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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1

       

       

       

       

       스튜디오엔믹스.

         

       2년 전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눈부신 성장을 이룬, 현 한국 최고의 드라마 제작 회사.

         

       주 업종명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업이지만 최근 몇 년간은 오직 드라마 제작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물론 그 과정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한때는 시청률을 국밥처럼 뽑아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저 그런 곳이 되어버린 제작사.

         

       그때는 스튜디오엔믹스 말고도 대부분의 제작사가 암흑기로 상당히 힘든 상황이었다.

         

       애초에 드라마 시장 자체가 하락세였으니까.

         

       그렇기에 스튜디오엔믹스 역시 어떻게든 암흑기를 견뎌내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급하게 공모전을 열었다.

         

       그리고 그것은 고작 지푸라기를 잡는 것을 넘어서 아예 혜성이라는 것이 떨어져 버렸다.

         

       그들에게 있어서 927 작가와의 만남은 그만큼 운명적인 만남일 것이다.

         

       또한, 스튜디오엔믹스를 지탱하는 두 명의 국장 중 한 명인 박용오가 말하기를 처음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대본을 읽는 순간 암흑기를 끝낼 빛을 보았다고 말했다.

         

       절대 과장이 아니라 그런 생각을 했기에 박용오 국장은 927 작가를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사실상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다 해라.’라는 느낌으로 말이다.

         

       그렇기에 내부에서도 가장 논란이 많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설소영의 캐스팅 건 역시 시원하게 강행했다.

         

       물론 설소영을 캐스팅하지 않으면 대본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협박(?) 때문은 아니다.

         

       비록 나이가 엄청 어리지만, 그에 걸맞지 않은 엄청난 대본을 적어온 927 작가의 주장에 한 번 도박을 걸어본 것이었다.

         

       다 무슨 생각이 있겠지…… 라는 최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로.

         

       결과는 말해 뭐하겠는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성공이었다.

         

       심지어 연달아 927 작가가 내놓은 모든 작품이 대성공을 해버렸다.

         

       덕분에 모든 제작을 함께한 스튜디오엔믹스의 위상은 날개를 달았고, 자동으로 한국에선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제작사가 되어버렸다.

         

       그 시점에서 927 작가는 이미 스튜디오엔믹스에게 있어서 ‘신’ 같은 존재였다.

         

       만약 그쪽에서 먼저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당장 하고 있던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그쪽에 전념으로 매달릴 정도로.

         

       다만, 너무 927 작가의 힘에 의존했던 탓일까.

         

       927 작가가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스튜디오엔믹스는 이렇다 할 제작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꼬박 1년 동안 휴식을 취하고 있던 것이다.

         

       이것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업이라는 업체에 있어서 상당한 치명타인 일이었다.

         

       물론 927 작가가 벌어준 실적이 있기에 앞으로 1년은 더 거뜬히 버틸 수 있긴 하지만 뭐…….

         

       그리고 그런 스튜디오엔믹스가 드라마를 제작하지 않고 있는 소식은 다른 제작사의 입장에선 최고의 기회였다.

         

       927 작가가 K-드라마 열풍을 불러오고 불현듯 사라지니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가히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하는 그림이 벌어진 것이다.

         

       덕분에 2년 전에 비하면 질적으로 훨씬 좋아진 퀄리티의 작품이 대거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튜디오엔믹스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열심히 달릴 동안 말 그대로 칼을 갈고 온 것이었다.

         

       그로 인해 927 작가의 작품 말고도 볼거리가 생겼으며 당연히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물론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나올수록 사람들은 수준의 차이라는 것을 더욱더 확연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칼을 갈고 와도 뭐 어쩌겠는가? 지난 2년 동안 927 작가가 선사한 임팩트가 충격 그 자체여서 도저히 그 감정이 지워지지가 않는데.

         

       어쨌거나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스튜디오엔믹스 역시 슬슬 새로운 작품에 대한 압박감을 받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회의 끝에 총 두 가지의 플랜을 세웠다.

         

       하나는 당장의 급한 불부터 끄는 것.

         

       그것을 위해 나영진 PD를 필두로 네임드 작가를 섭외해 드라마를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던 그 계획 역시 순식간에 무산되었다고 한다.

         

         

       “뭐야. 그거 저 때문이에요? 나 PD님.”

         

         

       차를 타고 스튜디오엔믹스를 향하고 있던 도중, 서은우는 자신의 옆자리를 지키고 있던 나영진에게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이에 나영진은 절대 아니라는 듯, 격하게 손을 저었다.

         

         

       “아니죠. 오히려 절묘한 타이밍에 끊어주신 거예요. 은우 군, 우선 그 계획에 가장 필요한 건 뭐겠어요?”

       “음… 아마 실력이 뛰어난 네임드 작가겠죠.”

