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6

#외전 3 레코드 타워

약 두 달간 진행했던 시즌 이벤트가 끝나고 다음 이벤트 예고가 뜨기까지 약 일주일 정도가 비었다. 사실 이전의 이벤트에서 일주일도 안 돼 금세 아이템 교환을 끝내버렸기 때문에, 요즘 경수는 그 무엇에도 영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파티] 냥이냥나냥: 할 게 없다….

[파티] 썬셋: ㅇㅅㅇ…!

[파티] ㅈi9별: 머가 이렇게 쎄하죠 뭔 일 낼 것 같은 표정;

[파티] neutaaaa: ㅋㅋㅋㅋㅋㅋ냥님이 심심하다고 해서 님이 일 치시면 안 돼요ㄷㄷ

[파티] 박휘벌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설마~~

‘그래, 설마.’

[파티] 냥이냥나냥: 하지 마

[파티] 썬셋: 헉 네

[파티] 설영: ㄷㄷ 길마님 먼가 할 생각 있었던 거?

[파티] 썬셋: ㅎㅎ

[파티] 렉슈: ㄷㄷㄷ

[파티] 스페이드퀸: 참 한결같다~^-^!

혹시나 했는데 무슨 일을 저지를 생각은 있었나 보다. 경수는 빨리 말해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평소처럼 8인 파티를 구성해 은하수를 돌던 경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심심하다고 염불을 외기 시작했다. 돈을 쓸 곳도 없고, 뉴비들 던전이나 돌아줄까 해서 초보자 마을로 가면 반드시 노을이 따라왔기 때문에, 누군가를 도울 수도 없었다.

[파티] 렉슈: 앗… 그럼 레코드 타워 도전하는 건요? 전광판에 이름 올려요!

레코드 타워는 1층부터 1000층까지 있는 파티형 몬스터 타워인데, 단기간 내에 격파해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일정 층까지 도달한 사람의 이름이 전광판에 기록된다. 100층 단위로 전광판이 놓여있다. 모두 별 의미 없는 기록이기는 했으나 너무 심심한 경수에게는 아주 달가운 제안처럼 들렸다.

[파티] 썬셋: ㅋㅋ그걸 누가

[파티] 냥이냥나냥: 좋아요 저 종강해서 24시간도 가능!!!!!!

[파티] 썬셋: 엄청 좋은 생각이다ㅎㅎ 굿몬스터ㅇㅅㅇb!

[파티] 스페이드퀸: 굿몬스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렉슈: 태세 전환 머임;

[파티] 설영: 굿몬스터bb

[파티] ㅈi9별: 굿몬스터~

[파티] 박휘벌래: 굿몬스터

[파티] neutaaaa: ㅋㅋㅋㅋㅋㅋㅋㅋ굿몹!

[파티] 냥이냥나냥: ㅋㅋㅋㅋ굿굿bb

[파티] 렉슈: ㅠㅠㅠㅠㅠ

포세이돈은 얼마 전, 새로운 길드원을 모집했는데, 렉슈는 그들 중 하나였다. 노을은 경수가 새로 들어온 길드원들과 함께 다니기만 해도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그는 새로운 길드원들에게 면접을 보듯 질문 폭격을 내렸다. 한동안 질문 놀이에 재미를 붙였던 그에게 요즘 새로 생긴 취미가 하나 있었다.

[길드] 렉슈: 냥님ㅠㅠ 썬발놈이 또ㅠㅠ 흐어유ㅠㅠㅠㅠㅠ 저 이시스ㅠㅠ

그건 새 길드원 중 하나를 잡아 놀리는 것이었다.

[길드] 냥이냥나냥: 또요?ㅋㅋㅋㅋㅋ

[길드] 렉슈: ㅠㅠ

새로운 길드원 렉슈의 말에 이시스로 이동한 경수는, 워프 포인트 바로 앞에 서 있는 렉슈와 그의 머리 위에서 날아다니는 썬셋을 볼 수 있었다. 노을은 유저에 대한 공격이 들어가지 않는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타임밤 스킬을 사용해대며 렉슈를 따라다녔다.

