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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8화. 폐쇄 1분 전
     
     
     
     
     
     
     
   파츠츠츠.
     
   좀비들은 이미 바닥에 뻗어나갔던 전류에 감전된 상태였다.
   바들바들 몸을 떨다가 곧바로 이어진 강호의 전격 공격에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퍽!
   뻐어억!
     
   머리가 터져 나가고 어깨가 떨어졌다.
   살점과 뼛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동시에 울프가 달려들어 물고 뜯으며 좀비 무리를 헤집었다.
     
   콰악!
   콰드득!
     
   그야말로 한바탕 살육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심지어 일방적이고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수가 너무 많았다.
     
   좀비들은 쓰러뜨리고 쓰러뜨려도 끝없이 밀려들었다.
   결국 막강한 공격력을 쏟아부은 노력이 무색하게 둘은 순식간에 포위됐다.
     
   “울프! 퇴각!”
     
   작전상 후퇴.
   물러서서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때였다.
   하지만 울프는 강호의 명령을 거부했다.
     
   크항!
     
   오히려 강호의 곁으로 파고들어 그에게 매달려 붙들고 늘어지는 좀비의 사지를 물고 흔들었다.
   강호를 살리겠다는 듯, 길을 내주려는 의도였다.
     
   울프의 판단은 정확했다.
   강호가 위급했던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끝내 길은 나지 않았다.
     
   강호와 울프가 좀비 무리에 덮여 모습을 감췄을 때, 바닥에서 붉은 열기가 확 솟구쳤다.
     
   화르르륵!
     
   시커멓게 그을린 바닥이 물결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
   모든 쉘터는 합금으로 만들어졌기에 금속 바닥이 종이처럼 구겨지는 느낌이 무척 기괴했다.
   결국 시뻘겋게 달아오른 바닥은 이내 융해되었다.
     
   그건 마치 화산이 폭발하고 흘러넘치는 용암 같았다.
     
   ‘레벨이 오르더니,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강호와 울프를 둘러싸고 있던 좀비 일부가 괴성을 지르며 리사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덕분에 포위에서 벗어나 뒤로 물러설 틈이 생겼다.
     
   “크하아아!”
     
   사토시는 잔뜩 긴장한 채로 자세를 낮췄다.
   리사를 보호하라는 강호의 지시를 이행할 채비를 마쳤다.
   하지만 그가 나설 일은 없었다.
     
   크르르르.
     
   울프는 잘 훈련된 탐지견이다.
   이미 인간의 지시를 수행할 정도의 지능은 갖추고 있었다.
   각성까지 한 지금은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까지 갖추었다.
     
   컹컹!
   아우우우!
     
   야수의 울부짖음과 하울링은 좀비의 경계심을 높이는데 탁월한 능력이었다.
     
   ‘주의를 끄는 데 이만한 게 없겠는걸.’
     
   리사를 향하려던 일부 좀비의 발을 다시 묶었다.
   그리고 이후 양상은 같았다.
     
   좀비 무리가 밀려들면 리사가 펼쳐놓은 용암 바다를 건너면서 몸의 절반이 사라진 상태로 강호와 맞부딪치게 된다.
   이때 일부 좀비들은 자신들에게 피해를 준 리사에게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울프가 포효하는 것으로 다시 놈들의 시선을 가져왔다.
   그러면 강호는 온전치 못한 좀비에게 플라즈마를 폭발시켜 제거했다.
     
   간간이 너무 많은 수의 좀비가 에워싸면 리사를 호위하는 사토시가 투척으로 견제하며 울프를 도왔다.
     
   합이 좋았다.
   아주 간단한 작전이고 전술이었지만, 완벽했다.
     
   다만 한 가지 우려가 되는 것은, 끝없이 밀려드는 좀비의 수, 그리고 그걸 버텨내는 일행의 체력이 문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리사의 호흡이 가빠졌다.
     
   “하아, 하아.”
     
   강호에게는 위험신호처럼 들렸다.
   뒤를 돌아보자, 리사가 강호를 안심시키려는 듯 밝게 웃었다.
   그런 마음이 기특하기도 했고, 안쓰럽기도 했다.
   이상하게 그 와중에 예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지만.
     
   하아, 하아, 흐읍.
     
   ‘저 숨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정도면, 더는 무리다. 대책이 필요해.’
     
   옆에 있는 사토시는 그 소리를 들으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는데, 왜 그런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아, 흐읍, 하아아….
     
   꼭 야동이라도 보던 사춘기 소년 같은 표정이었다.
     
   강호는 사토시에게 눈빛으로 말했다.
     
