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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2

        

       “그러니까 아빠가 다 책임져 줄게.”

         

         

       아빠의 단호한 선언에 서은빈의 얼굴에 의문이 피어난다.

         

       도대체 무엇을 책임져 준다는 걸까? 아직 어린 서은빈에게는 조금 어려운 말이었다.

         

         

       “뭐를 책임져 준다는 거예요?”

       “은빈이의 배우 인생. 어떻게 보면 아빠가 은빈이를 이 길로 끌어들였으니까 제대로 책임져 주려고.”

       “아빠가 굳이 저를 위해 그럴 필요까지는…….”

         

         

       서은우의 말에 서은빈은 단순하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괜히 배우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고집으로 인해 여러 의미로 아빠한테 피해를 주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서은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은빈아, 하나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은빈이는 연기를 왜 하고 싶은 거니?”

         

         

       아빠의 질문을 받은 서은빈은 잠시 고민했다.

         

       연기를 왜 하고 싶냐고…?

         

       지금 상황에서 조금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서은빈은 그 물음에 대한 진지한 답을 한번 고민해보았다.

         

       일단 서은빈이 배우의 꿈을 꾸는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아빠가 지어낸 이야기는 어린 서은빈에게 너무나도 재밌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 속에서 엄마가 보여준 모습은 말 그대로 너무나도 빛나 보였다.

         

       서은빈은 자연스레 그 빛에 이끌렸다. 자신도 아빠의 작품에 출연해 언젠가 엄마처럼 빛나고 싶다고.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계기이자 수단에 불과했고, 연기라는 단어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과연 잊을 수 있을까?

         

       그날 처음 아빠의 앞에서 연기 테스트를 본 날, 연기가 모두 끝나고 아빠가 자신을 향해 지어준 그 환한 미소를.

         

       서은빈은 자신의 연기로 인해 그러한 광경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굉장히 신기하면서도……

         

       그래. 즐거웠다.

         

       연기를 연습하는 과정도.

       연습한 연기를 소중한 사람의 앞에서 펼치는 것도.

       그리고 연기가 끝나고, 사람의 반응을 보는 것도 모두 즐겁기 때문에 서은빈은 계속 연기를 하고 싶어졌다.

         

       그렇기에 서은빈은 아빠의 질문에 그저 ‘즐거워서’라고 대답했다.

         

         

       “그렇구나.”

         

         

       딸의 대답에 서은우는 피식 웃음이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역시 엄마 쪽을 더 많이 닮아서 그런가…. 어째 소영이랑 대답이 똑같네.

         

         

       “확실히 본인이 재밌다고 느끼면 뭐든지 할 맛이 날 거야. 그럼 은빈아 앞으로 이렇게 하자. 이제부터 연기할 때 즐겁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그 자리에서 확 도망쳐 버려.”

       “…도망을 치라고요?”

       “응. 도망을 쳐도 좋고, 현장의 분위기든 사람들의 시선이든 뭐든 마음에 안 들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아. 대신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자신이 짊어지겠다.

         

       아빠는 진심으로 그리 말하고 있었다.

         

       이제야 앞서, 자신의 배우 인생을 책임지겠다는 아빠의 말이 무슨 뜻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것 같았다.

         

         

       “정말요?”

       “그럼. 이래 보여도 아빠는 조금 대단한 사람이거든. 그런 의미에서 소중한 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생각이야.”

       “아빠. 그러다가 제 버릇이 나빠지면 어떡해요?”

       “어… 음…. 그 문제에 관해서는 아직 생각을 안 해봤네. 일단 아빠로서 그럴 일이 생기지 않게 최대한 빌어야 하지 않을까.”

         

         

       아까까지만 해도 자기가 다 책임지겠다고 멋있게 말하던 아빠가 순식간에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사실 그때의 설소영이 그랬듯이, 지금의 서은빈에게 배우 인생을 책임을 져주겠다는 거창한 말까지도 필요 없었다.

         

       단지, 아빠가 자신을 찾아내 주었다는 사실과.

       어떤 상황이든지 간에 아빠가 자신에게 주는 이 사랑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으니 그거면 충분했다.

         

       너무나도 든든하고, 고마웠다.

         

       그러니.

         

         

       “아빠 하나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요.”

       “부탁?”

       “네. 당연히 들어주실 거죠? 그러면 분명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아빠가 가능한 선에서 뭐든지.”

       “헤헤. 그렇게 어려운 부탁은 아니에요. 그냥……”

         

       

       자신이 힘들 때나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을 때, 먼저 아빠한테 달려들 테니 지금처럼 꼭 껴안아달라고.

       당연히 피하거나 거부하는 건 금지!

         

       조금 쑥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딸을 보며 서은우는 옅게 웃었다.

         

         

       “그런 부탁이면 오히려 아빠가 더 환영인걸.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을 게.”

