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가 사람의 피부를 뒤집어쓰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사건의 심각성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본래 이들은 불법적인 영업을 하던 이들로 잡혀 왔었기에 기껏해야 잡범 취급이었다. 교리를 어긴 게(정직하게 돈을 벌어야 할 것) 문제가 되긴 했지만, 그 정도야 나무로 된 기다란 교리 주입기로 마사지 몇 번 받으면 금방 끝날 문제였다.
그렇게 적당히 훈방되면 데려갈 생각이었고.
그런데, 살인과 인피를 벗겼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죄송합니다. 이 일은 심사청에서 관할하게 되었습니다.”
이단 심문관을 비롯, 교리적·법리적 해석을 내리는 성국의 사법부, 심사청에서 사람이 나왔다. 저들이 나왔다는 건, 더는 우리가 뭘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래서야 곤란했다.
이미 이 바닥에 소문이 쫙 퍼졌을 게 분명했다. 차라리 이렇게 빠르게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또다시 카지노에서 다른 먹잇감을 노려볼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다들 몸을 낮추고 납작 엎드려 단속의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릴 것이다.
지하 수로를 탐색할 때 도움을 얻기 위한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였다.
고민하는 내게 마리아가 물었다.
“심사청이면, 치안 유지부보다 낮지 않아요? 가서 도와달라 요청하죠.”
마리아의 의문은 합리적이었다.
어느 곳을 가든 부처가 청보다 더 크고 힘 있는 기관인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예외는 언제나 존재했다.
“심사청은 교황 직속 기구라서.”
“아….”
최고 권력자와 엮이면 그 권력 서열은 언제든 뒤집힌다. 딱히 헌법 같은 것이 존재하지도 않았기에 일반적인 인식과 별개로 연제든 권력자의 뜻에 따라 뒤바뀔 수 있는 일이었다.
심사청은 예외적으로 창설된 이래로 언제나 어지간한 부보다 서열이 높은 청이긴 했지만.
아무튼, 단순 살인도 아니고 살인 후 범죄 목적으로 피부를 벗겨 그걸 덮어쓰는 기괴한 범죄에 연루된 이들을 빼내는 건 아무리 치안 유지부의 도움이 있어도 어려웠다.
“젠장.”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아니, 물론 그치들이 뒤에서 인신매매나 납치 같은 흉악범죄를 잔뜩 저지르고 있다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그걸 들키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애초에 그게 잘 안 돼서 내게 의뢰가 들어온 거니까.
그런데, 만약 정석적으로 심판이 진행된다면 나 역시 그 의뢰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처벌이 필요한 건 사실이었다. 결국 한쪽은 흉악범이고, 다른 한쪽도 그 범죄를 도운 사람이니까.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고 있으니 마리아가 나를 불렀다.
“빌.”
“응?”
“거래를 해보죠.”
“뭘?”
그녀는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내게 오히려 의문을 표했다.
“사법 거래 안 해봤어요?”
“사법 거래?”
내가 아는 사법 거래라면, 형량을 줄이기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범죄자가 아닌데?
마리아는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가끔 보면 당신의 상식이 어떻게 되먹은 건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일단 나를 심사청으로 향했다.
어쨌든 우리도 지금은 성국의 의뢰를 수행하는 입장이었고, 마리아의 신분을 감췄어도 내 신분 역시 낮은 편은 아니었기에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심사청의 고위공직자를 만날 수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단정한 올백 머리에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는 엄격해 보이는 표정, 거기에 구김 하나 없는 정장까지, 결벽증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깔끔하게 차려입은 심문관이 우릴 맞이했다.
이 자리에서는, 나 대신 마리아가 나섰다. 그녀는 무심한 듯 찻잔을 들며 심문관에게 물었다.
“이번에 잡힌 엽기 살인마에 대해 제안할 게 있어서요.”
“죄송하지만, 수사는 전적으로 저희 심사청의 몫입니다.”
“예, 알고 있어요.”
이런 제안은 익숙하다는 듯 심문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지만, 마리아는 그건 알 바 아니라는 듯 받아넘겼다.
“다만, 의뢰를 수행함에 있어 약간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어서요.”