   ‘집중해. 긴장하고.’
     
   그도 강호의 의중을 알아채고 입을 앙다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호는 뒤이어 리사에게 앞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그러고는 곧장 다시 전방을 향해 두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후욱.
   파츠츠츠츠!
     
   “그아아아아악!”
     
   9만 볼트의 고출력 전기에 지져진 좀비 한 무더기가 사지를 떨며 쓰러지거나 뒤로 밀렸다.
   좀비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으니 자연스럽게 광역으로 감전된 것이다.
     
   그렇게 간격이 만들어진 틈을 타 강호는 자기장 방어막을 넓게 펼쳤다.
     
   ‘밀도를 낮추는 대신 범위를 넓힌다.’
     
   파츠츠츠츠.
     
   때에 맞춰 후위에 있던 리사가 강호 곁에 다가와 섰다.
     
   “내 자리에서 일 미터 앞까지는 방어 범위야. 그 안에 있는 에너지 핵을 최대한 많이 흡수하고 돌아가.”
     
   리사는 강호의 의도를 이해했다.
   그래서 가타부타 말없이 최대한 신속하게, 최대한 많은 에너지 핵을 흡수했다.
     
   스으윽.
     
   “아아, 으으음.”
     
   한꺼번에 많은 에너지 핵을 흡수해서인지, 리사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큰 가슴이 크게 들썩였다.
     
   이쯤 되면 강호는 저도 모르게 사토시를 돌아보게 됐다.
   역시나, 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린 것도 같았다.
     
   ‘대체 뭘 상상하는 거냐.’
     
   크르르르.
     
   그 잠깐 사이, 방어막이 파괴됐다.
   강호는 손을 뻗어 리사의 허리를 낚아 뒤로 잡아당겼다.
     
   꺄아아아악!
     
   리사의 어깨를 붙들고 늘어지던 좀비의 미간에 날카로운 비도 하나가 날아와 박혔다.
     
   푹.
     
   크학!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헤벌쭉해 있어도 제 몫은 하는군.’
     
   리사는 다시 제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 뜨거운 열기를 머금은 연무를 바닥에 깔았다.
     
   스으으으으.
     
   그리고 강호와 울프는 다시 한번 이능을 폭발시키며 조금 전보다 더 많은 좀비를 흩어버렸다.
     
   꽈아아앙!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더 이상 가까이엔 아무것도 없었다.
   좀비 웨이브를 잘 버텨낸 것이다.
     
   ‘후우. 해낸 건가.’
     
   강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팔로 슥 훑었다.
   그리곤 바로 시간을 확인했다.
     
   폐쇄까지 15분.
     
   좀비 무리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던 승강장 입구가 이젠 육안으로 확인이 됐다.
   강호는 전방의 움직임을 살피며 돌파 타이밍을 쟀다.
     
   당장 움직일 수는 없었다.
   리사가 깔아놓은 용암과 화염 무가 아직 광포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사의 이능 효과가 사라지는 순간.’
     
   웨이브가 한 번 더 일어난다면 자신이 길을 뚫을 생각이다.
   다만, 사토시가 리사를 호위하면서 시간 내에 저곳까지 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약 100m.
   울프까지 붙으면 될 것도 같았다.
     
   재난 매뉴얼 내용대로라면, 15분 후에는 승강장이 폭발할 것이다.
   이동 통로뿐 아니라 환기구, 오폐수관로 등 모든 연결이 파괴되어 원천 봉쇄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생매장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리사와 사토시에게는 작전 외에 그런 내용까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괜히 불안을 줄 필요는 없으니.
     
   “리사, 사토시. 우리 주변에 있는 에너지 핵을 남김없이 흡수해.”
     
   지시 후 강호도 울프와 함께 움직였다.
     
   사아아아.
     
   전부 한 곳에 몰아두고 잡은 덕에 멀리 돌아다닐 필요는 없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곳곳에 흩어져있던 남은 좀비들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걸 신호 삼아 강호가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이다. 내 뒤에서 절대 떨어지지 마.”
     
   탁, 타탓, 타타탓!
     
   강호의 걸음이 빨라지는가 싶더니 이내 달리기 시작했다.
   그 옆에 울프가 나란히 달렸고, 그 둘의 뒤로 리사가 사력을 다해 따라붙었다.
   사토시는 리사의 뒤에서 그녀를 보호하며 달리는 보조를 맞췄다.
     
   우우웅.
     
   강호의 몸 주위로 푸른 기체가 생성됐다.
   자기장으로 만들어낸 방어막에 플라즈마를 도포하듯 입힌 것이다.
   그 결과,
     
   파츳!
   콰콰콰콰쾅!
     
