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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8

       

       

       

       

       역시 솔직하게 말하는 쪽이 정답이었던 것 같다.

         

       그 덕분에 오해가 잘 풀린 모양이고.

         

       물론 그 대가로 부끄러울 정도로 양쪽에서 폭풍 보살핌(?)을 받는 것이었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뭐…….

         

         

       “그… 어땠어?”

       “나름 괜찮은데요? 너무 본인을 저평가하신 것 같아요.”

       “맞아. 제대로 배우면 빠르게 늘겠다.”

         

         

       그리고 어찌어찌 그녀들의 앞에서 연기를 해봤는데 영 반응이 좋지 않다.

         

       물론 말로는 좋게 말하고 있지만, 조금 애매한 표정들을 보니 대충 어땠는지 감이 온다.

         

         

       “정말 솔직한 말로는?”

       “그저 그랬어요.”

       “평범했어.”

         

         

       ……역시.

         

       박하준이 내 연기를 보고 의아한 반응을 보였으니 대충 예상은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나빴다와 최악이었다 같은 말은 나오지 않은 것.

         

         

       “뭔가 연기를 너무 의식하고 하시는 것 같아요. 몸이랑 표정에 전체적으로 힘이 들어갔다고 해야 하나…….”

         

         

       쉽게 말해 따로 논다는 거네.

         

         

       “후… 아무래도 갈 길이 먼 것 같아.”

       “근데 궁금한 점이 한 가지 있어요.”

         

         

       내가 준 연기 연습용 대본을 읽고 있던 설소영이 조금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작가님이 연기하신 거, 마피아라는 작품의 김수홍이었잖아요.”

       “……그렇지?”

       “왜 굳이 이 역으로 연습하시는 거예요? 혹시 초심자가 연습할 때 단골로 연습하는 배역이어서 그런가요?”

       “정확해.”

         

         

       뭐든 시작은 쉬운 것부터 하는 게 당연한 수순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김수홍 역의 대본은 초심자가 해도 그리 외우기 어렵지 않은 대사 구조와 최소한의 몸짓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에 시험 삼아 연습해보는 거였고.

         

         

       “왜? 무슨 문제 있어?”

       “음… 작가님. 혹시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1화에서 하온이랑 겨울의 첫 만남 장면 기억하세요? 정확하게는 그때 하온의 대사를요.”

         

         

       나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다.

         

       애초에 어세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은 대본을 적은 사람이 나고, 웬만하면 나는 내가 적었던 대본의 내용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럼 한번 해보실래요? 하온이 우연히 카페에 방문한 것부터 겨울이 타준 커피를 마시는 장면까지.”

         

         

       ……하온이라.

         

       내가 처음 구상한 하온은 순수한 청년의 이미지와 가깝다. 물론 나중에야 무당을 통해 과거를 깨닫고 강인한 청년이 되지만.

         

       어쨌든 초반부의 하온은 순수하게 자연의 경관 같은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어디든지 기분 따라 자유롭게 갈 수 있다.

         

       바이올렛이라는 카페에 발을 묶여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려온 겨울과는 완전히 정반대인 느낌이겠지. 애초에 그렇게 대조적인 느낌을 주고 싶어서 일부러 그렇게 설계하긴 했다.

         

       다만 설소영이 바라는 것처럼, 지금의 내가 하온 역을 연기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요구다.

         

       과연 하온 특유의 순수하고 밝은 느낌을 내가 연기로 표현할 수 있을까?

         

       누가 봐도 나랑은 거리가 먼 사람 같은데…….

         

       나는 고개를 돌려 설소영을 슬쩍 쳐다봤다.

         

       그녀는 나를 보며 어째서인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의도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설소영이 아무 생각 없이 내게 이런 걸 시킬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뭐….

         

       지금의 내겐 밑져봐야 본전 아니겠는가?

         

         

       “그러면 소영아 상대역 좀 부탁할게. 커피가 담긴 컵은 일단 종이컵으로 대처하고. 다혜는 아까랑 마찬가지로 내 연기가 어땠는지 봐줘.”

         

         

       그렇게 순식간에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첫 번째 씬의 간이 세트장이 만들어졌고,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하온의 연기를 시작했다.

         

       먼저 내가 해야 할 첫 대사는 내 앞에 서 있는 설소영, 아니 겨울에게 커피를 부탁하는 거다.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걸 한 번 떠올려보세요.

       ─뭐를?

       ─대본을 적었을 때를요. 그때의 하온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식으로 말했고,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나요?

         

         

       문뜩 설소영의 앞에 서니, 그녀가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 내게 해줬던 조언이 떠올랐다.

         

       대본을 적었을 때를 한번 떠올려봐라… 인가.

         

       사실 굳이 그것을 떠올리지 않아도 이때의 하온이 어땠는지를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 누구보다 하온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그를 탄생시킨 나일지도 모르니까.

         

       분명 하온은 눈앞의 겨울을 보며 딱히 그렇다 할 감정이나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여자의 얼굴을 보고 예쁘다는 듯 속으로 조금 감탄하는 것 정도.

         

       그렇기에 그것이 표정으로 드러날 일은 없다. 오히려 카드를 건네받는 상대편의 당황한 반응 때문에 조금 의아한 표정이 지어진다.

