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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2

       

       

       

       

       “2, 20프로요?”

       “네.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문제라고 할 것까진 없습니다만… 일단 그 정도면 억 소리가 절로 나오는 금액이니까요.”

         

         

       박용오 국장님은 제법 의외라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의 말대로 내가 받을 돈은 꽤나 될 것이다.

         

       앞선 세 작품도 엄청 대우해주셨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자랑 좀 하자면 나는 돈이 조금 많고, 아마 앞으로도 그 정도의 돈을 계속 벌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돈을 쓸 곳도 없다.

         

       사치라는 걸 부리기에는 나는 지금까지 너무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다.

         

       즉, 익숙하지 않은 일을 굳이 하고 싶진 않다는 뜻이다.

         

       그리고 내가 뭐 비싼 외제 차를 타고 다닐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집이야 뭐…… 기부 정도는 마음껏 해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선한 마음으로 기부를 하는 이유도 있지만, 오직 그것만을 가지고 기부하는 것은 아니다.

         

       전에 설소영의 아버지께서 내가 성자는 아니라고 말한 것처럼 나 스스로도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굳이 그렇게 큰돈을 기부하냐? 라고 묻는다면 약간 이미지 관리 같은 느낌이다.

         

       솔직히 이제 내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만큼 유명하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유명하다는 게 꼭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번의 논란으로 바로 나락을 가버리는 게 이쪽 업계이니 뭐…….

         

       그런 의미에서 지금껏 나는 그리 좋은 이미지로 보일 행동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작품을 재밌게 만들면 뭐하겠는가? 인성이 별로면 호감이 안 가는데.

         

       그러니 지금이라도 흔히 이미지 관리라고 부르는 것을 시작해야겠지.

         

         

       “어쨌든 이 얘기는 문제없는 거죠?”

         

         

       내 물음에 박용오 국장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어차피 내 돈인데 마음대로 쓰는 것이 당연하겠지.

         

         

       “그나저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데요?”

       “저희는 지금까지 927 작가님의 의견이나 요구 사항을 듣고 그걸 전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해왔습니다.”

       “아,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할 거냐고요?”

       “맞습니다.”

         

         

       무슨 말인지 대충 알겠다.

         

       나는 지금까지 정체를 공개하지 않았기에 대놓고 현장에 모습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즉, 현장에서 어떠한 문제가 생기면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최대한 빠르게 나 PD님과 용석 형에게 소식을 들을 수 있었지만, 당연히 한번 거쳐서 듣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 제작 시간의 지연과 불편함을 준다.

         

       그리고 당연히 그 반대도 마찬가지겠지.

         

       무언가 갑자기 수정할 사항이 생기거나, 내가 머릿속에서 그린 구도 같은 것을 나 PD님이 대신 스텝들에게 설명해야 하니까.

         

       뭐… 조금 번거로워도 지금까지 딱히 그렇다 할 문제는 없었다.

         

         

       ─이걸 저희보고 하라고요? 아니, 안 되는 건 아닌데…….

         

         

       물론 문제는 없는데, 아예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플라이 하이’ 때는 내가 기상천외한 구도를 많이 원했으니까.

         

       듣기로는 촬영 감독인 고동빈 감독님이 한숨을 달고 살았다나 뭐라나.

         

       어쨌든 그때랑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아주 대놓고 내가 정체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즉, 더 이상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굳이 그런 이유와는 상관없이 이번 작품은 어차피 현장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거와 관련해서 먼저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캐스팅 관련 부분이죠.”

         

         

       내가 굳이 ‘캐스팅’이라는 단어를 내뱉자 뭔가 영 불안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는 박용오 국장님과 나 PD님.

         

         

       “저 아직 한마디도 얘기 안 했는데 표정이 다들 왜 그러세요?”

       “뭔가 옛날에도 분명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아서 말입니다.”

       “예. 그때는 분명 소영 씨의 캐스팅 건 때문이었죠. 혹시 이번에 처음으로 여주인공 역이 달라집니까? 예를 들면 다혜 씨라던가…….”

         

         

       사실 나름대로 예리한 추리라고도 볼 수 있었다. 대본을 읽어 본 사람이기에 여주인공 역에 내가 대충 누구를 생각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겠지.

         

       하지만 관점이 잘못되었다.

         

       이번에는 여주인공 쪽이 아닌 남주인공 쪽이다.

         

         

       “아하. 남주인공 역에 추천하고 싶은 배우가 있다는 뜻이었군요.”

       “그렇다면 혹시 이번에도 박하준 배우입니까?”

       “아니요.”

         

         

       그 물음에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곤 다짜고짜 검지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가리켰다.

         

         

       “……?”

         

         

       당연히 의미를 알 수 없는 내 행동에 의아한 반응을 보이는 두 사람.

         

       이윽고,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데요.”

         

         

       추가로 최대한 뻔뻔한 말투와 함께…….

         

         

       “예? 요즘 나이가 들어서 귀가 조금 이상한가 보군요.”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국장님.”

       “그래? 그럼 같이 손잡고 사이좋게 이비인후과나 가봐야겠구만. 하하하.”

