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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교육을 받아보겠냐고?
     
   길드장의 뜬금없는 물음에 소녀가 말없이 고개를 갸웃한다.
     
   스님들도 그렇고 저 아저씨도 그렇고.
     
   왜 만나는 사람마다 공부를 못 시켜서 안달인 걸까?
     
   생판 남인 타인에게 뭔가를 주입하는 게 유행일지도.
     
   그러나 이 이상 이교도들의 방식을 배울 생각은 없다.
     
   소녀의 표정이 불퉁해지기 시작하자, 오히려 급해지는 건 자명 스님이었다.
     
     
   저, 저…! 저 표정!
     
   부처님의 불상을 보고 음흉한 변태같이 생겼다고 도망치고, 불교 경전을 듣고 이도 저도 고르지 못하는 선택 장애라고 비판하던 때의 표정이 꼭 저러했다.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길드장의 제안을 거절할 게 뻔했다.
     
   자명은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다급히 목소리를 높인다.
     
   “아니! 그게 정말인가? 자네의 안목이 좋은 건 잘 알지만, 아직 우리 아가가 뭘 보여준 게 없지 않은가? 일단 대화를 길게 나눠보게. 나보다도 더 불법에 능통하니 소 부처가 따로 없지! 게다가 이 나이에 벌써 각성해서 능력을 자유자재로…”
     
     
   구구절절 언뜻 들어도 소녀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이야기.
     
   자애롭기로 소문난 자명 스님이긴 하지만, 정해진 선만큼은 확실히 지키는 성격이었다.
     
   그렇다는 건… 정말 저 꼬마에게 그만한 재능이 있다는 거겠지.
     
   아이를 감시할 생각 만반이던 길드장은 내심 당황했다.
     
   살인에 익숙한 과거를 알 수 없는 아이.
     
   누가 봐도 수상하지 않은가.
     
   그는 그저 아이의 경계심을 줄여가며 놈들의 정체를 파악하고자 할 생각뿐이었는데….
     
   음.
     
   이거, 스님께 들키면 한 소리 듣고 끝나는 수준이 아닐 거다.
     
   그래서 스님의 이야기에 지극히 동의한다는 듯, 무심하게 툭- 대꾸한다.
     
   “물론, 아이가 정말 각성자인지,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여쭤보는 겁니다.”
     
   다급한 변명이었다.
     
   “허허 그래도 자네가 아이의 재능을 알아봐 줬다는 게 아닌가.”
     
   자명 스님이 제 새끼 자랑하는 데 푹 빠져 눈치채지 못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꼭 해야 하나요?”
     
   정작 그런 두 사람이 놓치고 있던 게 하나.
     
   “그, 밥값이 필요한 거면 열심히 챙겨 왔어요…!”
     
   아직 당사자인 소녀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밥값이라니! 아가, 누가 네게 뭐라 하기라도 한 게냐!”
     
   이미 이성을 잃은 듯 길길이 날뛰기 시작한 자명 스님.
     
   그와 반대로 길드장은 침착하게 소녀의 행동에 집중했다.
     
     
   열 살도 안 돼 보이는 아이가 여태 집에서 밥을 먹기 위해 밥값을 내야 했단 거겠지.
     
   “네가 들고 있는 그게 밥값이란 건가?”
   “보, 보실래요…?”
     
   아이가 험하게 살아왔다는 건 대충 봐서 짐작하고 있다.
     
   아이를 먹고, 입히고, 재워주는 데는 ‘대가’가 필요 없다고 말해봤자 이해하지 못할 터.
     
   그러니 이럴 때는 당황할 게 아니라 아이의 행동을 존중해 줘야 했다.
     
   뭐, 저 작은 애가 대가라고 가져온 거라고 해 봤자 근처 산에서 얻을 수 있는….
     
     
   “……?”
     
   바스락-
     
   검은 봉투를 열어 본 길드장이 멍하니 두 눈을 비빈다.
     
   그 무뚝뚝하던 길드장이 대놓고 당황하는 광경이라니!
     
   열심히 성내던 자명 스님이 궁금증을 감추지 못했다.
     
   “응? 자네 반응이 왜 그런가.”
     
   그렇게 그가 내밀어 보여주는 봉투 안을 들여다보자.
     
   “……?”
     
   여든 먹은 노인네인 자명 스님조차 길드장과 똑같은 반응을 내비쳤다.
     
