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9

#6 복수 (1)

「노을: 저 글 올렸어요!!」

「노을: 자나 보네ㅜ ㅎㅎ잘 자요♡ 내 꿈 꿔요!」

새벽에 도착한 문자였다. 얜 이 시간까지 안 자고 뭐 한 거야…. 몸을 굴러 바닥에 발을 디뎠다. 침대 밑에 내팽개쳐둔 야구 배트가 발에 걷어 채였다. 어제 내내 어지럽다던 노을이 이젠 좀 괜찮은지 문득 걱정이 됐다.

「나: 머리 괜찮아?」

「나: 아프면 학교 가지 말고 병원부터 가봐….」

아침이라 씻고 있는지, 노을은 문자에 답장이 없었다.

평소보다 많은 메시지가 도착해 있는 길드 톡방에 들어가 보니 이미 천노을이 올린 글에 대해 한참 얘기한 모양이었다.

「neutaaaa: 별로 충격적이지가 않은데요? 놀랍긴 한데 저한텐 둘 다 똑같은 냥님에 미친놈들이라서….」

「neutaaaa: 아니 놈들이 아니고 놈ㅋㅋㅋㅋㅋ」

「ㅈi9별: ㄹㅇ? 전 엄청 충격 받아서 실수로 라면 끓였는데….」

「neutaaaa: ??」

「ㅈi9별: 정신 차려보니까 물이 끓고 있어서 그만」

「neutaaaa: 상당히 이성적인 반응이네요」

「ㅈi9별: 그런디 뉴님 몇 주 전만 해도 썬셋이라면 학을 뗐잖아요 그 패기 어디 감?ㅋㅋ」

「neutaaaa: 아니 잠깐ㅋㅋ 그렇네ㅋㅋㅋ 썬발놈이 날 세뇌시킨 건가?」

「ㅈi9별: 냥님ㅠㅜ 충격적이겠지만 접지 마세여ㅜㅠㅠㅠ….」

「ㅈi9별 님께서 공지를 등록하셨습니다. ‘꼭 PC 버전으로 볼…(더 보기)’」

「neutaaaa: 저기옄ㅋㅋㅋㅋ 접지 말라면서 공지는 왜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ㅈi9별: 일단 일어나시면 다 보셔야 하니까ㅠㅠ 다들 나약하시네…. 이 시간에 깨어 있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다고요?」

「ㅈi9별: 아직 해가 중천이구만ㅉㅉ」

「neutaaaa: ? 정신 차려요 저거 달이야;」

‘꼭 PC 버전으로 볼 것 www.illus…(더 보기)’

공지에 들어있는 링크를 클릭하니 자유게시판 창으로 들어가졌다. 우측의 설정에서 PC 버전으로 보기 버튼을 누르자, 인터페이스가 바뀌며 스피커를 통해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빰빠라빰-빰-빠바바빰-빰-빰빠빠빰-!

“…….”

경수는 제가 연 것이 천노을이 쓴 해명문이 맞는가에 대해 짧게 고찰했다.

“이건 또… 뭐야.”

당황스러운 것은 음악뿐만이 아니었다. 본문 배경에 반짝이가 팔랑팔랑 흘러내렸다. 사방으로 분산되는 시선을 겨우 제목으로 옮긴 경수는 할 말을 완벽하게 잃고 말았다.

제목: 짜잔 저의 부캐를 소개합니다^^

작성자: 썬셋/문페어리

“…하아.”

제목부터가 제 머리를 아프게 했다. 뒤에 깔린 음악 소리도 어이없었다. 그냥 어제 좀 늦더라도 천노을이 글 쓰는 것까지 다 보고 오는 건데…. 경수는 뒤늦게 후회하며 손가락으로 화면을 스크롤 해 내렸다.

내용: 제 부캐는….

바로바로….

.

.

.

.

.

(사진)

감사합니다 ㅎㅎ

몇 자 안 되는 글씨마저 총천연색이었다. 알록달록한 글씨 탓에 더 내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사진은 천노을의 캐릭터가 이시스의 레스토랑 안에서 ‘안녕 난 썬셋이야ㅇㅅㅇ/’라는 말풍선을 띄우고 있는 캡처로, 노을은 다시 한번 자신이 제정신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해 보였다. 놈이 제대로 된 글을 쓸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도 않았지만, 맹세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역시나 초반 댓글은 웃기지 말라느니, 먹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노을의 말 이후로 판도가 뒤집혔다.

-천노을: 그래 믿지 마ㅇㅅㅇ

└ ??

└ 뭐야 부계정 판 거냐?

└ …? 해킹?

이런 글을 올려두고 뻔뻔하게도 ‘저 글 올렸어요!’라는 말을 보낼 수 있었다니. 하지만 정말 게시글을 올린 것도 사실이라 뭐라 할 말도 없었다. 제가 따져봤자 노을이 올렸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우기면 그만인 문제였고, 결과적으로 둘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은 확실히 알려졌으니 더더욱. 게시판도 온통 천노을 얘기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때 화면에 미리 보기 팝업 창이 떠올랐다.

「노을: 너무해요」

「노을: 제 꿈꾸라고 한 게 잘못이에요? 아니면 하트 때문에 그래요? 그래도 이런 거로 돌았냐고까지 할 필요까지는 없잖아요ㅠㅠ!!!」

“얜 또 뭔 소리야….”

그리고 토끼가 우는 이모티콘이 연달아 두 개나 왔다. 못 할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왜? 경수는 당황해 채팅방에 들어가 제가 한 말을 다시 확인해보았다.

「나: 머리 괜찮아?」

「나: 아프면 학교 가지 말고 병원부터 가봐….」

아니, 이걸 오해한다고? 아무래도 노을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원래도 그랬지만 한 층 더 이상해졌다. 경수가 메시지를 읽자, 이번엔 토끼 이모티콘이 우울해하기 시작했다. 빨리 답장해주지 않으면 지구 내핵까지 파고들 기세였다. 그러면 안 그래도 귀찮은 놈이 더 성가셔지겠지.

「나: 아니ㅅㅂ 너 어제 통수 맞은 거 괜찮냐고;」

「노을: 아」

「나: 걱정을 해줘도….」

「노을: 네!! 괜찮아요!!!!♡♡ 나중에도 아프면 갈게요!」

「나: ㅇㅇ」

「노을: 맞다 형. 아직 제 글 안 읽었죠?」

‘짜잔 저의 부캐를 소개합니다^^’가 노을의 목소리로 들리는 것 같았다. 환청에 웃음기가 깃들어 있어 더 재수 없었다.

「노을: 형?」

「나: 읽었어 너 병원 가 봐ㅠ 안 괜찮은 것 같다」

「노을: 열심히 쓴 건데…ㅠㅠ」

「나: ㅠ그래 보여」

「노을: 어디가 어떻게 문제예요?」

「나: 음….」

경수는 페이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캡처했다. 그리고 제목부터 본문까지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려 보내자 노을은 그저 ‘다요?ㅠㅠ’라며 울었다. 보지 않아도 분명 시무룩해져 있을 것이다. 그 표정을 떠올려보자 기분이 아주 조금 좋아졌다.

*

길드원들은 하루 종일 제 걱정뿐이었다.

놀랐지만 전 괜찮아요, 님들보다 미리 들어서 다 알고 있었어요. 어제 실수로 경찰서도 갈 뻔했고, 그 미친 글도 제가 시켜서 썼어요. 그리고 짜잔, 사실 실제로 얼굴도 아는 사이라 어제도 만났답니다. 놀랐죠? ……라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침이 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아챈 ‘냥이냥나냥’은 뜻밖의 소식에 놀랐지만 의연해 보여야 했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 태연해서는 안 된다. 적당히 화가 나 보여야 이상하지 않았다. 아주, 적당해야 한다.

「나: 게임에선 사람 죽여도 안 잡혀가서 다행이다ㅋ」

「al0ha: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세이돈대장: 맞아요. 천노을 ㅅㅂ놈이 감히… 죽여버려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neutaaaa: 범죄 모의 현장에 목격자가 너무 많은데요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로윈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천노을은 울 길마도 욕하게 만드네ㅎ」

「박휘벌래: 냥님 빡친 거 오랜만에 봐요… 근데 썬셋이라 불러야 해여? 천노을이라 불러야 해여?」

「나: 어차피 죽을 건데 아무렇게나 불러요ㅋ」

「완두완댜: 썬셋 백 번 죽여도 되니까 겜은 접지 마세여ㅠㅠ」

오늘 게임을 접지 말라는 말만 벌써 백 번 넘게 들은 것 같았다. 만일 노을이 제게 말도 없이 게시판에 썬셋이 자신임을 밝혔더라도 그게 게임을 접을 이유는 되지 않았다. 다소 충격적인 소식에 나가서 놈을 잡아다 추궁쯤은 했겠지만. 상대가 접게 만들면 만들었지, 이런 사소한 이유로 관두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김경수! 우리 코노 가는데 낄래?”

