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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2

       

       

       

       

       “벌써 12월이네.”

       “그러게. 하반기는 영화 덕분에 녹아버렸어.”

         

         

       나는 차무식의 말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올해는 상반기든 하반기든 참 정신없고 바빴다.

         

       상반기에는 꿈꾸는 아이들, 하반기는 네가 없는 여름.

         

       그리고 중간중간에 무함마드 왕자와의 대면이라든가, 이다혜 스토커 사건이라든가, 권대한 납치 사건, 그리고 927 작가 정체 공개와 설소영과 이다혜와 공식적으로 연인 관계가 된 것 등등.

         

       음…?

         

       돌이켜보면 올해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내가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왜 질린 표정을 짓고 있냐?”

       “아니, 뭔가 올해는 특히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던 것 같아서. 근데 수상할 정도로 내가 다 관여했더라고.”

       “그걸 이제 깨달았냐? 올해 네 은퇴부터 시작해서 말 그대로 전 세계를 뒤흔들었잖아.”

         

         

       쓰으읍…….

         

       뭔가 저 말에 반박할 수가 없는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내년은 부디 좀 조용히 살고 싶네. 올해는 내가 생각해도 좀 심하긴 했어.”

       “그래. 아마 너, 인생에서 올해 제일 열심히 살았을걸?”

       “그건 아니야.”

       “이걸 즉답하네.”

         

         

       나는 차무식의 말에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녀석의 말처럼 올해 나름 열심히 산 건 맞다. 하지만 제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생의 삶, 특히 죽었을 때의 해를 생각해 보면 이 정도는 약과긴 하다.

         

       물론 피로도만 따졌을 때의 얘기긴 했지만 뭐…….

         

         

       “어쨌든 내일 있을 축제 무대에서 너는 특별 열외잖아? 한잔해 새갸.”

         

         

       차무식이 대충 부럽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한빛예고의 축제는 특이하게 이틀 동안 이어진다.

         

       첫날에는 1, 2학년 각 반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총 16개의 무대 공연을 선보이고 다음 날에는 동아리 무대로 이어진다.

         

       그중에서 첫날에 있을 무대 공연에 우리 반은 단체 합창을 하기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심지어 실용음악과를 필두로 한 자작곡이라고 들었다.

         

       원래는 927 작가인 나랑 설소영, 이다혜를 필두로 역대급 무대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지만, 셋 다 개인적인 일정 때문에 워낙 바빠서 결국 실현시키지 못했다나 뭐라나…….

         

         

       “결국 927 작가를 필두로 하는 그 플랜은 내년을 기약하기로 하고 어찌어찌 단체 합창이 결정 난거지.”

       “야, 근데 잠깐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소영이랑 다혜는 같이 합창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만 왜 특별 열외인데?”

       “너도 이유는 들었잖아. 영화 준비 때문에 심신이 힘든 게 당연하니까 열외 된 거라고. 너는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동아리 무대 준비나 잘하면 돼. 우리 반도 그걸 원하고, 전교생이 그걸 원할 테니까.”

       “그래서? 겉만 번지르르한 이유는 다 들었고, 정확한 이유는 뭔데.”

       “그야 알다시피 너 노래 개 못 부르잖아. 네가 1달 전에 시험 삼아 합창곡 한 소절 부른 거 듣고 바로 예외 시키더라.”

       “…….”

         

         

       뼈를 때리는 차무식의 팩트 폭행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알고 있다.

         

       웬만한 건 나름 어느 정도 금방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유일하게 못 하는 게 바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음치도 아니고, 그렇다고 목소리가 이상한 것도 아닌데 이런 걸 보면 신은 참 공평한 것 같기도 해.”

       “이 새끼 오랜만에 나 놀릴 거리 찾아서 신 났네.”

       “큭큭. 어쨌든 반 무대 공연은 머릿속에서 지우고, 하이라이트나 더 신경 써라 이 말이야.”

         

         

       하이라이트.

         

       차무식이 말한 하이라이트는 2일 차 축제의 끝을 장식할 연극·영화부와 연극부의 합작 공연을 의미한다.

         

       사실 공연이라고 해봤자 내 간단한 소개와 함께 영화관처럼 큰 스크린에 영화를 띄우는 것밖에 없다.

         

       그리고 상영 시간만 대략 120분이니 아마 한빛예고 역사상 역대급으로 긴 공연이 되겠지.

         

       때문에 축제의 끝이 평소보다 1시간 늦어졌다고 하는데 딱히 불만의 소리는 안 나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영화를 하루 앞서 최초로 볼 수 있는 특권이니 뭐…….

         

       또한, 학생들과 교사를 제외하고 2일 차에 무대를 관람하는 인원까지 제한을 두었다고 한다.

         

       원래 한빛예고 축제는 외지인 방문에 제한이 없으며, 실제로도 많은 사람이 오고 간다고 한다.

         

       특히 연예계 업계 관계자들이 무대 공연 쪽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고 들었는데 올해는 미연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출입 인원에 제약을 두는 모양이었다.

         

       만약 이전처럼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얼마나 몰려들지 대충 상상이 되는 일이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근데 그분은 이번에 안 오시시냐?”

       “그분?”

       “뭘 누구지? 라는 표정을 짓고 있어. 네 빅 팬이신 그분 말이야.”

       “아, 무함마드 왕세자?”

