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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3

       

       

       

       

       서은우는 원장의 안내에 따라 원장실에 들어섰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의 맞은편에 앉은 원장은 자초지종 오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의 성장이 빨랐던 모양이네요.”

       “그 나이 때 아이들은 몸도 정신도 어느샌가 훌쩍 커버리니까요. 특히 준우는 작가님을 닮아서 그런지 유치원 내의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성숙하고, 머리도 좋고, 말도 또박또박 잘해요.”

       “……그렇군요.”

       “음? 혹시 무슨 문제 있으세요?”

       “아니요. 아들이 성숙하고,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고 안 좋아할 부모는 아마 없겠죠.”

         

         

       서은우는 그런 말을 내뱉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당연히 앞서 말한 대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아들의 칭찬을 들었으니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었다.

         

       다만, 아들이 생각보다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것이 문제였다.

         

       그 나이 때의 아이들에겐 그 나이 때의 순수한 감성이 있으니 좋은 건데 말이다.

         

         

       ‘괜히 그걸 보여줬나.’

         

         

       그렇기에 서은우는 조금 후회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아들이 갑자기 철이 들어버린 이유를 대충이나마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아빠!”

         

         

       그때였다.

         

       원장실에 앉아 있던 서은우를 가장 먼저 발견한 서은빈이 반가운 목소리와 함께 원장실 안으로 들어섰다.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서은빈을 보며 서은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조금 전까지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던 것과는 정반대로 어느샌가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이만 아이들을 데리고 하원 해야겠군요. 상담 감사했습니다.”

         

         

       서은우는 원장을 향해 예의상의 인사를 건넸고, 곧바로 자신에게 다가온 서은빈을 익숙하다는 듯 양팔로 껴안아 들어 올렸다.

         

       반대로 서은빈 역시 아빠의 팔을 의자 삼아 앉아 있는 것이 상당히 익숙하고, 편해 보였다.

         

         

       “야! 서은빈! 빨리 내려와! 오늘은 내 차례잖아!”

         

         

       물론 다급히 뒤따라 들어온 서다빈에 의해 치열한 자리 쟁탈전(?)이 일어나긴 했지만.

         

         

         

       ***

         

         

         

       요즘 들어 서은우는 부쩍 성장해버린 자신의 아이들을 보며 여러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서은우의 가정은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가정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힘들었다.

         

       부모의 직업이 인기 연예인이라는 점과 인기 작가라는 것. 그리고 아이들의 입장에선 엄마라는 존재가 2명이라는 점이었다.

         

       참고로 후자의 문제 때문에 며칠 전에 서다빈이 의문을 가지고 서은우에게 직접 이유를 물어본 적도 있었다.

         

       역시나 딸에게 그런 질문을 들은 서은우 입장에선 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고, 최대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대답해주긴 했다.

         

       둘 다 너무 사랑해서 아빠가 조금 욕심을 부렸다… 라고.

         

       그 대답을 들은 서다빈은 엄청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상당히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느낌.

         

       다만, 지금은 이렇게 넘어가도 후에는 어떨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자신을 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 않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판단은 아이들의 몫이다. 그러니 서은우는 먼저 다른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

         

         

       한편, 유치원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를 운전하고 있던 서은우는 백미러를 통해 상당히 시끌벅적한 뒷좌석의 상황을 살폈다.

         

         

       “음… 세상에는 문이 많을까? 굴러다니는 바퀴가 많을까?”

       “당연히 바퀴지! 당장 창문 밖만 봐도 자동차 수가 엄청 많잖아. 산업 현장을 떠올려보면 훨씬 엄청날 거고.”

       “바보. 자동차에 붙어있는 문까지 더해보면 대충 문이겠지. 뭐… 사실 정확한 정답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니까 의미 없는 주제지만.”

       “으으!”