   두 눈을 끔뻑이고, 괜히 봉투를 열었다가 닫았다가 내부를 다시 확인하고.
     
   그러고도 못 믿겠다는 듯, 헤헤- 자신감 넘치게 웃고 있는 소녀를 바라본다.
     
     
   “…아가? 이게 무엇이냐?”
     
   진정 뭔지 몰라서 물어보는 게 아니다.
     
   너무나 어이없어서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소녀가 자명 스님의 어투를 이해할 리 없었다.
     
   “버섯이요! 스님들이 독버섯만 드셔서, 멀쩡한 걸로 가져온 거예요!”
   “…독버섯?”
     
   소녀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길드장의 시선이 자명 스님에게로 향한다.
     
   그와 길드원들의 은인인 스님이었지만, 은근한 경멸을 숨기지 못한 시선이었다.
     
   “스님, 혹시 독버섯 드셨습니까?”
   “그럴 리가 있나!”
     
   “…아니면 아이에게 먹였다거나.”
   “자, 자네 내게 이러긴가?!”
     
   물론, 이는 반쯤 농담.
     
   반은 진심이긴 했어도 소녀의 상식이 일반적이지 않음은 알고 있었다.
     
   즉.
     
   이 아이는 독버섯을 식용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이런 것엔 관심 없는 길드장과 자명 스님조차 독버섯이라는 걸 알고 있을 정도로 휘황찬란하고 독특한 것들을 말이다.
     
     
   찰칵-
     
   사진을 찍어 검색하자 금방 흉흉한 버섯의 정체들이 떠오른다.
     
   “아! 그건 독버섯이에요. 먹으면 안 되는 건데, 스님들이 자꾸 아니라고 우겨서 가져왔어요!”
     
   소녀가 자랑스레 보인 건 독우산광대버섯.
     
   아마톡신이란 독성이 포함된, 사람을 죽이기에 충분한 독버섯이다.
     
   그뿐인가?
     
   “아…가…? 이건 버섯이 아니란다….”
   “네? 나무에서 자라는 건데 왜 버섯이 아니에요?”
     
   난 정말 몰라요- 하는 순진한 눈망울을 보이는 이것은, 그냥 흔한 이끼였고.
     
   “이 화려한 건 뭐지?”
   “아! 기분이 좋아지는 버섯이에요! 엄마 아빠도 볼 수 있어요! 하나씩 드셔보세요!”
     
   마침 잘 됐다는 듯, 권해오는 버섯은 마귀광대버섯.
     
   역시나 사람 하나 병신 만들기 딱 좋은, 광대버섯 중 환각성의 최고봉인 독버섯이었다.
     
     
   고오오-
     
   소녀가 들고 온 봉투에서 어마어마한 살기가 느껴진다.
     
   이딴 게 밥값이라고?
     
   밥값을 낼 수 없으니, 다 죽여서 밥값을 없애겠다는 뜻인가?
     
   이 순간만큼은 소녀에게 콩깍지가 씐 자명 스님조차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그러고 보니… 처음 아이가 쓰러졌을 때, 장기가 죄다 망가져 있었지?
     
   독버섯을 먹고 그 꼴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호, 혹시 밥값으로 부족한가요…?”
     
   두 사내의 침묵이 길어지자, 소녀가 불안을 감추지 못하며 눈알을 굴린다.
     
   제 딴에는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듯한데.
     
   축 처진 입꼬리와 눈꼬리에 누가 봐도 상심한 모습.
     
     
   -“어, 어떻게 좀 해보게!”
     
   자명 스님의 전음에 길드장이 다급히 대답했다.
     
   -“아이의 노력이 기특하니, 스님께서 받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나이에 독버섯 잘못 먹으면 죽어!”
     
   -“스님, 제 나이라고 독버섯 먹고 안 죽진 않습니다.”
     
   지이잉- 침묵이 길어지자. 소녀의 시선이 점차 강렬해진다.
     
   결국, 스님보다 머리가 팽팽하게 잘 돌아가는 길드장이 앞장서 상황을 무마했다.
     
   “이건 네 교육비로 받도록 하지.”
     
   소녀의 앞에서만 안 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럼, 스님보다 그가 가져가는 게 처리하기 편할 터였다.
     