익숙한 교복.

“어…? 다음에.”

“씨발, 이 새끼 또 빼네.”

그리고 익숙한 체형.

“저기 누가 온 것 같아서. 다음에 간다고.”

“다음에 누가 끼워준대?”

“끼워줄 거면서….”

경수는 교문 앞에서 기웃거리는 연갈색 대가리가 노을이라는 것에 계정 비밀번호를 걸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연락 없이 불쑥 나타난 노을은 터덜터덜 걸어오는 경수를 보자마자 눈을 휘었다.

“왜?”

뭔가 불길했다. 꺼림칙한 눈으로 노을을 바라보자 그가 해맑게 소리쳤다.

“형 저랑 사귀어요!”

경수는 화들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둘의 대화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 경수는 노을을 벽에 밀어붙였다. 앗…. 노을이 얼굴을 붉혔다. 발을 꽉 밟자 정신이 들었는지 낯빛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경수는 작은 목소리로 협박하듯 읊조렸다.

“씨발 뭐라는 거야! 너 나 엿 먹이려고 작정했냐?”

노을이 순간 억울해진 표정으로 도리어 쏘아붙였다.

“왜요? 전에 약속도 했잖아요!”

“……아. 게임? 게임 말하는 거지?”

“네? 네. 오늘 교제 들어가면 다음 발렌타인 이벤트 막바지에 100일 이벤이랑 겹칠 거예요. 100일 이후에 언약식도 할 수 있잖아요. 그때 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럼 그렇게 말을 해. 사람 놀라게 진짜…. 난 발렌타인 한정 패션템 없으면 굳이 안 챙겨.”

“제가 챙겨요. 저 이벤트 엄청 좋아해요!”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그리고 연락 좀 하고 찾아와. 너 있는 거 내가 조금만 늦게 봤어도 노래방 갈 뻔했어.”

“연락하고 찾아오면 뭔가 못 만날 것 같아요. 빨리 사귀러 가요, 저희.”

“미쳤나 진짜.”

이건 어차피 해주기로 했던 거니까. 그래도 왠지 얄미운 건 사실이다. 경수는 익숙한 길을 따라 노을의 집을 향해 앞장섰다.

노을은 방에서 노트북을 가지고 나와 전원을 켰다.

“저 아까 땀을 많이 흘려서… 땀 냄새 나죠? 금방 씻고 나올게요.”

냄새 같은 거 안 났는데? 고개를 들자 노을이 벌써 셔츠 단추를 풀고 있었다. 경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미친…. 쟨 들어가서 좀 갈아입지, 왜 내 앞에서 옷을 벗는 거야.

“그럼 네 거도 대기화면 띄워둘까?”

“네. 금방 나올게요!”

상의를 벗은 노을이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경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로그인 대기화면에 떠 있는 아이디가 ‘cjssunset123’이었다.

“cjs썬…셋? 천……썬셋….”

천썬셋. 설마 비밀번호도 알려줬던 거랑 같나?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칸에다 천노을짱짱123을 처넣고 엔터를 누르자 캐릭터 선택 슬롯으로 들어가졌다.

“…….”

썬셋, 문페어리.

썬셋이 깜찍한 선택 대기 모션을 선보이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걸 보니 더 실감이 났다. 제게 달라붙던 이상한 놈 둘이 다 노을이었고, 천노을은 자신을 좋아한다.

“…잠깐만. 그럼 이게 또 문제네.”

게임상에서 고백을 받아주는 것뿐인데, 현실에서 정말 사귄다고 착각할 것 같았다. 천노을이라면 가능한 일이다. 경수는 노을이 나오자마자 그저 버프뿐인 관계임을 다시 한번 확인받고자 마음먹었다.

게임에 접속하자, 이시스 마을의 앞에 떨어졌다. 접속하기가 무섭게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귓속말이 도착했다.

[귓속말] 록시: 님 자게 보셨음?ㅋㅋㅋㅋㅋㅋㅋ

[귓속말] 무지게: 힘내새요ㅠㅠ

[귓속말] 청사과청: 괜찮으세요?ㅜㅜ 냥님 편하실 때 우편 좀 봐주세욧…!>_<

[귓속말] 갓컨철수: 님 안녕하세요? 초면에 죄송합니다 ㅎ 들어오셨단 소식 듣고… 제가 화끈한 복수 도와드릴 수 있는데 필요하시면 불러주세요^^ 우편 봐주시고요

“…….”

복수? 어떻게 할 건데? 복수를… 어떻게 해야 하지?

[길드] 포세이돈대장: 냥님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냥 죽이고 끝은 아니죠?^^

조금 부담스러웠다. 무언가 해야 할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길드] 할로윈가지: 형님ㅋ 길드 존에서 대기할까요?

[길드] 냥이냥나냥: 아뇨 됐슴다ㅋ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ㅋ

[길드] 할로윈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대장!^^ 필요할 때 불러주십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ㅈi9별: 덜덜….

그래, 복수. 썬셋을 죽이든 선전포고를 하든, 아무튼 무언가 보여주어야 했다. 길드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썬셋을 참수형에 처하면 되지 않을까. 경수는 노을의 캐릭터를 죽여도 되겠느냐고 묻기 위해 화장실 문에 노크를 했다. 물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마 다 씻고 나온 것 같았다.

“천노을, 다 씻었지?”

“네? 네에….”

“나 잠깐 물어볼 거 있어서.”

“잠깐…!”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그러자 허리에 수건 하나를 잽싸게 두른 노을이 가슴 앞에 팔을 엑스 자로 교차했다.

“……왜 그래?”

아깐 나 보는 앞에서 잘도 훌렁훌렁 옷을 벗어 던지더니. 노을은 흘러내리려는 허리의 수건을 한 손으로 꽉 잡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형 변태…. 제 몸이 보고 싶으셨던 거죠. 그렇죠?”

경수는 헛웃음을 지었다. 변태? 변태라고?

“내가 왜? 가릴 거 다 가려놓고 갑자기 나더러 변태라고? 그러게 누가 벗으래!”

“여기… 저희 집 화장실인데….”

“…….”

맞는 말이었다. 침입자는 경수였고, 멀쩡히 씻다가 봉변당한 것은 노을이었으니까. 경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대꾸했다.

“괜찮아! 볼 거 다 본 사이잖아. 그리고 네가 빠르게 가려서 아무것도 못 봤어.”

“다 봤다구요?! 제 뭘 더 보셨어요?”

“거기까지 봤으면 말 다 했….”

“…….”

“…….”

경수는 그제야 제가 무슨 소리를 했는지 깨닫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리고 문 틈새로 속삭였다.

“…옷 갖다 줄까?”

“네….”

방에 들어가 집히는 아무 옷이나 집어다 문 앞에 놓아주자, 곧 노을이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후드 안쪽의 목덜미가 새빨갰다.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제가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았다. 사실 그때도 천노을이 먼저…!

“어? 로그인 어떻게 하셨어요?”

“비번 똑같던데? 천노을짱짱123…. 잠깐, 지금 들어오지 말아봐.”

“왜요?”

“생각을 해 봐. 어제 나 가고 나서 너 뭐 했어.”

“어….”

“……?”

노을이 입가를 씰룩거리다 커다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장담할 수 있었다. 가고 나서 뭐 이상한 짓을 한 게 분명하다!

“씨발, 표정 관리 안 할래? 글, 글 말이야!”

노을은 불긋한 귀를 만지작거리며 머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는 거, 모르잖아. 그 글 쓰라고 한 게 나라는 것도. 아무도 모르잖아. 그런데 그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침에 일어난 내가 네가 쓴 글을 봤어. 그러면 내 기분이 어떻겠어?”

“신기해요!”

“돌았냐? 화가 나겠지!”

“넵.”

“그러니까 네가 들어오면 본보기로 한 번은 죽여야 해. 그래도 괜찮겠어? 지금 다 나한테 복수 언제 하냐고 물어본단 말이야.”

“그건 상관없어요.”

노을은 썬셋을 더블클릭해서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패션숍에 들어갔다. 뭘 하나 했더니 반지를 사 오는 것이었다.

“하나 남았잖아. 천노을한테. 내가 아홉 번 거절했으니까.”

“재접속하기 귀찮아요. 그럼 저 죽고 나서 교제 신청하면 돼요? 이번에는 거절하시면 안 돼요!”