         

         

       서준우의 빠른 반론에 서다빈이 재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남매를 노려봤고, 익숙한 그 구도를 본 서은우는 어느샌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랄까……

         

       아이들끼리 재미 삼아 나누는 토론치고는 상당히 지적인 주제네.

         

       사실 근래 들어 아이들의 대화 내용을 조용히 듣다 보면 서은우 역시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그리고 문득 그걸 깨달았을 때, 서은우는 오늘 유치원의 원장선생님과 나누었던 상담 내용을 떠올렸다.

         

       아이들이 자신의 작품에 엄청난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

         

         

       “이젠 보여줘도 딱히 상관없을 것 같네.”

       “뭐를요?”

         

         

       서은우의 혼잣말을 분명하게 들은 서은빈이 순수한 표정을 지으며 의미를 되물었다.

         

       이에 서은우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음… 아빠 작품?”

       “지, 진짜요?”

         

         

       제법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준우를 제외하고, 서다빈과 서은빈의 말 그대로 보물 지도를 발견한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창 궁금증에 가득 차 있었는데 어찌 보면 서은우가 타이밍 좋게 얘기를 꺼낸 것이다.

         

       당연히 아이들의 입장에선 거절할 이유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얘기였다.

         

         

       “그래. 내용이 이해가 된다면야 아마 재밌을 거야. 문제는…”

         

         

       서은우의 고민거리는 어떤 작품을 가장 먼저 아이들에게 보여주냐였다.

         

       근 10년 동안 927 작가라는 필명으로 활동해오면서 양 손가락을 모두 채울 정도의 작품을 만들어왔다.

         

       다만, 원래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왕이면 처음부터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아이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고 재미없다거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면, 그건 그거대로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을 것 같았으니까.

         

       ……진심으로.

         

       때문에 이번에는 되려 서은우가 아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대충 어떤 느낌(장르)의 작품을 가장 먼저 보고 싶냐고.

         

       다만, 서은우의 질문에 아이들은 참으로 간단명료하게 결론을 내렸다.

         

         

       “아빠한테 있어서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이요!”

         

         

       가장 의미 있는 작품?

       

       그 대답을 들었을 때 서은우는 곧바로 한 가지 작품을 떠올렸다.

         

       927 작가의 시작을 알리고, 이젠 자신의 아내이기도 한 설소영이 배우로서 처음으로 출연하기도 한 작품.

         

       또한, 이 작품은 지극히 평범했던 서은우의 삶은 말 그대로 180도 달라지게 만들어주기도 하였다.

         

       동시에.

         

       어쩌면 그날 카페에서 우연히 그녀와 마주하지 못했더라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작품이기도 했다.

         

       만약 그랬다면 세계 최고의 작가라고 불리는 927 작가 역시 이 세상에서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아무리 자신이 만든 작품들에 하나같이 서사가 있더라도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 변하지 않겠지.

         

       생각의 정리를 끝마친 서은우는 집에 도착하여, 약속대로 아이들과 함께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첫 화를 감상하게 되었다.

         

       하지만.

         

         

       “와~”

         

         

       서은우는 한 가지 부분을 예상하지 못했다.

         

       딸 아이 중 한 명이 진심으로 배우의 길을 걷고 싶다고 결심하게 되는 것을…….

         

         

         

         

       한편.

         

       현 한국 최고의 연예엔터테인먼트라고 불리는 JYB.

         

       물론 한때는 급격하게 변화해 가는 시장의 흐름에서 뒤처질 뻔한 위기도 겪었지만, 생각보다 가볍게 극복하고 오히려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에는 오늘까지도 JYB의 대표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백준영의 지분이 크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대외적으로 그는 사람을 보는 안목이 매우 뛰어나고, 가장 중요한 음악적 능력 역시 탁월하다.

         

       물론 이에 관해 백준영 본인은 자신의 능력 덕분이 아니라 운 좋게 927 작가라는 동아줄을 붙잡은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927 작가, 즉 서은우의 생각은 백준영과는 조금 달랐다.