         

         

       탁-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겨울이 직접 내린 따뜻한 에스프레소가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놓여지고, 그 커피의 맛과 향을 진지하게 음미했다.

         

       하온은 커피를 하루에 한 잔씩 무조건 마실 정도로 커피를 아주 좋아하고, 수많은 카페에 방문하며 커피 맛을 보는 것이 소소한 취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들고 있는 커피는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평범하다는 좋은 의미에서다. 그만큼 본연의 커피 맛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니.

         

         

       “좋은데?”

         

         

       때문에 처음 입을 때며 상당히 긍정적인 말과 함께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커피를 마실수록 점점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문뜩 방금 들었던 여자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계속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커피를 마실수록 표정은 점점 굳어졌고, 순식간에 찻잔은 비워졌다.

         

       그리고 찻잔이 모두 비워진 것을 확인했을 때 곧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범하다기보다는 무언가 눈물이 날 정도로 그리운 맛이라고…….

         

       갑자기 머릿속이 이상할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커피를 다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엉덩이가 떼어지지 않았다.

         

         

       “맛이 괜찮았나요?”

         

         

       그러던 중 자신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 사람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되도록 말로 표현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 이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느끼는 혼란스러움을 해결할 방법은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

         

         

       “혹시…… 저희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지 않나요?”

         

         

       묻는 것. 질문하는 것.

         

       도대체 당신은 누구길래 나를 이렇게까지 뒤흔드는 거지?

         

       다만, 이 물음을 받은 여자는 그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곤 부정의 의미로 힘겹게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나는 그 부정적인 대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그것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그리고.

         

         

       “……?”

         

         

       어느샌가 여자의 차가운 손이 내 볼을 상냥하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무언가 고통스러워 보였던 아까의 표정과는 다르게 나를 보며 환한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완벽했어요.”

         

         

       그리고 그 말과 함께 사고가 다시 돌아온다.

         

       짝짝짝-

         

         

       “와~ 아까랑은 완전 다른 사람인데?”

         

         

       자세히 들어보면 이다혜가 옆에서 감탄사를 내뱉으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솔직히 감탄은 내가 해야 했다.

         

       분명 대사나 행동을 연기하기도 급급했던 초심자인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샌가 연기가 모두 끝나 있었으니까.

         

       나는 멍한 얼굴로 설소영은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내게 부른 건지 진심으로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에 설소영은 별거 아니라는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연기라는 것을 할 때 중요한 건, 대사나 몸짓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캐릭터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찌 보면 연기도 공부와 비슷하죠.”

         

         

       그 캐릭터가 어떤 성격이나 과거를 가졌는지, 평소에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버릇은 또 무엇인지 등등.

         

       그렇게 하나하나 그 캐릭터가 가진 특징을 이해하고 있을 때와 하지 않고 있을 때의 차이는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더 나아가 그 캐릭터에 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

         

       바로 ‘몰입’이라는 단계로.

         

         

       “지금까지 작가님의 연기가 어색했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아마 막연하게 대사와 몸짓을 외우고 연기에 들어섰겠죠.”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네. 그래서 나한테 내 작품의 등장인물을 한번 연기해보라고 한 거였구나?”

         

         

       설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그녀의 의도를 조금 알겠다.

         

       내가 직접 집필했기에 나는 ‘하온’이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반대로 마피아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김수홍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자세히는 모른다.

         

       아마 그녀는 그 간격에서 오는 차이를 내게 알려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물론!”

         

         

       그때였다.

         

       설소영이 무언가 아직 중요한 할 말이 남아 있다는 듯, 나를 향해 소리쳤다.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 재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얘기에요. 제가 이런 말 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연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재능이니까요.”

         

         

       이건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어떤 일이든 재능은 중요하다.

         

       물론 노력도 중요하긴 한데…… 천재가 노력까지 하면 그걸 어떻게 따라잡을 건데?

         

       당연히 답도 없다.

         

       그렇기에 그녀의 말처럼 연기도 재능이 중요하다는 말은 충분히 일리 있다.

       

       그리고 바꿔말한다면…….

         

         

       “맞아요. 작가님이 연기에 엄청 재능이 있다는 말이에요. 그러니 저희 아이의 진로는 이제 연기 쪽으로 거의 확실해졌네요.”

       “자, 잠깐 뭐?”

       “분명 엄청난 천재겠죠? 어쩌면 저 이상일지도 모르겠네요.”

         

         

       따로 반론은 듣지 않겠다는 설소영의 사람 좋은 미소를 보니 차마 할 말을 잃었다.

         

       어… 음.

         

       갑자기 여기서 풀 악셀을 밟아버리네.

         

         

       “은우야!”

         

         

       그리고 우리의 대화를 흥미롭게 엿듣고 있던 이다혜가 불안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딸이면 나랑 같은 아이돌, 아들이면 너랑 같은 작가가 좋을 것 같은데.”

       “하하…….”

         

         

       나는 그녀들의 작은(?) 바람을 들으며 그저 옅은 미소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미래의 나…….

         

       아마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네.

         

       어쨌든 힘내라.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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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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