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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2

       

       

       

       

       올해 초에 있었던 927 작가의 은퇴 소식은 사람들에게 제법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소식이 동시에 두 번이나 일어났다.

         

       그건 바로 신비주의를 고집하던 927 작가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를 밝힌 것.

         

       그리고 그런 그가 돌연 한국을 떠나 사우디로 귀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927 작가가 정말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한국을 떠난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그 사정만 어떻게든 해결한다면 그의 사우디 귀화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당연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고, 순식간에 여론은 이쪽으로 집중되었다.

         

       우선 927 작가가 한국을 떠나는 첫 번째 이유는 나라에 대한 정이 떨어진 것이었다.

         

       아마 어린 나이에 국민들의 과도한 관심과 압박이 그 원인이 되었겠지.

         

       어차피 이미 그의 은퇴로 국민들은 제대로 최악의 상황을 경험해봤기에 자각만 한다면 어떻게든 자제할 수 있다.

         

       결국 가장 큰 문제인 일부일처를 어떻게든 해야 했다.

         

       법적으로 한국에선 당연히 한 남성이 두 명의 여성과 결혼할 수 없다.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것이 가능한 나라는 극소수이며 사우디 역시 그중에 포함된다.

         

       그렇기에 927 작가가 굳이 한국을 떠나 그곳으로 향하는 것이겠지.

         

       심지어 그곳의 주인인 무함마드 왕세자와 친구 관계라는 충격적인 소식까지 더해진 덕분에 그가 한국을 떠난다는 말을 거짓으로 듣는 이는 이제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명분’이라는 것을 생각해내야만 했다.

         

       927 작가가 법이라는 영역에서 벗어나 특혜를 받아야만 하는 명분을.

         

       다행히 명분이라면 차고 넘쳤다.

         

       전 세계에 K-드라마 열풍을 불러오게 만든 927 작가.

         

       현재 그는 해외에서도 엄청난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으며, 한국이라는 나라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에 엄청난 공헌 중이다.

         

       즉, 국위선양이라는 것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뜻.

         

       또한, 그가 만든 작품 속의 장소는 현재도 관광지로 활용 중이며, 해외여행을 온 사람을 포함해 유동 인구가 상당하다.

         

       그만큼 경제적인 이점까지 가져다주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927 작가의 정체가 공개되고 사람들은 그의 나이를 엄청 주목하고 있었다.

         

       겨우 중학생의 나이에 지금까지 수준이 다른 드라마를 만들었고, 세 작품 모두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다.

         

       아직 성인도 아닌 나이에 그 정도인데 앞으로 이 천재가 얼마나 더 색다르고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낼까? 사실 이것만 해도 잠재적인 가치는 엄청났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927 작가 사우디 가면 생길 일]

         

         

       우선 927 작가 은퇴 건과 맞물며 927 작가가 한국 떠난 거 전 세계에서 조롱이란 조롱 다 당할 예정.

         

       이제 작품도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아닌, 아마 전 세계를 기준으로 하겠지?

         

       즉, 그때부터 우리는 927 작가의 작품을 한국인으로서가 아닌 유명한 외국인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봐야 함.

         

       대충 국민들 자긍심 콘크리트 뚫고 지하로 떨어질 예정.

         

         

       -여기서 문제는 저쪽은 장난이 아니라 완전 진심이라는 거지. 국민들 작품 내라는 압박이랑 이다혜 스토커 사건, 권대한 납치 사건 생각해 보면 나 같아도 한국 정떨어지긴 할 듯 ㅋㅋ

       ㄴ헬조선 ㄷㄷ

       ㄴ대한민국 탈출은 지능 순이라던데 저 나이에 빨리 깨달아 버린 거지 뭐.

       ㄴ그렇다고 대놓고 뺏길 수는 없지. 이럴 시간에 빨리 국민청원 동의나 해라 조만간 천만 명임

       ㄴ당연히 이미 했지

       ㄴ아직도 그걸 안 한 새끼 있음?

       ㄴ그나저나 진짜 역대급 규모인데 이번에 정부에서 제대로 조치 안 하면 진짜 난리 날 듯

       -여기서 TMI는 인터넷 여론 조사 결과 927 작가 일부다처 동의가 91프로임. 이 정도 여론이면 그리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듯 ㅇㅇ?

       ㄴ그 와중에 9프로 반대 누구냐? 진심으로 싸대기 마렵네;;

       ㄴ걍 눈치 없는 새끼들임

       ㄴ근데 어차피 90프로 넘어간 시점에서 이미 의미 없는 얘기긴 함 ㅋㅋ

       -딴 건 모르겠고, 927 작가 작품이 설소영이랑 이다혜에게서 영감 받은 게 많다고 스스로 밝혔는데 이 정도면 작품 집필을 위해서 지금보다 오히려 여자 더 늘려야 하는 게 맞지 않냐?

       ㄴ이왕이면 애도 많이 낳으라는 의미에서 동의함

       ㄴㄹㅇ 두 명이면 부족하긴 해

       -얘들아 실시간 빅 뉴스 떴다. 927 작가 특별법안 개정한다고 정부에서 공식 발표함.

       ㄴ이제는 법까지 바꿔버리네 ㅋㅋ

       ㄴ아, 아… 또 당신입니까 GOAT

         

         

       쓰으읍…….

         

       어지럽네.

         

       오랜만에 커뮤니티 여론을 보니 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래도 어찌어찌 도박이 성공한 모양.

         

       참고로 927 작가 특별법안이 개정되는 데에는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무려 최도진 대통령님께서 내게 직접 질문하셨다.

