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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6

       

       

       

       

       “그런 일이 있었구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다혜의 하소연을 듣게 된 설소영. 그녀는 단번에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고, 동시에 공감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진로인가…….’

         

         

       사실 이다혜가 품고 있는 이 고민은 부모로서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설소영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이 문제에 확고한 정답이 없다는 것 정도는.

         

       그렇기에 되려 이다혜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생겼다.

         

         

       “다혜, 너는 왜 아이돌이 되고 싶었어?”

       “갑자기?”

         

         

       설소영의 뜬금없는 물음에 이다혜는 처음에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바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고민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의지가 강했으니까?”

         

         

       이다혜의 대답을 들은 설소영은 어째서인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미소를 지은 이유는 단순하게 이다혜의 대답이 자신이 배우의 길을 걸었던 이유와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우리처럼 다빈이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거 아니겠어?”

         

         

       물론 다빈이 말고도 은빈이나 준우 역시 본인의 의지와 어떠한 계기로 인해 진로를 선택하는 순간이 분명 올 것이다.

         

       자주 병원에 입원하던 어머니가 외롭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 헤매던 어린 날의 설소영처럼.

         

         

       “아, 그리고 그 고민을 함께 나눌 상대는 나 말고도 한 명 더 있으니까.”

         

         

       여기서 설소영이 말한 상대는 바로 서은우였다.

         

       아마 지금쯤 아이들을 유치원에서 데리고, 집에 도착했을 것이다.

         

       원래는 아이들과 함께 자신과 이다혜를 데리러 오겠다고 말했지만, 운전대를 잡은 서은우가 너무 번거로워질까 봐 사전에 괜찮다고 말해두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귀찮음을 무릅쓰고 무조건 데리러 왔겠지, 그이라면.

         

         

       “도착했습니다.”

       “바쁘실 텐데 데려다 주셔서 감사해요, 나 PD님.”

       “아니요. 아직 비수기이기도 하고, 제가 직접 모셔다드리는 편이 마음 편해서 그런 거니까요.”

         

         

       그 말과 함께 나영진이 떠나고, 설소영과 이다혜는 눈앞에 펼쳐진 고급 주택으로 익숙한 듯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현재 서은우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이었으며, 설소영의 아버지이자 제일 전자의 오너 설한용이 혼수 선물로 준 것이었다.

         

       물론 서은우는 혼수 선물치고는 너무 과하다며 처음에는 받으려고 하지 않았지만, 안 받으면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설한용의 협박(?)을 듣고는 어쩔 수 없이 받긴 했다.

         

       뭐… 지금은 감사할 정도로 잘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현관에 들어선 설소영과 이다혜는 곧바로 이상함을 느꼈다.

         

       평소라면 엄마가 왔다고 신 나게 마중을 나왔을 아이들과 남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

         

       유치원에 간 남편이 아직까지 집에 도착하지 않은 건가? 아니면 도중에 딴 길로 샜다거나.

         

       하지만 가지런히 정돈된 신발을 발견하고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곧바로 깨달았다. 즉, 집 안 어딘가에 있다는 뜻이었다.

         

       …….

         

       그때 거실 쪽에서 TV 소리 같은 것이 작게나마 들려왔다.

         

       그것을 동시에 듣게 된 설소영과 이다혜는 서로를 마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곧바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거실 쪽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조용히 고개만 내밀어 거실의 상황을 살폈건만……

         

         

       “은빈아 혹시 아빠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그러는데 다시 한 번만 더 말해주겠니?”

       “저도 엄마처럼 아빠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내 귀가 이상했던 건 아니었나 보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아빠의 품에 반짝이는 눈빛으로 안겨 있던 서은빈과 서은우의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다음으로 서은빈의 돌발 행동에 놀란 서다빈과 서준우의 얼굴이 보였고, TV에서 어떤 드라마의 1화 엔딩 크레딧이 흘러나오고 있던 것을 차례대로 확인하였다.

         

       참고로 그 엔딩 크레딧이 어떤 드라마인지에 관해 설소영과 이다혜가 모를 리가 없었기에 상황 설명이 필요했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야?”

         

         

       뒤쪽에서 인기척을 느껴 고개를 돌린 서은우와 자연스레 눈이 마주친 이다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에 서은우는 멋쩍은 미소와 함께 이다혜의 물음에 대답했다.

         

         

       “어… 생각보다 일찍 왔네? 그냥 아이들이랑 드라마 시청을 하고 있었지. 맛보기로 딱 1화만.”

       “평범한 드라마를 봤으면 굳이 안 물어봤겠죠, 남편님.”

         

         

       이다혜의 말처럼 평범한 작품이었다면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게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이라면 당연히 얘기는 달라진다.

         

       아직 어려서 혼동이 올 수 있으니,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시청을 최대한 자제시키는 것으로 얘기가 끝난 상태였지 않은가?