“…어, 응.”

노을이 길드존으로 이동해왔다. 그런데 판이 생각보다 커지는 것 같다. 아까부터 길드존에서 대기하고 있었더니, 구경꾼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귓속말] 청사과청: 우편 보셨죠?? 적당한 때에 갈게여!!

[전체] SSarrow: 아 ㅅㅂ렉

[귓속말] 청사과청: 냥이님~~?

“형 공격 안 하고 뭐 하…… 청사과?”

경수의 모니터를 들여다본 노을이 미간을 찌푸렸다. 순식간에 구겨진 얼굴에 경수는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우편 보냈다고 그러는 거야.”

“하… 우편? 감히 아이템 공세로 경수형을 꾀어내려고?”

[귓속말] 청사과청: 냥이… 오빠?ㅎ 헤헤>_<

노을은 손으로 경수의 두 귀를 덮었다.

“저건 어떻게 처리하지….”

“…….”

그걸 그렇게 크게 말하면 다 들리는데. 귀를 가린 보람도 없었다. 노을은 짧게 읊조린 뒤에 경수의 손을 덥석 붙잡고 불쌍한 척을 했다.

“형 쟤 차단해요. 네?”

“…….”

경수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노을은 정말 분한 듯 눈가 근육을 씰룩거리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귓속말] 청사과청: 사과 말 듣고 계세용?ㅠ0ㅠ

“형, 제가 사과 님께 경고 한 번만 할 테니까 잠깐 뒤 좀 돌아주….”

“네가 뭔데. 앉아.”

손가락을 튕겨 이마를 딱 때리자, 경수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앉을 기세였던 노을이 얌전해졌다.

…아니, 아닌가? …삐졌나?

한 풀 기가 죽은 노을은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투덜거렸다.

“저는 귓속말 보내면 수십 번 차단했으면서 왜 청사과 쟤는 받아줘요? 여캐라서? 쟤도 남잔데?”

“…그럴 수도 있지만, 남자라는 증거가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

“증거요? 증거 찾아오면 되는 거죠?”

갑자기 의욕에 불타오르는 노을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요즘 들어 자주 느끼는 이 불길한 감은 대부분 들어맞았다. 경수는 재빨리 화살을 노을에게로 돌렸다.

“너는 귓말 백 개 보냈잖아…. 쟤도 귓 백 개 보내면 차단할게.”

“…….”

“그러고 보니까 노을이 넌 우편도 백 개 보냈잖아. 야!”

과거 얘기가 나오자 노을이 갑자기 생글생글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헤헤….”

“웃겨?”

“아니요.”

저는 차단을 먹이면 레벨 1의 부캐를 만들어와서 ‘천노을’의 차단을 풀어줄 때까지 매달렸으면서. 잡템을 하나씩 첨부해 보내는 바람에 일괄 삭제도 못 하고 아이템을 받고 하나씩 일일이 지우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에 비하면 청사과청은 아무것도 아니다. 오히려 위로의 우편을 보낸 것에 노을이 괜히 오버하는 것 같았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우편 확인하고 올까? 좀 기다릴래?”

“아니요? 제가 먼저예요. 우편은 그다음에 지워요!”

[전체] 제이제이: 제발 부탁인데 너네 싸우는 중이면 제발… 전챗으로 싸워 주라ㅠ…. 제발….

[전체] 점순이: 내 말이….

[전체] 통수치는맛: 능지썬참 언제 시작해여?

[전체] 썬셋: 지금ㅇㅅㅇ

노을이 하프 현을 퉁겨 광역 버프를 시전했다. 범위 내에 들어있던 유저들에게 최대 HP 증진 버프가 들어갔다. 그건 경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대천사의 입맞춤!’

공격은커녕 버프란 버프는 모조리 몰아준 노을이 칭찬을 바라는 듯 고개를 돌려 경수를 쳐다보았다. 경수는 그 시선을 익숙하게 무시했다.

[전체] 통수치는맛: ? 버프…?

[전체] ㅈi9별: 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anamato: ㅋㅋㅋ자살 방법도 신박하다 ^^

[길드] ㅈi9별: [속보] 썬셋 유언으로 대천사 키스 남겨 화제

[길드] neutaaaa: 헉 썬셋 들어왔음??? 저 불렀어야죠 길드존?

[길드] ㅈi9별: ㅇㅇㅋㅋㅋㅋ 아직 시작 안 했어요 ㅃㄹ오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설영: 가지가지 한다ㅋㅋㅋ

[전체] 할로윈가지: 가지가지?ㅎ

[전체] 설영: ㅡㅡ….

[전체] 박휘벌래: 님 노잼이에요

[전체] 제이제이: 아 머 하냐 싸우는 거 맞음? 버프 작작 줘 대체 언제 싸워 ㅅㅂ

더 질질 끌면 소문을 듣고 온 구경꾼만 더 늘어날 뿐이다. 경수는 퀵슬롯에 등록해둔 스킬 중, 결박 기능이 있는 드래곤 체인 스킬을 사용했다.

‘드래곤 체인!’

폭탄을 감은 쇠사슬이 썬셋을 칭칭 감더니 펑 소리를 내며 터졌다. 노을은 아예 손을 놓고 공격당하는 걸 방치하고 있었다. 아예 몸을 등받이에 기댄 채 TV 보듯 모니터를 들여다보고만 있다. 경수는 그걸 가만히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천노을. 키보드에 손 올려.”

“네?”

“물약 먹어.”

“…네? 왜요?”

“짜고 치는 거 티 나잖아. 제대로 안 하면 커플이고 뭐고 처음부터 없던 일로 할 거야. 반지 열 개 써도 안 받아준다?”

노을은 그 말에 헉 소리를 내며 몸을 앞으로 당겨 앉았다. 물약 아이템을 섭취한 썬셋의 HP 게이지가 쭉 올라갔다.

“뭐해, 쳐.”

“제가 어떻게 형을 공격….”

“네가 이기면 내가 반지 사 올게.”

“……!”

‘경수 형이 반지를 사 온다. = 교제 신청을 냥이냥나냥이 한다. = 냥이냥나냥은 경수 형 = 만세! 고백받는다!’의 결론에 다다른 노을은, 제가 방금 전에 했던 말은 모조리 잊어버린 듯 저주 스킬을 사용했다. 어떻게 형을 공격하냐고 한 주제에 아주 가차 없었다.

[길드] ㅈi9별: 헐 진짜 싸워?

[길드] 포세이돈대장: 그럼 가짜로 싸우나요? 냥님 파이팅!

[길드] ㅈi9별: 아니 냥첩이 냥님 죽이려 드는 건 첨 보잖아요 ㄷㄷ

[길드] 박휘벌래: 자다가 벼락 맞은 거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포세이돈대장: 굿굿^^

[길드] 할로윈가지: 아 쟤 때매 길마님 인성도 망했어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로윈가지를 포함한 킹세이버들은 방벽을 치고 구경하는 유저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노을은 죽기 살기로 달려들어 저주와 중독, 속도 저하 버프를 주며 동시에 공격까지 함께 가했다.

[전체] 설영: 아 조준 좀;ㅜ

[전체] 썬셋: 잘 피해 보세요ㅋㅋ

[전체] 스페이드퀸: ㅎ….

[전체] 갓컨철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ㅐ새야

광역 딜러인 발키리와 버프 특화 직업인 문페어리가 개방된 맵인 길드존에서 날뛰니, 그에 휘말려 HP가 깎이는 사람들 또한 종종 있었다. 힐러들이 아니었다면 이미 죽었을 유저들도 많았다.

노을이 이렇게 열심히 제 뒤를 쫓아오는 건 천노을 캐릭터 초창기 시절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았다. 직업 스킬을 사용하면 금방 놈을 잡아 죽여버릴 수도 있었지만, 애꿎은 다른 사람까지 같이 끌려올 수도 있었다.

경수는 퀵슬롯에 등록해둬 자주 사용하는 스킬 대신에, 스킬 창을 열어 비교적 소규모 범위에 적용되는 스킬을 끌어와 사용했다. 썬셋 이외의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타겟팅도 해보았지만 노을은 정말 이를 악물고 범위 외로 벗어났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타겟팅을 해제했다. 구석에 놈을 몰아넣지 않는 이상 타겟팅은 의미 없었다.

경수와는 다르게 노을은 배려라고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처럼 굴었다. 그는 타겟 설정조차 하지 않고 광범위 스킬을 마구잡이로 사용해댔다.

‘쇼킹 피버!’

‘3초간 마비 상태에 걸립니다.’