   그에에에엑!
   그아악!
     
   좀비들이 달리는 일행 주변에 몰려와 닿는 족족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산화했다.
   그리고 폭발에 조각나 흩어진 시체 파편들은 또 다른 기폭 물질이 되어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꽝! 콰과광!
     
   강호로서는 온 기력을 남김없이 쏟아붓고 있는 것이었다.
     
   ‘머지않았다. 조금만 더!’
     
   50m.
     
   상태창에 표시되는 승강장까지의 거리였다.
   그리고 시간.
     
   폐쇄 1분 전.
     
   강호는 전력으로 달렸다.
     
   “전력 질주로!”
     
   컹!
     
   강호의 이를 악물고 지른 외침에 울프가 먼저 앞으로 쑥 튀어 나갔다.
     
   파파팟!
     
   그리고 뒤에서 악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악!”
   “이익!”
     
   강호는 지척에 닿은 승강장 입구를 향해 두 주먹을 모아 뻗었다.
     
   ‘제발.’
     
   아직 해본 적 없는, 될지 안 될지도 모를 기술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던 기술 중에는 원거리 타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롭게 업데이트된 재난 매뉴얼의 새 항목에, 그도 모르던 응용 기술이 있었다.
     
   “플라즈마, 빔.”
     
   팔뚝에서 번개가 치듯 어떤 입자가 파직- 거리며 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이내 공명이 일었다.
     
   우우우웅.
     
   주먹 앞으로 울긋불긋한 빛이 짙어지더니, 일순간 앞으로 쑥! 쏘아졌다.
     
   서걱.
     
   승강장 입구가 소리 없이 잘리며 안쪽 공간이 드러났다.
   그때 강호의 눈앞에 떠 있는 타이머는 3초.
     
   그의 몸이 입구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몸을 빙글 돌려 손을 뻗었다.
     
   턱.
     
   리사의 손목이 잡히자마자 확 잡아당겼다.
   그리고 그 뒤로 사토시가 후룩 쏟아져 들어왔다.
     
   1초.
     
   강호는 다시 한번 남은 기력을 쥐어 짜냈다.
     
   “전부 엎드려!”
     
   우우우우웅.
   쾅. 콰콰쾅.
     
   * * *
     
   [재난 매뉴얼]
   [제9장. 폐쇄]
   [5절. 승강장 이용에 관한…]
   [1.자동 개폐 장치…]
   [……]
   [6.수동 조작 방법…]
   [7.비상탈출: 바닥에 표시된 발사체를 강제 폭발시킨다.]
   [주의: 로켓 발사체의 점화 방식. 그로 인한 폭발 사고에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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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폐쇄 1분 전

파츠츠츠.

좀비들은 이미 바닥에 뻗어나갔던 전류에 감전된 상태였다.

바들바들 몸을 떨다가 곧바로 이어진 강호의 전격 공격에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퍽!

뻐어억!

머리가 터져 나가고 어깨가 떨어졌다.

살점과 뼛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동시에 울프가 달려들어 물고 뜯으며 좀비 무리를 헤집었다.

콰악!

콰드득!

그야말로 한바탕 살육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심지어 일방적이고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수가 너무 많았다.

좀비들은 쓰러뜨리고 쓰러뜨려도 끝없이 밀려들었다.

결국 막강한 공격력을 쏟아부은 노력이 무색하게 둘은 순식간에 포위됐다.

“울프! 퇴각!”

작전상 후퇴.

물러서서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때였다.

하지만 울프는 강호의 명령을 거부했다.

크항!

오히려 강호의 곁으로 파고들어 그에게 매달려 붙들고 늘어지는 좀비의 사지를 물고 흔들었다.

강호를 살리겠다는 듯, 길을 내주려는 의도였다.

울프의 판단은 정확했다.

강호가 위급했던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끝내 길은 나지 않았다.

강호와 울프가 좀비 무리에 덮여 모습을 감췄을 때, 바닥에서 붉은 열기가 확 솟구쳤다.

화르르륵!

시커멓게 그을린 바닥이 물결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

모든 쉘터는 합금으로 만들어졌기에 금속 바닥이 종이처럼 구겨지는 느낌이 무척 기괴했다.

결국 시뻘겋게 달아오른 바닥은 이내 융해되었다.

그건 마치 화산이 폭발하고 흘러넘치는 용암 같았다.

‘레벨이 오르더니,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강호와 울프를 둘러싸고 있던 좀비 일부가 괴성을 지르며 리사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덕분에 포위에서 벗어나 뒤로 물러설 틈이 생겼다.

