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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9

       

       

       

       

       “하하! 은빈이가 미팅 때 그런 말을 했어? 역시 네 아이답네.”

         

         

       서은우가 전해준 소식을 들은 기자가 유쾌하게 웃었다.

         

       927 작가의 앞에서 이 정도로 가식 없이 웃을 수 있는 사람은 현시점에서 정말 몇 없을 거다. 그의 딸과 어느 정도 안면이 있다는 듯, 친근하게 이름으로 부르는 것 역시 마찬가지.

         

       참고로 일개 기자라고 칭하기에는 직급이 조금 높은 사람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신문사 중 하나를 꼽으라면 무한신문의 이름이 자주 거론된다.

         

       당연히 대형 신문사인 만큼 다양한 부서가 존재하는데, 그중에서 현 연예·방송 부서의 팀장을 맡고 있는 인물은 회사 창립 이래 최연소로 그 자리에 오른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그 최연소 팀장이 바로 서은우의 옆에서 유쾌하게 웃고 있던 차무식이었다.

         

       차무식은 학생 시절부터 줄곧 말해왔던 대로 성인이 되자마자 곧바로 아버지가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무한신문에 입사하였다.

         

       어찌 보면 아버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여 입사를 남들보다 쉽게 하긴 했지만, 놀랍게도 이 사실에 불만을 품고 크게 반발하는 사람은 없었다.

         

       기자의 세상에선 생각보다 인맥이라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빛예고에서 얻은 다양한 인연과 특히 927 작가와 대부분의 정보를 공유할 정도로 절친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차무식만의 특이점이었다.

         

       거기에다가 앞서 말했듯이 아버지가 부사장이라는 점과 더불어 뛰어난 언변 능력과 눈치, 일머리까지 가지고 있었으니 젊은 나이에 한 부서를 이끄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차무식은 며칠 전에 꽤나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붉은 실.

       스튜디오엔믹스의 전속 작가 중 한 명인 강예린의 신작에 설소영이 여주인공으로서 오랜만에 출연한다는 것.

         

       여기까지만 들었다면, 차무식은 그리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설소영이 다시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하기 전, 약간의 몸풀기 느낌으로 강예린의 신작에 참여한다… 정도의 느낌만 받았겠지.

         

       하지만 여주인공의 아역 시절을 연기하는 배우의 이름을 보고는 차무식조차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서은빈.

       친구이자 927 작가의 어린 딸이 구월 역의 아역 역에 캐스팅된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크면 컸지, 절대 작지만은 않았다.

         

         

       ─첫 촬영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요?

       ─연기는 어머니한테 직접 배웠나요?

         

         

       과거에 배우로서 무명이었던 설소영이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았을 때처럼.

       현재 어린 서은빈에게 질문 공세를 펼치고 있는 기자들의 모습만 봐도 대충 느낌이 온다.

         

       하지만 설소영과는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그때의 설소영은 완전히 무명 시절이었고, 또 집안이 집안인지라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실제로 첫 기자 회견 당시에도 상당히 공격적인 질문을 많이 받기도 했고, 선을 넘어 회장에서 추방당한 기자까지 있었다.

         

       다만, 지금 서은빈이 받는 관심은 부정적인 쪽이 아니라 완전히 긍정적인 쪽이었다.

       

       927 작가가 처음부터 보여준 강렬한 임팩트, 그리고 설소영 역시 첫 작품에서 나이에 맞지 않는 괴물 같은 연기력을 보여주며 단번에 주목과 기대를 받았었다.

         

       그렇기에 이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과연 어떤 마법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감은 자연스레 생길 수밖에 없었다.

         

         

       “뭐… 적어도 예의 없는 기자는 안 보이네. 아, 참고로 우리 쪽은 사전에 확실히 교육하고 왔으니 너무 걱정하진 말고.”

       “그쪽도 걱정 안 하고 다른 쪽도 걱정 안 해. 어차피 소영이가 은빈이 옆을 저렇게 떡 하니 지키고 있는데 누가 무례를 저지르겠냐?”

       “하긴, 927 작가의 아내와 제일 전자 오너 되는 사람의 딸을 건드려봤자 좋은 일은 없을 테니까. 근데 너는 여기서 이렇게 태평하게 지켜만 보고 있어도 되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이건 내 작품이 아니라 예린 선배 작품이야. 그리고 혹시 몰라서 경고까지 받았고.”

         

         

       사실 경고라기보다는 부탁에 가까웠다.

         

       기자 현장과 촬영장에서 되도록 나서지 않았으면 하는 강예린의 부탁.

         

       이것은 혹시라도 붉은 실에 927 작가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구설수가 튀어나올까 봐, 그녀가 사전에 부탁한 것이었다.

         

       캐스팅이 좋아서 성공했다는 등의 소리는 들어도, 아무래도 대본과 관련된 부분에서 좋지 않은 소리를 들려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모양이다.

         

       아예 현장에 안 오는 선택지는 없었다.

       현재 서은우는 서은빈의 보호자로서 자리를 함께하고 있는 거니까.

         

       참고로 현재 이곳은 첫 촬영 장소로 확정된 대한민속촌 바로 옆에 붙어있는 문화센터였으며, 현재는 기자 회견 장소 겸 스튜디오엔믹스의 촬영팀 대기실로 대여하고 있었다.

         

       

       “반대로 너는 일 안 하냐?”

       “나야 뭐… 우리 부서 사람들 감독하고 인솔하는 게 내 일이니까.”

       “쉽게 말해 꿀 빨고 있다는 소리네.”

       “하하. 누구 덕분에 말이지.”

         

         

       차무식은 친구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며 피식 웃었다.