         

       해명을 요구하는 아내들의 눈빛에 서은우는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여기서 거짓말을 해봤자 득이 될 것이 없었다. 애초에 자신에 한해서 눈치 백단인 여자들을 속일 자신도 없었고.

         

       사실 자신의 작품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관해 먼저 아내들과 얘기를 나눌 생각이긴 했다.

         

       문제는 그전에 서은우의 호기심이 발동된 것이었다.

         

       서은우는 막상 자신의 작품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하니 다양한 감정이 교차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안 좋으면 어떻게 하지? 라는 약간의 걱정도 되었고, 어느 정도 긴장도 되었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단숨에 묻어버릴 정도로 설레는 기분이 들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이란 드라마는 서은우에게 있어서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이자, 927 작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그니처 작품.

         

       당연히 아이들의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반응이 어떨지 너무나도 궁금해져 버렸다.

         

       그렇기에 맛보기 삼아 딱, 1화만 몰래 보자는 타협을 내린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두 가지 발생한다.

         

       하나는 설소영의 캐스팅 건 미팅이 서은우가 생각했을 때보다 훨씬 빨리 끝난 것.

         

       다만, 서은우가 판단하기에 이 건은 그렇게까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애초에 아내들이 집에 들어선 순간, 소리를 듣고 대충은 눈치를 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때까지만 해도 충분히 빠져나갈 구멍은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진짜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서은우는 여전히 순수한 눈빛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귀여운 딸아이, 서은빈과 다시 눈을 마주쳤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가장 얌전하게 자신의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던 서은빈이 엔딩 크레딧이 나오자마자 다짜고짜 자신에게 달려든 것. 거기에다가 결정타로 엄마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해왔다.

         

       그 말을 듣고 서은우는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방금 딸의 발언에는 한 치의 거짓이나 장난이 담겨 있지 않다는 것 정도는. 그리고 정말 순수하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말해 서은우는 부모로서 절대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 되는 그런 중요한 순간을 직면하고 있었다.

         

       물론 그 순간이 예고도 없이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온 것이 문제였다.

         

       덕분에 평소에 당황을 잘 하지 않는 편인 서은우조차 무어라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고, 거실 안은 잠깐의 침묵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것은 아까부터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설소영이었다.

         

       설소영은 아빠 품에 안겨 있던 서은빈에게 다가가 무릎을 구부렸고, 자신과 똑 닮은 딸과 눈높이를 맞추며 질문했다.

         

         

       “은빈아 방금 아빠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지?”

       “네! 설마 안 되는 거예요?”

         

         

       이에 서은빈은 설소영과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며 되물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딸과 시선을 나누게 된 설소영은 어째서인지 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생각했을 때, 은빈이는 평소에 크게 고집과 욕심이 없는 아이였다. 지금까지 무언가 갖고 싶다고 떼를 쓴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설소영은 지금 이 순간, 그 생각을 정정하기로 했다.

         

       과연 지금 은빈이의 저 눈빛을 보고도 욕심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저 상태면 아마 자신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안 된다고 말해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되려 고집을 부리겠지.

         

       원래 욕심이 없던 사람이 정말 가지고 싶은 게 생기면 더 독해지는 법이다.

         

       어린 날의 설소영이 그러했던 것처럼…….

         

         

       ‘하긴, 나를 닮았으면 욕심이 없을 리가 없지.’

         

         

       그리고 설소영은 자신과 너무나도 닮은 딸을 위해 지금부터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아니야. 우리 딸이 그걸 원한다면 안 될 건 없지.”

       “정말요?”

       “그럼~ 하지만 아빠 작품에 출연해 연기를 한다는 건, 지금의 엄마한테도 엄청 어려운 일이야. 아빠는 자신에 작품에 한해서 엄청 엄하시거든.”

         

         

       평소에 자상한 모습만 보여주었던 아빠의 무서운 모습은 서은빈으로서는 가히 상상이 잘 안 되었다.

         

       그렇기에 서은빈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한 후로 처음으로 조금 겁을 먹었고, 그때 설소영이 딸의 손을 꼭 붙잡아주며 이어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엄마가 은빈이 곁에서 열심히 도와줄게. 아빠가 은빈이의 연기를 보고 깜짝 놀랄 수 있을 정도로.”

         

         

       무언가 마음을 안심시켜주는 것 같은 설소영의 말에 서은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거실에서 일어났던 잠깐의 소란은 끝이 났다.

         

       ……다만.

         

         

       “아, 당신은 이따 밤에 따로 얘기해요.”

       “맞아. 우리가 그냥 가볍게 넘어갈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지?”

       “하하… 이견이 있겠습니까.”

         

         

       서은우에게 있어서 그날 밤은 조금 길었을지도 모르겠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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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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