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61

       

       

       

       

       천천히.

         

       무대에 올라 자신의 수상 소감을 말하기 시작하는 설소영.

         

       그녀는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먼저 표했다.

         

       스튜디오엔믹스의 사람들, 자신을 항상 응원해주고 아껴주는 부모님, 그리고 올해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준 고등학교의 친구들까지.

         

       아직 별말을 안 한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도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이 서서히 끝나간다.

         

       그리고.

         

       이것 또한 언제나 그랬듯.

         

       설소영은 마지막으로 지금 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는 한 사람에 대한 감사함과 진심을 전하고자 했다.

         

         

       “2년 전.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이라는 작품으로 처음 데뷔를 하고, 지금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기쁜 일도 정말 많았고, 힘든 일도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을 함께해주며 항상 저를 지지해 주었던, 정말 고마운 사람이 이 자리를 함께 해주고 있습니다.”

         

         

       설소영은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참가자 석 쪽의 어딘가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은 아까 설소영이 앉아 있던 곳이었으며, 정확하게는 그곳의 옆자리를 지키고 있던 한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년은 바로……

         

         

       “제가 2년 전에도 분명하게 말씀드렸죠? 아마 그때의 제 수상 소감을 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927 작가님.”

         

         

       그 말과 동시에 시상식장 안의 무수히 많은 시선이 자연스레 그녀와 927 작가를 교차하게 된다.

         

       그리고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지목당한 927 작가.

         

       아니, 서은우는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그저 쓴 미소를 지었다.

         

       분위기를 보니 어느 정도 그녀가 자신을 언급할 것은 대충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설소영 역시 서은우와 마찬가지로 크게 표정의 변화가 없다.

         

       왜냐하면 아직 그녀의 수상 소감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설소영은 자신이 그에게 품고 있는 마음에 대해 한 가지 의문이 든 적이 있었다.

         

       과연 언제부터 그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처음 그에게 실력을 인정받아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였을지도 모르고, NG 사태 때 전화로 응원받았을 때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고민 상담을 듣고 플라이 하이라는 엄청난 드라마를 기획해줬을 때나, 엄마의 입원실에 들려 자신을 강인하고 멋진 사람이라며 믿어달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의문에 대한 답을 분명하게 깨닫고 있었다.

         

       처음 그가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에 자신을 캐스팅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어쩌면 그때부터 저는 이미 당신을 향해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윽고, 설소영의 입가에 천천히 미소가 번진다.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감정을 억제했던 2년 전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또한, ‘네가 없는 여름’의 한여름의 말을 조금 인용하고 싶었다.

         

       분명 그때도 당신을 상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당신은 더 상냥한 사람이었다.

         

       그런 당신과 미래를 함께하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그렇기에 이 자리를 다시 빌려.

         

         

       “927 작가님. 제가 많이, 아주 많이 당신을 좋아한다고. 그리고 항상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설소영은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숙이며 수상 소감이 끝났음을 알렸다.

         

       다만, 박수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던 2년 전과는 다르게 시상식장 안에는 따뜻한 박수와 찬사가 곳곳에서 번지기 시작했다.

         

         

       “대담한 고백이네요.”

       “그러게요. 소영 양한테 저런 구애를 받는 남자가 바로 제 옆에 있다는 것도 참 놀랍고요.”

         

         

       한편 그 대담한 수상 소감을 들으며, 서은우와 같은 원탁에 앉아 있던 나영진과 고동빈은 그를 놀리려는 의미에서 피식 웃었다.

         

       당연히 서은우의 입장에선 그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밖에 없었는데…….

         

         

       “나도 뮤직파크 시상식 때 저렇게 해줘야지.”

       “그… 다혜야. 그건 백준영 대표님이 그닥 좋아하시지는 않을 것 같은데.”

         

         

       무언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한 이다혜의 그 말은 차마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

         

         

         

       이제 청상예술대상의 시상식은 거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제 남은 시상 부문은 대망의 영화 부문의 대상.

         

       역시나 이변은 없었다.

         

         

       [대상은 ‘네가 없는 여름’의 각본과 제작을 담당하신 927 작가님입니다!]

       [작년에는 이태원 레볼루션, 재작년에는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 심지어 그때는 플라이 하이도 충분히 대상을 받을만한 작품이었죠.]

       [네, 맞습니다. 그리고 올해 영화 네가 없는 여름까지 합쳐서 3년 연속 대상 수상이죠. 청상예술대상 이례 역사적인 기록이 써지고 있는 순간입니다.]

         

         

       내 이름이 호명되고, 추가로 나에 대한 설명까지 더해지자 다들 예상이라도 했듯이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와 환호 소리가 들려온다.

         

       그와 동시에 수상 소감을 끝마치고 내 옆에 앉아 있던 설소영이 입을 열며 무언가를 전했다.

         

         

       ‘수상 소감 기대할게요.’

