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4

시뮬레이션, 그중에서도 세부 장르로 타이쿤을 지정. 진행은 자율. 클리어 조건은···

[해독제를 만들어내는 것.]

튜토리얼 존이 설정에 맞게 내부를 꾸며나갔다.

빠른 진행을 위해 최소한의 필요 수단만 마련하려 해도, 이 스킬은 그놈의 개연성을 맞추느라 온갖 정성을 들였다.

중앙에 대표가 될 테이블이 하나 놓이고. 그 위로는 비커, 현미경, 이하 어디선가 본 기억은 있지만 이름은 잘 모르는 도구들.

그렇게 곧 전형적인 실험실의 이미지 그대로가 되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하기는 제대로 해주려는 거 같아 그 부분만은 안심이었다.

[성분을 분석하실 표본을 선택해 주십시오.]

기실 시스템은 내가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짚어 진행을 보조해 주었다.

설계자와 진행자가 하나로 이어져 있으니 이처럼 편할 수가 없다.

[트랜스 대성당 명물 초코빵을 선택.]

[표본이 선택되었습니다.]

[성분 분석을 시작합니다.]

차오르는 퍼센티지를 보며 마음을 졸였다. 1%, 2%···

갈피는 잡았으니 30분보다는 덜 걸릴 듯하지만. 여유를 부릴 이유는 못 된다.

아스트레아가 잘 버텨주기를 염원하였다. 하루 종일도 우습다던, 그녀의 허세가 사실이길.

* * *

화아아아아-!!

인형 노인네가 뿜어낸 불길이 시야 전체를 가렸다.

피부로 느껴지는 열기로 보건대 저 자체론 그리 위협적이지 않지만, 진짜는 뒤에 숨어 날아올 후속타.

일단 주인이 소환한 건물 뒤편으로 도약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튜토리얼 존이 공격당하지 않게 해줘.”

그리 부탁받았으니.

다른 건 몰라도 성녀나 기사, 망치 인형은 위험하다. 건물째로 뚫고 덤빌 위험성이 존재한다.

[천마신공 – 이격(二擊)]

파앙-!!

일차적으로 불길에 맞서 권압을 내질렀다. 맹렬히 전진하던 화마의 기세가 한풀 꺾여 주춤거렸다.

바로 이어서 아직 충격을 한 아름 머금은 정중앙에 추가타.

퐈아아-!!!

그것으로 길이 활짝 열려 화염의 진행 경로가 둘로 나뉘었다.

“뻔히 보이는 깜찍한 재롱 아니더냐.”

예상대로 아해와 인형들이 바짝 붙어 접근해 오고 있었다. 성녀는 적당한 거리에서 기회를 엿보는 중.

선봉으로 나선 게 기사인 걸 확인하곤 서둘러 선 자리부터 바꾸었다.

일전에 단순 베기 동작의 여파만으로 숲을 헤집어 놓은 걸 본 참이다. 지켜야 할 건물과 일직선상에서 마주하는 건 명백한 바보짓.

다행히 우선 타겟은 이 몸인바. 기사는 행동을 저지하려는 움직임만을 보였다.

스각-!!

아해가 기특하게도 세뇌에 저항하는 것인지, 검로는 저번과 비교해 눈에 띄게 굼떴다.

존귀한 자로서 어린것의 노력을 헛되이 저버릴 수는 없는 노릇. 휘둘러 지면으로 쇄도하는 검면을 즈려밟아 주도권을 채 왔다.

그대로 공중에서 몸을 붕- 돌려 자세를 잡아. 제 손으로 발판을 부숴 없애 자유를 잃은 상대에게로 발길질을 가하였다.

[천마신공 –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일보(一步) – ‘천마의 앞에 설 자격을 증명하라’]

콰직-!! 쿠구우-!

복부에 정타를 허용한 기사가 아해를 지나쳐 저 멀리 처박혔다.

“칫. 이 상태의 1보만 가지곤 어림도 없더냐.”

그러나 어디 금 간 곳 하나 없이 일견 멀쩡하다. 

완전히 박살을 낼 작정으로 찼거늘. 나름 황실 장인의 걸작이라 이건가.

큰 소득 없이, 이제 발의 자유를 잃은 건 이 몸이 되었다. 어쩌면 허연 기사의 삽질부터가 저 내구성을 상정한 미끼였을지도.