       “그렇죠. 근데 그런 사람을 더럽게 구하기 힘들더라고요. 혹시 저희 스튜디오엔믹스가 제작한 마지막 작품이 뭐였는지 기억하시죠?”

       “이태원 레볼루션?”

       “그러면 그 드라마의 대본을 집필한 작가는?”

       “아… 확실히 부담되겠네요.”

         

         

       서은우는 나영진의 의도를 단번에 이해했다.

         

       927 작가의 작품을 잇는 역사적인 스튜디오엔믹스의 다음 작품.

         

       이런 타이틀만 대충 달려도 각본가 입장에선 당연히 부담될 수밖에 없다.

         

         

       “물론 어떻게든 컨택까지는 했습니다만…….”

       “다만?”

       “하하. 주제도 모르고 계약금을 아주 많이 요구하더군요. 그래서 그 소식을 들은 유연정 국장님께서 뺨이나 한 대 갈기고 오랬습니다.”

       “오, 진짜 갈겼어요?”

       “아니요 은우 군. 저희는 다짜고짜 뺨 때리면 일단 경찰한테 잡혀갑니다. 927 작가님 정도 되니까 그냥 넘어가는 거죠.”

         

         

       서은우는 나영진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저거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인 것 같은데.

         

       내가 누군가의 뺨을 때리는 등의 힘을 행사했던 적이 있었던가?

         

       가슴에 손을 얹고 진짜 없다.

         

       차라리 주먹질을 했다고 하면 당당하게 했다고 말한다.

         

       음. 다 정당방위였으니까.

         

         

       “어쨌든 그 타이밍에 저희 명예 소방관이 등장해준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다들 오랜만의 작업이라 의욕 만땅입니다. 지금 당장 제작에 들어가도 전혀 문제없겠죠.”

       “근데 아직 대본도 안 읽어 보셨으면서 너무 설레발부터 치시는 거 아니에요?”

       “그만큼 은우 군의 능력을 믿고 있다는 뜻입니다. 애초에 927 작가의 첫 영화 도전이니까 사람들도 어느 정도 시선을 낮추겠죠.”

         

         

       서은우는 나영진의 말에 쓴 미소를 지었다.

         

       저 말은 부활 코인 하나 정도는 있다는 말이다.

         

       다만, 영화가 망하면 조금 슬프게도 곧바로 전문 분야인 드라마 외길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점.

         

       헌데 조금 놀란 점은 자신이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을 때, 스튜디오엔믹스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그것을 승낙했다는 거다.

         

       솔직히 그 부분에선 조금 감동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미 내 코인에 물려서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거나.

         

       어쨌든 내 입장에선 좋은 일이다.

         

       스튜디오엔믹스는 한때 드라마 제작을 전념하기 전, 영화 업계에서도 제법 유명했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 제작 지원 쪽이지만.

         

       그럼에도 경험이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거다.

         

       추가로 내 입장에서도 아는 사람들이랑 일하는 게 훨씬 얘기하기도 편하고 진행도 빠를 테니까.

         

       그나저나…….

         

       서은우는 상당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앞좌석 쪽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그들의 운전 노예가 된 조용석 옆에 한 여자가 함께 동행하고 있었다.

         

       서은우의 입장에선 제법 익숙한 얼굴이다.

         

         

       “강예린 선배는 왜 저희랑 함께 가고 있는 겁니까?”

       “뭐야? 불만이야?”

         

         

       강예린.

         

       서은우의 한 학년 선배이자, 자신의 소속된 동아리와 한때는 라이벌(?) 관계였었던 연극부의 실질적인 리더 강예린이 어째서인지 그곳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아. 강예린 학생은 저희 두 번째 플랜입니다.”

       “두 번째 플랜이요?”

       “예. 저희가 새싹 지원 프로젝트라는 걸 진행하고 있거든요.”

         

         

       쉽게 말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재를 미리 회사에 섭외해 적극 지원을 해주고, 졸업하고 나서 스튜디오엔믹스에 입사하는 것.

         

       스튜디오엔믹스 역시 927 작가의 은퇴 건을 겪고 언제까지고 그의 힘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돈이 많을 때 하나씩 보험을 만들어두자는 의미였고, 그 영광스러운 선두를 강예린이 맡게 되었다.

         

       당연히 재능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그녀에겐 조금 특별한 점이 있었다.

         

         

       “듣기로는 은우 군과 꽤나 친분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렇긴 한데….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일단은 은우 군의 보조 작가로 붙일 생각입니다.”

         

         

       보조 작가.

         

       서은우에겐 상당히 익숙한 단어다.

         

       왜냐하면, 보통 작가들 사이에선 보조 작가를 대부분 막내 작가로 부르니까.

         

       ……그렇다.

         

       그가 전생에 그토록 구르고 굴렀던 그 막내 작가 생활을 천하의 강예린이 한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서은우는 입을 틀어막았다.

