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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8

       

       

       

       

       세간에서 927 작가를 어떻게 평가할까?

         

       천재.

         

       오직 이 한 단어로 모든 걸 정의할 수 있을 거다.

         

       갑자기 혜성같이 드라마 업계에 등장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수준의 작품을 선보인 것.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그가 만든 모든 작품이 말이다.

         

       또한, 927 작가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신선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러한 작품을 만들어 낸 작가의 나이가 아직 고등학생이다?

         

       심지어 첫 작품과 두 번째 작품은 중학생의 나이에 완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당연히 경악할 수밖에 없을 거고, 이제는 배우의 가능성까지 보여주었다.

         

       지난 몇 년간 보여준 행보를 보면 세간에선 그를 불세출의 천재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고정호 MC는 ‘대본을 적는 게 어떠냐?’라는 질문을 크게 대수롭지 않게 건넸다.

         

       들려오는 소문에서도 927 작가의 집필 속도가 상당히 빠른 것으로 들었고, 적는 작품마다 모두 대박을 치니 분명 천재다운 대답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대본 적는 거 별거 아니다, 그렇게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뭔가 대본을 적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적어서 빠른 것 같다 등등.

         

       하지만.

         

         

       “어려워요.”

         

         

       서은우의 무덤덤한 대답에 당사자를 제외하고 모두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절대 기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누가 봐도 거짓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진심.

         

       서은우는 진심으로 그렇게 얘기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사람들이 그리 원하지 않은 대답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세상은 천재를 좋아하고 동경한다. 누군가에게는 그러한 천재의 존재 자체가 자부심이 될 수도 있겠지.

         

       동시에 천재가 무언가를 잘하는 걸 당연하다고 여기고, 당연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동경은 이해로부터 가장 먼 감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천재의 좋은 점만 바라보려고 하고 정작 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한국의 자랑이자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927 작가라면,

       사람들이 상상하고 있는 어린 천재 927 작가라면,

       평소처럼…….

       저 질문에 당당하고 뻔뻔하게 대답하는 쪽이 정답에 가까웠다.

         

       자라나는 꿈나무들과 927 작가의 팬들. 즉, 그 사람들의 동경과 자부심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하지만 어째서인지 서은우는 그와 완전히 반대되는 대답을 내뱉었다.

         

       반사적으로 말한 것도 아니고, 무언가에 욱해서 말한 것도 아니다.

         

       나름 곰곰이 생각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여기서 잘난 거짓말을 내뱉는 건 한 사람의 각본가로서 스스로를 속이고 부정하는 일 같았으니까.

         

         

       “글이라는 걸 한 번이라 적어본 사람이라면 알 거예요. 소재부터 시작해, 첫 문장을 적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고뇌가 필요한지.

       자기만의 가치관이 들어간, 그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고요. 대본을 적는다는 건 저한테도 늘 새롭고, 말 그대로 도전이죠. 동시에 대본을 적는 게 정말 어렵고, 힘들어요. 과연 이게 좋은 이야기일까? 글을 적으면서도 이 말을 스스로에게 계속 끊임없이 되묻고요.”

         

         

       그렇기에…….

         

         

       “작년에 생각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을 때 솔직히 조금 두려웠습니다. 다음 작품도 사람들이 열광하고, 좋아해 줄까? 만약 재미없다고 하면 어떡하지? 그러한 두려움이 계속 마음속에서 맴돌더라고요.

       그래서 당분간은 글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싶었습니다. 이런 나약한 마음가짐으로 대본을 적는다면 순식간에 제 작품을 보는 분들에게 들통 날 테니까요.”

         

         

       때문에 서은우는 다음 작품을 얼른 내라는 사람들의 과도한 압박을 이용하여 은퇴를 했다.

         

       참으로 좋은 명분이었고, 그때는 단순하게 짜증과 화가 나서 그랬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영영 은퇴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그때는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돌이켜보면 참으로 겁쟁이 같은 생각이던 것 같다.

         

         

       “그대로 저는 사람들의 관심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길 바랬어요. 잠정 은퇴를 한 것도 그 때문이었죠. 언젠가 다시 돌아왔을 때, 저를 향한 사람들의 과도한 기대감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그러니 저를 향해 겁쟁이라고 욕하셔도, 손가락질해도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라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저를 응원해주기 위해 바쁜 스케줄을 마다하고 해외에서 한걸음에 달려와 주신 엄청난 분도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927 작가가 아닌 서은우로서 계속 저를 믿어주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제 곁을 지켜준 고마운 친구 역시 너답게, 뻔뻔하게 행동하라면서 응원 아닌 응원의 말까지 해주었죠.”