         

         

       ‘기회가 왔을 때 붙잡는 것도 실력이겠죠. 덕분에 저는 일 잘하는 노예… 가 아니라 파트너를 찾았으니까요. 하하.’

         

         

       그리고 당사자로부터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그 말을 직접 듣게 된 백준영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그 동아줄을 괜히 붙잡은 것 같긴 하다고……. 특히 같이 작업할 때마다 더더욱 말이다.

         

       어쨌거나.

         

       그런 백준영이 한 여인을 상대로 쩔쩔매고 있었다.

         

       참고로 그 여인은 백준영에게 있어서 어떻게 보면 927 작가보다도 인연이 더 깊은 사람이었다.

         

       그야 지금으로부터 무려 13년 전, 그녀를 처음 발굴해내고 고작 1년 만에 아이돌로 데뷔시킨 것이 바로 백준영 본인이었으니까.

         

         

       “자, 잠깐!”

         

         

       백준영의 다급한 외침을 들은 여인이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그러곤 자연스레 흩날리는 금빛 머리카락과 함께 천천히 백준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마 한국에서 927 작가와 함께 이 여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JYB가 자랑하는 인기 걸그룹 홍련(紅蓮)의 전 멤버였으며, 현재는 솔로 가수 활동을 열심히 이어가고 있는 현 JYB 소속 연예인.

         

         

       “다혜야. 이거 진짜 중요한 얘기야.”

       “후… 어차피 또 그 얘기 하실 거잖아요.”

       

         

       백준영의 말에 금발의 여인… 정확하게는 이다혜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참고로 여기서 이다혜 말한 ‘얘기’는 자신의 딸인 서다빈에 관한 것이었다.

         

       최근 서다빈과 관련하여 화제가 된 사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유치원 장기 자랑 시간 때, 서다빈이 춤을 춘 영상이 우연히 SNS에 퍼지게 된 것.

         

       그리고 영상 속의 여자아이가 누구의 딸인지 알게 된 사람들의 반응은 너무나도 뜨거웠다.

         

       너무 귀엽다, 역시 피는 못 속인다, 벌써부터 싹수가 보인다 등등…… 심지어 서다빈이 커버한 곡마저도 홍련의 데뷔곡, 그중에서도 이다혜가 메인으로 맡았던 파트였으니 더욱더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백준영 역시 이 소식을 접하고 자연스레 서다빈이 춤을 춘 영상을 시청하게 되었다.

         

       여기서 문제는 그냥 ‘귀엽네~’라고 가볍게 말하고 넘어가기에 영상 속 서다빈의 모습이 너무 반짝여 보이는 것이었다.

         

       그래. 마치 13년 전 이다혜를 처음 마주했을 때처럼.

         

       그렇기에 백준영은 확신했다.

         

         

       “후에 다빈이가 너처럼 아이돌로 활동하면 무조건 성공하겠지.”

       “그래서 다른 기획사가 눈독 들이기 전에 먼저 채가고 싶다, 이 말이죠? 하긴 노래나 춤은 어릴 때부터 미리 가다듬어두면 후에 아이돌로 활동할 때 엄청 편하긴 하겠죠.”

       “음, 음. 역시 경험자여서 그런지 내 말의 뜻을 잘 이해하는군. 그런 의미에서 일단 계약부터 할까? 추가로 부모로서 걱정되는 마음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 망하면 내가 무조건 책임질게. 이거 나름 엄청난 계약 조건이다?”

         

         

       백준영이 농담 삼아 천진난만한 얼굴로 그리 말했지만, 반쯤은 진심이긴 했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아이돌로 데뷔를 하는 세상. 그러니 몇 년 뒤에는 나이가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다만.

         

       백준영의 그 말을 들은 이다혜는 그를 향해 싱긋 미소를 보일 뿐이었다.

         

       마치 ‘그게 되겠어요?’라고 대답하듯이.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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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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