         

       조금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이 굳이 기자 회견에 참석할 필요도 없었다.

         

       단지, 기자 회견이 끝나고 곧바로 진행하게 되는 붉은 실의 첫 촬영을 구경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을 뿐.

         

       모든 사람이 흥미를 갖고 기대를 하듯, 차무식 역시 친구의 딸이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유의 기대를 품고 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는 사람이 차무식 한 명만은 아니었다.

         

         

       “와~ 이렇게 셋이서만 있는 건 조금 오래만 아닌가?”

         

         

       누군가가 갑작스레 서은우와 차무식 사이에 끼어들어 어깨동무를 해왔다.

         

       서은우는 익숙한 목소리와 자신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있는 사람을 향해 곧바로 고개를 돌렸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고등학교 시절 때부터 줄곧 느낀 거지만……

         

         

       ‘여전히 더럽게 잘생겼네.’

         

         

       남자를 한정해서 서은우가 외모에 관해 이리 극찬할 만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인기 남배우이자 자신의 작품에도 출연한 전적이 있으며, 고등학교 시절 강제로 본인이 만든 동아리에 자신을 집어넣은 조금 이상한 선배.

         

       ……박하준.

         

       어째서인지 그가 그곳에 서 있었다.

         

         

       “아니, 선배는 왜 여기 있어요?”

       “음… 미래의 또 다른 라이벌이 될지 모르는 아이의 재능을 확인하러 왔다랄까?”

       “쉽게 말해 요즘 많이 한가하신가 보네요.”

       “당연하지. 근래 들어 어떤 작가가 나를 안 써주는데 뭐 어쩌겠어.”

         

         

       박하준은 ‘어떤 작가’를 향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의 익숙한 시선을 받은 서은우는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자기 앞으로 오는 수많은 캐스팅 제안을 대부분 단칼에 거절한 사람의 입에서 저런 말을 하니까 뭔가 괘씸하면서도 조금 무서웠다.

         

       만약 자신이 캐스팅 제안을 하면 대본을 읽지도 않고 곧바로 받아들일 사람이었으니까.

         

         

       “뭐… 인사는 이 정도면 된 것 같고. 나중에 촬영 현장에서 다시 보자고.”

         

         

       생각보다 빠른 박하준의 퇴장에 서은우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에 박하준은 옅은 미소와 함께 뒤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거든. 이 이상 너희랑 대화하고 있으면 너희한테 엄청 질투할걸?”

       “야, 박하준! 누가 누구를 질투한다는 거야!”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던 여성이 박하준의 말을 듣고, 다급히 소리쳤다.

         

       저 여성 역시 서은우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었다.

         

       송가람.

       한때 박하준이 만들었던 동아리의 부회장이자, 이제는 그와 마찬가지로 배우로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

         

       동시에.

         

         

       “사실 오늘 데이트 겸, 촬영 구경하러 온 거거든.”

       “민속촌에서 데이트라니… 센스 더럽게 없네요, 하준 선배.”

         

         

       이제는 박하준과 공식적으로 연인 관계이기도 했다.

         

       그렇게 점점 멀어져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서은우는 멍하니 쳐다봤다.

         

       처음 저 둘이 사귄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말 그대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의외로 먼저 고백한 쪽이 박하준이라는 사실 역시 마찬가지였고.

         

         

       “설마 저 두 사람이 이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네.”

       “그래? 난 저 사람이 부실에서 너 아니면 가람 선배만 쳐다보고 있길래 그때부터 대충 눈치채고 있었는데.”

       “그거 가람 선배 내용만 빼고 들으면 조금 무서운 얘기네.”

       “어쩌면 네가 빠르게 유부남이 된 게 모두에게 좋게 작용한 게 아닐까?”

         

         

       서은우는 차마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어쨌거나 박하준과 송가람을 포함해서, 오늘 있을 붉은 실의 첫 촬영 소식을 듣고 구경하러 온 사람들은 제법 많았다.

         

       스튜디오엔믹스의 뒤를 쫓고 있는 여러 방송 제작사의 관계자들과 기자 회견에 참여하고 있는 기자들 역시 서은빈의 재능을 확인하고 갈 것이 분명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일반인들에게 촬영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점이랄까.

         

         

       “은빈이… 괜찮을까.”

         

         

       그때였다.

         

       차무식이 기자 회견에 참여하고 있는 서은빈을 보며,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뭐가?”

       “아무리 은빈이 스스로가 원한다고는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많은 걸 경험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아이들은 보통 섬세하고, 예민하잖아. 작은 일에도 평생의 트라우마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고민 많이 했어.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래. 근데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에 조금 공감이 되더라.”

         

         

       서은우는 쓴 미소를 지었다.

         

       한때 자신이 작가의 길을 걷는다고 했을 때, 아버지도 이런 기분이셨을까?

         

       분명한 건, 아이들에게 있어서 꿈이라는 것은 참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고, 만족감을 줄 수도 있고, 때로는 인생의 교훈을 줄지도 모른다.

         

       그러니 굳이 막아설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동시에 부모로서 지금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최대한 할 생각이었다.

         

       그건 바로 진심이 담긴 응원과……

         

         

       ‘언젠가 가고자 하는 길이 막혔을 때, 바른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것 정도이려나.’

         

         

       어쨌든 당장 첫 촬영을 앞둔 은빈이에게 해줄 것은 응원의 말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서은우는 첫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생기는 잠깐의 대기 시간을 통해 딸에게 그 말을 전하고자 했다.

         

       ……분명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다.

         

         

       “으, 은우야! 큰일 났다! 네 딸이 갑자기 사라져버렸어!”

         

         

       급하게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조용석으로부터 갑자기 딸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기 전까지.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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