         

       만약 내 편의를 봐주는 특별한 법을 만든다면 사우디로 가지 않고, 한국에 남아 줄 거냐고…….

         

       그리고 이에 대한 답변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했기에 지금처럼 927 작가 특별법안이 개정되는 거겠지.

         

         

       “요 며칠간 국민들께서 얼마나 나를 아껴주시는지 점점 깨닫고 있다. 만약 진짜 특별법안이 만들어진다면 이 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한국에 남고 싶다. 키야, 무서울 정도로 뻔뻔하구만.”

         

         

       그때였다.

         

       옆에 있던 차무식이 씨익 웃으며 내가 대통령에게 말했던 입장문을 그대로 읊었다.

         

         

       “야, 근데 그걸 굳이 소리 내서 읽어야 하냐?”

       “창피라도 조금 당해야지. 일은 자기가 다 벌여 놓고 뒷수습은 국민들에게 맡긴 상태로 지금까지 꿀 빨았잖아.”

         

         

         

       쓰으읍…….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사람들이 알아서 뒷수습을 해버린 수준이긴 했다.

         

       근데 어쩌라고.

         

       아니었으면 진짜 사우디 가버릴 뻔했는데.

         

         

       “어쨌든 이 소동이 끝나면 너도 슬슬 준비해야겠네.”

       “뭐를?”

       “아직 비공식이지만 네가 복귀하는 거 이제 사실상 반 확정이잖아. 그러니 얼른 다음 차기작 준비하셔야죠, 927 작가님.”

       “음? 설마 지금 나한테 빨리 다음 작품 내라고 재촉하는 거야?”

         

         

       927 작가에게 빨리 차기작을 내라는 소리는 어찌 보면 이제 금기어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러한 말들이 쌓이고 쌓여 내 잠정 은퇴로 이어졌으니까.

         

       즉, 아무리 친한 친구가 대수롭지 않게 농담 삼아 내뱉은 말이라도 금기어는 금기어.

         

       그렇기에 차무식은 순간 아차 싶었는지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설마 네가 한 말 가지고 내가 큰 결심을 하겠냐 무식아…….

         

       데미지가 하나도 없는데.

         

         

       “일단 차기작에 관해서 구상해둔 게 하나 있긴 해.”

       “오? 친구 찬스로 맛보기 설명 가능하냐?”

       “설명하기 조금 귀찮은데… 일단 짧아.”

       “하? 뭐가 짧은데?”

       “내용. 물론 드라마로 만들면 얼마든지 내용을 불릴 수 있는데 그러면 몰입이 잘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드네.”

       “뭐야, 그럼 어떻게 할 건데?”

       “드라마보다 길이가 짧으면서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미디어를 사용하면 되겠지. 예를 들면…….”

         

         

       영화이려나…….

         

       이쪽 업계 사람들은 흔히 영화는 시이고, 드라마는 수필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상대적으로 짧고 굵게 전달하는 게 영화의 매력이라면, 드라마는 길고 잔잔하게 전달되는 것이 매력이니.

         

         

       “아오, 어쨌든 중요한 건 내용이잖아!”

       “음… 스토커 사건 때 정신을 잃고 조금 긴 꿈을 꿨거든. 그때는 그 꿈이 조금이라도 빨리 끝나길 원했는데 돌이켜보면 좋은 얘기였던 것 같아서.”

       “그래서?”

       “장르는 대충 멜로 쪽. 이 이상은 스포다, 새갸.”

         

         

       내 어중간한 설명에 차무식은 마치 어지럽다는 듯이 뒷목을 붙잡았다.

         

       아직 이번 사태가 제대로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차기작 계획은 조금 설레발이다.

         

       아무리 빨라야 여름은 지나야지 슬슬 차기작에 관한 윤곽이 잡히겠지.

         

         

       “……?”

         

         

       그때 내 시야가 무언가에 의해 완전히 가려졌다.

         

       누군가가 뒤쪽에서 손을 뻗어 내 양쪽을 눈을 동시에 가리고 있던 것이다.

         

       예전에도 분명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무슨 얘기 중이야?”

         

         

       뒤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니 점점 확신이 든다.

         

       그렇기에 내 시야를 살포시 가리고 있었던 손을 조심스럽게 붙잡아 내렸고,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그곳에는 나와 시선이 마주친 이다혜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 내 차기작에 관한 이야기?”

       “진짜? 혹시 나한테도 들려줄 수 있어?”

       “응. 당연하지.”

       “……?”

         

         

       자신과는 전혀 다른 대우를 바로 눈앞에서 목격한 차무식은 약간 똥 씹은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런 차무식을 남겨두고 이다혜와 함께 사이좋게 자리를 떠났다.

         

         

       “아, 맞다. 우리 부모님도 너랑 만나고 싶어하시더라.”

       “진짜? 혹시 안 좋은 의미에서는 아니지?”

       “아니야. 두 분 다 네 팬이시거든. 그리고 감사 인사도 전하고 싶으신 것 같아.”

         

         

       감사 인사라면 아마 스토커 사건 때문이겠지.

         

       생각해 보면 굳이 내 팬이 아니시더라도 그 사건 덕분에 나름 점수를 땄지 않았을까?

         

       한편.

         

       차무식은 사이좋게 팔짱을 끼며 걸어가는 둘의 모습을 보며 어째서인지 속으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분명 예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던 것 같은데…….

         

       결론은 더럽게 부러우니까 제발 상견례 때 한 대 정도 맞았으면 좋겠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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