         

         

       차무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저건 조금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사실 이번에는 저쪽에서 밀린 일정이 워낙 많아 먼저 못 온다고 연락이 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일정이 밀린 원인에는 권대한 사건 때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도움을 요청한 내 지분이 크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내가 원래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 가장 먼저 ‘네가 없는 여름’이 해외로 수출되는 건 그 사람의 나라겠지.

         

       이미 스튜디오엔믹스 쪽에서 얘기가 끝난 거로 알고 있다.

         

         

       “하긴 그게 맞긴 하지. 근데 생각해 보니까 제목은 ‘네가 없는 여름’인데 방영은 겨울이잖아. 이 부분이 조금 아쉽지 않냐? 여름 특유의 그 감성을 느낄 때 상영하는 게 개인적으로 더 좋았을 것 같은데.”

       “네 말대로 조금 급하게 만든 감이 없지 않아. 근데 계절은 딱히 상관없다고 생각해.”

         

         

       원래는 녀석의 말대로 내년 여름쯤을 기약하고 있었다. 촬영도 봄에 했으면 좀 더 그림이 살았을지도?

         

       하지만 결론은 언제 방영하든 딱히 상관없다는 거다.

         

       봄이면 여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가을이면 이미 지나가 버린 여름의 감성을 다시 느낄 수 있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겨울이면 조금 더 ‘씁쓸함’이라는 것이 깊이 남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번 네 영화의 결과가 조금 기대되긴 하네. 너도 솔직히 기대되지 않냐?”

       “음… 어느 정도는. 근데 어차피 그렇게 과투자한 것도 아니고, 저예산의 끝판 왕으로 제작한 거여서 망해도 큰 타격은 없어.”

       “반대로 흥하면?” 

       “그건 그것대로 무서운 거겠지.”

         

         

       네가 없는 여름은 솔직히 누가 봐도 저예산으로 만들어졌다.

         

       엑스트라 배우들을 학생들로 대체한 것과 주 배경 촬영 장소를 무료로 대여한 것. 거기에다가 액션 영화처럼 화려한 CG를 쓸 필요도 없었기에 손익분기점이 상당히 낮은 축에 속한다.

         

       나 PD님의 말로는 손익분기점이 120만 명이라고 들었는데…….

         

       솔직히 내 이름값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쉽게 넘기지 않을까 싶긴 하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점은 거기서 성적을 배로 냈을 때다.

         

         

       “역대 우리나라 영화 관객 수 1등이 몇 명이더라…….”

       “천만. 그것마저도 해외 영화였어. 국내 영화 기준으로 아마 8백만이 최고였을 걸.”

        “아니, 너는 그런 TMI까지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

       “뭘 새삼스럽게 그러냐. 늘 말했듯이 내가 신문사에서 일하는 사람 아들이고, 졸업하자마자 그곳에서 일할 예정이니까. 당연히 아는 게 많을수록 좋잖아?”

         

         

       차무식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뭔가 이런 유의 질문을 차무식에게 하면 거의 90프로의 확률로 정확한 정답이 돌아온다.

         

       이런 면에서 이놈도 나름 천직인 모양이다. 커뮤니티만 조금 줄이면 좋겠지만.

         

         

       “그래서 우리 927 작가님께서는 본인 영화의 성적을 어떻게 예상하고 계시려나.”

       “그냥 천만 명만 넘었으면 좋겠어.”

         

         

       흔히 천만 영화라고 불리는 대기록.

         

       수익도 수익이지만 상당히 명예로운 기록이다.

         

       전생에선 영화라는 문화가 사람들에게 상당히 친숙하고 가까워서 천만이 넘어가는 영화가 꽤나 있었지만, 이곳에선 얘기가 조금 다른 모양이다.

         

       아무래도 영화 문화가 그렇게까지 발달 되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그동안 재밌는 영화가 여태 나오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고.

         

       분명한 건, 영화를 관람하는 인원이 전생보다 확연하게 적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천만이면 나름 당찬 포부라고 생각했건만…… 차무식의 표정이 영 별로였다.

         

         

       “뭐야. 답지 않게 되게 소박하네.”

       “천만이 소박하다고?”

       “네 드라마 시청률을 생각해봐. 40프로는 기본으로 넘겼잖아. 여태껏 시청률 40프로를 기본으로 계속 넘기는 드라마가 있었냐? 그것도 세 작품이나?”

         

         

       쓰으읍…….

         

       녀석의 말대로 없긴 했다.

         

       시청률 40프로가 어디 지나가는 개 이름도 나이고, 그것 역시 천만 관객과 마찬가지로 대기록이긴 했다.

         

         

       “영화도 상황이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을걸. 927 작가의 첫 영화인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보겠냐. 아마 기본적으로 두세 번 보는 사람도 많을걸?”

       “잠깐. 그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음? 몇 명이 볼지는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하?”

       “에헤이, 반응 봐라. 한국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결론은 천칠백만 위를 예상해본다.”

       “천칠백만 위라고? 너 우리나라 인구가 몇 명인지는 제대로 알고 말하는 거 맞지?”

       “그걸 내가 모르겠냐? 정 그러면 나랑 내기라도 하던가.”

       “아니… 장르도 장르고, 여러 번 볼 수 있는 스토리가 아니긴 한데…….”

       “서은우 특, 이기는 내기만 함. 바로 답 나왔죠?”

         

         

       쯧.

         

       기대하다가 성적이 안 좋으면 실망감이 배로 다가올 같아서 일부러 말을 아꼈는데.

         

       어쨌든 지금은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고 있지만, 정확한 성적은 축제 2일 차에 내 영화를 처음으로 본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축제의 2일 차는 순식간에 찾아왔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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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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