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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7

       

       

       

       

       영화 네가 없는 여름이 끝나고, 대강당 안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어떠한 박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딱히 영화가 재밌었다는 등의 대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허나, 지금 이 반응은 영화가 재미없었거나 취향에 맞지 않아서 나오는 반응은 절대 아니었다.

         

       굳이 따지고 보면 정반대였다.

         

       정반대이긴 한데…….

         

       그것을 대놓고 표현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어떻게 저들의 이야기를 보고 재밌었다고 박수를 칠 수 있겠는가? 어떻게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옆에 사람과 영화에 관한 얘기를 나누겠는가?

         

       단지, 그들은 모두 똑같은 문제를 걱정하고 있을 뿐이다.

         

       과연 이 엄청난 후유증을 어떻게 떨쳐낼지를 말이다.

         

       한편.

         

       나는 강당 안의 침묵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럴 것 같아서 동아리 무대 공연의 마지막 순번을 강하게 원한 것이었다.

         

       만약 초장부터 네가 없는 여름을 상영했다면 축제는 반강제로 끝을 맞이했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영화는 무사히 모두 끝이 났고, 동시에 한빛예고의 축제 역시 끝을 맞이했다.

         

       동시에 비록 축제는 끝났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그야 영화 네가 없는 여름의 정식 개봉은 오늘이 아니라 바로 내일이니까.

         

       그리고 강당에서의 반응을 보고 나니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걱정되었다.

         

       여기서 내가 걱정하는 것은 성적 쪽이 아니라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의 반응 쪽이었다. 뭔가 한동안은 세상이 조금 우울한 상태일 것 같아서.

         

       겨우 한두 명이 내 영화를 보는 거면 상관없는데, 그 규모가 몇백만을 넘어 몇천만 명이 된다면 상당히 신기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

         

       역시나 크리스마스이브의 일주일 전, 그것도 주말을 겨냥해 개봉을 시작한 내 영화는 첫날부터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개봉 첫날부터 관객수가 140만 명을 돌파하여 역대 개봉 첫날 관객수 순위 1등이라는 기록을 가볍게 달성하였으며, 크리스마스 때 말 그대로 절정을 맞이하였다.

         

       결과적으론 불과 9일 만에 천만 관객을 넘어가게 되었으며, 그해의 겨울은……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 씁쓸한 겨울이라는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

       

         

         

       [네가 없는 여름 후유증]

         

         

       진짜 심각한 것 같다.

         

       뭔가 하루하루가 우울하고, 계속 힘이 안 남.

         

       이거 끝나기는 하는 걸까?

         

         

       -야, 너두? 나도 지금 일주일째 같은 증상임 ㅋㅋ

        ㄴ안 그런 사람이 있나? 지금 영화 본 사람들 다 똑같을 거임

        ㄴ이번 건 ㄹㅇ 927 작가가 독을 풀었다고 생각한다

        ㄴ진짜 사람들 우울하게 만들려고 작정한 듯.

       -하지만 명작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ㄴ국내 영화 평점이 9.2을 넘어가는데 당연히 명작이지

        ㄴ그 와중에 0.8 점은 어디 사라짐?

        ㄴ마음 약한 사람들 영화 보고 제대로 내상 입어서 그런 듯 ㅋㅋ

        ㄴ확실히 지금까지 만들어온 작품과는 다른 느낌이긴 함. 항상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희망차고, 열린 결말로 마무리했는데 이번에는 제목부터 시작해서 느낌이 조금 달랐음

        ㄴ그야 자신이 이런 것도 만들 수 있다는 걸 당당하게 보여준 거겠지

        ㄴ그래서 더 무섭지 않냐? 네가 없는 여름 같은 작품을 하나 더 만들면 그땐 진짜 지옥이다……

        ㄴ안 보러 갈 수도 없고, 보면 후유증으로 고생. 말 그대로 진짜 죽음의 이지선다 ㄷㄷ

       -어쨌든 이제 영화까지 흥행해버려서 클라스가 더 올라 가버림

        ㄴㄹㅇ 개봉 한지 아직 한 달도 안 됐는데 뭔가 수상할 삘이다

        ㄴ이번에 청상예술대상 12월 31일이던데 충분히 가능한 거 아님?

        ㄴ뭔 국내 수상이여~ 이제 3대 영화제 쪽 수상을 생각해야지

        ㄴ하긴, 이제 전 세계에서 개봉하기 시작해서 자연스러운 수순인 듯

       -그리고 이번에 고퀴즈에 게스트로 출연했다고 하니까 본방 꼭 사수하세요

        ㄴ키야~ 고퀴즈 성공했네. 927 작가를 게스트로 섭외하고

        ㄴ그 와중에 대한청소년연극제 때문에 천재 고등학생 컨셉으로 한 번 나갔다는 게 웃음벨이네

        ㄴ거기서 자기 스스로를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발언까지……

        ㄴ자기가 생각해도 당연한 거지 ㅋㅋ

         

         

       내 영화에 대한 여론이 어떤지 보려고 대충 커뮤니티와 너튜브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건만…….