“크하아아!”

사토시는 잔뜩 긴장한 채로 자세를 낮췄다.

리사를 보호하라는 강호의 지시를 이행할 채비를 마쳤다.

하지만 그가 나설 일은 없었다.

크르르르.

울프는 잘 훈련된 탐지견이다.

이미 인간의 지시를 수행할 정도의 지능은 갖추고 있었다.

각성까지 한 지금은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까지 갖추었다.

컹컹!

아우우우!

야수의 울부짖음과 하울링은 좀비의 경계심을 높이는데 탁월한 능력이었다.

‘주의를 끄는 데 이만한 게 없겠는걸.’

리사를 향하려던 일부 좀비의 발을 다시 묶었다.

그리고 이후 양상은 같았다.

좀비 무리가 밀려들면 리사가 펼쳐놓은 용암 바다를 건너면서 몸의 절반이 사라진 상태로 강호와 맞부딪치게 된다.

이때 일부 좀비들은 자신들에게 피해를 준 리사에게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울프가 포효하는 것으로 다시 놈들의 시선을 가져왔다.

그러면 강호는 온전치 못한 좀비에게 플라즈마를 폭발시켜 제거했다.

간간이 너무 많은 수의 좀비가 에워싸면 리사를 호위하는 사토시가 투척으로 견제하며 울프를 도왔다.

합이 좋았다.

아주 간단한 작전이고 전술이었지만, 완벽했다.

다만 한 가지 우려가 되는 것은, 끝없이 밀려드는 좀비의 수, 그리고 그걸 버텨내는 일행의 체력이 문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리사의 호흡이 가빠졌다.

“하아, 하아.”

강호에게는 위험신호처럼 들렸다.

뒤를 돌아보자, 리사가 강호를 안심시키려는 듯 밝게 웃었다.

그런 마음이 기특하기도 했고, 안쓰럽기도 했다.

이상하게 그 와중에 예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지만.

하아, 하아, 흐읍.

‘저 숨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정도면, 더는 무리다. 대책이 필요해.’

옆에 있는 사토시는 그 소리를 들으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는데, 왜 그런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아, 흐읍, 하아아….

꼭 야동이라도 보던 사춘기 소년 같은 표정이었다.

강호는 사토시에게 눈빛으로 말했다.

‘집중해. 긴장하고.’

그도 강호의 의중을 알아채고 입을 앙다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호는 뒤이어 리사에게 앞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그러고는 곧장 다시 전방을 향해 두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후욱.

파츠츠츠츠!

“그아아아아악!”

9만 볼트의 고출력 전기에 지져진 좀비 한 무더기가 사지를 떨며 쓰러지거나 뒤로 밀렸다.

좀비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으니 자연스럽게 광역으로 감전된 것이다.

그렇게 간격이 만들어진 틈을 타 강호는 자기장 방어막을 넓게 펼쳤다.

‘밀도를 낮추는 대신 범위를 넓힌다.’

파츠츠츠츠.

때에 맞춰 후위에 있던 리사가 강호 곁에 다가와 섰다.

“내 자리에서 일 미터 앞까지는 방어 범위야. 그 안에 있는 에너지 핵을 최대한 많이 흡수하고 돌아가.”

리사는 강호의 의도를 이해했다.

그래서 가타부타 말없이 최대한 신속하게, 최대한 많은 에너지 핵을 흡수했다.

스으윽.

“아아, 으으음.”

한꺼번에 많은 에너지 핵을 흡수해서인지, 리사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큰 가슴이 크게 들썩였다.

이쯤 되면 강호는 저도 모르게 사토시를 돌아보게 됐다.

역시나, 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린 것도 같았다.

‘대체 뭘 상상하는 거냐.’

크르르르.

그 잠깐 사이, 방어막이 파괴됐다.

강호는 손을 뻗어 리사의 허리를 낚아 뒤로 잡아당겼다.

꺄아아아악!

리사의 어깨를 붙들고 늘어지던 좀비의 미간에 날카로운 비도 하나가 날아와 박혔다.

푹.

크학!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헤벌쭉해 있어도 제 몫은 하는군.’

리사는 다시 제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 뜨거운 열기를 머금은 연무를 바닥에 깔았다.

스으으으으.

그리고 강호와 울프는 다시 한번 이능을 폭발시키며 조금 전보다 더 많은 좀비를 흩어버렸다.

꽈아아앙!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더 이상 가까이엔 아무것도 없었다.

좀비 웨이브를 잘 버텨낸 것이다.