   길드장의 손안에 성인 장정 열 명은 죽일 독버섯 봉투가 넘겨졌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아이가 또 다른 이상한 이야길 꺼내진 않을까, 다급히 원래의 교육 이야기로 주제를 돌렸다.
     
     
   “아이는 밥값을 내지 않아도 된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네? 그럼, 어른은 뭘 먹고 살아요?”
     
   이래서 어른들이 매번 행복하지 못했던 걸까?
     
   어쩐지 지하를 찾아오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나이 든 사람뿐인가 싶었다.
     
   소녀의 속내를 알 리 없는 길드장이 나지막이 설득을 이어갔다.
     
   “교육이 필요한 건, 너 자신을 위함이다. 독버섯을 구분하지 못했다고 했지? 지식이 없다는 건 그만큼 위험을 피하기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맞아요. 처음엔 상해서 배가 아픈 줄 알았어요.”
     
   “네가 가져온 버섯 중에 독버섯이 섞여 있다고 생각해 봐라. 네 행동으로 널 도와준 스님들이 크게 아프거나 죽을 수도 있겠지.”
   “아…….”
     
   그쯤 되자 소녀도 제 실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몸은 누가 뭐라 해도 미아의 것.
     
   지금까지처럼 바보 같이 독버섯을 먹고, 몸으로 위험을 헤쳐 나가서는 안 되는 법이었다.
     
   차라리 그 혼자 아프고 끝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미아가, 스님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니.
     
   이는 죄악이다.
     
   신께 무엇이든 빌 수 있는 전능한 축복을 받았으면서 남을 해치는 것이니.
     
   ‘엄마, 아빠.’
     
   이건 지옥에 떨어져도 변명할 말이 없는 짓.
     
   그간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 천국에 가 있을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데.
     
   이제 와 실수할 수는 없었다.
     
   결국 소녀가 자그마한 주먹을 움켜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교육 들을게요…!”
     
   두 노란 눈동자를 빛내는 각오어린 표정.
     
   “그래. 잘 생각했다.”
     
   길드장은 뒤늦게 이 아이 하나 설득하는 게 이렇게 열 낼 일인가? 싶었지만.
     
     
   “아! 그럼, 저 궁금한 거 있어요.”
   “버섯에 관한 이야기인가?”
     
   “아뇨! 저기 산불이 났던 것 같아서요.”
     
   이어지는 소녀의 말에는 여태까지처럼 무감하게 대응할 수 없었다.
     
   산불?
     
   가을 산불은 위험하다.
     
   자칫하면 북한산 전체가 불타고, 이 사찰은 물론 주변 지역까지 위험해질 일.
     
   “아가, 자세히 얘기해 보거라.”
     
   흐뭇하게 물러나 있던 자명 스님까지 앞으로 나서 귀를 기울였다.
     
     
   아이의 빈약한 표현력 때문에 정보는 한정적이었는데.
     
   검게 변한 땅과 나무.
     
   그리고 이상한 촉수가 자라 있던 버섯.
     
   이 두 개의 단서만으로도 자명 스님과 길드장은 쉽사리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에 게이트 오염이 퍼지다니….”
     
     
   게이트 오염이다.
     
   게이트가 열린 직후, 열리기 직전에 일어나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현상.
     
   자칫했으면 아이가 게이트에 휘말렸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호, 혹시 제가 뭐 잘못했나요…?”
     
   심각해진 자명 스님의 표정에 소녀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리 숙인다.
     
   화나셨으면 지하에서처럼 맘껏 때리라고 해야겠다.
     
   그러나, 자명 스님이 화난 건 소녀를 향한 무관심이었다.
     
   아가를 생각한다고 사람들을 불러 모았으면서 정작 아가의 안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직접 돌면서 잘 정리해 놓고, 당분간 길드원을 보내서 순찰을 명령하겠습니다.”
     
   길드장의 이야기에 자명 스님은 반사적으로 고맙다고 대답하면서조차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기야 여태 기른 아이들이라고 해 봤자 동자승뿐이었다.
     
   그마저도 불도를 닦는 아이들이라 혹독하게 대할 줄만 알았지, 소녀처럼 작고 여리고 상처 많은 아이를 돌보는 건 처음이었다.
     
     
   “허허, 아가를 공부시킬 게 아니라 나부터 공부해야 했어.”
     