[전체] 썬셋: 몹인줄ㅋㅋ

[전체] 렉슈: 아니에요ㅠㅠㅠ

솔직히 놀리는 재미가 있다는 것은 인정했다. 초록색 피부에, 거인족 특성을 부여해 남들보다 조금 더 크고 우람한 몸집을 가진 렉슈는 보기와는 다르게 굉장히 순했다. 볼에 빨간 홍조가 있는 것은 색다른 매력 포인트였다. 캐릭터 커스텀을 이렇게 한 이유는 기선제압을 위함이라고 한다. 확실히 새벽에 문득 보면 깜짝 놀랄 용모이기는 했다.

경수가 눈에 들어오자마자 노을은 땅으로 살포시 내려와 언제 렉슈를 괴롭혔냐는 듯 애교 부리기 이모티콘을 사용했다.

[전체] 냥이냥나냥: 사람 부르는 방법 진짜 신박해졌네;

[전체] 썬셋: 이래야 형이 오잖아요ㅠㅠ

[전체] 냥이냥나냥: 야 너 렉슈님 그만 괴롭혀

[전체] 렉슈: 맞아요!

[전체] 썬셋: 지금 누구 편드시는 거예요ㅇㅅ”ㅇ

[전체] 렉슈: 내 편ㅋㅋ

[전체] 냥이냥나냥: 몬스터도 생명이야!

그렇게 말하며 렉슈 앞을 가로막고 섰다. 렉슈에게는 미안하지만 경수도 그를 놀리는 것에 재미가 들린 사람 중 하나였다. 놀리는 대상이 그에게 옮겨간 게 달갑기도 했다.

[전체] 렉슈: ……?

[전체] ㅈi9별: ㅋㅋㅋㅋㅋ개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neutaaaa: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썬셋: 네 생명ㅋㅋ 명심할게요

[전체] 렉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

구해줄 줄 알고 불렀던 경수마저 노을과 합심해 렉슈를 놀리자, 렉슈는 더 길게 울었다. 매번 당하면서도 늘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길드] ㅈi9별: [속보] 오늘 자 냥 선생님 말씀 “몬스터도… 생명이야…!” ㅠㅠ 누리꾼들 “감동적이야” 환호해 화제….

[길드] al0ha: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할로윈가지: 냥아치가 또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포세이돈대장: 아이고… 렉슈님ㅠㅠ

[길드] 박휘벌래: 아무도 렉슈 님이라고 말 안 했는데요?

[길드] 렉슈: ㅡㅡ

[길드] ㅈi9별: 길마님 또 상처 주네ㄷㄷ

[길드] neutaaaa: 와;;; 이건 길마 님이 잘못했다;;

[길드] 포세이돈대장: 아… 헐ㄷㄷ…… 죄송합니다.

[길드] 렉슈: ㅅ1발ㅠ

[길드] 박휘벌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할로윈가지: 아니 저분 슬슬 욕 배워가는데ㅋㅋㅋㅋㅋㅋ 누구 때문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ㅈi9별: 모두의 힘을 합쳐 이룩한 결과예여

새 길드원들 중에서도 렉슈는 접속 시간대가 자주 겹쳤고, 이미 만렙을 찍은 유저였기 때문에 함께 다니는 일이 잦았다.

오늘은 그가 제안한 대로 레코드 타워를 격파할 생각이었다. 이왕 하는 거, 1위를 기록하면 더 좋다. 은하수 파티 그대로 레코드 타워로 이동해온 경수는 신나서 포탈을 타고 가장 먼저 타워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경수는 타워 격파가 처음이었다. 전광판에 이름을 올리는 것 이외에는 굳이 타워를 오를만한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건물 바깥의 전광판에 이름이 새겨지는 걸 본 뒤로는 마음이 바뀌었다.

세로로 늘어선 전광판 열 개에 모두 같은 이름이 들어있으면 멋질 것 같았다. 맵을 통째로 먹은 느낌이 나기도 하고 말이다.