썬셋이 하프를 들어 바닥을 향해 쾅 내리쳤다. 급하게 점프를 해보았지만 냥이냥나냥의 머리 위에 별이 둥둥 떠다녔다. 마비 상태에 걸리면 짧은 시간 동안 일시적으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치유의 주문!’

[전체] 청사과청: ㅎㅎ

그때 청사과청이 상태 이상 치유를 걸어주고는 아래로 뛰어내려 시야에서 사라졌다.

마비가 해제되자마자 경수는 썬셋을 잡아 땅으로 끌어당겼다. 바닥에 내팽개쳐진 썬셋은 곧 벌떡 일어나 날파리처럼 맵 상단으로 재빠르게 날아갔다.

“아 씨….”

노을이 눈살을 찌푸리며 읊조렸다.

[전체] 썬셋: 아 사과 형!!! 삼촌은 방해하지 마!!!

[전체] 청사과청: ㅎㅅㅎ?

[전체]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을이 무어라 입력하는 사이, 그의 주변으로 사람이 모두 비켜났다. 마침 구석이었다. 공격을 피해 내려갈 퇴로조차 경수가 가로막고 있었다. 이때였다. 경수는 위로 뛰어오르며 썬셋을 타겟으로 설정했다.

‘냥이냥나냥 님께서 썬셋 님을 타겟으로 선포하셨습니다!’

‘후킹 스타!’

놈을 끌어온 뒤, 대기시간 없이 곧장 쓸 수 있는 스킬로 HP를 절반 이상 깎았다. 노을이 뒤늦게서야 자리를 벗어 나보려 날아올랐지만, 이미 그쯤은 예상해둔 경수는 결박 스킬인 드래곤 체인을 사용했다. 그리고 기 충전이 끝난 궁극기로 마무리하자, 썬셋의 눈이 엑스 자로 변해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아….”

노을이 탄식을 내뱉었다. 시무룩한 옆모습을 보니 정말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전체] 갓컨철수: ㅋ

[전체]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냥님이 이겻따~~~^0^

[서버] 아슬렌: ★☆갓냥냥, 썬무래기 처치하다!★☆ ★냥이냥나냥★이 해냈다! 꺄 형님 머시쪄>_<

[서버] 스페이드퀸: 썬셋님 nn차 사망 ㅊㅊㅊㅊㅊ 축하 늦어서 미안해욘♡ㅜㅜ

[전체]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설영: 다들 오늘만 사시네요ㅎ0ㅎ 곧 불가촉천민 정모 열릴 듯 ㅎ

[전체] 햄스터: 뭐야 썬발놈도 한주먹거리네?

[전체] 초록의기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뭔가 심심한데….

[전체] 포세이돈대장: 천노을님^^; 부활 좀 부탁드려요. 냥님 한 번 더 하시게요.

[전체] 할로윈가지: 정중한 협박…?

[전체] 갓컨철수: 사과님 지금ㄱㄱ

[전체] 청사과청: 앗 잠만요 패션숍에 있어용 옮겨 올게요^0^♡

[전체] 설영: 썬셋 여기서 뒤진 거 오랜만에 본다ㅎㅎ

유저들이 죽은 썬셋에게 공격을 쏟아부었다. 썬셋은 묵묵부답으로 그 자리에 그대로 죽어 있을 뿐이었다. 노을의 주위에 음울한 기운이 넘실거리는 것 같았다.

“…….”

“노을아.”

경수는 그를 달래듯 일부러 고개를 기울이며 노을과 시선을 맞췄다.

“이제 일어나. 더 안 죽일게.”

“…그럼 지금 교제 신청해도 돼요?”

“…….”

구경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하지만 안 된다고 했다가는 녀석이 더 우울해질 것 같았다.

“그래. 해도 돼.”

경수는 엔터키에 손을 올려 둔 채 노을의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부활한 노을은 인벤토리에서 로맨틱 반지 아이템을 찾아 더블 클릭했다.

‘로맨틱 반지(일회성)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 뒤 아이템은 자동 소멸됩니다.’

아이템 사용 설명 창이 뜨자 노을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경수는 그런 노을을 우습다는 듯 바라보며 노을이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에 맞추어 엔터키를 눌렀다.

‘이미 성립된 커플입니다. 아이템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어?”

반지 아이템이 사용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캐릭터를 가린 창이 사라지자, 그 아래 가려졌던 상황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전체] 포세이돈대장: ??

[전체] 설영: …????

청사과청이 조금 더 먼저 반지를 내밀었고, 타이밍이 맞는 바람에 수락되어버렸다. 그 탓에 썬셋은 아이템을 사용하려 무릎은 꿇었지만 중간에 취소되어버린 것이었다.

[전체] 갓컨철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햄스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neutaaaa: 사랑과 전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

[전체] 청사과청: 썬셋님 사과가 선수 쳐서ㅜㅜ 죄송해요ㅋㅋㅋㅠ0ㅜㅋㅋㅋㅋㅋ

[전체] 스페이드퀸: ㅈ댔다 다 튀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아슬렌: 다 같이 터지기 전에 튑니다;

[전체]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의자냥ㅠ

[전체] 초록의기운: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커플 시스템 악용을 막기 위해, 최소 일주일은 커플 해제를 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저 사람이 제게 교제 신청을 했느냐를 따져 묻기보다 노을을 달래는 게 먼저였다. 노을이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어깨를 잘게 떨었다.

설마.

“…너 울어?”

“…….”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침묵을 긍정으로 해석한 경수는 곤란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야, 뭘 이런 거로 울어.”

의자를 당겨 노을과 가깝게 앉았다. 얼굴을 가린 손바닥을 치워보려고 어깨에 손을 얹었다. 갑자기 노을이 경수를 와락 껴안고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

“…….”

하긴. 네가 오죽 기대를 했었어야지. 어색하게 손을 들어 올린 경수는 노을의 등을 툭툭 두드리다 쓸어내렸다.

“울지 마. 뭐라고 해줄게.”

“…….”

귓가를 통해 들려오는 숨소리마저 안쓰러웠다. 그런데 숨소리 말고,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도 등 뒤에서 들려왔다.

탁, 탁탁, 톡톡.

“…….”

“…….”

톡, 톡톡, 탁탁타탁.

목덜미를 끌어안은 팔 하나를 겨우 떼어내고 고개를 돌렸다. 채팅 입력창에는 자음과 모음이 이상하게 결합되어 말이 되지 않는 문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경수는 노을이 한 손가락으로 타이핑한 글자를 가까스로 전부 지우고 로그아웃을 해버렸다. 그리고 놈의 손에서 키보드를 멀리 밀어놓았다.

노을은 입꼬리를 끌어올려 힘없이 웃었다. 그런데 눈은 웃고 있지 않아 조금 살벌하게까지 느껴졌다. 경수는 변명하듯 횡설수설 말을 늘어놓았다.

“야 나는…. 그 타이밍에 다른 애가 반지를 내밀 줄 몰랐지.”

“…우편을 먼저 확인했어야 했나 봐요. 무슨 복수를 이따위로….”

그 말에는 경수도 어느 정도 동의했다. 아마 청사과청이 보냈다는 우편에 오늘의 일을 꾸민 내용이 요약되어 있을 것 같았다.

“일주일만 지나면 깰 거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마.”

“…일주일이요?”

“…….”

노을이 눈물을 글썽거렸다. 다짜고짜 학교 앞까지 찾아올 정도로 기대한 일을 일주일이나 뒤로 미룬다니 서러운 모양이다. 경수는 애를 다루는 데 전혀 소질이 없었고, 우는 사람을 달래는 법은 더더욱 몰랐다.

“넌 사내새끼가 왜 이렇게 눈물이 많냐?”

친구 대하듯 짜증을 섞어 속삭이자 더 역효과가 나는 것 같았다. 이게 아닌가. 노을은 가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섬세한 구석이 있었다. 경수는 눈치를 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안 울래?”

노을이 푹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처연한 눈빛에 ‘뭐든 말해!’라고 덧붙였던 게 잘못이었을까.

“뭐든요?”

나지막이 중얼거린 노을이 고개를 틀어 젖은 속눈썹을 깜빡였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노을은 어깨에 얼굴을 기댄 채로 얌전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이게 그렇게 속상할 일인가? 하지만 고작 이런 거로 위로가 된다면 얼마든지 이대로 있어도 괜찮았다. 경수는 노을의 어깨를 감싸 어색하게 등을 토닥였다.

