적인 대답을 들으니 괜히 쓴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솔직히.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서은우가 스토커 사건의 여파로부터 정신을 차리고, 바로 그의 근처에 있던 차무식과는 여러 얘기를 나누었다.

         

       그중에서 차무식은 서은우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무한신문사를 중심으로 기자회견을 열어달라고? 진심으로?”

       “응. 네가 예전에 말했잖아. 나중에 내가 잘 나가면, 내 기사 네가 독점으로 따 간다고. 대충 그거랑 비슷한 느낌 아닌가?”

       “후… 생각했던 것보다 네가 더 잘 나가는 사람인 게 문제지. 일단 아버지를 한번 설득해 볼게. 근데 아버지를 설득하기 이전에 정말 중요한 걸 하나 정해야 해.”

        “뭔데?”

       “그 기자회견을 서은우로서 할 거냐, 아니면……”

       “알잖아. 전자였다면 애초에 기자회견을 할 생각도 없었어.”

         

         

       서은우의 단호한 말에 차무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이번 스토커 사건을 계기로 친구 놈이 제대로 작정한 것 같다.

         

       그렇게 차무식은 그날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친구 놈의 기자회견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차무식의 아버지이자 무한신문의 부사장 ‘차문호’.

         

       그 역시 서은우를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들의 가장 친한 친구가 서은우 아니던가?

         

       실제로 어렸을 적부터 자주 대화를 나눠봤고, 함께 식사도 몇 번 나눴을 정도로.

         

       물론 최근 들어 서은우의 활약상에 대한 소식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

         

       꿈꾸는 아이들의 대본을 적은 것과 인기 아이돌 이다혜와의 열애설, 동시에 그녀를 위협하던 스토커로부터 몸을 던져 구해준 것까지.

         

       지금까지 상당히 평범한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올해의 행보는 조금 특별하긴 했다.

         

       솔직히 그 정도면 차문호 역시 기자 회견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기자 회견에도 그 급이 나누어져 있다는 것이고, 그중에서도 차무식은 가장 규모가 큰 기자 회견을 당당히 요구하고 있었다.

       

        무한신문이 주최와 동시에 기자 회견을 진행할 사회자를 맡고, 모든 신문사의 기자들을 모조리 모아 서은우의 기자 회견을 여는 것.

         

       흔히 대통령급의 정치인이나 할 법한 그런 규모의 기자 회견의 대상이 고등학생인 서은우다?

         

       아무리 아들 친구의 부탁이라도 그건 조금 힘든 일이었다.

         

       되려 너무 과하다고 욕을 먹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무한신문이 규모가 그리 작은 신문사도 아니고, 그런 리스크를 짊어질 이유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아들아. 조금 힘든 부탁인 것 같구나.”

         

         

       한편으로는 조금 의구심이 들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의 부탁이라도 아들인 차무식은 하는 짓에 비해 생각이 깊은 편이다.

         

       그렇기에 서은우으로부터 규모가 상당히 큰 기자 회견을 열어달라고 부탁을 받았더라면 당연히 거절할 놈이었다.

         

       그렇다면 왜……?

         

       문뜩 그런 의문이 든 차문호는 아들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거절의 의사를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차무식은 여전히 어딘가 자신감 넘치는 얼굴이었다.

         

         

       “아버지. 어차피 저희는 서은우로부터 절대 거절 못 할 제안을 받은 거예요.”

       “그게 무슨……”

         

         

       차무식은 천천히 자신의 아버지에게 사정을 설명했고, 차문호는 아들의 입에서 그 이름이 언급된 순간 곧바로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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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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