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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6

       

       

       

       

       대본을 적는다는 것.

         

       항상 해왔던 일이지만, 늘 새로운 느낌이다.

         

       어찌 보면 이번에는 진짜 새로운 경험일지도 모른다.

         

       주 분야인 드라마의 대본이 아닌, 영화의 대본을 적을 예정이었으니까.

         

       우선 내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아마 ‘연속물’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즉, 어떻게든 다음 회가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드라마의 핵심적인 기술이자, 각본가의 역량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1화는 2화를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하며, 당연히 2화는 3화를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편은 다음 화를 위한 거대한 예고편이라도 볼 수 있겠지.

         

       조금 과장하면, 1화가 너무 완벽하게 완결성을 갖춰서 보는 이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해, 다음 화 내용이 별로 괘념치 않은 상태로 편안하고 후련하게 잠에들 수 있다면 그 드라마는 망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항상 드라마의 대본을 적을 때 항상 이 점을 유의했다.

         

       1화는 2화를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하고, 2화는 3화를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또 3화는 4화를…… 만약 이게 되지 않는다면 실패한 드라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음화를 보게 만드는가?

         

       바로‘궁금증이며, 그것을 위해 엔딩에 ‘떡밥’을 투척하는 거다. 물론 다음화에서 그 떡밥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져 사람들이 배신감을 느끼더라도 일단 던지고 보는 것.

         

       당연히 전회에 떡밥이 너무나도 아귀가 맞게 잘 해소되면 완벽하겠지. 거기에다가 그 떡밥이 해소되면서 새로운 의문과 긴장이 생겨나면서 엔딩이 나고 또 그 다음화가 궁금해지는 것이 이상적인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이 세상에서 선보인 세 개의 작품은 모두 앞서 설명한 방식에 잘 따랐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나를 천재 각본가라며 칭송하며, 동시에 ‘드라마의 악마’라고 불렀겠지.

       

       분명 초기부터 엔딩을 욕 나올 정도로 잘 끊는다고, 저 별명과 함께 욕을 먹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여기에는 약간의 TMI가 있다.

         

       드라마는 보통 주 2회, 총 16부작을 방영한다. 때문에 홀수회의 엔딩보다 짝수회의 엔딩이 반드시 더 강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무려 일주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말 그대로 지옥의 시간이 될 테니…….

         

       그만큼 보상 심리 때문에 기대감은 더 커지겠지만, 그것마저도 해소해 버리면 게임 끝이다. 그때부터는 말 그대로 중독의 단계로 가버리겠지.

         

         

       ‘이런…….’

         

         

       드라마 얘기가 나오니 아무래도 너무 신을 낸 모양.

         

       역시 천직은 천직인 건가…….

         

       어쨌든 이제부터는 내 전문 분야가 아닌, 영화라는 조금 생소한 분야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일단 드라마와 영화는 많이 닮았지만, 절대 같다고는 할 수 없다.

         

       드라마는 특이하게 시청자가 집중하지 않아도 될 연출 패턴을 가지고 있다. 가능하면 대사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 가고, 주제나 구성도 웬만하면 단조롭게 하는 식으로.

         

       전개방식 역시 주변인물을 많이 등장시켜 그들의 에피소드를 단편적, 순차적으로 교차시켜 어느 때 봐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때문에 요즘 너튜브에 뜨고 있는 20~30분짜리 드라마 요약본이 많은 인기를 끌 수 있는 것 같다. 많은 분량을 최대한 짧게 축약해도 무슨 내용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

         

       다만, 영화는 조금 다르다.

         

       우선 편안한 집이나 개인 공간이 아닌 어두운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정당하게 돈을 내고 시청하는 것에서 제법 큰 차이점이 발생한다.

         

       당연히 편안한 공간을 선택하지 않고 일부러 돈을 내면서까지 자신의 보고 싶은 작품을 선택한 것이기에 관객들은 분명한 목적과 어느 정도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기대치를 채우려면 정교하게 인물을 배치하고 짧은 시간동안 그들에게 정당성과 몰입이라는 것을 부여해야 한다.

         

       그걸 위해 잠시도 눈을 돌리지 못하도록 소리와 영상을 조화롭게 이용해야 하는 말 그대로 종합예술.

         

       물론 그렇다고 영화의 관객이 드라마의 시청자보다 수준이 높다는 건 개소리다. 사람들이 영화관에 들어서고, 관객이라는 존재가 된 순간 눈과 그 기대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내가 적어 왔던 드라마랑은 분량도 그렇고 느낌이 많이 다르겠지.

         

       어쩌면 지금까지 해왔던 드라마를 잠시 잊고, 바닥부터 배워야 할지도 모르고.

         

         

       “그럼 굳이 왜 영화에 도전하냐? 하던 거나 계속하면 되지.”

       “아주 좋은 질문이야. 차무식 학생.”

       “하? 이건 또 무슨 컨셉인데.”