*

늘 한 차원 붕 떠 있는 사람이 가라앉은 모습을 보이면 유독 눈치가 보인다. 평소에는 노을이 말을 하고 경수가 듣는 쪽이었다면, 오늘은 입장이 정반대였다. 경수는 노을이 너무 굳어 있었기에 뭔가를 할 기분이 아니라는 것으로 판단하고 노트북을 강제로 종료해버렸다.

경수는 차가운 물컵을 얼굴에 대어주며 노을을 위로했다. 말솜씨가 그리 수려하지 못한 탓에,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며 말을 돌리는 것뿐이었다. 노을은 말에 대꾸를 하거나 웃어주면서도 아까 전의 일이 신경 쓰이는지 내내 의기소침해 있었다.

“형.”

“어?”

하던 말을 끊고 저를 부르는 노을에 경수는 순간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노을은 웃음기 하나 없는 눈을 내리깔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까 뭐든 말하라고, 다 들어준다고 했잖아요.”

“그랬지.”

“오늘 자고 가면 안 돼요?”

그 말에 경수는 선뜻 ‘자고 갈게.’라는 답을 내어놓지 못했다. 평일이라 내일 학교도 가야 하고, 안고 잘 베개가 없으면 불편한 데다, 지난번 폭우가 오던 날 자고 가려다 당한 불상사를 생각하면….

“안 돼요? 혼자 있기 싫은데….”

안 되는데….

“알았어.”

잠결에 실수만 하지 않으면 괜찮겠지. 오늘 천노을 기분도 별로 좋지 않은 듯하니까. 혼자 살아 이럴 때 같이 있어 줄 사람도 없는 애가, 제가 가고 나면 방구석에서 혼자 우울해하고 있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경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노을에게 편한 옷을 받아 욕실로 들어간 경수는 물이 데워지는 것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겼다. 샤워부스 안 수증기가 서린 거울에 손가락으로 사과 그림을 그려보다, 샤워기로 그 흔적을 깨끗하게 씻어 내렸다.

다른 놈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청사과청은 천노을에게 무슨 원한이 있었던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천노을이 또…?

물론 노을에게 물어보면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노을의 기분이 가라앉은 원인이 청사과청에게 있었기에 함부로 말을 꺼내기가 싫었다. 청사과청도, 천노을도 경수에게는 완벽한 타인이지만 얼굴도 모르는 청사과청보다 노을에게 더 마음이 쓰이는 건 사실이었다.

“아씨, 깜짝이야.”

나오자마자 문 앞에 서 있던 노을에게 부딪힐 뻔한 경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머리 제대로 안 말리면 감기 걸려요.”

“난 감기 안 걸린다니까….”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대충 닦으며 욕실을 나오자, 노을이 그의 등을 밀어 다시 욕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위잉, 드라이기에서 더운 바람이 나오는 소리가 요란했다. 경수는 거울을 통해, 입을 작게 벌린 채로 머리칼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노을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어느새 정이 든 것 같았다. 미운 정도 정이라면 정이라는데…. 너무 익숙해져 버려 탈이었다. 그러던 경수는 거울 속의 노을과 눈이 마주쳤다.

머리를 말리는 데 몰두하던 노을이 그 시선을 돌려주듯 눈을 접어 웃었다. 경수는 티가 나게 시선을 휙 돌려버렸다. 무슨 남자 새끼가 저렇게 곱게 웃어? 뒷목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창밖은 캄캄했고, 조용한 천노을은 낯설었다. 노을은 불을 다 끄지 않고 먼저 침대에 누웠다. 오렌지빛 보조 등이 그날 밤을 연상시켜 침대에 눕기가 조심스러웠다. 이불까지 덮고 누운 노을은 고개를 들어 경수를 빤히 바라봤다.

왜 와서 눕지 않냐는 듯 눈빛을 보내는 노을에 경수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옆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는 노을을 등지고 누웠다. 적막한 방 안은 숨소리만으로 가득 찼다. 한참 아무 말 않고 있던 노을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형, 커플 깨기 전에… 당분간 발키리로 접속 안 하면 안 돼요?”

“어?”

“들어가면 그 새끼가 인사할 거 아니에요. 귓말은 차단해도 커플 창으로 말하면 되니까. 그러면 안 되잖아요…. 형은 제 건데.”

“내가 왜 네 거야? 착각하지 말랬지.”

“…짜증 나. 저 걔 싫어요. 진짜 싫어요.”

목소리에 짜증이 선명하게 묻어났다. 노을이 이토록 누군가를 ‘진짜 싫다’고 표현한 게 처음이라 생소하게까지 느껴졌다.

“……운영진은 커플 시스템을 왜 그따위로 만들어놔서….”

수락은 한순간인데 커플 해제는 왜 일주일이나 기다려야 하냐고. 물론 시스템 악용이라는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 이상 말을 건네오지 않는 노을에, 등을 돌린 채 누워있던 경수는 몸을 돌려 노을을 힐긋 쳐다보았다.

그러다 얼떨결에 시선이 얽히는 바람에, 노을을 마주 보며 눕고 말았다. 그는 속을 알 수 없는 얼굴로 경수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사실 노을의 부탁이 들어주기 어려운 부탁도 아닌 데다 오늘의 일은 경수에게도 갑작스러웠다. 갑자기 커플 성립이라니. 예정에도 없던 일이라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그는 선심 쓰듯 한숨을 탁 내쉬고 말했다.

“알았어. 나도 어차피 청사과청 좀 불편하니까.”

꽉 다문 채였던 노을의 입술이 작게 벌어졌다.

“그러면….”

“당분간은 부캐로 들어가지 뭐.”

“진짜요?”

“그래.”

“왜요?”

“……?”

왜라니? 말문이 막혔다.

“제 부탁 때문에 그런 거예요?”

노을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되물었다. 예상치도 못했다는 듯한 말투였다. 경수는 도리어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

얘 뭐야? 네가 본캐로 접속하지 말라며. 이제 와서 딴소리 하는 게 어디 있어? 경수는 못마땅한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그냥 해본 말이었냐? 나 떠보려고?”

“아니 그냥…. 정말 들어주실 줄은 몰랐어요.”

그렇게 말하던 노을이 배시시 웃었다. 설탕을 물에 개어 녹인 듯 사르르 웃는 그 행태가 아주 조금 귀여운 것 같기도 했다. 다른 게 아니고, 개나 고양이 같은 소동물을 볼 때 느껴지는 그 귀여움 말이다. 주위에 저렇게 무해하게 웃는 놈이 없어서 그렇다.

“저는 좋아요! 걔랑 형이 더 이상 안 얽혔으면 좋겠어요.”

…내가 이딴 생각을 하는 날이 오기도 하는구나. 천노을 저 새끼를 귀엽다고 느끼는 날이 올 줄이야. 피곤해서 돌아버린 게 분명했다.

“자라, 자.”

경수는 다시 몸을 돌려 누우려 고개를 돌렸다.

“어어, 돌아눕지 마세요.”

노을은 급하게 상체를 일으켜 한 손으로 경수의 어깨를 침대로 콱 짓눌렀다. 경수는 당황을 숨기지 못하고 엇,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어깨를 잡은 손과 놈의 얼굴을 당황스럽게 번갈아 보았다.

“제가 불을 왜 켜뒀는데요. 다 얼굴 좀 보다가 자려는 건데… 눕는 방향이 문제인 거면 저랑 자리 바꿔요.”

노을은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그런 소리를 뻔뻔하게 지껄였다. 경수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노을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너 이제 아주 서슴이 없구나.”

“그럼 안 돼요?”

“안 될 건 없지….”

“어차피 자고 가는 김에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요. 본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내가 잠버릇이 좀 그래…. 뭘 안고 자야 마음이 편해서.”

“그럼 절 안고-읍.”

이제 좀 기분이 풀렸다고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한다. 경수는 노을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노을은 경수의 손을 어렵지 않게 떼어내고 말했다.

“제가 아까부터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저 패망 들어가 볼까요?”

“……?”

“전에 해봐서 아는데, 걔넨 매일 물갈이라 그만큼 상시 모집도 하잖아요. 그래서 길드 자체를 뚫기는 쉬워요. 형도 같이 갈래요?”

“아니, 내가 왜…. 가려면 너나 가.”

너무 싫어서 생각만 해도 소름 끼쳤다.

“누군지도 모르는 놈한테 형 뺏긴 게 억울해서요…. 그 자린 제 거잖아요. 그리고 형도.”

“…누누이 말하는데, 난 너 안 좋아한다니까? 소유권 주장은 다른 데 가서 해.”

경수는 위에서 귀찮게 종알거리는 노을을 옆에다 내팽개치고는 이불을 턱 밑까지 덮어주며 말했다. 노을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있다가 뒤늦게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럼 다정하지나 말든가….”