전광판은 100층 단위로 한 개씩 놓인다. 타워는 1000층까지 있으니, 전광판은 총 10개였다. 낮은 레벨 대부터 차차 이름을 교체해가다 보니 단기간에 타워를 격파하는 법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여섯 시간 만에 전광판 아홉 개를 모두 그들의 이름으로 바꿔 둔 뒤, 1시간의 쉬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경수는 타워 밖으로 나가, 통일성 있는 전광판을 확인하며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길드] 할로윈가지: 오늘따라 왜 이리 조용해요? 다들 뭐 하심?

[길드] 렉슈: 저희 레코드 타워요!

[길드] 할로윈가지: ? 도와드릴까요?

[길드] 렉슈: 아앗 말씀은 감사한데… 파티 정원이 이미 다 차서ㅠㅠ

[길드] ㅈi9별: 부길마 님은 필요 없대요ㅋ 방해ㄴㄴ

[길드] 할로윈가지: ?

‘ㅈi9별 님께서 일반길드원으로 강등되었습니다.’

또 시작이었다. 근래 들어 할로윈가지가 등급 장난질을 좀 덜 친다 했더니, 역시 제 버릇 개 못 주는 법이었다.

[길드] ㅈi9별: 헉 죄송합니다!!! 부길마님 짱! 님 있었으면 진작 다 깼을 텐데ㅠㅠ 왜 9인 파티 안 되냐ㅠㅠㅠ 으으… 좃망겜!ㅡㅡ ♡할로윈가지 사랑해♡

[길드] 할로윈가지: 진작 그럴 것이지ㅎㅎ

‘ㅈi9별 님께서 정예길드원으로 승급되었습니다.’

지구별은 눈물 나는 어필 이후에 겨우 등급을 되찾을 수 있었다.

[길드] 냥이냥나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ㅈi9별: ㅡㅡ

[길드] 할로윈가지: 지구별님… 감사 인사 어디 갔어요?

[길드] ㅈi9별: ㄱㅅ;

[길드] 할로윈가지: ㅎㅎ 전 너무 마음이 여려서 탈이에요. 그쵸 지구별님?

[길드] ㅈi9별: 아 네;

[파티] 렉슈: ㅋㅋㅋ혹시 여기 부길마님 좀 양아치…?

[파티] neutaaaa: ㅇㅇ

할로윈가지가 파티 채팅을 못 보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이것도 봤으면 이번엔 렉슈의 등급이 한 단계 낮아졌을 게 분명했다.

[파티] 설영: 먼데요? 뭐가 양아치임?

[파티] 스페이드퀸: 왜요? 포세이돈 부길마분 또 썬셋질 함?

[파티] 설영: 썬셋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ㅈi9별: 네…ㅠ 언젠간 내가 복수한다

다른 길드라 길드 채팅을 못 보는 선율의 물음에 대답해준 지구별은 복수를 결심했다. 있으나 없으나 한 결심이었다.

[파티] 스페이드퀸: 오 복수ㄷㄷ

[파티] neutaaaa: 3년째 못하는 중이니 무시하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설영: 아…ㅋ 그것도 우리랑 같네….

지구별이 무기를 마구 휘두르며 로비를 떠돌아다녔다. 언제 봐도 적응이 되지 않는 이동속도였다. 하지만 지구별은 아직도 만족하지 못했다. 대체 어디까지 빨라져야 만족하고 속도작을 그만둘지 의문이 들었다.

[길드] 할로윈가지: ㅎㅎ전 좀 완벽한 사람인 것 같아요. 그쵸 지구별님?

[길드] ㅈi9별: ㅇ

[파티] 렉슈: 지구별님 불쌍하다ㅠㅠ

[파티] 냥이냥나냥: ㄹㅇㅋㅋㅋㅋㅋㅋㅋ

[길드] 포세이돈대장: 뭐예요? 저 화장실 갔다 온 사이에 왜 헛소리해요?

[길드] 할로윈가지: 그냥… 제가 부족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서요

[길드] 포세이돈대장: ??

