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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0

       

       

       

       

       청상예술대상의 시상식장을 들어가는 길목에 긴 레드카펫이 깔리게 된다.

         

       이것 역시 시청자들을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 개념으로 이번 시상식에 누가 참여하는지를 보여주는 목적이었다.

         

       여기서 특히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게 되는 사람들은 올해 뛰어난 성적을 얻은 작품의 배우와 감독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사람들의 기대감을 한몸에 받는 작품은 당연히 ‘네가 없는 여름’이었다.

         

       개봉하자마자 역대 기록이란 기록은 다 갈아치우고 있으며, 아직 영화 상영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과하고 청상예술대상에 초청받은 이례적인 영화.

         

       사람들은 이 작품이 이미 영화 쪽 대상을 받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으며, 당연하게도 그런 엄청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건 이 시점에서 오직 한 명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기에 사람들은 그의 등장이 어떨지도 궁금해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고퀴즈의 영향으로 그의 시상 소감 역시 기대하고 있는 추세였다.

         

       이윽고, 검은 외제차 한 대가 레드카펫의 시작 부분 쪽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율좋은 한 남성과 아름다운 두 여인이 함께 내렸고, 두 여인은 사전에 얘기라도 된 듯 양쪽으로 남성과 팔짱을 끼며 레드카펫 위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들이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이라는 걸 알리듯 하얀색으로 완벽하게 깔 맞춤한 드레스 코드.

         

       그때 카메라를 발견한 두 여인이 카메라를 향해 반사적으로 손짓을 흔들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맑은 연갈색 눈동자와 흑백의 머리카락.

         

       사파이어 같은 푸른 눈동자와 금색의 머리카락.

         

       서로 다른 느낌의 아름다움 덕분인지 그녀들이 실은 구두 소리가 울릴 때마다 현저하게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줄어든다.

         

       반면 그런 두 여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남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레드카펫 위를 걷고 있었다.

         

       마치 그녀들의 사랑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덕분에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방송을 보고 있을 모든 남성들의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다.

         

       물론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았지만, 현재 남성은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두 여인의 걸음 속도를 맞추는 것과 수없이 쏟아지는 카메라의 플래시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당사자들은 어떨지 몰라도 남들의 눈에는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다운 화려한 등장이었다.

         

         

         

       ***

         

         

         

       그렇게 엄청난 관심과 함께 청상예술대상 시상식장 안에 입성한 서은우와 그녀들.

         

       그들은 안내에 따라 사전에 정해진 지정석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한 지정석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먼저 앉아 있었다.

         

         

       ‘다 아는 얼굴들이구만.’

         

         

       바로 나영진 PD와 고동빈 감독을 포함한 스튜디오엔믹스의 주요 관계자들이었다.

         

       원탁에 도착하자 그들이 반가운 표정으로 서은우를 맞이해주었다.

         

         

       “오셨네요.”

       “그나저나 저희 늙은이들이랑 비교되게 너무 꾸미고 오신 거 아닙니까?”

       “아직 정정하신 분들이 뭔 늙은이들이에요.”

       “음. 저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이제 곧 50대니까요.”

         

         

       고동빈 감독님의 무덤덤한 말에 서은우는 쓴 미소를 지었다.

         

       결론은 50대가 넘어가는 사람이 아직은 없었기에 이 정도면 업계에서도 상당히 젊은 축에 속하는 팀이긴 했다.

         

       이어서 서은우는 ‘927 작가’라는 이름이 적힌 지정석에 앉았다.

         

       그가 자리에 앉자 설소영 역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지정석에 앉았다.

         

       참고로 그 자리는 서은우의 바로 옆자리였고, 그러곤 뭔가 감회가 새롭다는 얼굴로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래?”

       “드디어 그 자리가 채워졌구나 싶어서요.”

         

         

       그래서 곧바로 이유를 물었건만…….

         

       어째서인지 설소영은 진심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리 대답했다.

         

       물론 서은우로서는 여전히 의미를 알기 힘든 그런 대답이었다.

         

         

       “내가 진실을 알려줄까?”

         

         

       그때 마찬가지로 그의 옆자리에 앉게 된 이다혜가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귓속말을 해왔다.

         

       그녀는 방금 설소영이 했던 말의 의미를 대충 알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서은우는 그녀의 말에 부정의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

         

         

       “소영이가 기분 좋아 보이니까 그거면 됐어. 그리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그래? 그렇구나.”

         

         

       서은우의 말을 들은 이다혜가 무언가 깨달은 듯 작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어쩌면 나도 소영이처럼 그 자리에 앉게 될 사람을 2년 동안 기다려왔을지도 모르겠네… 라고.

         

       2년 동안 927 작가의 자리는 줄곧 공석이었고, 그녀들은 은연중에 그 공석을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드디어 그 공석이 채워졌고, 작년과 재작년과는 다르게 그녀들은 자신들이 원했던 것을 이루었다.

         

       그렇기에 이 자리에 처음 참석한 서은우와는 다르게 감회가 새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이 교차하고 있을 때, 청상예술대상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 드디어 청상예술대상의 본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신동민 MC님의 그 멘트는 매년 듣는데도 뭔가 익숙해지지가 않네요. 그만큼 제가 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는 걸 영광이라고 느끼는 거겠죠.]

       [그건 저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올해는 작년보다 특히 더 엄청난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니까요.]

       

         

       사회자들의 자연스러운 진행과 함께 시작된 청상예술대상의 시상식.

