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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6

       

       

       

       

       

       

       “아, 설명이 부족했네요. 주연이나 조연 같은 거창한 건 아니에요. 이번에 만들 제 영화가 학교를 주 배경이어서 배경을 채워줄 학생 역이 필요하거든요.”

       “그러니까 대충 주연들이 걸어 다니는 복도라던가 함께 교실을 채워주는 그런 느낌이다?”

       “역시 차무식. 아주 정확하다.”

         

         

       아마 영화상에서 짧으면 10초, 길면 15초 정도 출연하겠지.

         

       그렇다고 카메라의 초점이 그들을 잡는 것도 아니기에 더더욱 부담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정말 찰나의 시간이고, 그리 작품 내에서 비중이 없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이 촬영 현장을 실제로 경험했고, 출연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러니 동아리의 축제 무대를 내가 만들 영화의 방영으로 대체해도 전혀 문제가 없고, 영화 촬영 역시 동아리 활동 시간을 활용한다면 제법 재밌는 그림이 그려지겠지.

         

         

       “사실 이미 학교 측의 허락은 맡아뒀어요. 여러분이 동의만 하신다면 이 얘기는 끝입니다.”

       “아니… 개꿀인데?”

         

         

       물론 곧바로 긍정적인 대답이 튀어나왔다.

         

       이건 조금 당연한 소리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선 전혀 손해가 없는 제안이었다.

         

       오히려 이득이라면 이득이겠지.

         

       실제 영화 촬영 현장을 경험하는 것과 유명인이 만든 영화에 간접적으로나마 출연하는 것. 즉, 일종의 커리어가 된다는 소리다.

         

       거기에다가 축제 무대 준비 걱정까지 한 번에 처리해버린다?

         

       솔직히 나 같아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얘기, 어떻게 생각하세요. 가람 선배.”

       “어…? 갑자기 나? 당연히 좋은 제안이긴 하지. 아마 다들 똑같은 생각일 거고.”

       “역시 그렇죠? 그리고 저번에 대한청소년연극제에서 2학년 연예과 차석답게 연기를 잘하시더라고요.”

         

         

       거짓말이 아니라 송가람은 나이에 맞지 않게 연기를 잘한다.

         

       그녀의 연기 스타일은 그냥 한 마디로 기복이 크게 없다.

         

       꿈꾸는 아이들에서 그녀가 연습 단계와 실전에서 실수라는 것을 하는 걸 본 적이 없었으니까.

         

       아마 송가람 특유의 털털한 성격 덕분인지 연기에 들어섬에 있어서 긴장이라는 것을 전혀 안 하는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았다.

         

       ……그나저나 말이다.

         

       현재 송가람의 표정에는 의심과 불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는 너무나도 뻔한 얘기였다.

         

         

       “그… 나름 진심으로 칭찬해 드린 건데 표정이 왜 그래요?”

       “아니, 네가 이 타이밍에 아무런 목적 없이 칭찬 같은 걸 해줄 사람은 아니잖아.”

       “예?”

         

         

       물론 내가 아무런 목적 없이 칭찬 같은 걸 할 사람은 아니… 가 아니라 당연히 맞지.

         

       내가 무슨 싸이코패스도 아니고, 칭찬 같은 건 언제든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한다.

         

       쓰으읍…….

         

       근데 그녀의 말대로 어떠한 목적이 있긴 해서 딱히 반박은 못 하겠네.

         

         

       “어쨌든 그런 김에 가람 선배는 엑스트라가 아닌 조연 역을 하나 맡으시죠. 제법 잘 어울릴 것 같은 배역이 하나 있거든요.”

       “…진심으로?”

         

         

       뭐… 원래는 정식으로 배우를 캐스팅할 생각이긴 했다.

         

       하지만 송하율 이사장님의 내게 한 말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고, 나 역시 모르는 사람보단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랑 합을 맞추는 것이 더 편하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조금 갑작스러운 캐스팅 제안이었으니 생각하실 시간은 드릴게요. 연극부 쪽 역시 강예린 선배가 알아서 물어봐 주면 될 것 같고. 그럼 이제 남은 건 무식이를 제외한 선배님들의 동의인데…….”

         

         

       당연히 이쪽은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이 얘기가 나온 순간부터 다들 흥미를 느꼈는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으니까.

         

       아, 물론 꼭 그렇지만도 없는 사람이 있긴 했다.

         

       실제 영화 촬영 현장을 경험하는 것도 이미 실컷 해봤고, 유명인이 만든 작품에도 이미 출연해본 적도 있는 사람.

         

       쉽게 말해 내 작품에 평범한 학생 역으로 출연해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 딱, 한 명 있긴 했다.

         

       그렇기에 나는 그 사람을 향해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음….”

         

         

       역시나 그곳에는 박하준이 무언가를 곰곰이 고민하고 있었고, 그런 그를 향해 나는 질문했다.

         

         

       “저번에 무료로 제 작품에 출연해주신다면서요. 설마 활약할 여지가 적어서 싫다고는 안 하시겠죠?”

       “음… 그건 아니야. 나는 내가 내뱉은 말은 지키거든. 어차피 다들 네 제안에 넘어간 상태니 이 얘기는 끝난 거겠지. 그리고 앞으로 기회는 많을 테니 상관없지 않을까?”

       “잠깐만요. 누가 선배를 써 준대요?”

         

         

       내 부정적인 의사가 가득 담긴 말에 박하준은 그저 의미심장한 미소를 내게 보일 뿐이었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치 남자 쪽에서 연기를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없을 텐데 그런 나를 안 쓸 수 있겠어?