         

       일단 보조 작가의 정의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메인 작가를 도와주는 사람이지만 실상은 그냥 잡일 담당이다.

         

       가끔 회의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그건 어느 정도 짬이 찼을 때의 얘기라고 할 수 있었다.

         

       어쨌든 천하의 강예린이 내 밑에서 잡일을 도맡아 한다?

         

         

       “와… 벌써부터 물 떠오라고 시키고 싶은데요?”

       “그런 보조 작가 아니거든!”

       “하하. 강예린 학생 말이 맞습니다. 사실 아직 학생이다 보니 작가님이 생각하고 계시는 그런 보조 작가 느낌은 아니죠. 그냥 927 작가님의 옆에 붙어 다니게 해서 간접적으로나마 경험을 쌓았으면 해서요.”

       “뭐… 딱히 상관은 없겠죠.”

         

         

       서은우는 나영진의 말에 씨익 웃으며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참고로 저 웃음의 의미는 앞으로 스튜디오엔믹스 안에서 신나게 놀려 먹을 사람이 생겨서 기분이 좋다는 뜻이었다.

         

       대화를 나눠보면 알겠지만, 강예린은 상당히 타격감이 좋으니까.

         

         

         

       ***

         

         

         

       스튜디오엔믹스의 본사에 도착한 서은우는 나영진을 따라 4층에 위치한 작은 회의실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서니 익숙한 중년의 남성이 초조하게 앉아 있었다.

         

       그러곤 중년의 남자는 첫 만남과 마찬가지로 서은우의 얼굴을 보고 화들짝 놀라 의자에서 일어나셨다.

         

         

       “아이고 작가님! 이게 얼마 만입니까!”

         

         

       박용오 국장.

         

       그가 상당히 반갑다는 얼굴로 서은우를 맞이해주었다.

         

         

       “일단 먼 길 오셨는데 앉아서 얘기하시죠.”

         

         

       그렇게 박용오 국장님의 권유로 서은우는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게 되었고, 나영진과 박용오는 바로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뭔가 오랜만이네요. 이 자리에서 작가님과 대화를 나누는 건.”

       “그러게요. 어쨌든 감상은 이만 접어두고 슬슬 건설적인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일단 이건 이번 영화의 대본이에요. 한번 읽어 보고 얘기하시죠.”

         

         

       서은우 그 말과 함께 준비해온 대본을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건넸다.

         

       물론 내 대본을 건네받은 2명은 어째서인지 모두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어지간히도 ‘네가 없는 여름’이라는 대본의 내용이 궁금했던 모양.

         

       빨리 읽으라는 서은우의 손짓과 함께 그들은 천천히 대본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곤 얼마나 지났을까?

         

       대충 20분 정도 지나고 나니 서서히 반응이 온다.

         

       서은우는 상당히 몰입해 있는 그들의 얼굴을 곁눈질로 한 번씩 훑어봤다.

         

       확실하진 않지만, 그들은 지금쯤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마……

         

         

       ‘깊은 여운.’

         

         

       애초에 이 대본, 아니 영화를 마지막까지 다 본 사람은 그러한 감정이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하면 엔딩이 다 올라가고 영화관의 불이 켜진 상태에서도 감히 움직일 생각조차 못 하겠지.

         

         

       “어떠세요?”

         

         

       그때 서은우의 물음을 들은 두 명이 다시 현실에 돌아온 듯, 깜짝 놀란 눈빛으로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그러곤 서서히 입가에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작가님은 다 계획이 있으셨나 보군요.”

       “예?”

       “망하긴 뭘 망합니까. 이러니까 사람들이 작가님한테 미치는 거죠.”

       “동감합니다. 더 볼 필요도 없이 바로 계약서 얘기부터 나누고 싶을 정도군요.”

         

         

       나영진과 박용오의 입에서 쉴새 없이 극찬이 쏟아졌고, 서은우는 조금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마음에 드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계약에 관한 내용을 먼저 나누고 싶네요. 특히 계약금 관련 부분.”

       “하하. 당연히 상상하신 것 이상으로 두둑하게 드릴 생각입니다.”

         

         

       이제 927 작가의 이름값은 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값어치가 높다.

         

       거기에다가 방금의 대본까지 읽으니 가히 그는 스튜디오엔믹스의 입장에선 축복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싶었다.

         

       당연히 이 부분은 자신의 아내인 유연정 역시 동의하고 있겠지.

         

       심지어 이 영화가 흥행하면 플러스알파로 돈이 지급될 것이다.

         

       다만…….

         

         

       “생각해 보면 제가 이번에 여러 의미에서 국민분들에게 신세를 졌거든요. 그러니 제가 이번에 얻는 수익의 일부를 기부할 생각이에요. 대충 한 20프로 정도?”

         

         

       서은우는 그 많은 돈을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전혀 쓸 생각이 없어 보였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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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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