         

         

       시상식장 안의 소음이 워낙 커서 그녀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대충 무슨 말인지 어렴풋이 이해해버렸다.

         

       때문에 나는 쓴 미소를 지으며 설소영이 그랬던 것처럼 천천히 무대 위로 향했다.

         

       대상 트로피를 전해 받고, 이어서 수상 소감을 말하기 위해 무대의 중앙으로 향했다.

         

       그리고 무대의 중앙에서 천천히 시상식장 안을 둘러보는데 아무래도 다들 내 수상 소감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였다.

         

       이거 역시 고퀴즈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내 입장에선 여전히 부담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까지 앞선 대상 소감은 모두 나 PD님이 내 대역으로 대신 말해주었다.

         

       그렇기에 사실상 처음으로 이 무대 위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무엇부터 말하면 좋을까.

         

       이 무대를 통해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해야 할까…….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굳이 사람들의 기대에 만족할만한, 그런 대단한 수상 소감을 말해야만 하는가?

         

       그냥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기분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은데.

         

       그래. 이런 유의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나랑은 안 맞는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그냥 나답게 말해보자.

         

       어차피 수상 소감이 유언처럼 끝을 알리는 무거운 말도 아니니까.

         

         

       “제가 인생을 그리 길게 살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특히나 특별한 일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봄(春).

         

       은퇴를 선언하고, 한빛예고에 입학해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쌓았다.

         

         

       ─번호.

       ─번호?

       ─연락처 내놓으라고요.

         

         

       입학식부터 금발 머리의 인기 아이돌에게 번호를 따이질 않나…….

         

         

       ─안녕?

         

         

       반이 같고, 이름이 가까워서 얼떨결에 인기 여배우가 내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하고 싶은 대로,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행동하라는 뜻이오. 그대는 927 작가이자 이제는 사우디 왕가의 친구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사람이 내 팬이라며 다짜고짜 방한을 하질 않나…….

         

         

       ─너 나랑 동아리 활동같이 안 할래?

         

         

       한 인기 남배우가 나한테 동아리 입부 제안을 끈질기게 해왔었지.

         

       그렇게 정신없이 봄이 지나가고, 제법 인상 깊었던 여름(夏)이 찾아왔다.

         

         

       ─그야 내가 주인공이잖아. 그것도 무려 네가 만든 대본의.

         

         

       꿈꾸는 아이들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이다혜가 내게 보여준 밝은 빛.

         

       나는 그 순간을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지금은 이걸로 그냥 넘어가 드릴게요.

         

         

       그리고 관람차 안에서 설소영과 나누었던 키스.

         

       그때 느꼈던 기분 역시 마찬가지겠지.

         

       물론 여름은 좋았던 추억도 많았지만, 그와 반대되는 추억도 여럿 있었다.

         

       대표적으로 이다혜 스토커 사건과 권대한 사건. 그리고 내 정체를 세상에 공개한 것 등등.

         

       물론 좋지 않았던 추억은 태풍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

         

       ……연달아서 온 게 문제였지.

         

       어쨌든 그렇게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가을이 들어섰다.

         

         

       ─네가 남주인공으로 출연하면 되잖아.

         

         

       가을(秋)은 말 그대로 도전의 계절이었다.

         

       영화를 처음으로 시도해보고, 차무식의 말 덕분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

         

       문제는 연기 연습과 영화 촬영 덕분에 순식간에 가을이 지나가 버렸고, 어느덧 영화 ‘네가 없는 여름’을 방영한 겨울(冬)이 찾아와 버렸다.

         

       겨울은 그래…….

         

       영화 탓인지 처음에는 조금 씁쓸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과거처럼 멈춰 서지 말고, 소중한 사람들과 그저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자 합니다.

         

         

       그렇게 씁쓸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지금 내 주변에는 좋은 인연들로 넘쳐났으니까.

         

       물론 여기서 좋은 인연은 내 작품을 봐준 모든 사람들에게도 해당하는 얘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내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고, 봐주고, 아껴주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고마워요.’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해 주고, 믿어주어서.

         

         

       그리고.

         

         

       그동안……

         

         

       함께 작품을 만들어줘서.

         

         

         

         

         

         

         

         

       

       

       

       

       

       

       “이상입니다.”

         

         

         

       ***

         

         

         

       시간은 참으로 빠르게 흘러갔다.

         

       네가 없는 여름이 상영되고, 무려 9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을 정도로.

         

       그렇다면 26살의 서은우는 현재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빠는 나랑 결혼할 거야!”

       “아니거든! 나랑 할 거거든!”

       “어차피 너희 둘 다 못하거든? 그러니까 아빠 작업하는 데 귀찮게 하지 말고 얼른 무릎 위에서 내려와.”

         

         

       설소영과 낳은 딸, 이다혜와 낳은 쌍둥이 남매한테 둘러싸여서 한창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었다.

         

       어찌 보면 참으로……

         

       평온하고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음을 알리는 그런 소란이었다.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完>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