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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9

       

       

       

       

       영화는 흔히 종합예술이라고 불린다.

         

       희곡, 산문, 연기, 미술, 음악 등등의 다양한 예술 분야와 상호 교류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대본이겠지.

         

       하지만 영화 그 자체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음악, 즉 OST라고 생각한다.

         

       줄거리를 전달해주는 기능, 시·공간적 배경의 설명,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 표현, 장면의 생략을 연결해주는 역할 등등.

         

       특히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 극적 상황의 느낌을 보충하고, 나아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에 더욱 몰입시켜 감정 이입을 하게 만든다.

         

       결론은 영화에서 음악이라는 것은 상당히 다양한 구심점을 맡고 있으며, 그냥 중요하다.

         

       아주 중요하다.

         

       대놓고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순탄한 영화 제작과정에서 유일하게 막히는 부분이 이 음악이었다.

         

         

       “최악인데요. 물론 엔딩곡 하나만큼은 정말 박수라도 쳐 드리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데… 사운드 트랙 쪽은 그냥 전부 다시 만들죠.”

       “아오, 제 능력 선에서 이것만큼 잘 만들 수가 없다니까요?”

       “대표님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지 마세요. 원래 알은 깨라고 있는 겁니다.”

       “하하… 그놈의 알을 깨다가 제 대가리도 같이 깨지겠습니다만.”

         

         

       에휴, 앓느니 죽어야지 같은 말을 내뱉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는 백준영 대표님.

         

       나는 현재 OST의 진척도를 확인하기 위해 JYB에 방문해 있다.

         

       방학 숙제 느낌으로 백준영 대표님에게 OST가 흘러나올 씬과 OST의 느낌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약, 3주 동안 대표님에게 전적으로 이 부분을 맡겼다.

         

       왜냐하면, 나 역시 촬영 때문에 음악 쪽에 신경을 쓸 여유가 그다지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지금까지 함께 작업을 해왔기에 대표님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 나였다.

         

       그렇기에 어찌어찌 잘해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제 판단 미스였던 것 같네요. 그래도 마침 잘 됐어요. 다행히 이제 촬영 스케줄이 제법 한가해졌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내일부터 촬영 스케줄을 일주일 정도 빼야겠다고 연락할게요.”

       “자, 잠깐만요! 왜 갑자기 촬영 스케줄을 일주일이나 빼는데요?”

       “당연히 그 시간 동안 대표님 옆에서 계속~ 있는 힘껏 작곡 작업을 도와드릴 생각으로요. 아, 그렇다고 너무 감동하시지는 마세요.”

       “……X됐네.”

         

         

       뭐지.

         

       방금 욕 같은 게 들린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어쨌거나 대충 무시하고.

         

       사실 영화 OST를 만든 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드라마에 비해 영화 OST는 보통 10개가 넘는 곡을 기본적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물론 한 개의 멜로디를 따서 그것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OST를 만들긴 하지만, 개수가 많다는 부담감은 여전했다.

         

       하지만 반대로 한 개의 멜로디를 잘만 만든다면 얘기는 조금 단순해진다.

         

         

       “아니, 애초에 수많은 히트곡을 쓴 한국 최고의 작곡가이자 JYB의 대표시잖아요.”

       “오, 드디어 제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인정해주는 겁니까?”

       “당연하죠. 심지어 피아노 전공에 927 작가의 플라이 하이의 OST를 작곡한 사람이기도 하죠. 근데 저번에 OST 제작의 지분을 스튜디오엔믹스가 모두 가져갔죠?”

       “예… 뭐. 애초에 계약 단계 때부터 그렇게 합의했으니까요.”

         

         

       엄연히 스튜디오엔믹스가 돈을 투자해서 음원을 만드는 것이니, 당연히 그 곡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원래 계약하기 전에 몇 프로의 지분을 가져갈 것인지 조율하게 되지만, 백준영 대표님은 개인의 이득보다는 JYB의 전체의 이득에 중점을 두셨다.

         

       물론 그 대신 지원금을 2억 정도 받으시긴 했다.

         

       엄연히 고생해서 곡을 만드는 일인데 누가 무상으로 하겠는가?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이미 JYB는 한국 최고의 연예엔터테인먼트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으며 지금도 이다혜가 소속되어 있는 홍련을 필두로 선방하고 있으니까.

         

       그러니 이번만큼은 백준영 대표님 개인의 이득만을 위해 움직여도 된다는 뜻이다.

         

         

       “음. 이번 영화 OST에 관한 계약서 다시 쓰시죠.”

       “그게 무슨……?”

       “지원금도 가져가시고, 이번에도 지분도 가져가세요. 한 40프로 정도?”

         

         

       내 파격적인 제안에 번쩍 눈을 뜨는 백준영 대표님.

         

       말이 40프로지 액수로만 따져봐도 입이 떡 벌어질 것이다.

         

         

         

       특히 ‘네가 없는 여름’이 내 작품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알고 있을 테니 저렇게 놀라는 반응도 당연한 거겠지.

         

         

       “하지만 스튜디오엔믹스가 그걸 받아들입니까? 이번에 작가님에게 돌아가는 지분도 상당하고 들었는데.”

       “안 받아들이면 어떡할 건데요? 애초에 제 부탁이라면 웬만해선 들어줄 거고, 이미 저 덕분에 이득이란 이득은 다 봤으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겠죠. 그래도 저쪽을 생각해서 40프로라고 말한 거예요. 안 그랬으면 시원하게 80프로라고 했겠죠.”