의미 없는 다정은 범죄예요. 노을이 투정 부리듯 읊조렸다.

“시끄러워.”

“형 저 위로해주려던 것 아니었어요? 갑자기 변했어.”

“자라고.”

“마저 위로해주세요. 네? 목소리 듣고 싶어요. 아까처럼 안아도 주고….”

“또 말 걸면 쫓아낸다. 나가서 잘래?”

“…….”

경수는 심드렁하게 문을 가리켜 보였다. 그제야 노을이 나불대던 입을 다물었다. 소음이 잦아들자 마음 놓고 눈을 감았다. 잠과 현실의 경계에서 정신이 몽롱해졌을 때, 손등을 덮어오는 놈의 손을 느끼긴 했지만 굳이 떼어내기 귀찮아 그냥 내버려 두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멀쩡히 어제 잤던 자리에서 깨어났다. 자고 일어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는지 노을은 평소보다도 더 들떠 보였다.

신기하네. 뭘 껴안고 잔 것도 아닌데 몸이 반대로 돌아가 있지 않았다.

*

체육 수업이 끝나고 곧바로 교실에 들어가지 않고 매점부터 들렀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친구 놈이 빵을 데워오는 것을 기다리는데, 뒷자리에 앉은 무리가 궁금하지도 않았던 얘기를 떠벌리고 있었다.

함께 독서실을 다니는 친구랑 어제 홧김에 키스를 했다는 별 시답지도 않은 얘기였다. 그들이 매점을 나가자마자, 수영이 냉소적으로 중얼거렸다.

“지랄하네. 저 새끼 저거, 친구랑 키스했는데 안 징그러웠다는 거에서 이미 답 나왔어. 일주일 안에 사귄다에 만두 두 팩 건다.”

“윤도화지?”

“어.”

“그 여자애랑 아직 안 사귄대? 존나 오래도 끈다.”

“잔 것도 아닌데 뭐가 징그러워. 키스쯤이야 뭐….”

경수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러자 수영이 먹던 과자를 하나 던지며 핀잔을 주었다.

“에라이 병신아. 그거 친구 아니라니까? 잠재적 썸이었겠지. 너 같으면 친구랑 키스할 수 있겠냐?”

“그게 뭐. 친구끼린데?”

외국에선 인사로도 흔하게 한다는데. 낯선 사람도 아니고 친구끼리라면 키스 정도야 그렇게 이상하지도 않지 않나? 섹스도 아니고 그냥 입술 좀 맞대고 마는 건데.

“……뭐야. 왜?”

아무 말이 없기에 고개를 들었더니 세 쌍의 눈이 경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새낀 가끔 보면 여친도 없는 새끼가 제일 까졌어.”

“뭔데? 내가 틀린 말 했냐?”

“어. 존나.”

수영이 또 과자를 머리에 던졌다. 경수는 수영이 던진 과자를 잡아채 다시 그에게 던져 돌려주었다.

“…키스했다는 것에서 이미 친구는 아니지.”

잠자코 있던 태열이 수영의 말을 거들었다. 것 봐, 새끼야! 수영은 더 신나서 경수를 정조 관념이 없는 쓰레기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경수는 더더욱 그를 이해할 수가 없어졌다. 고작 키스 정도로 이러는 게 이해가 안 갔다.

“너 안 해봐서 이러는 거 아니고?”

“씨발아!”

“맞네, 병신….”

“야! 그럼 너 나한테 키스할 수 있냐?”

목소리가 너무 커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무리도 한 번씩 힐긋 돌아볼 정도였다.

“우욱.”

“강수영 너 때문에 경수 토하려 하는데?”

입에 물고 있던 아이스크림 막대가 혀뿌리를 잘못 눌러 구역질이 나왔다. 그러자 수영이 흥분해 경수더러 개쓰레기 새끼라며 욕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뭘….”

“그래도 구역질할 것까지는 없잖아, 씹새끼야!”

내가 강수영이랑?

경수는 머릿속에 그 장면을 한 번 떠올려보았다. 혀가 섞이기도 전에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징그럽다는 것을 넘어서서 입술이 닿는 상상만 해도 토할 것 같았다.

한도영이나 권태열로 상대를 바꾸어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못된 상상을 한 머리를 벽에 부딪혀 깨부수고 싶었다.

그런데 걔랑은 분명 괜찮았는데. 이상하다…. 혹시나 해 상대를 천노을로 바꾸어 생각해보니 전혀 역겹지가 않았다. 한 시간 내내 고민하던 경수는 결론을 내렸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타인과의 키스는 또 괜찮은 것 같았다. 역겹지도, 좋지도 않다. 천노을도 친구로 시작한 관계가 아니니 어느 정도 들어맞는 게 아닐까?

*

부캐릭터인 ‘바주카퐁’을 길드에 가입시킨 경수는 새 캐릭터를 만들어온다는 노을을 기다리고 있었다.

[길드] ㅈi9별: 냥님 왜 부캐?

[길드] neutaaaa: 뉴 냥첩 묻어서… 전에 선율 님들이 걔 남자라고 그랬잖아요ㅋ

[길드] ㅈi9별: 아 그게 얘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바주카퐁: 저인 거 비밀로 해주세요ㅜ

[길드] ㅈi9별: ㅇㅇ 님 근데 뉴냥첩이랑 친해요? 복수도 같이 준비할 정도면 꽤 친한 거 아닌가여

[길드] 바주카퐁: ㄴㄴ같이 준비한 거 아니고 저도 걍 휘말린 거… 불편해서 대피 왓어요

[길드] 포세이돈대장: 휘말린 거라고요? 그럼 냥님 허락 없이 컾신청부터 했다는 거예요?

[길드] 바주카퐁: 아 우편 보냈었나 봐요 근데 썬셋부터 죽이려다가 확인을 안 해서ㅠ

[길드] 포세이돈대장: 아ㅠㅠ

[길드] ㅈi9별: 그래도 얼떨결에 썬셋한텐 복수 대 성공ㅋㅋㅋㅋ 근데 사과 걔도 썬셋일 리는 없나?

[길드] 박휘벌래: 그럼 진짜 개 싸패 새1끼다;

[길드] ㅈi9별: 흠 그건 이미…ㅋ

[길드] neutaaaa: 냥님 나가시고 썬셋도 충격받아서 한마디도 못 하다가 나갔어요ㅋㅋㅋㅋㅋㅋㅋ

[길드] 포세이돈대장: 그건 굿굿^^

그거 내가 로그아웃 한 건데…. 경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헉ㅋㅋㅋㅋ’라고 답장했다. 그때, 캐릭터를 생성해온 노을에게 귓속말이 도착했다.

[귓속말] 국방부: 형 저예여ㅇㅅㅇ

‘국방부 님께서 친구 신청을 보내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귓속말] 바주카퐁: 뭐야 너 닉이 왜 그래?

[귓속말] 국방부: 형두요 ㅎㅎ

초보자 마을로 이동해보자, 레벨 1의 캐릭터가 도구 상점 앞에서 퀘스트를 받고 있었다.

[귓속말] 국방부: 패망에도 레벨 제한 생겼더라고요 꼴에ㅜ

[귓속말] 바주카퐁: 거길 왜 들어가… 청사과청 때문에? 뭐 하려고?

[귓속말] 국방부: ㅎ피의 복수?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어린애도 아니고… 알아서 어떻게든 하겠지. 경수는 노을이 길드에 들어가는 것까지만 도울 예정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그토록 기대한 노을이 소리도 못 내고 굳어버리던 장면은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귓속말] 바주카퐁: 그래서 렙 제는 몇인데?

그러니 레벨을 올리는 것쯤이야 도와줄 수 있다.

*

패망 길드의 새로 생긴 가입 조건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1차 전직 레벨인 80레벨을 넘을 것, 둘째는 이틀에 최소 한 번은 접속할 수 있을 것. 소문도 좋지 않은 길드인 주제에 조건까지 내세우는 게 우스웠다.

80레벨쯤이야 솔로 플레이를 하더라도 하루에서 이틀 정도면 거뜬했다. 경수가 나서서 레벨업을 돕는다면 오늘 안에도 1차 전직까지 달성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파티] 국방부: 힐러요

[파티] 바주카퐁: 다시 한번 기회 준다. 5초 생각하고 말해

[파티] 국방부: 음….

[파티] 국방부: 힐러요!!

생각하는 척만 한 게 분명하다. 당연히 공격 계열 트리인 ‘위저드’ 루트를 탈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노을은 자꾸만 버프와 힐 계열 트리를 고집했다.