         

       ……라고 묻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근데 맞는 말이긴 해서 딱히 뭐라 할 말은 없긴 하다. 그 덕분에 오늘따라 저 잘생긴 얼굴이 더럽게 재수 없어 보였고.

         

       하지만 박하준이 잘났다는 사실에 관해 이제 와서 딱히 별생각이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직 솔로인 박하준과는 다르게 내겐 누가 봐도 과분할 정도의 여자친구가 있었으니까. 아, 정확하게는 여자친구(들)이긴 했다.

         

       어쨌거나.

         

       나는 고개를 돌려 내 옆에 앉아 있던 설소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설소영 역시 아까부터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기에 우리는 자연스레 시선이 마주쳤고,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 옅은 미소를 내게 보였다.

         

       그리고 설소영이 내게만 보여주는 그 한결같은 모습을 보니 문득 그날의 대화가 떠올랐다.

         

       우리가 연인 관계로 발전하고, 이젠 아주 내 얼굴을 대놓고 바라보기 시작한 설소영에게 문득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겼다.

         

         

       ─조금 늦은 감이 있긴 한데 혹시 내 어디가 그렇게 좋았던 거야?

       ─멋있어서요.

         

         

       즉답이었다.

         

       물론 대답의 속도와는 다르게 설소영은 조금 쑥스럽게 웃었다.

         

       문제는 내 입장에선 지금 그녀의 말이 조금 애매한 답변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럼 단순하게 내가 멋있어서 좋다는 거야?

       ─아니요. 더 단순하게 작가님을 좋아하니까 멋있다고 말한 거예요.

         

         

       나는 설소영의 말을 듣고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애들 말장난도 아니고…….

         

       결론은 그냥 나를 좋아하니까 모든 부분이 좋다는 뜻이었다.

         

       참으로 설소영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 그대로 바보 같은 답변.

         

       그래서 그런가?

         

       뭔가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더욱 와 닿는 것 같았다.

         

       물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

         

         

       한동안 내가 아무 말도 없이 계속 쳐다보기만 하자 조금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설소영.

         

       나는 그녀가 항상 내게 보여주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옅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냥 예뻐서 쳐다본 거야.”

         

         

       설소영은 내 직설적인 표현에 조금 놀란 듯 크게 눈을 떴다.

         

       그리고 어디 인기 여배우 아니랄까 봐 금방 평소와 같이 평온한 얼굴로 대답했다.

         

         

       “어머, 저랑 통했네요. 저도 작가님이 오늘따라 더 멋있게 보여서 계속 쳐다보고 있었는데.”

         

         

       쓰으읍…….

         

       역시 못 당하겠다.

         

       한편.

         

         

       ‘지랄하고 자빠졌네.’

         

         

       서은우와 설소영의 달달 해서 이가 썩을 것 같은 분위기를 강제로 뒷자리에서 홀로 쓸쓸하게 시청하게 된 차무식.

         

       차무식은 지금 당장 친구를 찌를 죽창이라는 것이 필요했다.

         

       물론 그런 물건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기에 불가능한 꿈이었기에 차무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정도 친구의 행복을 기원했긴 했는데 이 정도로 바라지는 않았다고.

         

       그런 의미에서…….

         

         

       “야, 서은우!”

       “왜?”

       “너는 세금 3배 정도 더 내라.”

       “갑자기?”

         

         

         

       ***

         

         

         

       강예린이 전해준 소식에 따르면 연극부 역시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다음으로 송가람 역시 하루 만에 조연 자리에 대한 확답을 해주었다.

         

       즉, 이제 캐스팅 과정과 촬영 장소의 섭외가 모두 끝났다.

         

       그 말의 뜻은 슬슬 촬영 단계로 넘어가도 된다는 소리다.

         

       거기에다가 이번에는 비교적 여유로울 거라고 예상했던 제작 기한 역시 갑자기 제한 시간이 생겨버렸다.

         

       9월 초인 지금부터 한빛예고의 축제가 있을 12월 초 중순까지.

         

       솔직히 앞으로 계획된 일정을 생각해봐도 조금 빠듯한 일정이긴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소식을 접하게 된 관계자 중에서 정말 절망적으로 반응한 사람이 있었다.

         

         

       “가능하시죠?”

       “예… 뭐. 어제처럼 전적으로 작가님이 잘해낸다는 기준에서 가능하긴 하겠죠.”

         

         

       927 작가의 역사적인 첫 영화 작품이 될 ‘네가 없는 여름’.

         

       그리고 무려 이 작품의 촬영 감독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맡게 된 고동빈은 서은우의 해맑은 물음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참고로 고동빈을 포함해서 영화 촬영을 위한 스태프팀이 모두 한 자리에 집결한 상태다.

         

       무려 한빛예술고등학교의 운동장에 말이다.

         

       사실 이미 촬영은 3일 전부터 시작되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씬을 촬영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어서 그렇지.

         

       그동안 완벽한 현장의 통제와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에 별문제가 없었는데 지금부터가 문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부터 연기나 카메라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들을 데리고 촬영이라는 고도의 작업을 해야 했다.

         

       아마 사람이 많고, 다들 서투른 만큼 전체적으로 교정할 것이나 지시를 내리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겠지.

         

       그래도 뭐…….

         

         

       “자, 그럼 강당에 가서 모여있는 학생들과 2차 회의를 시작해 보죠. 오늘 목표는 어제 회의에서 얘기했던 대로 오후 동안 두 개의 씬 정도 촬영 완료하기. 슬 가봅시다.”

         

         

       앞으로의 일에 관해 걱정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서은우, 아니 927 작가의 뒷모습을 보니 충분히 할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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