[길드] 할로윈가지: 정말 난 없는 게 뭐야?ㅋㅋ

그 말에 그에게 없는 것(인성, 실력, 친구, 돈, 운 등등….)을 떠올리던 경수는 그들 중 한 가지를 꼽아 말했다.

[길드] 냥이냥나냥: 머리카락?

할로윈가지는 아직도 대머리였기 때문이다.

[길드] 할로윈가지: …….

[길드] 포세이돈대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할로윈가지: 너무 웃네…ㅠ

[길드] 냥이냥나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neutaaaa: 머리카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ㅈi9별: ㅇ… ㅇ….

[길드] neutaaaa: 아니 님 그게 뭐죠?

[길드] ㅈi9별: 시무룩한 대머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포세이돈대장: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 ㅇ….

[길드] 렉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어도 되나…?)

[길드] 할로윈가지: 아니 나 빡빡이인 거 좋은데…ㅠ

[길드] 박휘벌래: ㅇ….

[길드] 허니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히 가장 먼저 길드 마스터인 포세이돈대장이 웃어준 덕에 등급 조정 형벌이 내려지지는 않았다. 약속한 한 시간이 다 지났다. 일곱 명은 모두 와 있는데 한 명만 여전히 땅에 앉아있었다.

[파티] neutaaaa: 썬셋 님이 늦네요

[파티] 설영: 뭐야;; 지각한 사람 다 주거!

[파티] 스페이드퀸: 동의ㅡㅡ

[파티] 렉슈: ㅋㅋㅋㅋㅋㅋㅋㅋ다 라고 해도 썬셋님 밖에 없잖아요

[파티] 설영: ? 알아요. 지각한 놈 다 죽어ㅇ_ㅇ!

[파티] 렉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일부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neutaaaa: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영과 스페이드퀸은 그의 위에다 무기를 휘두르며 썬셋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감정이 조금 실린 것 같기도 했다.

[파티] 썬셋: 저 왔어요ㅇㅅㅇ 니네 나한테 머 해?ㅋㅋ

그가 일어나자마자 선율의 두 명이 벼룩처럼 멀리 뛰어올라 도망쳤다.

[파티] 냥이냥나냥: 왜 이리 늦었음?

[파티] 썬셋: (귓속말)저… 샤워하고 오느라ㅇ//ㅅ/ㅇ!!

“…….”

[파티] 렉슈: 뭐임?ㅋㅋㅋㅋ

[파티] 설영: 샤워?; 얼굴은 왜 붉혀요 우웨게에ㅔ에ㅔ겍

[파티] neutaaaa: 오바야 19세 드립은 아니죠ㅠ 일루전 12세 겜이라고요! 우리는 12세가 아니지만….

[파티] 스페이드퀸: ㅡㅡ귓속말로 해

[파티] 썬셋: ㅇㅅㅇ??

[파티] ㅈi9별: 모르는 척하는 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썬셋: ㅋㅋ 다들 예민하네… 샤워 안 하나…ㄷㄷ

그냥 샤워도 아니고, 앞에다 귓속말을 붙이니 좀 이상하게 들렸다. 곧 커플 채팅창으로 메시지가 하나 더 왔다.

[커플] 썬셋: 저 이따가 형네 집 놀러 가두 돼요?ㅇㅅㅇ

“…….”

경수는 잠시 고민하다 방을 둘러보았다. 종강한 뒤 침대에 뻗느라 한 번도 치우지를 않아서 조금 어수선하긴 했으나, 게임 끝나고 급하게 치우면 될 것 같았다. 씻을 시간도 충분했다.

[커플] 냥이냥나냥: ㅇㅇ

[커플] 썬셋: 혹시 자고 가도 돼요?

[커플] 냥이냥나냥: ㅇㅇ

[커플] 썬셋: 침대에서 같이 잘 건데??

[커플] 냥이냥나냥: ㅇ

[커플] 썬셋: 그냥 잠만 자는 것도 아닐 텐데?ㅋㅋㅋㅋ

“…….”