       

       “또, 한 남배우의 억지가 결과적으로 제 마음에 다시 불을 지펴주었어요. 꿈꾸는 아이들이라는 연극을 만들었을 때는 정말 재밌었습니다. 927 작가로서가 아닌, 평범한 학생 서은우로서 정말 부담감 없이 대본을 적었고, 부원들과 함께 연극이라는 걸 처음으로 도전했거든요.

       은퇴 건 이후로 당분간은 글을 적을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대본을 적으면서 웃고 있더라고요. 마치 처음 각본가의 꿈을 꿨을 때처럼요. 그리고 그날 현장에서 꿈꾸는 아이들이라는 연극을 보며 깊이 몰입하고, 감동해주는 사람들을 보고 나니 뭔가 오묘한 감정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천직은 천직인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언젠가.

         

         

       “저한테 이런 질문을 하신 분이 있어요. 927 작가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때의 저는 단순하게 스스로를 운이 좋은 사람이고 평가했고, 그렇게 그대로 대답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저는 그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고, 그 과정에서 팬분들을 포함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저를 믿고 도와주었어요. 그러니 제 모든 작품은 저 혼자만의 작품이 절대 아니에요. 그런데 제가 거기서 저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단정해버린다면, 그거야말로 작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신 고마운 분들과 팬들에 대한 기만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번 네가 없는 여름에서 얻은 수익으로 제법 큰 기부를 결심했습니다. 물론 적당히 했어도 상관없겠지만, 사실은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행보에 저 스스로가 조금 부끄러워졌거든요. 하하….

       아,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앞으로도 여러분들이 원하는 대로 대본을 쓰고 작품을 만들 거에요. 아마 모두가 만족할만한 그런 대단한 작품을 계속 만드는 게 힘들다는 것도 잘 압니다. 때때로는 호평보다 비평이 많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어도 이제는 대본을 적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여전히 대본을 적는 건 힘들지만, 꽤 재밌습니다. 어떠한 계기와 경험으로 번뜩 영감이 떠오르는 건 항상 신비로운 일이고요. 수많은 전문가분들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것도 정말 재밌고, 제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을 생각하면 뭔가 가슴이 설렙니다. 어쩌면 이걸 중독이라고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젠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기에 막연하게 실패에 관해 두렵지가 않습니다.

       분명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비난보다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말을 건네줄 테니까요. 그걸 생각하면 절로 힘이 납니다.

       과거처럼 멈춰 서지 말고, 소중한 사람들과 그저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자 합니다.”

         

         

       긴말을 끝마친 서은우는 숨을 고르기 위해 한숨을 내쉬었고, 조심스럽게 주변의 반응을 살폈다.

         

       그들은 아무런 대화도, 대답도 없이 모두가 서은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반응을 보며 서은우는 무언가 실수라도 저지른 것 같아서 다급히 입을 열었다.

         

         

       “음… 저도 모르게 너무 길게 말했네요. 혹시 이 부분은 편집하나요?”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에 서은우의 옆에 앉아 있던 고정호 MC가 따뜻한 미소와 함께 그의 어깨에 살포시 손을 올렸다.

         

       국민 MC로서 지금까지 그는 수많은 연예인과 전문가들을 만나 왔고, 진솔한 대화를 나눠왔다.

         

       하지만 지금처럼 심금을 울리는 말을 하는 사람은 처음 봤고,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이 자신보다 한참 어린 17살의 소년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신비했다.

         

       어쩌면 인생 2회차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고정호는 한 천재의 성장을 바로 눈앞에서 목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것이 참으로 영광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렇기에 서은우의 말에 부정의 의미로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요. 방금 927 작가님…… 아니, 서은우 학생의 진심이 담긴 말은 모두 그대로 방송에 나올 겁니다. 제가 그렇게 스태프 측에 부탁할 거고, 꼭 그래야만 합니다. 그렇죠? PD님.”

         

         

       고정호의 말에 그들의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던 고퀴즈의 PD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PD 역시 방금 서은우가 한 말을 단, 한 마디도 편집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방금 그의 진솔한 말은 의도치 않게 이번 고퀴즈의 하이라이트가 되어버렸으니까.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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