[파티] 바주카퐁: 너 본캐도 문페어리인데 굳이 비슷한 힐러를 키워야겠어? 위저드 키워봐….

[파티] 국방부: 힐러ㅇㅅㅠ….

[파티] 바주카퐁: 아니 왜?

[파티] 국방부: 다른 놈한테 힐 받지 마요 제가 드릴게요ㅜㅜ

[파티] 바주카퐁: 웃기지 마 위저드 키우라고

[파티] 국방부: 힐 러

[파티] 바주카퐁: ㅅㅂ

처음에 마법사 캐릭터를 생성해왔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어차피 임시로 키우다 지울 캐릭터일 텐데도 무조건 힐러 트리를 타겠다 하더니…. 굳이 험한 길을 택하는 이유가 고작 그런 거라면 경수는 무조건 뜯어말릴 생각이었다.

[파티] 바주카퐁: 잘 생각해봐

[파티] 국방부: 네

[파티] 바주카퐁: 너 패망 들어가면 나 더 이상은 못 도와줘ㅋㅋㅋ

[파티] 국방부: 왜요?

[파티] 바주카퐁: 걔네랑 우리 사이가 얼마나 안 좋은데…. 같이 있는 것만 보면 발작할 걸? 힐러 트리 타면서 솔플 가능?

[파티] 국방부: 솔플은 괜찮은데… 잠시만요!

[파티] 바주카퐁: ?

[파티] 바주카퐁: ?? 너 어디 가?

눈앞에서 노을이 사라졌다가 몇 초 뒤 다시 나타났다.

[파티] 국방부: 패션숍 갔다 왔어요!

‘국방부 님께서 교제를 신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모니터에 교제 신청 창이 떴다. 벌써 열 번 넘게 보는 커멘드라 이제는 아주 익숙했다.

[파티] 바주카퐁: 아 왜….

[파티] 국방부: 형 빨리요ㅜ 대기시간 10초밖에 안 돼요ㅠㅠ

[파티] 국방부: 커플이면 같이 다녀도 뭐라고 못 할거예요ㅠㅠㅠ

아, 패망 길드에 들기 전부터 나와 커플이었다고 대꾸하려는 거구나? 커플이라 어쩔 수 없이 같이 다닌다는 핑계를 대면 되니까. 처음으로 놈의 교제 신청에 수락 버튼을 누르자 연분홍빛 하트 이펙트가 모니터를 가득 채웠다.

‘커플이 성립되었습니다! 커플 창에서 스킬을 확인해주세요♡’

‘채팅창에 [커플]탭이 생성되었습니다. 연인 간의 비밀대화가 가능해졌습니다!’

[파티] 국방부: ㅠㅠㅠㅠ

커플인 두 캐릭터가 가까이 붙어있으니 머리 위에 하트가 퐁퐁 솟아 나오기 시작했다. 버프용 커플만 해본 경수는 커플 채팅을 제대로 써 본 적이 없었다.

[커플] 바주카퐁: 노을아

[커플] 국방부: 네?

커플 챗이라고 해서 별로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았다. 그냥 일반 채팅과 똑같았다.

[커플] 바주카퐁: 아무것도 아니야

[커플] 국방부: ㅎㅎ저도 좋아해요

[커플] 바주카퐁: 아 응…;

(커플 스킬) 비너스의 축복 Lv. 1

사랑의 신이 축복을 내려, 커플과 함께 있을 때 경험치 획득량이 150% 증가합니다.

‘(한 줄 기록) 국방부: 노을♡경수’

“이 새끼가….”

커플 탭을 열어본 경수는 한 줄 기록에 노을이 ‘노을♡경수’ 따위의 이상한 문구를 열 개 정도 도배해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커플 탭은 둘 이외에 보는 사람도 없는 데 노력이 아주 가상했다.

[길드] ㅈi9별: 냥님ㅎㅇㅎㅇ 옆에 누구예요? 첨 보는뎀

[길드] neutaaaa: 커플인 거 보면 길마님 부캐인가?ㅋㅋ

[길드] 포세이돈대장: ??

[길드] neutaaaa: 아 아니군

[길드] 박휘벌래: 은하수… 가실…분?ㄱㄱㄱㄱ

[길드] 할로윈가지: 나나나

[길드] al0ha: ㄱㄷ알바만 끝내구요

[길드] ㅈi9별: 잠순가?ㅇㅅㅇ

[길드] neutaaaa: 기다려보쟈

지구별과 neutaaaa가 아예 경수의 앞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버렸다. 아예 처음부터 채널을 옮겨서 게임을 했어야 했나…. 이렇게나 빨리 길드원들을 마주칠 거라고는 예상치 못해, 옆에 있는 게 누구인지 섣불리 대답할 수가 없었다.

[커플] 바주카퐁: 길원들이 너 누구냐고 물어보면 뭐라 해?

[커플] 국방부: 아 지구별 님이 물어봐요? 그럼 그냥 저라고 말해도 돼요

[커플] 바주카퐁: 그래

[길드] 바주카퐁: 아 얘 썬셋이에요

동시에 노을이 인사하기 이모티콘을 사용했다. 안녕! 하는 소리가 경쾌했다. 새로 만든 캐릭터일 텐데 이모티콘은 또 언제 습득한 건지 모를 일이었다.

[길드] ㅈi9별: 저 지금 농담 안 하고 심장 내려앉음… 대특종; 냥님 썬셋 부캐랑 사귐;;

[길드] al0ha: ??

[길드] 포세이돈대장: ?

[길드] 박휘벌래: 먼 솔

[길드] 할로윈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노을은 연달아 인사하기 이모티콘을 써댔다. 결국 그는 커플 채팅으로 시끄럽다고 하고 나서야 이모티콘 남발을 그만두었다.

[길드] neutaaaa: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썬발놈이 인사 오백 번함ㅋㅋㅋㅋㅋㅋ

[길드] neutaaaa: 오늘 기분 째지나 본데요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ㅈi9별: 이해합니다 냥님을 가졌으니 ㅋ

[길드] ㅈi9별: 근데 어젠 뭐임?? 사랑 싸움인가ㅅㅂ??

참, 어제 복수한 거로 되어있었지. 실제로 길드존에서 한참을 싸우기도 했고…. 경수는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길드] 바주카퐁: 아 저희 화해하기로 했어요^^

[길드] 박휘벌래: 화해요.

[길드] 바주카퐁: 네 방금요^^

[길드] 박휘벌래: 아하 요즘은 싸우고 화해하면 사귀나 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ㅈi9별: 핑계가 신박했으니 A드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바주카퐁: 아니 이유가 다 있어요 진짜 사귀는 건 아님ㅠㅠ

[길드] ㅈi9별: 비즈니스라는 구라 안 받아요~

[길드] 바주카퐁: ㅅㅂ구라 아니라고욬ㅋㅋㅋㅋ

[길드] neutaaaa: 웃기시네 지금 정보창 다 봤어요 교제 일수 0일인데? 오늘 사겼넼ㅋㅋㅋㅋ 화해하자마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박휘벌래: 나도 컾하고 싶은데 화해할 사람이 없네ㅜㅜ

[길드] ㅈi9별: 와 오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무시무시하다ㅠㅠ

[길드] 바주카퐁: 아 또 몰아가ㅠ

[길드] 포세이돈대장: 냥님… 대체 뭐가 문제예요… 협박당하셨어요?

[길드] 할로윈가지: 협박까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바주카퐁: 뭐 좀 도와주기로 해서 그래요ㅠ 몰아가기 금지!!

[길드] ㅈi9별: 금지~ㅇㅅㅇ!!ㅋㅋㅋㅋ 근데 뭘 도와요? 썬셋의… 사랑을?ㅋ

[길드] 할로윈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박휘벌래: 이건 말려야 하나 응원을 해야 하나…;

[길드] 할로윈가지: 재밌을 것 같으니 저는 적극 응원합니다^.^

[길드] 박휘벌래: 그럼 저도 응원

[길드] al0ha: 냥님 ㅇㄷ? 구경 가도 됨?

[길드] neutaaaa: 썬셋 셋ㅋㅋㅋㅋ에 청사과까지 하면 벌써 넷이네요?

[길드] ㅈi9별: 의자냥과 삼천 썬셋;

[길드] 바주카퐁: ㅅㅂ

[길드] 포세이돈대장: 그놈이랑 사귀지 마세요ㅠㅠ

[길드] 바주카퐁: 이미 늦었어요….

이대로 잠수를 타자니 또 두고두고 놀림당할 것 같았다. 상황 설명을 제대로 해야겠다 싶었을 때 노을이 경수를 불렀다.