[커플] 냥이냥나냥: ㅇㅇ; 너 시끄러 그만 물어보고 겜이나 해

[커플] 썬셋: ㅎㅎㅎㅎㅎ네♡!

‘축하드립니다! 레코드 타워 1000층을 제패하셨습니다!’

세 번째 도전 끝에 타워 꼭대기 전광판의 이전 기록을 넘어설 수 있었다. 경수는 눈앞에 나타난 보상 상자를 부쉈다. 그러자 1층 로비로 내려가는 포탈 이외에 다른 포탈이 하나 더 생겼다.

[파티] 렉슈: 1000층이 끝 아니었어요? 뭐지…?

[파티] 냥이냥나냥: 이벤튼가?

그는 누구보다도 먼저 새로 생긴 포탈로 들어갔다. 그러자 ‘1001층’이라고 쓰인 팻말이 맵 상단에 붙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를 따라 들어온 파티원들도 굉장히 당황한 듯했다.

[길드] ㅈi9별: 대박 저희 타워 1001층 들어왔음ㄷㄷ 언제 업뎃했지?

[길드] 할로윈가지: 허언증 즐

[길드] 렉슈: 진짜예요!!

[길드] 할로윈가지: 렉슈님 포섭까지? 지구별 많이 독해졌다ㄷㄷ

[길드] 냥이냥나냥: 진짜예요

[길드] 할로윈가지: ……? 업뎃됐나? ㄱㄷ 찾아보러 가요

[길드] ㅈi9별: 머야 왜 내 말은 안 믿지?ㅡㅡ

1001층이기는 한데 몬스터가 나오지도, NPC가 서 있지도 않았다. 경수는 어리둥절하게 맵을 돌아보다 워프 캡슐을 사용했다.

‘이벤트 구역입니다. 워프 캡슐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파티] 냥이냥나냥: 헐? 워프가 안 됨

[파티] 스페이드퀸: 엥 진짜다….

‘박휘벌래 님께서 접속을 종료하셨습니다.’

‘박휘벌래 님께서 게임에 접속하셨습니다.’

[길드] 박휘벌래: ? 왜 여기로 소환됨? 저 파티 초대 좀….

‘박휘벌래 님께서 파티에 참여하셨습니다.’

레코드 타워는 일종의 인스턴트 던전 같은 곳이라, 한 번 접속을 종료하면 로비에서 접속하게 되어있었다. 나갔다 들어왔는데도 1001층이라는 것은, 오류 맵에 갇혔다는 소리였다.

[파티] 설영: 이벤트 맵이라도 옆 동네 겜 오류처럼 캐쉬 무한 되는 건 없나 보네… 아쉽다ㅠㅠ

무슨 방법을 써봐도 맵에서 나갈 수가 없었다. 심심해서 공격 스킬을 써보던 경수는 이 맵에서는 유저 간의 PVP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설영은 렉슈 옆에 붙어 HP가 채워질 때마다 평공격으로 한 대씩 퍽퍽 때렸다. 그리고 몬스터를 잡는 느낌이라며 즐거워했다. 렉슈는 늘 그랬듯 울었다.

길드 채팅에 살려달라고 외쳐 봐도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었다. 결국 지구별이 자유게시판에 글을 쓰고 오기로 했다.

제목: ★긴급★살려주세요 오류 맵에 갇힘…….

작성자: ㅈi9별/나이트 스피어

내용: 사람 살려~~~~~

(사진)

진짜로 갇힘!

지엠 님들 1001층 이거 만들다 만 맵이에요? 아니 그러면 공사 중이라고 팻말을 붙여놔야지!! 실수로 들어가서 갇혔잔아!

부탁이야 아무나 나만 살려죠ㅠㅅㅠ

(8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몹인 줄 알았네

└렉슈: ㅠㅠ

└미안ㅋㅋ 근데 진짜 몹같아 너ㅋㅋ

-감옥 구현 잘했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엠이 썬발 새끼 가둬버렸음ㄷㄷ 나이스?