         

         

       박용오 국장님과 나 PD님은 마치 현실을 부정하듯이 서로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 말이 농담인지 아닌지를 떠보는 모양.

         

       허나, 안타깝게도 나는 이런 타이밍에 농담 같은 걸 할 정도로 센스 있는 사람이 아니다.

         

         

       “다들 똑바로 들으신 것 같은데요. 진지하게 이 대본의 각본가로서 남주인공 역을 저에게 맡기고 싶습니다.”

         

         

       방금 한 말이 거짓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단호한 선언.

         

       이에 내 앞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이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채로 나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학교를 끝마치고 나는 곧바로 설소영과 함께 스튜디오엔믹스로 향했다.

         

         

       “긴장되세요?”

         

         

       그리고 문득 스튜디오엔믹스의 회의실에서 함께 앉아 있던 설소영이 내게 물었다.

         

         

       “음… 일단 저질러 놓긴 했는데 조금 긴장되긴 하네.”

       “그리 걱정하실 필요는 없으세요. 이제 잘하시잖아요? 연기.”

         

         

       그녀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니 저절로 쓴 미소가 지어진다.

         

       저 미소에는 과연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거짓말은 아닌 것 같은데…….

         

       참고로 그날 내가 연기를 연습하는 이유가 알려진 이후로 설소영은 내 곁에서 계속 연기를 지켜봐 주었다.

         

       애초에 모든 사실을 고백하고 내가 직접 연기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했으니까.

         

       그렇다고 무엇을 가르치거나 훈수를 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곁에서 내 연기를 지켜보기만 했다.

         

       물론 무언가를 질문하면 곧바로 대답해주긴 했지만, 그것이 ‘가르쳤다’라고는 표현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물었다.

         

       혹시 내 연기나 요즘 내 행동에 무언가 불만이라도 있냐고.

         

         

       ─그럴 리가요.

         

         

       이에 설소영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는 질문이라는 듯 크게 웃었다.

         

         

       ─작가님은 박하준 선배나 저와 같은 연기를 하고 싶나요?

         

         

       그리고 이어서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조금 난해한 질문이 튀어나왔다.

         

       내가 생각하는 박하준과 설소영의 공통점은 연기를 잘한다는 것이다.

         

       아, 정정하겠다.

         

       그냥 잘하는 게 아니라 연기를 더럽게 잘한다.

         

       전생과 이쪽 세상을 다 포함해서도 저 나이에 저 정도면 그냥 탑 급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내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그들의 연기 실력이 제대로 한몫했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그렇다면 과연 내가 그들과 같은 수준의 연기를 펼치고 싶을까?

         

       아마 그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고,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살아오면서 오직 연기에만 매진해온 그들과 나에게는 크나큰 차이가 있다.

         

       아무리 설소영이 나보고 연기에 재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세상 모두가 인정하는 확실한 천재의 부류이다.

         

       거기에다가 그런 천재들이 노력까지 하고 심지어 연기를 즐기기까지 한다?

         

       그 순간부터 그냥 따라잡을 수 없는 거다.

         

       그렇기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얘기이고, 내 연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는 설소영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그렇기에 끝에 의문문이 붙은 거겠지.

         

       정말 만약을 가정해 그럴 수 있다면 그럴 거냐?

         

       설소영의 질문의 요지는 바로 이거였다.

         

         

       ─……굳이?

         

         

       물론 만약이라는 단어가 붙어도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연기를 연습하고 있는 이 시점에도 나는 배우가 아니라 작가라는 직종에 훨씬 성향이 가깝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나는 배우로서 나에게 완벽이라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어색하지 않게, 최대한 남주인공에 몰입하여 열심히 연기하는 것.

         

       화면 상에서 그것만 느껴진다면 나는 이번 ‘네가 없는 여름’이라는 작품에 기꺼이 나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는 내가 배우로 출연하는 정말 이례적인 케이스가 될 것이다. 물론 미래의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나도 무조건 확신은 못 하겠지만.

         

       어쨌거나.

         

       내 애매한 답변에 설소영은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거면 됐어요. 작가님은 지금처럼 작가님만의 연기를 하시면 돼요. 쉽죠?

         

       

       ……그 이후로 더 이상 이 주제와 관련된 대화는 오고 가지 않았다.

         

       저런 진지한 답변을 들으니 내 쪽에서 딱히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묘한 상황 속에서 연기 연습은 계속됐고, 어느덧 지금 시점까지 와버렸다.

         

         

       “은우 군 다들 도착했습니다.”

         

         

       그때 우리가 있던 회의실의 문을 연 나영진 PD님이 준비가 모두 끝났다는 신호를 보냈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남주인공 역을 맡기고 싶다고 선언했고, 스튜디오엔믹스 역시 나에 대한 신뢰의 의미로 흔쾌히 그걸 받아들이긴 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든다는 게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어떤 방식으로든 내 연기에 관한 검증이라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에 나는 먼저 이런 제안을 했다.

         

       전문가이자 스튜디오엔믹스의 관계자들 앞에서……

         

         

       “시작할까요?”

         

         

       이번 내 영화의 남주인공 역을 직접 연기해보겠다고.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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