         

         

       40프로 정도면 스튜디오엔믹스에서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플라이 하이가 더 흥행할 수 있었던 것도 백준영 대표님이 만든 OST가 한몫했으니 감사의 의미라고 생각한다면 선뜻 줄 수 있는 지분일 것이다.

         

         

       “아아… 지금까지 작가님 밑에서 개고생 한 보람이 있었군요.”

       “예. 그러니까 지금부터 더 고생하셔야겠죠. 돈 값하셔야 하니까.”

       “쓰으읍… 드라마로 따지면 눈물 흘리면서 감동의 포옹을 할 타이밍 아닙니까?”

       “네. 감동의 포옹은 다혜랑 찐하게 할 거고요. 대표님이랑은 작곡만 하면 충분합니다.”

         

         

       내 단호한 말에 답지 않게 싱긋 웃는 백준영 대표님.

         

         

       “그럼 한 번 플라이 하이 때처럼 해봅시다. 그리고 이번에 OST를 잘 뽑아내면 고스란히 제 돈이 된다는 엄청난 동기부여가 있으니까요.”

       “잠깐만요. 그럼 지금까지 만든 영화 OST 곡은 그런 동기부여가 없어서 대충 만들었다?”

       “어…… 아마 아닐걸요? 하하.”

         

         

       어떻게든 웃음으로 상황을 넘어가려고 하지만, 그런 백준영 대표님의 뻔뻔한 모습을 보니 사람 좋은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뭔가 조금 괘씸한데…….

         

       다시 생각해 보니까 40프로는 너무 많나 싶기도 하다.

         

         

         

       ***

         

         

         

       백준영 대표님이 만든 OST 중에 유일하게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던 건 엔딩곡이었다.

         

       그래서 너무 구박만 하는 것 같아서 이 부분에 대해 칭찬을 했건만…….

         

         

       “가사부터 시작해서 분위기랑 이야기까지 작가님이 미리 다 적어줬는데 어떻게 못 만듭니까?”

         

         

       대충 저런 반응이었다.

         

       영화의 엔딩 크래딧과 함께하는 엔딩곡.

         

       장르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엔딩곡은 점잖고 텐션이 낮은 분위기의 노래가 많다.

         

       그래야 좀 더 영화가 끝났을 때의 여운이 남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나는 엔딩곡의 별다른 장치 없이 이 방식을 그대로 따를 생각이었다.

         

       정석 그대로 가야만 이 영화가 완성될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아, 참고로 나는 엔딩곡의 가사를 점검하고 있었다.

         

       백준영 대표님은 열심히 사운드 트랙 작업을 마무리하고 계시고.

         

       다행히 그날 OST를 갈아엎은 날로부터 3일 만에 괜찮은 멜로디를 작곡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작업 속도에 불이 붙어서 이제는 내가 딱히 백준영 대표님 옆에 없어도 될 정도.

         

       아마 2주 안에 OST 작업은 모두 끝나겠지.

         

       즉, 이제는 촬영 쪽을 마무리할 단계라는 뜻이다.

         

         

       “가사를 네가 직접 적었다고?”

       “음?”

         

         

       그때 소파에 앉아 있던 내 뒤쪽에서 누군가가 껴안아 오며 말했다.

         

       내 어깨에 흘러내려 있는 금발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이다혜.

         

       스케줄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던 그녀가 작업실에 방문한 것이다.

         

         

       “응. 옆에 앉아서 빨리 읽어봐.”

       “그럴까?”

       “어차피 이제 곧 부를 건데 뭐. 3시간 뒤에 나 PD님이 확인차 오신다니까 그때까지 연습하고 녹음 시작해 보자.”

         

         

       내가 아직까지 작업실에 남아 있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오늘은 이다혜의 엔딩곡 녹음이 있는 날이었으니까.

         

         

       “가이드보컬은 누구 했어?”

       “당연히 백준영 대표님이 직접. 내 휴대폰에 저장되어있는데 톡으로 보내줄게. 이어폰 있어?”

       “응. 유선이지롱.”

       “유선?”

       “나는 무선보다 이게 더 편하고 좋더라고.”

         

         

       무선 쪽을 선호할 것 같았는데 조금 의외네.

         

         

       “그리고……”

       “……?”

         

         

       옆에 앉아 있던 이다혜가 갑자기 내 얼굴 쪽으로 손을 뻗었다.

         

       정확하게는 유선 이어폰의 한쪽을 내 귀에 꽂아주었다.

         

       때문에 나는 고개를 돌려 자연스레 이다혜의 얼굴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나 남자친구랑 이거 꼭 해보고 싶었어.”

         

         

       이다혜가 그리 말하며 싱긋 웃었다.

         

       확실히 이렇게 보니까 무선보단 유선이 더 쓰임새가 많은 것 같기도?

         

       어쨌거나.

         

       이다혜와 나는 엔딩곡을 천천히 감상하기 시작했다.

         

       내 개인적 평가지만 엔딩곡은 말 그대로 서정적이며, 강하늘이 한여름을 떠올리며 부른 곡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언제까지나 곁에 있고 싶었지만, 뒤돌아보면 없는 그런 씁쓸함.

         

       돌이켜보면 그녀와 함께했던 순간이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이었고, 너와의 만남으로부터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네가 내 가슴에 있어. 고마워’라는 가사와 함께 노래는 모두 끝나게 된다.

         

       골든 타임(Golden Time).

         

       노래 가사에도 의미가 내포되어 있듯이 아마 엔딩곡의 제목은 이걸로 확정할 것 같았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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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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