└역발상?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ㅈi9별: 나는 뭔 죄야ㅠㅠ 독방을 줘 차라리

-박휘벌래: ? 나만 살려죠…?

└ㅈi9별: 아 봐버렸네…. 레드썬~

[파티] 냥이냥나냥: 지구별 나와ㅋㅋ

[파티] neutaaaa: 혼자 살려고 글을 다 썼어… 정말 쓰레기네….

[파티]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왜요~ 일단 저라도 살아야 나중에 구하러 오지!

[파티] 설영: 썬셋 같은 소리 하네ㅋ

[파티] 스페이드퀸: 썬셋 같은 소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썬셋: ㅇㅅㅇ?

물론 게임 내에서 썬셋이 욕으로 통하는 건 알고, 경수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였으나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파티] 냥이냥나냥: 얘가 안 그래 보여도 나름 착해요

[파티] 설영: ……?

[파티] 썬셋: ?

[파티] 스페이드퀸: 너는 왜 물음표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냥이냥나냥: 착하다는 게 아니라… 생각보단 덜 나쁜 쓰레기?

[파티] ㅈi9별: 결국 쓰레기잖아요ㅋㅋ

[파티] 렉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상했던 결말이지만, 역시나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다.

[커플] 냥이냥나냥: 안 속네…. 잘 좀 살아봐 천노을.

[커플] 썬셋: ㅠ감동이에요…….

아무리 기다려도 무언가 조치를 취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벌써 갇힌 지 30분이 넘었다.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두고 내일 들어오면 정상화되어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이런 오류 맵에 갇혀본 것은 경수도 이번이 처음이라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서버] ㅈi9별: 살려조~~ 레코드 타워에 갇혔어요~~ㅇ0ㅇ~~~

[서버] ㅈi9별: 사람 살려………(장난 아님 진짜 갇힘)

[서버] 박휘벌래: 누구 GM이랑 친구신 분…? 갠톡으로 자게 좀 봐 달라 해주세요 ㅃㄹ

[길드] 할로윈가지: 지엠이랑 친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있겠어요?ㅋㅋㅋㅋㅋㅋ

[길드] 포세이돈대장: 주말 이 시간에 GM이 있을까요? 살다 살다 이런 오류를 다 보네….

[길드] 포세이돈대장: 야근하는 사람이면 들어오려나?

[길드] 완두완댜: 야근이란 말 금지라고 했죠 제가

[길드]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박 부장이 또…?

[파티] 썬셋: 나가야 하는데ㅡㅡ

경수는 자유게시판에서 새로 고침을 계속했다. 10분만 더 기다려보고 안 온다면 그냥 내버려 두고 바로 씻으러 갈 작정이었다.

-GM푸딩: 죄송합니다. 문제 원인 파악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푸딩이다

└냠냠

└오 일 하네ㄷㄷ

└대처 빠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히도 지구별의 글에 GM의 댓글이 달려있었다. 경수는 그가 곧 오류를 고쳐줄 것을 기대하며 시끌벅적한 채팅창을 관음 했다.

그때였다. 바닥에서 솟아나듯 무언가가 생겨난 것은 말이다. 몬스터인 줄로만 알고 다들 급하게 스킬을 쓰는 바람에 방금 전 바닥에서 올라온 것은 물론, 각자의 HP도 닳아 있었다.

[전체] 냥이냥나냥: 아 헐 ㅈㅅ

[전체] 설영: 깜짝아ㄷㄷ

나타난 이의 머리 위에 GM 타이틀 효과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 다들 무기를 집어넣었으나, 노을은 끝내 타임밤 스킬을 발동하고 말았다.

‘타임밤, 발동!’

“…….”

펑, 펑펑!

여덟 명의 공격을 동시에 받고, 마무리로 타임밤 스킬까지 받은 GM푸딩은 손도 못 써보고 풀썩 쓰러졌다.

[전체] 썬셋: 앗 푸딩님 오랜만~^^;

[전체] GM푸딩: …….

