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55

       

       

       

       

       

       

       서은우의 영화 소개에 앞서 대강당의 분위기는 잔뜩 달아오른 상태였다.

         

       축제의 끝이자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무대. 그것을 그 927 작가가 직접 만든 영화로 마무리하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현재 그가 만든 영화에 대해서 알려진 정보가 극히 적었다.

         

       기껏해야 예고편이 공개된 것과 배우들의 캐스팅 정보 정도.

         

       하지만 예고편과 캐스팅 정보가 모두 공개되자마자 사람들의 기대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여주인공 역에 설소영을 쓰는 것도 어느 정도는 예상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자신의 모든 작품에 등장시켰을 정도로 설소영에 대한 927 작가의 사랑은 각별했으니까.

         

       문제는 남주인공 역 쪽이었다.

         

       박하준 같은 인기 남배우를 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배우를 쓴 것도 아니었다.

         

       단순하게 927 작가 스스로가 남주인공 역을 맡은 것.

         

       굳이 나이를 따져보지 않아도 각본가로서의 그의 실력은 이제 논외의 영역이었다. 그렇기에 스토리나 연출이 어떨지에 관해서는 보통 태클을 걸 생각을 하지 않을 정도다.

         

       근데 그런 천재가 거기서 더 나아가 이제 연기까지 도전한다? 거기에다가 ‘네가 없는 여름’의 촬영 감독을 맡았던 고동빈 역시 이런 의미심장한 말까지 남겼다.

         

         

       ─남주인공 역을 맡아주신 배우분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 깊더군요. 특히 엔딩 씬의 촬영을 했을 때는 소영 씨를 처음 봤을 때처럼 감탄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증언이 더해지니 가뜩이나 넘쳐났던 기대감이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현재 대강당에 있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고, 그렇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엄청난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서은우가 ‘네가 없는 여름’의 대표로 직접 무대에 오르자 너나 할 것 없이 엄청난 호응이 일어났다.

         

       이에 서은우는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바로 표정을 고치고 영화에 대한 안내를 시작했다.

         

       한편, 그 모습을 2층 관람석 쪽에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오늘 나영진 PD와 자리를 함께하게 된 고동빈 감독이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고동빈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은 걸 확인한 나영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고 감독님. 오늘따라 표정이 그리 좋지 않으시군요.”

       “조금 긴장돼서요.”

       “음? 평소에 긴장이라는 걸 전혀 안 하시는 분이 그러니까 조금 새롭네요.”

       “뭐…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 PD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네가 없는 여름이라는 영화가 그리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걸요.”

       “…….”

         

         

       고동빈의 말에 나영진은 침묵했다.

         

       그의 말에 나영진 역시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었다.

         

       이미 이 두 사람은 927 작가와 자신들이 만든 작품의 결과물을 모두 확인했다. 그렇기에 그리 편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있을 수가 없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러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어느샌가 무대의 스크린에 검은색 배경의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화면 정중앙에 ‘제작 Studio Nmixx’라는 문구가 나타나며 조용히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

         

       네가 없는 여름은 한 소년의 등장으로 시작되며 서은우… 아니, 영화상에서 ‘강하늘’이라고 불리는 소년이 어떤 건물 앞에 들어서게 된다.

         

       그곳은 흔히 시신을 화장하고 남은 유골을 모아둔, 납골당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그리고 강하늘은 그곳에서 어떠한 사진을 보고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이제는 목소리를 들을 수도, 다시는 볼 수도 없는 아름다운 소녀의 사진.

         

       오늘따라 그 사진 속에 담긴 그녀의 얼굴이 더 빛나게 느껴지는 것은 절대 기분 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하늘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러곤 일주일 전에 마지막으로 봤던 해맑은 소녀의 모습을 떠올렸고, 서서히 소녀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화면은 다시 흑색으로 물들었으며, 이윽고 강하늘의 독백이 흘러나왔다.

         

         

       ─우리의 시작은 그래…….

         

         

       내가 우연히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된 순간부터였다.

         

         

         

       ***

         

         

         

       영화가 시작되고…….

         

       서은우 역시 학생들이 앉아 있는 자리로 돌아가 함께 영화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이미 완성된 결과물을 몇 번이고 돌려봤고, 몇 번이고 확인했다.

         

       하지만 볼 때마다 오묘한 느낌이 든다.

         

       아마 영화의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네가 없는 여름은 시작 부분부터 관객들에게 크게 한 방 먹이고 시작한다.

         

       말 그대로 결말이 정해져 있는 인과관계를 먼저 보여주는 것.

         

       다만, 지금 시점에서 관객들에게 한 소녀의 죽음이 그렇게 크게 와 닿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죽음’이라는 단어는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단어였다.

         

       생각을 많아지게 하는 그런 무거운 주제였다.

         

       그래. 지금 관객들이 느끼고 있듯이 이 얘기의 끝은 분명 비극이겠지.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서사가 그렇게 무겁지만은 않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에는 여주인공인 한여름의 성격과 남주인공인 강하늘의 성격이 완전히 정반대이기 때문에 그렇다.