“의뢰, 말입니까.”
조금 전까지는 무슨 말을 해도 거절할 것만 같은 단호함을 보이던 심문관이었지만, 의뢰라는 말이 나오자 조금 태도가 누그러졌다. 그 역시 성국의 공무원이기에 치안 유지부에서 내놓은 의뢰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었다.
“사람을 빼달라는 건 불가합니다만, 협조 정도는 가능합니다. 무얼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마리아는 여기 오는 길에 이야기를 나누며 정해둔 것을 꺼내 들었다.
“우선 두 사람 중 종업원 쪽을 먼저 심문해줄 수 있을까요?”
심문관은 잠시 얼굴을 찌푸렸다.
“불가능할 건 없습니다. 수사 지휘야 제가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범죄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은 면할 수 없을 겁니다.”
그래, 이게 문제였다.
우리가 요청한다 해도, 이미 범죄 사실이 규명되고 처벌이 확정되면 제아무리 치안유지부의 명령이라 해도 죄인을 빼낼 순 없었다. 그나마 벌금형이나 사회봉사 같은 형벌이면 우리가 빼낼 수 있지만, 만약 징역이나 장형 같은 형이 내려지면 방법이 없었다.
마리아가 이걸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지는, 나도 궁금했다.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도록 하죠.”
탁.
잔을 내려두고, 마리아는 눈을 치켜뜨며 심문관을 바라봤다. 딱히 노려보는 건 아니지만, 안 그래도 차가운 분위기가 감도는 마리아가 그 날카로운 눈매를 세우며 무표정하게 바라보니 심문관도 살짝 기가 죽었다.
“저희는 하수 시설 깊숙한 곳을 들어갈 생각이에요.”
“그, 그렇습니까.”
“그런데, 아무래도 범죄자들이 많고 워낙 오랜 시간 개조된 곳이라 길을 모른다는 문제가 있어요.”
“저도 압니다. 저희도 범죄자들을 체포하러 몇 번 진입을 시도했습니다만, 결국 범죄자들이 도망치기 전에 제대로 도착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길을 알만한 이들을 찾기 위해 아마 그들과 연관됐을 곳들을 들쑤시고 있었는데, 하필 일이 이렇게 됐네요.”
“흠….”
심문관은 마리아의 설명에 무슨 말인지 이해했는지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그러니까, 만일 사형이나 장기 징역과 같은 게 아니라면 처벌을 그쪽을 안내하는 쪽으로 돌려달라는 겁니까?”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심문관은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장고에 들어갔다.
두 사람의 대화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쪽은 오히려 내 쪽이었다.
“마리아, 그게 가능한 거야?”
“뭐가 말이에요?”
“그러니까, 형벌을 멋대로 바꾸는 거 말이야.”
지구에서도 법은 내 전공이 아니었고, 딱히 소송이나 범죄에 연루된 적도 없어 뭐 무슨 법이 어쩌고 하는 건 잘 몰랐다. 애초에 이세계에서 한국 법이 통할 리가 없기도 했지만.
하지만 법이란 게, 특히 형법이 종류와 정도에 따라 형벌이 정해져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그렇기에 마리아가 말한 사법 거래는, 솔직히 내게는 청탁으로 보였다.
그건 썩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마리아는 오히려 내게 되물었다.
“형벌을 바꾸다니요?”
“응?”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판관이 정하는 거지,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다른 형벌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거의 없어요.”
그게 무슨-.
“아.”
반박을 하려다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당장 제국부터가 봉건 국가였다. 말이 사법부 독립이지, 각 영지에서는 영주가 자기 꼴리는 데로 판결을 내리기 일쑤였다. 그나마 좀 사법적으로 중앙의 정책에 따르는 곳도 순회판사가 올 때 밀린 숙제 끝내듯 판결을 내리는 곳이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성국은 법적 처벌에 교리가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곳이었다. 판사가 경전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판결이 갈릴 수밖에 없었다.
판사의 재량이 강할 수밖에 없는 체제였다.
“브란덴은 일일이 형벌을 다 정해두는 걸까요. 신기하네요.”
“음….”
