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야발 이거 존나 무서운데 맞냐?
이거 추천한 새끼 누구냐? 명작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뭔 눈깔 존나 거대한 외계인 새끼 쳐 나오는데 심장 멈추는 줄 알았다
이거 명작이라고 한 새끼 당장 나와라 똑같이 눈깔 뽑아줌 ㄹㅇ
댓글
ㄴ임마 유명한 애 아님? 맨날 스릴러한다는 새끼가 뭐 그런 거에 놀람?
ㄴ이 새끼한테는 디그크래프트도 스릴러임 ㅋㅋㅋ 지가 추천해달라 해놓고 존나 찡찡대는 새끼 ㅇㅇ
ㄴ그래도 인라스트는 공략 글도 안 보고 한 번에 깼다던데?
ㄴ그거 모자이크 설정하면 안 무서움
어려운 건 똑같지만
ㄴㅇㅇ 이 새끼 피지컬은 좋음
ㄴㅄ
」
여러 게임들을 공략하며 살아온지 어언 12년.
이미 다 깨버린 탓에 할 게임이 없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가 커뮤니티에서 추천해준 게임을 했다.
그러다 갑자기 튀어나온 괴생명체 탓에 눈뽕을 당했다는 게 문제였지.
검열할 수 있는 설정만 있으면 사실 웬만한 공포게임도 즐기면서 해왔다.
하지만 애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저따구로 생기고, 검열 설정까지 없으면 어떻게 하라고!
이 저주받아 마땅할 게임이 유튜브에서 역대 최고의 명작이라고 추천받는 게임 중 하나라는 게 참.
그리고 뭔 디그크래프트가 스릴러야.
설마 물가에 있던 앤디맨이 입 벌리고 사라지는 장면 보고 트라우마 와서 게임 사놓고 안 하고 있는 줄 아는 건가?
….
괜히 안 좋은 과거가 떠올라서 뻘쭘해진 나는 커뮤니티에 다시 글을 올렸다.
「제목 : 진짜 지랄하지 말고 제대로 된 게임 추천 좀
ㅃㄹㅃㄹ 존나 급함
댓글 ㅡ
ㄴ니 개같은 취향 맞춰주다가 다 말라 비틀어졌다 씨발년아
ㄴ그렇게 무서우면 이거 깔아보셈 나쁘지 않음 (링크)
」
댓글을 보던 도중 이상한 링크가 보이길래 무심코 눌러보았다.
내가 하던 게임에 깔 수 있는 모드였는데, 모드의 이름을 보자마자 어이가 없어졌다.
“참나, 슈퍼 겁쟁이 모드라니. 사람 놀리나….”
나를 개무시하는 족속들이 괜히 짜증나 혼잣말을 하며 스크롤을 내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건 자존심 상하… 음?”
설명은 정말 간단하게 돼있었다.
『저희 슈퍼 겁쟁이 모드는 본 게임 ‘스노우 캐슬’조차 무서워하는 병아리 눈꼽보다 작은 간을 가지고 있는 당신들을 위해 아래 사항을 변경시켜드립니다!
원본 짤
(대충 존나 기괴한 거대 촉수 괴물짤)
바뀐 짤
(대충 하찮은 인형 탈을 쓴 미소녀)
이것 뿐만 아니라, 게임에서 혐오감이나 공포감을 느낄 만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전부 없앴습니다!
무기도 하찮아집니다!
슈퍼 겁쟁이 클럽에 합류하십쇼, 이 똘마니.
마음에 드시면 닥치고 추천이나 누르십쇼!』
모드에 대한 설명을 모두 읽어본 나는 쓸데없이 터프하게 적힌 글귀에 꼴받았지만, 나도 모르게 다운로드 버튼으로 손이 움직이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이런 악마의 아가리 같으니라고. 분명 기분 나쁜데 쓸데없이 하고 싶어지잖아.”
이 게임 안에 나오는 괴상한 생물들의 텍스처가 전부 하찮고, 귀여운 것들로 바뀐다니.
심지어 몇몇 크리처들은 제법 귀여운 걸 넘어서서 예쁜 캐릭터로 나오기까지 한다.
이 모드 제작자, 씹덕이 뭔지 아는구나.
혹시나 이 모드가 스토리에 영향을 끼칠까 싶어서 더 찾아보니 다른 모드 같은 걸 깔아도 스토리에 큰 영향을 안 준다고 하니 더할 나위 없었다.
그래도 명작이라는데, 한 번 해줘야 되지 않겠나.
다만 걸리는 점이라면 다운로드 횟수가 0이라는 점이었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저 댓글 단 사람이 이제 막 만든 걸 수도 있지.
끽 해봐야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끝나지 않겠어?
그래서 바로 다운로드 버튼을 눌렀다.
모드는 바이러스도 없었고, 아무 문제 없었다.
다만 컴퓨터 모니터가 발광해서 그 빛을 보았다가 정신을 잃었다는 게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