   사색에 빠져버린 자명 스님이 얼마 전, 임신을 기도하러 온 젊은 처자의 책을 떠올렸다.
     
   라는 육아 서적이었다.
     
   아무래도 물건을 사러 내려갈 때 이런 육아 서적을 좀 사 와야겠다.
     
   근처에 서점이 있었던가?
     
     
   “…안 때려요? 안 때리고도 교육이 되나요?”
     
   라는 고민은, 도무지 무시할 수 없는 소녀의 얘기에 뚝 끊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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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받아보겠냐고?

길드장의 뜬금없는 물음에 소녀가 말없이 고개를 갸웃한다.

스님들도 그렇고 저 아저씨도 그렇고.

왜 만나는 사람마다 공부를 못 시켜서 안달인 걸까?

생판 남인 타인에게 뭔가를 주입하는 게 유행일지도.

그러나 이 이상 이교도들의 방식을 배울 생각은 없다.

소녀의 표정이 불퉁해지기 시작하자, 오히려 급해지는 건 자명 스님이었다.

저, 저…! 저 표정!

부처님의 불상을 보고 음흉한 변태같이 생겼다고 도망치고, 불교 경전을 듣고 이도 저도 고르지 못하는 선택 장애라고 비판하던 때의 표정이 꼭 저러했다.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길드장의 제안을 거절할 게 뻔했다.

자명은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다급히 목소리를 높인다.

“아니! 그게 정말인가? 자네의 안목이 좋은 건 잘 알지만, 아직 우리 아가가 뭘 보여준 게 없지 않은가? 일단 대화를 길게 나눠보게. 나보다도 더 불법에 능통하니 소 부처가 따로 없지! 게다가 이 나이에 벌써 각성해서 능력을 자유자재로…”

구구절절 언뜻 들어도 소녀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이야기.

자애롭기로 소문난 자명 스님이긴 하지만, 정해진 선만큼은 확실히 지키는 성격이었다.

그렇다는 건… 정말 저 꼬마에게 그만한 재능이 있다는 거겠지.

아이를 감시할 생각 만반이던 길드장은 내심 당황했다.

살인에 익숙한 과거를 알 수 없는 아이.

누가 봐도 수상하지 않은가.

그는 그저 아이의 경계심을 줄여가며 놈들의 정체를 파악하고자 할 생각뿐이었는데….

음.

이거, 스님께 들키면 한 소리 듣고 끝나는 수준이 아닐 거다.

그래서 스님의 이야기에 지극히 동의한다는 듯, 무심하게 툭- 대꾸한다.

“물론, 아이가 정말 각성자인지,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여쭤보는 겁니다.”

다급한 변명이었다.

“허허 그래도 자네가 아이의 재능을 알아봐 줬다는 게 아닌가.”

자명 스님이 제 새끼 자랑하는 데 푹 빠져 눈치채지 못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꼭 해야 하나요?”

정작 그런 두 사람이 놓치고 있던 게 하나.

“그, 밥값이 필요한 거면 열심히 챙겨 왔어요…!”

아직 당사자인 소녀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밥값이라니! 아가, 누가 네게 뭐라 하기라도 한 게냐!”

이미 이성을 잃은 듯 길길이 날뛰기 시작한 자명 스님.

그와 반대로 길드장은 침착하게 소녀의 행동에 집중했다.

열 살도 안 돼 보이는 아이가 여태 집에서 밥을 먹기 위해 밥값을 내야 했단 거겠지.

“네가 들고 있는 그게 밥값이란 건가?”

“보, 보실래요…?”

아이가 험하게 살아왔다는 건 대충 봐서 짐작하고 있다.

아이를 먹고, 입히고, 재워주는 데는 ‘대가’가 필요 없다고 말해봤자 이해하지 못할 터.

그러니 이럴 때는 당황할 게 아니라 아이의 행동을 존중해 줘야 했다.

뭐, 저 작은 애가 대가라고 가져온 거라고 해 봤자 근처 산에서 얻을 수 있는….

“……?”

바스락-

검은 봉투를 열어 본 길드장이 멍하니 두 눈을 비빈다.

그 무뚝뚝하던 길드장이 대놓고 당황하는 광경이라니!

열심히 성내던 자명 스님이 궁금증을 감추지 못했다.

“응? 자네 반응이 왜 그런가.”

그렇게 그가 내밀어 보여주는 봉투 안을 들여다보자.

