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54

       

       

       

       

       

       

       한빛예고 축제의 2일 차.

         

       2일 차의 오후 시간은 동아리 무대로 모두 채워지고, 동시에 마무리된다.

         

       즉, 축제에서 가장 중요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공연 순서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처음과 마지막의 순서를 차지하기 위해 매년 숨 막히고 피 튀기는 죽음의 가위바위보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올해도 당연히 진행됐다.

         

       참고로 순서를 정하는 가위바위보는 축제 일주일 전, 동아리 활동 시간에 각 동아리의 부장이 참여하고 이기는 순서대로 순서를 정한다.

         

       우리는 당연히 박하준이 출동했었다.

         

         

       ─가위바위보 하고 왔어.

       ─뭐야 벌써 끝났어요? 몇 번째에요?

       ─마지막.

       ─엥? 이걸 진짜 다 이겼다고?

       ─아니, 그냥 바로 양보해주던데? 영화를 처음이나 중간에 선보이면 여러 의미에서 흐름이 끊긴다고 하더라고. 일단 절대 927 작가의 다음 순서를 할 생각은 없어 보였지.

         

         

       하긴, 나 같아도 내 영화 다음 순서로 무대를 선보이고 싶진 않을 것 같다.

         

       그것도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 알게 되면 더더욱.

         

       어쨌거나.

         

       영화의 특징은 보통 2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 특징을 생각해 보면 축제 무대의 이미지에 그렇게까지 어울리진 않는다.

         

       애초에 누가 고등학교 축제 무대에 직접 제작한 영화를 상영할 생각을 하겠는가?

         

       UCC나 패러디면 또 모를까 영화의 제작과정이나 규모만 생각해봐도 대충 답은 나온다.

         

       그렇기에 927 작가라는 존재가, 내 케이스가 참 이례적인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내 입장에선 마지막 차례에 영화를 선보인다는 건 좋은 일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이나 중간쯤에 선보였다면 자칫 축제를 망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때문에 배려 차원에서든,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든 마지막 무대를 양보해준 것이 조금 고마웠다.

         

       ……근데 말이다.

         

         

       “대표님이 왜 여기에 있는 건데요?”

         

         

       대강당의 입구에서 우연히 JYB의 백준영 대표님과 마주쳤다. 심지어 홍련의 매니저인 오규민까지 같이 있었다.

         

       한빛예고의 대강당은 일반적인 학교의 대강당과 비슷한 구조다.

         

       단지 2배 정도 크기가 크고, 2층의 관람석 등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상당히 많다.

         

       이것은 학생들에게 무대를 선보이는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한 구조로 이러한 구조 덕분에 외지인이 많이 와도 수용이 가능한 것이었다.

         

       근데 앞서 말했듯이 이번에는 미연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외지인 방문에 제한을 두었다.

         

       아마 한빛예고에 재학 중인 학생의 학부모나, 정식으로 이사장인 송하율의 승인을 받은 사람만이 오늘 대강당에 들어설 수 있겠지.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당당하게 통과한 것으로 보이는 백준영 대표님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누구 덕분에 영화의 OST를 제가 직접 작곡했는데 결과물을 봐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잊으신 것 같은데 저 한국 최고의 연예엔터테인먼트라고 불리는 JYB의 대표입니다. 즉, 한빛예고에서 가장 반기는 손님이라는 거죠.”

       “음… 팩트이긴해서 딱히 할 말이 없네요. 근데 오 매니저님은 왜?”

       “그건 비밀입니다. 하하.”

         

         

       백준영 대표님은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그대로 2층 관람석 쪽으로 향했다.

         

       역시나 저 사람 말고도 아는 얼굴들이 많이 보였고, 내게 인사를 건네러 오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대표적으로 스튜디오엔믹스의 관계자들이었다.

         

       사실 그들은 외지인이라기보다는 내 영화의 상영을 서포트해주는 입장에서 온 거였다.

         

         

       “은우 군.”

         

         

       그리고 그때, 나 PD님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일단 음향 쪽은 걱정하지 마세요. 확인해 보니까 3년 전 기계이길래 싹 다 최신 걸로 교체했습니다. 스크린 역시 오늘을 위해서 대여해왔고요.”

       “그 부분에서 나름 예산이 나갔겠네요. 괜찮겠어요?”