바닥에 쓰러진 캐릭터의 눈이 엑스 자로 변해 있었다. 따지자면 천노을에게만, 그것도 타임밤 스킬에만 두 번째 죽임을 당하는 것이었다. 물론 다 같이 공격한 건 맞지만 마무리한 것은 천노을이었다. GM푸딩은 아이템을 사용해 부활한 뒤 말없이 썬셋 앞에 서 있었다.

[파티] 냥이냥나냥: ㅁㅊ놈아 싹싹 빌어;;;;;;

[전체] 썬셋: ㅈㅅㅈㅅ~! 갑자기 나와서 놀라는 바람에ㅇㅅ;ㅇ 앞으론 노크하고 들어와 주세요;;

[전체] GM푸딩: 예고… 했잖아요…? 댓글 달았는데ㅠ

[전체] 썬셋: 못 봄!

“…….”

난 포기다. 경수는 이제 더 이상 훈수를 두지 않기로 했다.

[파티] 렉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분은 지엠한테도 저러는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스페이드퀸: 저러다가 6개월 정지도 당해본 놈인데요 뭐…. 한결같은 새1끼….

[파티] 설영: 저게 사과임?ㅋㅋㅋㅋㅋㅋ

[파티] 냥이냥나냥: 근데 너무 갑자기 튀어나온 게 맞긴 함ㅋㅋㅋ

[파티] 썬셋: 이미 죽었는데 어떡해요ㅇㅅㅠ? 그러게 누가 끼어들래!

[파티] ㅈi9별: ㅋㅋㅋㅋ스스로 살아났으니 됐지 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설영: 아 망했내;;; 자칫하면 길마 또 없어지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스페이드퀸: ㅅㅂ 빨리 길모글 올려 그전에 길드원이나 늘리자ㅠ

[파티] 박휘벌래: 지엠 죽이는 걸 이렇게 또 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럴 줄 알았으면 녹화했을 텐데….

[파티] ㅈi9별: 저 녹화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류 맵 떴을 때부터 켜놨어요 혹시 좋은 버그 나올까 해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GM푸딩은 맵 안을 살피더니 곧 한쪽 구석에 선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맵을 이동할 때 뜨는 로딩 창이 뜨더니 파티원 8명이 모두 레코드 타워 1층으로 이동해 있었다.

[전체] ㅈi9별: 탈출했다….

[전체] 설영: 한 번 죽였다고 앙심 품진 않겠죠? ㄷㄷ

[전체] 스페이드퀸: 오류 보상이라면 모를까 앙심은 아니지ㅋㅋㅋ 그러게 누가 오류 만들래~

제가 생각하기에도 정지 감은 아니었다. 몇 년 전 자신을 만나기 전의 노을이 했던 걸 생각하면 이번 일은 정말 별것도 아니었다. 그때는 유저들에게 피해를 끼친 거니 정지 사유가 충분했으나, 이번에는 GM이 갑자기 나타난 거라 다들 놀라 공격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노을에게만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었다.

[전체] neutaaaa: 와 근데 진짜 몹인줄ㅋㅋ

[전체] 렉슈: ㅠㅠ

[전체] neutaaaa: 아니 님 말고요ㅋㅋㅋ 푸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썬셋: ㅇㅅㅇㅋㅋ

‘썬셋 님께서 접속을 종료하셨습니다.’

“……뭐야 천노을! 뭐가 급해서 이렇게 빨리 나와!”

곧 집에 들이닥칠 노을을 위해, 경수는 의자에서 급히 일어나 방을 정돈했다. 물건을 모조리 한곳에 쑤셔 박은 그는 곧 씻기 위해 욕실 안으로 후다닥 들어가 문을 닫았다. 평화로운 주말 오후의 일이었다.

제목: 푸딩터지는동영상.avi

작성자: 박휘벌래/힐러

내용: (동영상)

내 영상이 아니라 잠깐 올렸다 내릴 거임ㅋㅋㅋㅋ

허락은 받았어(영상 주인 허락! 지엠푸딩 허락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