       

       자신의 생의 끝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항상 해맑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보를 보여주며, 어떨 때는 조금 엉뚱한 생각으로 극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환기해주는 한여름.

         

       반대로 강하늘은 그런 소녀와 함께 다니는 걸 대놓고 귀찮아하며, 결국에는 못 이기는 척 정신없이 한여름에게 이끌려 다닌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강하늘의 색이 점점 한여름에게 물들기 시작하며 강하늘의 존재감이 입체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평범한 반 친구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고, 한여름과 수상할 정도로 친한 조금 독특한 반 친구로 말이다.

         

       물론 그들의 관계는 클라이맥스 씬에서 친구 그 이상으로 나아갈 징조를 보이긴 했다.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기 어려웠던 강하늘, 그와 반대로 욕심을 내 먼저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선 한여름.

       

       애초에 1박 2일로 둘이서만 여행을 다녀오거나 둘이서 교복을 입고 놀이공원을 놀러 가는 등 이미 평범한 친구라고 불리기에는 애매한 관계였다.

         

       그리고 한여름의 그러한 과감한 행동 덕분에 강하늘 역시 다음에 자신의 진심을 정하기로 결심했다.

         

       다만 극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들은 마음의 불안감 역시 같이 커진다.

         

       그들의 이야기의 끝이, 이제 한여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만 하는 순간에도 그녀의 죽음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한여름의 죽음이 시한부의 기한을 다 채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된다.

         

       바로 클라이맥스 씬에서 강하늘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칼부림 사건에 휘말린 것.

         

       작품의 극 초반부에 뉴스를 통해 요즘 칼부림 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한여름과 강하늘의 이야기를 보며 작품의 후반부까지 언급이 거의 없었기에 아마 쭉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혔겠지.

         

       아마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었을 테니 반전 요소라면 반전 요소였다.

         

       강하늘의 부모님 역시 한여름의 피해 보도를 보고 전혀 모르는 타인이었기에 단순히 강하늘에게 조심하라는 말만 전할 뿐이다.

         

       하지만 강하늘은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이는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줄곧 강하늘의 시선으로 감정을 따라가면서, 한여름의 사연을 알고 있기에 더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강하늘의 부모님처럼 이름 모를 타인의 죽음에는 무감정하고 바로 잊지만, 강하늘과 관객들에게 있어서 한여름이라는 소녀는 너무나도 큰 존재였다.

         

       그렇기에 큰 슬픔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멀쩡한 상태로 이어서 볼 수 있을 리가 없다. 누군가는 더 이상 영화를 보는 것이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영화는 끝을 맞이하지 않았다.

         

       시점은 다시 처음으로.

         

       강하늘이 납골당에 방문한 현재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강하늘은 우연히 한여름의 어머니와 마주하게 되고, 그녀에게서 딸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무언가를 건넸다.

         

       바로 유언장이 담겨 있는 편지 봉투였다.

         

       한여름에게 있어서 유언장이라는 건 참으로 막막한 주제였다.

         

       무엇을 적어야 할지도 도통 가늠을 할 수 없었으며, 유언장을 쳐다볼 때마다 자신의 신세가 한탄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강하늘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언젠가.

         

       그녀가 유언장에 무엇을 적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한여름을 향해 강하늘은 이렇게 말했다.

         

         

       ─적기 싫으면 그냥 적지 마.

       ─응?

       ─유언장 같은 건 살아있을 때, 어쩔 수 없이 전하지 못하는 말을 남기는 거니까. 그럼 그냥 살아있을 때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모두 전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후회가 남지 않도록.

         

         

       전혀 어렵지 않다는 듯이 말하는 강하늘의 말에 한여름은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평소라면 남 일이라 너무 간단하게 말한다며 투정을 부렸겠지만, 어째서인지 한여름은 그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강하늘은 별일 아니라 생각하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하지만 한여름은 강하늘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그 사실을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직접 듣게 되었다.

         

         

       ─항상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입에 닳도록 말하고 다니던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거든. 죽기 싫다고, 너무 억울하다고 말이야. 아마 걱정시키기 싫었겠지. 여름이는 줄곧 그런 아이였고, 그런 아이인 줄 알았으니까.

       ─…….

       ─그리고 솔직해질 수 있었던 계기가 모두 네 덕분이라고 말했단다. 여름이의 부모로서 꼭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

         

         

       이어서 한여름의 어머니가 말하기를 반 친구들한테도 여름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솔직하게 자신의 병과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덕분에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되었고.

         

         

       ─아, 이 유언장은 여름이가 너한테 남기고 간 거란다. 물론 조금 섭섭하지만 우리는 전하고 싶은 말을 모두 전했다며 유언장을 받지 못했어.

         

         

       한여름의 어머니와의 대화는 그것으로 모두 끝이 났다.

         

       다시 혼자가 된 강하늘은 손에 쓸쓸하게 쥐어진 한여름의 유언장을 보며 쓴 미소를 지었고,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유언장을 읽기 위해 편지 봉투를 뜯었다.

         

       그렇게…….

         

       네가 없는 여름은 엔딩에 들어섰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