         

         

       원래는 있는 장비 그대로 대강당에서 상영할 계획이었다.

         

       당연히 ‘네가 없는 여름’을 영화관에서 보게 된다면 더 깔끔하고, 화질 좋고, 음향까지 빵빵하게 들을 수 있다.

         

       그러니 정 아쉬움이 남는 사람은 내일 영화관에서 다시 봐라… 라는 마인드로 진행하려고 했는데 한빛예고와 스튜디도엔믹스 측에서 극구 반대해서 곧바로 무산되었다.

         

         

       “명색이 은우 군, 아니 927 작가님의 작품인데 어떻게 그렇게 대충 마무리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 저희가 욕먹습니다. 그리고 예산 쪽도 전혀 문제 될 게 없습니다. 애초에 이번 927 작가의 작품을 위한 전용 제작비가 꽤 많았으니까요.”

         

         

       뭐… 저쪽에서 엄청 사소하다고 계속 강조하니까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어쨌든 이제 슬슬 동아리 무대 공연이 시작될 시간인데…….

         

         

       “어쩌다 보니까 둘밖에 안 남았네.”

       “저는 오히려 좋은데요?”

         

         

       현재 내 옆에는 나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설소영 밖에 없었다.

         

       원래는 이다혜 역시 대강당에 들어설 때까지 옆에 함께 있었는데 어느샌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불안하게 말이야…….

         

         

       “아, 다혜는 화장실에 갔어요.”

       “그래?”

         

         

       근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의문점은 오늘 하루 차무식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심하면 내 근처에 등장하던 놈이고, 특히 이런 공연에는 항상 옆에 붙어있던 놈이 소리소문없이 조용하니까 뭔가 조금 수상했다.

         

         

       ─이제 슬슬 한빛예고 축제가 서서히 끝을 다가가고 있네요! 아, 저는 오늘 동아리 무대 공연의 사회를 맡게 된 연극·영화부의 차무식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연극·영화부의 부장 박하준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무대 위로 익숙한 두 얼굴이 올라섰다.

         

       순서대로 차무식과 박하준이었다.

         

       어쩐지…….

         

       뭔가 요즘 따라 저 둘의 모습이 잘 안 보이더니 같이 축제 무대의 사회를 준비하고 있었구만?

         

       의외로 저 둘은 합이 잘 맞는다.

         

       특히 쓸데없이 나를 놀릴 때 더더욱 말이다.

         

       거기에다가 저 둘이 사회자를 맡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학교 내에서 박하준의 인지도는 말할 것도 없고, 명실상부 1학년에서 가장 발이 넓은 건 차무식이니까.

         

         

       ─그럼 우선 동아리 무대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한빛예고 축제를 축하해주기 위해 특별한 게스트 분들이 오셨는데요! 본격적으로 동아리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만나보시죠!

         

         

       차무식의 그 말과 함께 그들이 서 있던 무대 위로 누군가가 올라왔다. 정확하게는 1명이 아니라 5명이었다.

         

         

       ─뭐, 뭐야. 실화야?

       ─대박. 한빛예고 클라스 뭔데!

         

         

       그리고 그들이 무대에 올라서자 여기저기서 기쁨의 감탄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 또한 무대위에 올라선 사람들이 누구인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야 그들의 중심에는 너무나도 익숙한 금발의 여성이 서 있었으니까.

         

       그제야 오규민 매니저가 왜 백준영 대표님과 함께 있는지 깨달았으며, 나는 설소영에게 이유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다혜… 아까 분명 화장실에 갔다고 했지 않았어?”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다고 비밀로 해달라 해서요.”

         

         

       음. 무슨 상황인지는 대충 알겠다.

         

       근데 서프라이즈라고 하기에는 임팩트가 좀 약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건 조금 안일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자, 지금 무대 위에는 의자가 5개 놓여져 있는데요. 이 의자에 앉아 홍련의 퍼포먼스를 도와줄 용기 있는 지원자가 필요합니다.

         

         

       박하준의 나긋한 말에 너도나도 소리를 지르며 미친 듯이 손을 들기 시작하는 학생들.

         

       당연히 손을 든 건 남학생이 대부분이었고,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바로 옆에서 홍련을 보는 것도 모자라 그녀들과 퍼포먼스까지 함께한다?