         

       문득 과거의 나를 반성하게 만드는 댓글이 또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젠 그렇다 할 타격도 없는데 하필 고퀴즈의 촬영 날에 봐버린 게 문제였다.

         

       ‘네가 없는 여름’이 정식으로 개봉하고, 나는 한창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영화가 흥행해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나를 찾는 사람이 더더욱 많아져서 그렇다.

         

       뭐… 그중에서 고퀴즈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그쪽에서 나를 너무나도 애절하게 원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당연히 다른 목적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내 영화에 대한 2차 홍보 개념이려나.

         

       현시점에서 이미 관객수가 천이백만이 넘어갔고, 어제 관객수는 첫날 관객수 비율의 대략 40프로였다.

         

       즉, 영화가 개봉한 지 11일이 지난 시점에서도 하루에 50만 명씩 꾸준하게 내 영화를 봐주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걸 보면 의외로 네가 없는 여름을 보고도 또 봐주는 사람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대충 들어보니 후유증은 후유증으로 다시 덮는 다나 뭐라나…….

         

       하긴, 계속 같은 걸 보면 언젠가는 무뎌지긴 하겠지.

         

       물론 그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돈 주고 다시 영화를 봐준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역대급 천재에 쿨, 카리스마로 강하게 밀고 가시죠.”

       “예?”

       “이번 촬영 컨셉 말입니다.”

       “그… 저번에는 그런 거 요구 안 하셨잖아요.”

       “에헤이, 그때는 단체였고, 이번에는 완전 혼자시잖아요. 그리고 만인이 사랑하는 927 작가인데 그 정도 임팩트는 줘야 사람들이 더 열광하죠.”

         

         

       고퀴즈의 PD가 그렇게 말했다.

         

         

       “역시 방송은 어렵네요. 혹시 지금이라도 계약금을 다시 다 돌려 드리고 출연 거부해도 되나요?”

       “농담! 농담이었습니다! 하하!”

         

         

       내 말에 고퀴즈 PD가 머쓱하게 웃었다.

         

       음… 나는 전혀 농담이 아니었는데 말이지.

         

         

       “어서오세요!”

       “아이고, 환영합니다!”

         

         

       그렇게 내가 촬영장에 들어서자마자 고퀴즈의 촬영은 저번처럼 곧바로 진행되었다.

         

       다행히 이곳에서 촬영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서 그런지 크게 낯선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 점이 코퀴즈라는 프로에 출연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또한,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는 스탭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 양옆에 앉아 있는 두 MC들이 선을 못 지킨다 거나, 진행을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쉽게 말해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각본가로 활동하고 있는 927 작가, 서은우라고 합니다.”

       “이야~ 제가 몇 달 전만 해도 이렇게 927 작가님을 실제로 영접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한 번 영접했더라고요.”

       “네. 올해 7월에 이 촬영장에 한 번 왔었죠. 물론 그때는 927 작가가 아니라 학생 서은우로서였지만요.”

       “진짜 둘이 같은 인물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요. 만약 정체를 안 밝히셨다면 끝까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겠죠.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정체를 숨기신 이유와 반대로 굳이 밝히신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고정호 MC가 정말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딱히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도 아니었고, 나름 괜찮은 질문 같아 보였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그 이유를 직접적으로 밝힌 적이 없으니까.

         

         

       “정체를 숨긴 이유는 별거 없어요. 나이도 나이고, 그냥 제 성격 때문이거든요.”

       “성격이요?”

       “고정호 MC님도 아실 거예요. 유명해진다는 건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단점도 있는 법이니까요. 귀찮은 일이나 남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걸 싫어하는 제 성격상 단점 쪽으로 곧바로 저울이 기울더라고요.”

       “오, 그러면 더더욱 정체를 공개하는데 망설였을 것 같아요.”

         

         

       나는 그 말에 공감하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서 정체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 대답했다.

         

       어쩌면 참으로 단순한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사랑때문이었요.”

       “……사랑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서은우로서는 도저히 지킬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정체를 공개했고, 그 사실에 대해 절대 후회는 안 합니다. 아마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하겠죠.”

         

         

       내 대답에 다들 조금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이것보다 더 나은 대답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그저 솔직하게 말하고 싶을 뿐이었다.

         

         

       “정말 대단하네요. 그럼 혹시 대본을 적는 건 어떤가요? 927 작가님 같은 천재면 대본을 적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저희를 포함해 시청자분들도 이 부분이 엄청 궁금할 것 같아요. 보통 927 작가님이 대본을 집필할 때 보통 1달도 안 걸린다는 소문이 많거든요.”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을 시작으로, 플라이 하이, 이태원 레볼루션.

         

       올해는 꿈꾸는 아이들과 네가 없는 여름까지.

         

       확실히 대본을 집필하는 총 시간만 따져보면 모두 1달 안으로 완성했을 것이다.

         

       때문에 저 말에는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선 아까와 마찬가지로 그저 진실만을 얘기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안타깝게도.

         

         

       “어려워요.”

         

         

       나는 세상 모두가 원하고 상상하는, 진짜 천재 같은 대답을 들려줄 수가 없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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