“……?”

여든 먹은 노인네인 자명 스님조차 길드장과 똑같은 반응을 내비쳤다.

두 눈을 끔뻑이고, 괜히 봉투를 열었다가 닫았다가 내부를 다시 확인하고.

그러고도 못 믿겠다는 듯, 헤헤- 자신감 넘치게 웃고 있는 소녀를 바라본다.

“…아가? 이게 무엇이냐?”

진정 뭔지 몰라서 물어보는 게 아니다.

너무나 어이없어서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소녀가 자명 스님의 어투를 이해할 리 없었다.

“버섯이요! 스님들이 독버섯만 드셔서, 멀쩡한 걸로 가져온 거예요!”

“…독버섯?”

소녀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길드장의 시선이 자명 스님에게로 향한다.

그와 길드원들의 은인인 스님이었지만, 은근한 경멸을 숨기지 못한 시선이었다.

“스님, 혹시 독버섯 드셨습니까?”

“그럴 리가 있나!”

“…아니면 아이에게 먹였다거나.”

“자, 자네 내게 이러긴가?!”

물론, 이는 반쯤 농담.

반은 진심이긴 했어도 소녀의 상식이 일반적이지 않음은 알고 있었다.

즉.

이 아이는 독버섯을 식용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이런 것엔 관심 없는 길드장과 자명 스님조차 독버섯이라는 걸 알고 있을 정도로 휘황찬란하고 독특한 것들을 말이다.

찰칵-

사진을 찍어 검색하자 금방 흉흉한 버섯의 정체들이 떠오른다.

“아! 그건 독버섯이에요. 먹으면 안 되는 건데, 스님들이 자꾸 아니라고 우겨서 가져왔어요!”

소녀가 자랑스레 보인 건 독우산광대버섯.

아마톡신이란 독성이 포함된, 사람을 죽이기에 충분한 독버섯이다.

그뿐인가?

“아…가…? 이건 버섯이 아니란다….”

“네? 나무에서 자라는 건데 왜 버섯이 아니에요?”

난 정말 몰라요- 하는 순진한 눈망울을 보이는 이것은, 그냥 흔한 이끼였고.

“이 화려한 건 뭐지?”

“아! 기분이 좋아지는 버섯이에요! 엄마 아빠도 볼 수 있어요! 하나씩 드셔보세요!”

마침 잘 됐다는 듯, 권해오는 버섯은 마귀광대버섯.

역시나 사람 하나 병신 만들기 딱 좋은, 광대버섯 중 환각성의 최고봉인 독버섯이었다.

고오오-

소녀가 들고 온 봉투에서 어마어마한 살기가 느껴진다.

이딴 게 밥값이라고?

밥값을 낼 수 없으니, 다 죽여서 밥값을 없애겠다는 뜻인가?

이 순간만큼은 소녀에게 콩깍지가 씐 자명 스님조차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그러고 보니… 처음 아이가 쓰러졌을 때, 장기가 죄다 망가져 있었지?

독버섯을 먹고 그 꼴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호, 혹시 밥값으로 부족한가요…?”

두 사내의 침묵이 길어지자, 소녀가 불안을 감추지 못하며 눈알을 굴린다.

제 딴에는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듯한데.

축 처진 입꼬리와 눈꼬리에 누가 봐도 상심한 모습.

-“어, 어떻게 좀 해보게!”

자명 스님의 전음에 길드장이 다급히 대답했다.

-“아이의 노력이 기특하니, 스님께서 받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나이에 독버섯 잘못 먹으면 죽어!”

-“스님, 제 나이라고 독버섯 먹고 안 죽진 않습니다.”

지이잉- 침묵이 길어지자. 소녀의 시선이 점차 강렬해진다.

결국, 스님보다 머리가 팽팽하게 잘 돌아가는 길드장이 앞장서 상황을 무마했다.

“이건 네 교육비로 받도록 하지.”

소녀의 앞에서만 안 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럼, 스님보다 그가 가져가는 게 처리하기 편할 터였다.

길드장의 손안에 성인 장정 열 명은 죽일 독버섯 봉투가 넘겨졌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아이가 또 다른 이상한 이야길 꺼내진 않을까, 다급히 원래의 교육 이야기로 주제를 돌렸다.

“아이는 밥값을 내지 않아도 된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네? 그럼, 어른은 뭘 먹고 살아요?”