         

       행사의 가장 첫 순서는 역시나 청상예술대상을 축하하는 축하 공연이었다.

         

       올해는 요즘 떠오르는 신인 걸그룹 ‘S&LOVE’가 축하 공연을 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듣게 된 서은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이다혜에게 물었다.

         

         

       “웬일로 홍련이 축하 공연을 안 왔네? 내가 아는 백준영 대표님이라면 이런 자리를 절대 놓칠 사람이 아닌데 말이지.”

       “흥! 내가 대표님한테 절대 안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으니까. 재작년에 옷을 두 번 갈아입었을 때 얼마나 힘들었는데.”

         

         

       서은우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쓴 미소를 지었다.

         

       하긴 2년 전의 홍련은 한창 홍보를 열심히 하고 다닐 때였다.

         

       즉, 지금 홍련의 이름값을 생각해 보면 그럴 필요가 전혀 없긴 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축하 공연이 끝나고, 신동민 MC가 현재 ‘S&LOVE’에서 가장 인기몰이를 하고 유나은에게 질문했다.

         

         

       [나은 양. 혹시 이 자리를 빌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에 마이크를 건네받은 유나은은 신동민 MC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더니 얼굴을 붉히며 쑥스럽게 대답했다.

         

         

       [그… 제가 927 작가님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아! 당연히 팬으로서요. 네가 없는 여름도 2번 봤고요! 그런 의미에서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가기 전에 싸인을 좀 받고 싶어서……]

         

       “예?”

         

         

       그 말과 동시에 장내의 모든 카메라가 서은우의 당황한 얼굴을 잡기 시작했다.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저리도 간절히 부탁해오는 모습을 보며, 서은우는 차마 그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서은우는 곧바로 무대를 다급히 내려온 유나은에게 친히 싸인을 해주었고, 그 과정에서 당연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야 양옆에 앉아 있던 두 여인이 뚫어지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무서울 정도로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아직 시상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뭔가 벌써부터 피곤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서은우였다.

         

         

         

       ***

         

         

         

       영화 부문의 시상식은 TV 부문의 시상식 다음으로 이어진다.

         

       사실 올해 TV 부문은 말 그대로 빈집털이자, 전쟁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는 2년 만에 927 작가의 드라마가 처음으로 방영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작년과 재작년의 TV 부문은 시작부터 대상이 정해진 느낌이었지만, 올해는 그것이 아니었기에 과연 누가 대상을 수상하게 될지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였다.

         

       반대로 영화 부문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그려졌다.

         

       연말에 정말 갑작스럽게 927 작가의 영화가 방영된 것.

         

       지금까지 영화 부문은 누군가가 상을 싹쓸이하는 그런 일방적인 구조가 아니었다.

         

       때문에 모두에게 열린 가능성이 있는 경쟁이었고, 927 작가가 줄곧 TV 부문에서 활동하는 것을 되려 다행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올해 완전히 그 반대의 양상이 그려졌다.

         

       TV 부문에서 열린 가능성이 있는 경쟁이 일어났고, 영화 부문에 말 그대로 날벼락이 떨어진 것.

         

       이미 영화 부문의 대상은 정해진 느낌이 강했고, 그런 사실이 영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도 당연히 생기는 법이다.

         

       하지만 927 작가가 마음만 먹는다면 모든 부문에서 활약할 수 있는 사실 역시 충분히 리스펙 할 만한 부분이고, 927 작가라는 존재 자체 덕분에 미디어 산업이 흥행하고 있는 것 역시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런 927 작가의 작품에서 항상 주인공 역을 맡았던 한 소녀가 있었다.

         

       2년 전, 청상예술대상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받았던 소녀.

         

       

       [자, 이제 다음으로 여자 부문 최우수연기상을 만나보게 될 텐데요. 다들 누군지 짐작 가시죠?]

       [927 작가님의 첫 영화 ‘네가 없는 여름’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소녀, 한여름 역을 연기한 설소영 배우입니다. 모두 박수로 맞이해주세요!]

         

         

       역시나 이번에도 이변 없이 그녀는 최우수연기상을 수상받게 되었고, 수많은 박수와 찬사 속에서 천천히 무대로 향했다.

         

         

       또각- 또각-

         

         

       마치 2년 전에 최우수연기상의 수상 소감을 발표하기 위해 무대 위로 걸어갔을 때처럼.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녀의 구두 소리가 시상식장 안을 울릴 때마다 박수 소리는 점차 줄어든다.

         

       이윽고, 그때와 마찬가지로 무대의 중앙에 홀로 서게 된 설소영.

         

       그때의 설소영은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쳐다보았고, 시상식을 보고 있을 누군가와 시선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분명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

         

       이제는 기분 탓이 아니라…….

         

         

       “…….”

         

         

       설소영은 어느샌가 어두운 그림자가 들어선 참가자 석 쪽을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927 작가……

         

       자신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는 서은우를 말이다.

         

       그래. 과거와는 다르게, 이제는 지금처럼 그와 시선을 직접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사실이 자신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행운이자 행복인지 당신은 과연 알까?

         

       물론 그가 이 사실을 모른다고 해서 설소영은 딱히 큰 상관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제부터 친절하게 알려줄 생각이었으니까.

         

       이윽고 시상식장 안은 그녀의 수상 소감을 듣기 위해 순식간에 침묵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설소영은 서은우와 자연스레 시선이 마주쳤고, 그녀는 어째서인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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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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