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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0

       

       

       

       

       이다혜는 어제부터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신의 소속사 대표님이 정말 단호하게 영화 출연을 제한한 것.

         

       사실 그렇게 될 거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

         

       대표님의 말대로 자신의 본업은 배우가 아닌 아이돌이니까.

         

       심지어 컴백을 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지금 시점에선 조금 더 홍련의 일에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맞았다.

         

         

       ‘원래는 미련 없이 포기할 생각이었는데…….’

         

         

       이다혜는 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스토커 사건으로 인해 여러 의미로 자신의 그룹에 피해를 줬다.

         

       그렇기에 자신의 남자친구가 제작할, 곧 최고의 영화가 될 작품의 출연을 조금 아쉽지만 포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대본을 읽게 된 순간 생각이 조금 바뀌게 되었다.

         

       서은우는 그날 자신이 연기를 연습하는 이유를 말했고, 동시에 이다혜와 설소영에게 자신이 만들 영화인 ‘네가 없는 여름’이라는 대본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다혜는 직감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가 그린 영화의 여주인공에 조금 더 어울리는 사람은 자신이 아닐까……? 라고.

         

       물론 기분 탓일지도 모르고, 약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은우는 여름 방학이 시작되기 전, 자신에게 영화에 대한 설명을 어느 정도 해준 적이 있었다.

         

       그는 분명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얘기를 조금 각색한 이야기가 될 거라고.

         

       그 말과 그때 서은우의 얼굴을 떠올리며 대본을 읽어 보니 이다혜는 그가 이번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그리 즐거운 내용은 아니겠지.’

         

         

       하지만 사람들은 영화를 볼 때 오직 즐거움이라는 감정만을 추구하고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은우의 작품은 이번에도 큰 인기를 얻겠지.

         

       물론 작품이 성공한다는 이유 가지고 여주인공 역을 맡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맹세코 없다.

         

       그저 어딘가 자신을 많이 닮은 것 같은 여주인공에게 이끌렸을 뿐.

         

       분명 이에 대해서 소영이도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어쨌든 이제는 딱히 소용없는 얘기다.

         

       대표님께서 내 영화 출연 얘기에 결사반대를 하고 계시니까.

         

       그래. 충분히 이해는 한다.

         

       지금 당장이나, 앞으로의 스케줄도 매우 바쁠 예정인데 거기에다가 영화 촬영까지 병행한다?

         

       그건 말 그대로 자신의 몸을 혹사하는 거겠지.

         

       다만 그럼에도 이다혜는 그 사실이 매우 아쉬웠고, 괜히 엄한 대표님에게도 화를 내고 있는 것도 조금 미안했다.

         

         

       “다혜야!”

       “네, 네?!”

         

         

       그때 이다혜의 양쪽 어깨를 누군가가 덥석 붙잡았다.

         

       같은 홍련의 멤버이자 서브 보컬을 맡고 있는 ‘가을’이었다.

         

       가을은 조금 걱정되는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 막내, 표정이 왜 그렇게 어두워? 설마 남자친구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

       “음… 그건 아니에요.”

       “그래? 만약 정답이었으면 당장 찾아가서 뺨을 한 대 때려주는 건데 아쉽네.”

       “언니, 그건 제가 싫어요. 농담으로 한 소리죠?”

       “그, 그럼 당연하지!”

         

         

       가을은 막내의 사람 좋은 미소를 보며 기겁을 했다.

         

       진심이었다고 말했으면 누가 봐도 물어뜯을 기세였다.

         

       분명 자신을 포함한 멤버들한테는 한없이 착하고 따뜻한 막내였는데…….

         

       아무래도 우선순위가 너무나도 손쉽게 바뀐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쨌든 이제 움직이자.”

         

         

       이다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공연과 Q&A를 끝마치고, 오늘 예정되어 있었던 홍련의 팬미팅 시간은 이제 어느덧 막바지인 팬사인회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렇게 팬사인회장에 도착해 책상 하나 간격을 두고 팬과 소통을 시작한 이다혜.

         

       아까의 어두웠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환한 미소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소중한 팬과 마주하는 이 순간만큼은 잡생각 말고 오직 그것에만 전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다혜에게도 팬과 관련해서 조금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분명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로 심각했던 일이었지만, 세상 모든 팬들이 전부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다혜는 팬과 만나는 것 자체를 여전히 기쁘게 생각하고 있었다.

         

       단, 그 사건 이후로 팬으로부터 선물 같은 건 받지 않기로 결심했다.

         

       분명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때로는 그 안에 불순한 의도 같은 것이 담겨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아무리 이다혜가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라도 그날에 있었던 일을 모두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팬미팅 공지에도 이다혜의 선물과 관련된 부분은 주의 사항으로 적혀있었다.

         

       팬들 역시 이다혜의 사정을 알고 있었기에 조금 안타까운 마음으로 넘어가는 흐름이었다.

         

         

       “후… 피곤하다.”

       “이번에는 휴가 좀 많이 주셨으면 좋겠네.”

         

         

       어쨌든 팬사인회는 약 1시간 정도 진행되었고, 일정이 모두 끝난 홍련의 멤버들은 하나같이 녹초가 된 상태로 팬사인회장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들이 굳이 대기실로 돌아가지 않고 팬사인회장에 남아 있던 이유는 곧바로 회장의 정문을 통해 차에 탑승하고 JYB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다혜야. 미안한데 혹시 한 분만 더 상대해줄 수 있을까?”

       “지금이요?”

       “응. 네 팬인데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이제 도착하셨거든.”