사실 그 부분은 잘 모른다. 내가 우리 동네에서 재판을 어떻게 하는지를 본 적이 없어서. 그녀의 말은 적당히 흘려넘겼다.
때마침 심문관이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마리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마리아는 나를 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하며 눈썹을 까딱였다. 심문관에게 보이지 않도록 엄지를 치켜세워주었다.
어쨌든, 마리아 덕에 종업원만큼은 빼낼 수 있었다.
―――
미아는, 본래 성국의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어머니는 다른 이들의 옷을 수선해주는 일을 했고, 아버지는 성국의 관청에서 발주하는 물건을 떼어다 주는 일을 하며 먹고 살았다.
막 엄청 부유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륙에서 제일 부유한 국가라고 해도 무방한 성국 관청과 연관된 일을 했기에 동네에서는 그래도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적어도 미아가 5살이 될 때까지는 그랬다.
“꺄아아악!”
어머니가 지른 그날의 비명은 아직도 미아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었다. 미아의 평온한 일상이 끝장난 날이었기에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어머니의 비명에 깜짝 놀라 밖으로 나갔을 때, 어머니가 미아를 보고 허겁지겁 달려와 눈을 가렸지만, 미아는 이미 똑똑히 보고 난 뒤였다.
미아의 아버지가 시체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의 품에는 봉투가 하나 들려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았다.
그 봉투는 아버지의 빚이 얼마인지를 적어둔 문서였다.
미아의 아버지는 투자를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빌렸던 것이다. 하필 돈을 빌린 곳이 상인 길드와 같은 그래도 좀 정상적인 곳이 아닌 대부업체였을 뿐.
그리고, 거액의 돈을 빌려 가며 투자한 사업이 대차게 망하며 돈을 갚을 자신이 없어지자 그대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무책임하게도.
“이봐, 남편이 죽었다고 빚이 사라지는 줄 알아?”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할 거 아냐!”
그리고, 그 빚은 모조리 미아의 어머니에게로 전가됐다. 하지만 아버지가 진 빚은 겨우 바느질이나 해서 갚기엔 너무나 큰 금액이었다. 어머니는 집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저축을 포함해 말 그대로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전부 대부업체에 넘겼지만,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어머니는 낮에는 수선을 하고 밤에는 미아 몰래 집을 나서 일했다. 그 일이 무엇인지 미아에게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지만, 미아는 영특했다.
하지만 그걸로도 빚을 갚기엔 부족했다. 어머니는 결국 미아를 다른 집에 맡기고, 하루종일 집에서 ‘밤에 하던 일’을 계속했다.
빚은 빠르게 줄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어머니 또한 빠르게 피폐해졌다.
“…….”
결국 두번 다시 눈을 뜨지 못하게 된 어머니를 보며 미아는 깨달았다. 이제는 자신의 차례였다.
하지만 미아는 생각했다.
‘내가 왜 돈을 갚아야 하지?’
아버지가 돈을 빌렸기 때문이다. 그걸 부모님이 갚지 못했기에, 미아는 그들을 대신해 돈을 갚아야만 했다.
돈을 빌렸으니 돈을 꿔준 쪽에 대해 불리한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그 불리한 입장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말하는 모든 빚을 갚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끝없이 유리한 입장을 가져가며 지속적으로 돈을 뜯기 위해 이자를 계속해서 늘려가며 미아를 괴롭힐 것이다.
거기에서, 미아는 떠올렸다.
‘그럼, 내가 돈을 갚지 않으면 유리한 사람을 찾아가면 갚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닐까?’
아직 10살에 불과했지만, 이미 어머니를 보며, 빚쟁이들을 보며 영특한 미아는 판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읽을 수 있었다.
마리아는, 빚쟁이들과 만날 때마다 시비가 붙던 사람들을 찾아갔다.
“제가 저 사람들에게 빚이 있어요.”
10살짜리 꼬맹이가 와서 그런 말을 하니, 제아무리 범죄 조직에 속한 사람들이더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저를 받아주시면 제가 진 빚만큼 저 사람들이 손해를 보도록 할 수 있어요.”
순진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무엇이 자신에게 이득인지를 명확하게 꿰뚫는 말이었다.
“하.”