‘후우. 해낸 건가.’

강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팔로 슥 훑었다.

그리곤 바로 시간을 확인했다.

폐쇄까지 15분.

좀비 무리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던 승강장 입구가 이젠 육안으로 확인이 됐다.

강호는 전방의 움직임을 살피며 돌파 타이밍을 쟀다.

당장 움직일 수는 없었다.

리사가 깔아놓은 용암과 화염 무가 아직 광포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사의 이능 효과가 사라지는 순간.’

웨이브가 한 번 더 일어난다면 자신이 길을 뚫을 생각이다.

다만, 사토시가 리사를 호위하면서 시간 내에 저곳까지 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약 100m.

울프까지 붙으면 될 것도 같았다.

재난 매뉴얼 내용대로라면, 15분 후에는 승강장이 폭발할 것이다.

이동 통로뿐 아니라 환기구, 오폐수관로 등 모든 연결이 파괴되어 원천 봉쇄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생매장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리사와 사토시에게는 작전 외에 그런 내용까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괜히 불안을 줄 필요는 없으니.

“리사, 사토시. 우리 주변에 있는 에너지 핵을 남김없이 흡수해.”

지시 후 강호도 울프와 함께 움직였다.

사아아아.

전부 한 곳에 몰아두고 잡은 덕에 멀리 돌아다닐 필요는 없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곳곳에 흩어져있던 남은 좀비들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걸 신호 삼아 강호가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이다. 내 뒤에서 절대 떨어지지 마.”

탁, 타탓, 타타탓!

강호의 걸음이 빨라지는가 싶더니 이내 달리기 시작했다.

그 옆에 울프가 나란히 달렸고, 그 둘의 뒤로 리사가 사력을 다해 따라붙었다.

사토시는 리사의 뒤에서 그녀를 보호하며 달리는 보조를 맞췄다.

우우웅.

강호의 몸 주위로 푸른 기체가 생성됐다.

자기장으로 만들어낸 방어막에 플라즈마를 도포하듯 입힌 것이다.

그 결과,

파츳!

콰콰콰콰쾅!

그에에에엑!

그아악!

좀비들이 달리는 일행 주변에 몰려와 닿는 족족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산화했다.

그리고 폭발에 조각나 흩어진 시체 파편들은 또 다른 기폭 물질이 되어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꽝! 콰과광!

강호로서는 온 기력을 남김없이 쏟아붓고 있는 것이었다.

‘머지않았다. 조금만 더!’

50m.

상태창에 표시되는 승강장까지의 거리였다.

그리고 시간.

폐쇄 1분 전.

강호는 전력으로 달렸다.

“전력 질주로!”

컹!

강호의 이를 악물고 지른 외침에 울프가 먼저 앞으로 쑥 튀어 나갔다.

파파팟!

그리고 뒤에서 악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악!”

“이익!”

강호는 지척에 닿은 승강장 입구를 향해 두 주먹을 모아 뻗었다.

‘제발.’

아직 해본 적 없는, 될지 안 될지도 모를 기술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던 기술 중에는 원거리 타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롭게 업데이트된 재난 매뉴얼의 새 항목에, 그도 모르던 응용 기술이 있었다.

“플라즈마, 빔.”

팔뚝에서 번개가 치듯 어떤 입자가 파직- 거리며 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이내 공명이 일었다.

우우우웅.

주먹 앞으로 울긋불긋한 빛이 짙어지더니, 일순간 앞으로 쑥! 쏘아졌다.

서걱.

승강장 입구가 소리 없이 잘리며 안쪽 공간이 드러났다.

그때 강호의 눈앞에 떠 있는 타이머는 3초.

그의 몸이 입구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몸을 빙글 돌려 손을 뻗었다.

턱.

리사의 손목이 잡히자마자 확 잡아당겼다.

그리고 그 뒤로 사토시가 후룩 쏟아져 들어왔다.

1초.

강호는 다시 한번 남은 기력을 쥐어 짜냈다.

“전부 엎드려!”

우우우우웅.

쾅. 콰콰쾅.

* * *

[재난 매뉴얼]

[제9장. 폐쇄]

[5절. 승강장 이용에 관한…]

[1.자동 개폐 장치…]

[……]

[6.수동 조작 방법…]

[7.비상탈출: 바닥에 표시된 발사체를 강제 폭발시킨다.]

[주의: 로켓 발사체의 점화 방식. 그로 인한 폭발 사고에 주의할 것.]


           


I Memorized the Disaster Manu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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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When a disaster strikes, I know what to do. Only I k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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