이래서 어른들이 매번 행복하지 못했던 걸까?

어쩐지 지하를 찾아오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나이 든 사람뿐인가 싶었다.

소녀의 속내를 알 리 없는 길드장이 나지막이 설득을 이어갔다.

“교육이 필요한 건, 너 자신을 위함이다. 독버섯을 구분하지 못했다고 했지? 지식이 없다는 건 그만큼 위험을 피하기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맞아요. 처음엔 상해서 배가 아픈 줄 알았어요.”

“네가 가져온 버섯 중에 독버섯이 섞여 있다고 생각해 봐라. 네 행동으로 널 도와준 스님들이 크게 아프거나 죽을 수도 있겠지.”

“아…….”

그쯤 되자 소녀도 제 실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몸은 누가 뭐라 해도 미아의 것.

지금까지처럼 바보 같이 독버섯을 먹고, 몸으로 위험을 헤쳐 나가서는 안 되는 법이었다.

차라리 그 혼자 아프고 끝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미아가, 스님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니.

이는 죄악이다.

신께 무엇이든 빌 수 있는 전능한 축복을 받았으면서 남을 해치는 것이니.

‘엄마, 아빠.’

이건 지옥에 떨어져도 변명할 말이 없는 짓.

그간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 천국에 가 있을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데.

이제 와 실수할 수는 없었다.

결국 소녀가 자그마한 주먹을 움켜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교육 들을게요…!”

두 노란 눈동자를 빛내는 각오어린 표정.

“그래. 잘 생각했다.”

길드장은 뒤늦게 이 아이 하나 설득하는 게 이렇게 열 낼 일인가? 싶었지만.

“아! 그럼, 저 궁금한 거 있어요.”

“버섯에 관한 이야기인가?”

“아뇨! 저기 산불이 났던 것 같아서요.”

이어지는 소녀의 말에는 여태까지처럼 무감하게 대응할 수 없었다.

산불?

가을 산불은 위험하다.

자칫하면 북한산 전체가 불타고, 이 사찰은 물론 주변 지역까지 위험해질 일.

“아가, 자세히 얘기해 보거라.”

흐뭇하게 물러나 있던 자명 스님까지 앞으로 나서 귀를 기울였다.

아이의 빈약한 표현력 때문에 정보는 한정적이었는데.

검게 변한 땅과 나무.

그리고 이상한 촉수가 자라 있던 버섯.

이 두 개의 단서만으로도 자명 스님과 길드장은 쉽사리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에 게이트 오염이 퍼지다니….”

게이트 오염이다.

게이트가 열린 직후, 열리기 직전에 일어나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현상.

자칫했으면 아이가 게이트에 휘말렸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호, 혹시 제가 뭐 잘못했나요…?”

심각해진 자명 스님의 표정에 소녀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리 숙인다.

화나셨으면 지하에서처럼 맘껏 때리라고 해야겠다.

그러나, 자명 스님이 화난 건 소녀를 향한 무관심이었다.

아가를 생각한다고 사람들을 불러 모았으면서 정작 아가의 안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직접 돌면서 잘 정리해 놓고, 당분간 길드원을 보내서 순찰을 명령하겠습니다.”

길드장의 이야기에 자명 스님은 반사적으로 고맙다고 대답하면서조차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기야 여태 기른 아이들이라고 해 봤자 동자승뿐이었다.

그마저도 불도를 닦는 아이들이라 혹독하게 대할 줄만 알았지, 소녀처럼 작고 여리고 상처 많은 아이를 돌보는 건 처음이었다.

“허허, 아가를 공부시킬 게 아니라 나부터 공부해야 했어.”

사색에 빠져버린 자명 스님이 얼마 전, 임신을 기도하러 온 젊은 처자의 책을 떠올렸다.

라는 육아 서적이었다.

아무래도 물건을 사러 내려갈 때 이런 육아 서적을 좀 사 와야겠다.

근처에 서점이 있었던가?

“…안 때려요? 안 때리고도 교육이 되나요?”

라는 고민은, 도무지 무시할 수 없는 소녀의 얘기에 뚝 끊겨버렸다.


           


Don’t Die, It’s Not Your Body

Don’t Die, It’s Not Your Body

죽지 마, 네 몸이 아니야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Don’t worry, you deserve to be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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