얼굴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나이가 들어 보이는 청년은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맹랑한 꼬맹이구나. 좋다. 너는 내가 거두도록 하마.”
미아가 처음 지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였다.
청년, 아니, ‘점장’은 미아를 조직의 말단 심부름꾼으로 받아들였다. 당연하지만, 범죄 조직이 꼬맹이의 목숨을 그리 비싸게 쳐줄 리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가치를 매기는지조차 의문이었다.
대강 길 안내나 조금 시켜주고, 그들은 미아에게 온갖 심부름을 시켰다. 당연하지만, 지름길이나 숨겨진 통로 같은 것을 전혀 모르는 미아가 시간에 맞춰 심부름을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이 새끼가, 빨리빨리 안 다녀?”
“손해는 네 봉급에서 까겠다.”
폭력과 감봉의 세례가 이어졌다. 하지만, 미아는 거기에도 빠르게 적응했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거리낌 없이 도둑질을 하며 부족한 봉급을 메꿨다. 길을 모르는 것은, 진득하게 숨어 사람들을 관찰하며 스스로 길을 알아냈다.
16살이 될 무렵, 미아는 어느새 조직의 가장 뛰어난 배달부가 되어 있었다.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임무는 모두 미아가 담당했다. 많이 벌 때는 간부들과 비견될 정도로 돈을 많이 벌었고, 임무 성공률을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졌다.
그리고, 미아는 다시 한번 ‘점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두목은 아니었다. 하지만, 두목조차도 그를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쯤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점장’은 미아의 실력을 높이 사 제안했다.
“내 밑에서 일을 해보겠느냐?”
당연하지만, 거절은 없었다.
미아는 영특했다. 무얼 해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지, 자신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지 빠르게 계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점장’의 곁에서 일하길 8년, 미아는 어느새 ‘점장’ 바로 다음까지 올라가 사람들을 턱짓 하나로 부리며 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점장은 몇 개월마다 얼굴이 달라진다. 방법은 알 수 없었다. 아니, 알고자 하지조차 않았다. 그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이들이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는 것을 보며, 마리아는 궁금증을 내던졌다.
그런데, 어느 날 재앙이 밀어닥쳤다.
조직과 지상의 소통창구가 되어주던 가게는 말도 안 되는 무력을 가진 남녀에 의해 초토화되었고, 미아와 ‘점장’은 잡혀 들어왔다.
그리고, 마리아는 끝끝내 ‘점장’이 어떻게 외형을 바꾸는지를 알았다.
알아 버렸다.
그때부터, 미아는 삶을 포기했다.
미아는 알았다. 조직은, 반드시 ‘점장’의 비밀을 안 미아를 죽이러 올 것이다. 그렇기에 미아는 심사청의 심문에 순순히 응했다. 반발은 필요 없었다. 어차피 죽음은 확정되어 있었다. 굳이 힘 빼가며 고문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얼마 남지 않은 삶, 편안하게 지내다 가는 것이 이득이었으니까.
그렇게 판결의 날이 찾아왔다.
“비록 직접적인 살인을 저지르진 않았다만, 조직의 범죄 사실을 알면서도 조력했으니 죄를 면하긴 어렵다. 또한 그 기간이 짧지 않기에 본래는 중형을 내려야 하지만….”
판관은 서류 끄트머리에 적힌 것을 보고 눈썹을 까딱거렸다.
“그래, 이게 좋겠군.”
판관은 간수들을 호출했다.
“죄인은 직접 본인이 소속했던 조직을 색출, 근절하는 일을 도와야 할 것이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에 미아의 눈이 떨렸다. 간수들은 판결이 내려지기 무섭게 미아를 끌고 어딘가로 향했다.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급스런 방에서 멈춘 그들은, 공손하게 자세를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 왔구만.”
그곳에는, ‘점장’의 가게를 박살 낸 두 남녀가 앉아 있었다.
“너는 앞으로 일이 끝날 때까지 이분들을 도와야 할 것이다.”
영특한 미아는, 곧장 자리에 엎드려 고개를 조아렸다.
“죽을 각오로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아무래도, 하늘은 아직 미아의 목숨을 원하지 않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