[커플] 국방부: 형 모해요?ㅇㅅㅇ

[길드] 포세이돈대장: 천노을 개/새1끼;

[길드] 할로윈가지: ㅋ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뭘 하냐면….

[커플] 바주카퐁: 너 얘기 중

[커플] 국방부: 아ㅎㅎㅎㅎ!

[커플] 바주카퐁: 좋은 얘기는 아닌데….

[커플] 국방부: 아ㅠㅠㅠㅠ….

보이는 건 채팅뿐인데도 왠지 시무룩한 노을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 것 같아 입꼬리가 샐쭉 올라갔다.

[길드] ㅈi9별: 그런데 썬셋 왜 길드 가입은 안 돼 있음? 선율에서 팽 당했나

[길드] 할로윈가지: 길마를 내치는 길드라니….

[길드] neutaaaa: ㅋㅋ선율이 썬셋만으로도 벅찬데 부캐까지 감당해야겠나요…? 스트레스로 뒤질듯;

[길드] 포세이돈대장: 맞아요ㅜ

[길드] ㅈi9별: ㅋㅋㅋㅋㅋ아하

[길드] 할로윈가지: 그럼 저희 길드로 초대하고 싶습니다ㅎ

[길드] 포세이돈대장: 안 됩니다.

[길드] 할로윈가지: 넵ㅜ

길드에서 받아주지 않는 게 아닌데. 천노을이 선율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가 있는데. …말해도 되나? 되겠지? 잠시 망설이던 경수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길드] 바주카퐁: ㄴㄴ쟤 패망 들어갈 거래요

[길드] ㅈi9별: ?

[길드] 할로윈가지: …?

[길드] neutaaaa: 뭐 하러요?

[길드] 바주카퐁: 복수한대요

[길드] 포세이돈대장: 누구한테요?

[길드] ㅈi9별: ㄱㄷㅋㅋㅋㅋㅋㅋㅋㅋ 예상 가는 사람이 있는대ㅎ 썬셋 피셜 들어보죠

지구별은 파티에 두 사람을 초대했다. 경수 다음으로 파티에 참여한 노을은 해맑게 인사부터 건넸다.

[파티] 국방부: 하이ㅇㅅㅇ/

[파티] al0ha: ㅅㅂ 닉 좃같내;

[파티] 국방부: ㅠㅠ

[파티] 할로윈가지: 근데 님 패망은 왜요?

[파티] 바주카퐁: 청사과청한테 복수하러 간대요

[파티] 포세이돈대장: ?

[파티] neutaaaa: 복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al0ha: 아… 그것 땜에 부캐 파온 거?

[파티] ㅈi9별: ㅋㅋㅋㅋㅋㅋ참사랑이다 진짜

[파티] ㅈi9별: 썬셋님 앞으로는 냥 단속 제대로 해주세요ㅋ

[파티] 국방부: 네ㅠㅠ

[파티] 바주카퐁: ㅗ

[파티] 할로윈가지: 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ㅈi9별: 근데 냥님은 그걸 왜 돕고 있어요? 사실 그 자리는 원래 썬셋 거였다 이건가?ㅋㅋ

[파티] 국방부: 네 제건데ㅇㅅㅇ 냥님 그쵸?

“…….”

그 말이 맞았다. 원래 그 자리는 천노을 것이고, 중간에 가로챈 것은 청사과청이다. 하지만 백 년 치 놀림거리였기에 사실대로 말하지는 못했다. 애초에 길드원들은 경수와 노을이 실제로 만났다는 것조차 몰랐다.

[파티] ㅈi9별: 피고는 해명하세요!

[파티] 바주카퐁: 먼 해명이야ㅠ 헛소리 좀만 작게….

[파티] ㅈi9별: ㅠㅠ상처,,,

[파티] 바주카퐁: 아니… 언젠 저더러 자원봉사자라면서요ㅠ 도와주면 안 됨? 힐러로 키운대서 어차피 렙업만 도와줄 거거든요; 썬셋이 간다고 저까지 패망으로 가지는 않아요ㅡㅡ

[파티] 할로윈가지: 누가 안 된대요ㅋㅋㅋㅋㅋ 도와줘도 돼요ㅋㅋㅋㅋ 완전 됨!!!!!

[파티] ㅈi9별: 님 재밌어 보이니까 된다고 하는 거 개 티 나용ㅎㅎ

[파티] 할로윈가지: 아 티 났음?ㅋㅋ

[파티] 박휘벌래: 복수를 어떻게 하게요? 도움… 필요…?ㅎ

[파티] 할로윈가지: 뭐 어떻게ㅋㅋㅋ 렙업이라도 도와드려요?

[파티] ㅈi9별: 하여간 패망 조지는 일이라면 신나서ㅉㅉ 그래서 저도 도와드려요?ㅋ 도움의 손길 상시 대기 중

[파티] 국방부: 1차 전직은 금방 해서 괜찮아요~ 가입만 하면 다 해결돼요^^!

길드에 들어가서 뭘 하겠다고. 그냥 청사과청이 하는 말마다 토를 다는 것 가지고는 복수가 되지 않을 텐데 말이다. 물어봐도 ‘곧 있으면 알게 돼요.’라는 답만 돌아오니 더 궁금해졌다.

[파티] 포세이돈대장: 패망은 무슨 죄야… 불쌍해ㅠㅠ

[파티] 할로윈가지: ?

[파티] 할로윈가지: 길마님?

[파티] 할로윈가지: 지금 패망에 감정이입 하는 건가요…?

[파티] ㅈi9별: 개어이업따 탄핵감이내;;

[파티] 포세이돈대장: 저도 모르게…ㅜ 죄송합니다

[파티] 포세이돈대장: 지난 기억이 겹쳐져서요…ㅠㅠ

[파티] 국방부: ㅇㅅㅇ?

[파티] 포세이돈대장: ㅅ1발

[파티] neutaaaa: ㅋㅋㅋㅋㅋㅋ그냥 서로 사과하고 용서하고 끝내요ㅎㅎ 냥깔이랑 척져서 좋을 것 없자나요

[파티] 국방부: ㅈㅅ합니다ㅇㅅㅇ 그땐 저도 모르게 그만….

[파티] 포세이돈대장: 아 네… 좀 그랬죠

[파티] 국방부: 네ㅠ 제송제송

[파티] 박휘벌래: 아 그런데… 화해하면 사귀어야 하거든요;

[파티] 바주카퐁: 뭐래 시1발

이럴 줄 알았으면 화해했단 말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경수는 조금 전 제 발언을 조금 후회했다.

[파티] 박휘벌래: 왜 욕을 해요; 대한민국 법이 원래 그럼ㅡㅡ;;

[파티] 국방부: 그렇다면 사과 취소

[파티] 포세이돈대장: ?

[파티] 국방부: 휴 큰일 날 뻔 했네ㅇㅅ;ㅇ 냥님 안심하세요!!

[파티] 바주카퐁: 얜 또 뭐래 ㅁ1친놈이….

[파티]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바주카퐁: 좃망겜 망했으면ㅅㅂ 커플 왜 일주일 뒤에 깰 수 있음?;

[파티] 국방부: 그니까요ㅡㅡ

[파티] 바주카퐁: 니 얘기야

[파티] 국방부: ㅠㅠ….

[파티] 할로윈가지: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박휘벌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포세이돈대장: 그냥 마음 넓은 제가 백 번 참고 이해할게요.

[파티] ㅈi9별: 화해 ㅊㅊ 이제 사귀시나요?

[파티] 포세이돈대장: 그건 좀;; 냥님께 양보할게요ㅋㅋㅋㅋㅋ

믿었던 길마마저 웃어버리니 배신감이 더했다. 채팅창에는 짜증이 난 듯 불평을 쏟아냈지만 상황이 은근히 우스워서인지 경수의 입가엔 미소가 슬쩍 묻어나고 있었다.

3권에 이어서.


           


The Dark Mage’s Return to Enlistment

The Dark Mage’s Return to Enlistment

gwihwanhaessneunde ibdae jeonnal-ida I returned, but it was the day before enlistment.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
Score 3.3
Status: Ongoing Native Language: Korean

Kim Minjun, who was a normal high school senior in South Korea, was suddenly summoned to another world and became a dark magician.

Minjun, who persevered through all sorts of hardships with the single-minded goal of returning home, saved this other world with his dark magic.

Casting aside a life as a hero and guaranteed riches, he returned to Earth.

Just when he was about to fully enjoy his life, a problem arose. A dungeon break occurred, and monsters began pouring out. Not only did this threaten the peaceful Earth life that Minjun had just returned to… But on his very first day back, he was also ordered to enlist in the military!?!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