         

         

       홍련의 매니저인 오규민이 조금 안절부절못하는 눈빛으로 이다혜에게 다급히 소식을 전했다.

         

       팬미팅 일정이 모두 끝났기에 원래라면 안 되는 일이었지만, 오규민이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정말 안타까운 사연이었던 모양이다.

         

         

       “네. 상관없어요.”

         

         

       때문에 이다혜는 흔쾌히 미팅을 허락하였고, 오규민은 이다혜가 보이지 않은 어두운 사각 쪽으로 OK 신호를 보냈다.

         

       이윽고 그곳에서 노란 꽃다발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사람이 사인회장 안으로 들어섰고, 천천히 이다혜의 앞으로 걸어갔다.

         

       이다혜가 처음 그 모습을 보고 먼저 든 생각은 의아함이었다.

         

       저 꽃다발의 용도는 과연 무엇일까?

         

       아마 자신에게 주려고 하는 선물일 것 같은데…….

         

       그러나 하필 꽃다발인 것이 문제였다.

         

       그때 스토커한테 받았던 선물도 하얀 장미로 이루어진 꽃다발이었으니까.

         

       사전에 공지까지 했기에 자신의 팬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원래라면 불쾌함이나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들어야 했겠지만, 어째서인지 그런 감정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다혜는 ‘설렘’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왜냐하면, 저 꽃다발이 팬의 입장에서 주는 것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이제야 왜 매니저인 오규민이 안절부절못하는 눈빛으로 자신에게 그런 부탁을 했는지 알겠다.

         

       그때 이다혜의 앞에 다가선 사람, 아니 남자가 꽃다발을 앞으로 내밀며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는 길에 예뻐 보여서 샀어요. 이다혜라는 사람이랑 뭔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

         

         

       팬미팅 현장이어서 그런가…….

         

       이다혜는 남자의 생소한 존댓말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건네주는 꽃다발을 받았다.

         

       그러곤 자신의 머리 색과 같은, 노란색 꽃으로 이루어진 꽃다발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혹시 꽃 이름이 뭔가요?”

       “메리골드. 그리고 꽃집 사장님이 친절하게 꽃말까지 알려주더라고요.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이라고.”

       “와~ 그럼 제가 반드시 행복할 수 있도록 앞으로 많이 노력하셔야겠네요.”

         

         

       이다혜의 의미심장한 말을 들은 남자, 아니 서은우는 쓴 미소를 지었다.

         

         

       “그럴 거야.”

         

         

       어딘가 확신에 가득 찬 말과 함께…….

         

         

         

       ***

         

         

         

       마중이라기보다는 사실 서프라이즈의 목적에 가까웠다.

         

       그래서 조금 로맨틱하게 꽃다발도 사 갔던 거고.

         

         

       “헤헤.”

         

         

       물론 팬사인회장에서부터 JYB에 도착한 지금까지……

         

       계속 내가 선물로 준 꽃다발을 보며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는 이다혜의 모습을 보니 조금 쓴 미소가 지어졌다.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진작에 줄 걸 그랬다.

         

         

       “그렇게 좋아?”

       “응! 기숙사에 가서 장식하려고.”

       “……뭔가 미안하네. 이런 면에서 내가 조금 둔해. 연애는 처음 해봐서.”

       “그럼 여자한테 꽃을 선물해주는 것도 내가 처음이겠네?”

       “응. 물론 엄마를 뺀다면.”

       “어머님은 당연히 예외지.”

         

         

       이다혜는 내 대답에 크게 웃었고, 조금 진정되자 궁금했던 것을 물어왔다.

         

         

       “근데 갑자기 JYB에는 뭐 때문에 온 거야?”

       “어… 너 보러?”

       “아하. 대표님이 너한테 SOS 신호를 보냈구나? 나 좀 달래주라고.”

         

         

       쓰으읍…….

         

       뭐지?

         

       내 주변에는 왜 이렇게 감이 좋은 사람이 많은 걸까.

         

       아니면 내가 그렇게 티 나게 말이나 행동을 한 건가?

         

       그건 아마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어떤 식으로든 잘못을 저지르면 곧바로 들킬 것 같은 그런 불길한 예감이 불현듯 들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설마 내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바람이라도 핀 순간 곧바로 골로 가지 않을까 싶은데.

         

         

       “아, 영화 건은 이제 괜찮아. 덕분에 좋은 선물을 받았으니까.”

         

         

       그때 이다혜가 애써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모양.

         

       그런 그녀를 위해서 나는 제안을 하나 했다.

         

         

       “주제가를 나보고 불러 달라고? 진짜?”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왜 하겠어.”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이다혜.

         

       홍련의 팬미팅 현장에 백준영 대표님과 함께 가면서 제법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그중에서 주제가를 부를 사람으로 누굴 생각하고 있냐는 얘기가 나왔고, 나는 이다혜를 택했다.

         

       단순히 화를 풀어준다는 이유가 아니라 순수하게 작품성을 위한 선택이었다.

         

       대한청소년연극제에서 Smile을 불렀을 때처럼 그녀라면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내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녹음 정도면 촬영에 비해 빠르게 끝낼 수 있을 테니까 백준영 대표님도 동의하셨어. 그래서 대답은?”

       “너무 좋아!”

         

         

       이다혜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다행히 기분이 많이 풀린 것 같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틀 뒤……

         

         

       “뭔가 오랜만이네요. 이 자리에서 작가님과 대화를 나누는 건.”

       “그러게요. 어쨌든 감상은 이만 접어두고 슬슬 건설적인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나는 스튜디오엔믹스의 본사에 방문했다.

         

       즉, 본격적으로 제작 단계로 넘어갈 시간이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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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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