         

         

       아빠로부터 확답을 듣게 된 서은빈은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서은빈이 갑자기 이런 부탁을 한 이유는 별거 없었다.

       

       천천히 눈을 감으니 확실히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마음이 저절로 진정되는 따뜻하면서도, 어두운 장소.

         

       아빠의 품속이야말로 서은빈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으니까.

         

         

         

       ***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서 죄송해요!”

         

         

       잠깐의 소동이 있던 뒤, 서은빈이 서은우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고 곧바로 스텝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스텝들의 가장 앞에 선 강예린이 서은빈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 배우의 얼굴에 아직 눈물 자국이 남아 있는 걸 봐버렸는데 어떻게 화를 내고, 혼을 내겠는가?

         

       그리고 지금 서은빈이 짓고 있는 후련한 표정이나, 사이좋게 나란히 서 있는 부녀의 반응을 보니 어찌어찌 잘 해결된 모양이었다. 그러니 지금 강예린이 해야 할 일은 한 가지.

         

         

       “이미 예상보다 시간이 조금 지체돼서 메이크업 뒤에 곧바로 촬영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 괜찮을까?”

       “네! 가능해요.”

       “오케이. 다들 여주인공 말 잘 들었죠? 아, 그리고 메이크업 팀은 은빈이 화장 조금만 더 진하게 해주시고.”

         

         

       강예린의 진두지휘로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되는 스텝들.

         

       서은빈은 메이크업 팀을 따라갔다. 마지막에 서은우를 향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흔들어주며.

         

       그때 강예린이 머리를 긁적이며 조심스럽게 서은우에게 다가왔다.

         

         

       “뭐… 나름 잘 해결됐나 보네?”

       “네.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선배. 그리고 스태프분들에게도 조금 죄송하네요.”

       “안 어울리게 왜 그래? 어차피 나를 포함해서 이 정도 소란으로 불만을 가질 스텝은 여기서 한 명도 없을 텐데.”

         

         

       정확하게는 불만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스튜디오엔믹스의 입장에선 927 작가의 이름이 가지는 힘은 엄청났으니까.

         

       사실 그것보다는 927 작가가 보여주는 현장에서의 카리스마와 배려 때문이었다.

         

       스태프들을 배려해서 커피 차를 자주 불러주거나, 회식비도 통 크게 내주는 사람인데 웬만하면 싫어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그의 딸이 아주 잠깐 문제를 일으켰다고 해서 불만을 품은 사람은 적어도 없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내가 감사까지 받을 입장은 아니지.”

         

         

       강예린은 점점 멀어져가는 서은빈을 향해 조금 쓴 미소를 지었다.

         

         

       “아이한테 부담을 줄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오히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야 하는 쪽은 이쪽이려나.”

       “그러면 얼른 일이나 하러 가시죠. 다들 열심히 뛰어다니는데 선배만 여기서 느긋하게 수다나 떨고 있어도 되는 거예요?”

       “아오, 네가 굳이 그렇게 말 안 해도 갈 거였든!”

         

         

       불같이 열을 내며 사라지는 강예린을 보며 서은우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강예린과 스태프들까지 모두 사라지고 홀로 남은 공간.

         

       또각- 또각-

         

       서은우는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발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 발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대충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과 은빈이가 나누고 있던 대화를 문 너머에서 줄곧 엿듣고 있던 사람이 있었으니까.

         

         

       “가뜩이나 당신을 좋아하는 아이인데… 저한테 그랬었던 것처럼 꼬셔버리면 어떡해요?”

         

         

       그거 누가 들으면 크게 오해할 소리인 거 같은데?

         

       설소영….

       그녀가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서은우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영아. 너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 오늘 은빈이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네. 알고 있었어요.”

         

       즉답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한 반응에 질문한 서은우가 되려 당황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은빈이한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냐고요? 간단해요. 적어도 그 역할이 제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만약 제가 그 상황에서 은빈이에게 조언을 해주었다면 그리 크게 와 닿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다면 언젠가, 이런 상황이 또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소영은 확신했다.

         

       물론 확실한 근거는 없다. 그저 엄마로서의 감이자, 자신과 닮은 딸에게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을 택했을 뿐.

         

       왜냐하면, 눈앞의 사람이라면 반드시 딸을 구원해줄 테니까.

       과거에 자신에게 그리 해주었던 것처럼.

         

         

       “그리고 당해본 사람이 더 잘 알지 않을까요? 당신이 해주었던 진심이 담긴 말이 힘들 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정도는.”

       “그래? 그러면 은빈이도 그렇게 느꼈을까?”

       

         

       서은우의 질문에 설소영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거라면 조금 있다가 확인해 보면 되죠.”

       “……확인?”

       “네.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요. 연기자는 연기로 보답하는 사람들이니까요.”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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