         

       평범한 학생이라면 못 참을 만한 매혹적인 자리이긴 한데…….

         

       나는 딱히 크게 관심이 없어서 손을 들지도 않았고, 딱히 그렇다 할 어필도 하지 않았다.

         

         

       ─서은우 학생. 빨리 무대 위로 안 올라오고 뭐 하세요? 설마 이 자리를 모르는 사람한테 양보하게요?

       “하?”

         

         

       근데 어째서인지 차무식이 딱 잘라서 나를 지목하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이다혜의 바로 앞에 놓여 있는 빈 의자를 말이다.

         

       쓰으읍…….

         

       대충 무슨 말인지 알겠다.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저런 유의 퍼포먼스는 신체적인 접촉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즉, 저기에 내가 직접 앉지 않으면 이다혜가 다른 누군가와 신체를 접촉하는 걸 그저 지켜만 봐야 한다는 뜻이었다.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무대 위로 올랐다.

         

       그리고 지정석인 것처럼 이다혜의 앞에 놓여진 의자에 착석했다.

         

       한편, 내가 자리에 앉기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해맑게 웃고 있는 이다혜를 보니 문득 그녀에게 한가지 묻고 싶은 게 생겼다.

         

         

       “다혜야. 이 퍼포먼스 네가 먼저 하자고 한 거지?”

       “으, 응?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야 홍련쯤 되는 걸그룹이 학교 축제에서 이런 유의 팬 서비스를 굳이 해줄 이유는 없지. 대충 노래 한두 곡만 부르고 가면 되는데.”

       “헤헤 들켰네. 근데 그거 알아? 언니들은 웬만하면 스킨십을 자제할 거지만……”

         

         

       이다혜의 그 말과 동시에 서서히 강당 내부의 조명이 천천히 꺼지기 시작했고, 모든 조명이 꺼지며 완전히 암전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어둠 속에서……

         

         

       “아마 나는 아닐걸.”

         

         

       귓가에서 이다혜의 음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홍련의 타이틀 곡과 함께 순식간에 조명이 켜지며 무대 위를 밝혀졌다.

          

       나름(?) 좋은 경험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

         

         

         

       홍련의 무대를 시작으로 동아리 무대 공연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역시나 뛰어난 인재들이 모이는 학교에서 성적으로 뽑힌 동아리가 펼치는 공연인 만큼 그 수준이 매우 뛰어났던 것 같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밴드부의 공연이려나…….

         

       만약 내 영화가 없었더라면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었을지도?

         

       하지만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아, 아. 지금부터 상영해 드릴 작품에 대해 잠깐 정도 소개를 해드릴 연극·영화부의 서은우입니다. 여기선 927 작가라고 소개해 드리는 편이 조금 더 편하겠네요.”

         

         

       앞선 공연이 모두 끝나고, 드디어 차례가 왔다.

         

       내 첫 영화인 ‘네가 없는 여름’을 처음으로 선보일 차례.

       

         

       “잠시 영화에 관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렇게 직접 마이크를 잡고 무대 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내일 공식적으로 전국 모든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며, 한빛예고의 학생들도 특별 참여하였습니다. 어쩌면 영화 내에서 아는 사람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 그리고 오늘 영화의 내용은 되도록 바깥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알려지면 뭐… 이 중에 범인 있겠네요. 어쨌든 그러한 불상사가 일어나면 진심으로 조금 화날 것 같습니다. 하하.”

       

         

       나는 일부러 마지막에 협박이 섞인 어투로 말했다.

         

       원래 이러한 선 공개에서의 내용 유출은 말 그대로 치명적인 사고다.

         

       그러니,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든 통제를 해야만 했다.

         

       이어서 나는 ‘네가 없는 여름’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덧붙이고자 했다.

         

       영화 포스터를 나눠주지 않은 상태였기에 아마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가 어떤 줄거리인지, 어떤 내용인지조차도 전혀 가늠하기 힘든 상태일 것이다.

         

       다만.

         

       나는 말을 최대한 아끼기로 결정했다.

         

       단순하게 영화의 줄거리를 말로 설명하자고 하니 뭔가 엄청난 스포가 될 것 같아서였다.

         

       왜냐하면, 영화 네가 없는 여름의 줄거리를 한마디로 표현해보자면…….

       

       

       ‘한 사람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니까.’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