         

         

       조금 짧았던 여름 방학이 끝나고 개학하자마자 학교에서 만난 차무식이 내 말을 듣고 질린 표정을 짓는다.

         

       어쨌든 나름 이유가 있었다.

         

       우선 내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작품의 내용과 길이 때문이었다.

         

       이번 작품은 최대한 주연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싶었고, 그렇기에 굳이 주변 인물들을 많이 출연시킬 이유도 단편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풀 필요도 없다.

         

       그럼 자연스레 분량도 깔끔하게 줄겠지.

         

       또한, 내가 또 언제 영화라는 대단한 걸 만들어보고 드라마에서 더 나아가 전문 분야를 넓혀보겠는가?

         

       전생에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라면, 927 작가의 이름을 빌린다면 조금 얘기가 다르지 않을까?

         

         

       “그러니까 대충 영화라는 걸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말 아니냐?”

       “그렇지.”

       “뭐… 927 작가의 복귀작에 영화까지 도전한다는 소식이면 충분히 화제가 되긴 하겠네.”

       “음? 나 그걸로 복귀할 생각은 없는데?”

         

         

       차무식은 내 말에 이게 또 무슨 개소리지? 라는 느낌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히 내 복귀작은 영화가 아닌 드라마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927 작가의 영화 쪽 첫 데뷔작이 되겠지.

         

       음. 영화랑 드라마는 엄연히 다른 분야니까.

         

         

       “허, 내 귀에는 영화가 실패하면 대충 도망칠 구석을 미리 만들어두는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소리니 무식아.”

         

         

       솔직히 조금 뜨끔했다.

         

       당연히 나도 새로운 도전이기에 조금 걱정되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반대로 이것마저도 성공한다면…….

         

         

       ‘분명 좋은 그림이 되겠지.’

         

         

       앞으로 내가 몇 년을 더 활동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더 다양한 장르와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예감이 들었다.

         

       다만, 아직 설레발은 금물이다.

         

       이제 막 대본을 다 적었고, 지금 이 시점에서도 아직까지 수정을 고민하고 있는 장면이 있으니까.

         

       ……빌어먹게도.

         

       그 장면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밤새 한숨도 못 잤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장면은 무려 키스 씬이 들어가니까.

         

       물론 어중간하게 구도만 다르게 해서 하는 ‘척’만 하는 방법도 있다.

         

       근데 그렇게 애매하게 사람들의 시야에 보이게 할 거면 차라리 안 넣는 게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안 넣으려고 하니, 클라이맥스의 짜릿함이 덜 할 것 같은 강하게 느낌이 들었다.

         

       비교적 임팩트가 약해도 큰 지장 없는 흘러가는 드라마와는 다르게 영화는 그때그때의 임팩트가 중요하다.

         

       문제는 내 작품에서 수상할 정도로 키스 씬을 선보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근데 내가 왜 여태 그런 자극적이고 시청자들에게 여운을 선사해줄 수 있는 명장면을 억지로라도 안 넣었겠는가?

         

       당연히 내 모든 작품의 주인공이 설소영이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분명 설소영의 아버지의 분노를 살 것 같다는 겁쟁이 같은 이유를 댔었지만, 지금은 그냥 상상만 해도 대놓고 싫다는 기분밖에 들지 않는다.

         

       작품성을 위해 그 정도는 희생할 수 있는 거 아니냐? 만약 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지금의 내게 건넸다면 우선 주먹부터 날아갈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마음이 넓지 않은 모양이다. 은근 질투도 많은 모양이고.

         

       어쨌든 방법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임팩트는 조금 낮아지더라도 클라이맥스에서의 키스 씬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

         

       그리고 아예 극단적으로 이번 작품에 설소영을 출연시키지 않는 것.

         

       물론 후자는 예전부터 줄곧 생각했던 일이다.

         

       언제까지고 설소영이 내 작품에만 계속 등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당연히 이 사실은 설소영 역시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왜 하필 그것이 지금이냐라는 거다.

         

       설소영과 맺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이었으며, 애초에 이번 영화는 ‘우리’의 얘기가 담긴 내용이다.

         

       분명 출연을 못 하게 하면 엄청 상처받는 걸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한테 개학하자마자 고민 상담을 한 거냐?”

       “그래. 네가 보기와는 다르게 나름 객관안이 뛰어나니까 의견을 한번 들어보고 싶었어.”

       “보기와는 다르게? 쓰으읍… 이 새끼 내 성격 잊었나 보네?”

         

         

       차무식이 갑자기 팔을 걷는다. 그렇다고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게 포인트였다.

         

         

       “쩝. 재미없네. 그만큼 진지하다는 거겠지? 그런 의미에서 방금 엄청 좋은 방법이 번뜩 떠올랐는데.”

       “오? 뭔데. 빨리 말해봐.”

         

         

       내 재촉에 차무식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째서인지 피식 웃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녀석의 말은……

         

         

       “네가 남주인공으로 출연하면 되잖아.”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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