당연하게도 이를 노리고 들어왔다. 망치를 든 인형과-

‘성녀.’

왠지 모르게 아직도 재생을 안 한 양 손목. 그 주변에 신성력이 모여 넘실거렸다.

성녀의 신체 능력 자체는 평범한 수준이나. 신성력은 마의 극치인 이 몸과 완전한 상극.

닿지조차 않아도 잔상처가 생길 것을 우려해야 한다.

-“가능한 한 아무 상처도 입지 마. 아니, 절대로 다치지 마.”

-“꽤나 노골적으로 이 몸을 아끼는구나?”

-“굳이 아니라고까지는 말 안 하겠는데. 그보다도 성녀의 능력 때문이야.”

오버 힐(over heal). 신성력을 필요 이상으로 주입해 치료를 넘어 오히려 육체를 파괴하는 기술.

주인은 성녀의 자해를 통해 이를 유추해 냈고, 적용 가능 대상은 자기 자신만이 아닐 거라 판단했다.

까다로운 점이라면 자가 면역 기능을 속인다는 것.

생물의 육체 각 기관은 의식하지 않더라도 해로운 게 침투하려 들면 알아서들 막으려 든다.

허나 성녀의 신성력은 기본적으로 이로운 것이고, 하물며 명목상 치료 목적이라면. 아군인 줄 알고 팔 벌려 환영했다가 그대로 초토화 당하고 마는 것이다.

콰앙-!!

“큭···!”

하여 양팔 가드만을 올려 망치 인형의 공격을 허락하였다.

기사와 마찬가지로 여러 차례 굴렀으나. 엄연히 필요에 의한 전술적 선택이므로, 이 몸의 위엄에 흠이 될 행적은 아닐 터다.

‘팔은, 부러졌나.’

허연 기사, 그 이상 가는 태연함으로 무장한 채 일어선다.

뼈는 부러졌지만,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니 괜찮다. 이 몸이 내색하지만 않으면 그만.

마나를 끌어다 요골·자골을 지탱했다. 여기까지가 10초. 제법 흥이 나기 시작했다.

“이 고통, 고조. 그렇지, 이거니라. 싸움은 본디 이런 것이였느니라!”

등허리에는 마나를 뿜는 추진기를 달고, 거대한 방패를 앞세워 돌진하는 덩치를 정면으로 받아냈다.

겨우 고정한 팔뼈가 재차 으스러지려 한다. 그럼에도 웃음이 나왔다. 즐겁다.

“이 몸은 세상과 맹약하노라. 아해와 성녀를 저지함으로써 지켜낼 것을.”

[자격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맹약’이 ‘선언’으로 자동 하향 조정됩니다.]

[‘선언’에 따른 대가:無]

‘쯧. 현재로선 선언이 고작인가.’

그래도 여전히 대가는 받지 아니한다. 역시 이 몸은 세상에게 사랑받는 존재이니라.

급격하게 샘솟는 힘을 바탕으로. 밀리던 팔을 반대로 밀어 도리어 압도하였다.

그리곤 적당한 곳을 단단히 잡아 고정한 뒤에.

쿠와앙-!!!

이변을 눈치채지 못하고 쇄도한 네 팔의 검잡이에게로 내던졌다.

애써 결정타까진 내지 않는다. 즉각 다음을 대비한다.

솨아아아아-

위에서부터 독가스가 살포되고, 유력한 회피 경로에서 각각 대기하는 망치와 기사.

지금이 딱 적기라는 생각이 들어 주인이 일찍이 건네준 포션을 삼켰다.

[‘독’에 면역이 생겼습니다. (지속시간:10분)]

[천마신공 – 삼격(三擊)]

쾅쾅쾅-!!!

허를 찔린 등 굽은 인형에게 단숨에 붙어 재기불능으로 만들었다.

맨 처음에는 아해가 준 포션이었다지. 끝내 이런 식으로 쓰이다니, 전달 과정도 그렇고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로다.

허탕을 친 아래 두 아래 인형은 뒤늦게 달려들었다. 여기에 불을 다루는 노인네까지 가세해 본격적인 개싸움을 유도했다.

‘왜 안 오는 게지?’

이런 판에 제격임에도 끼어들지 않는 성녀를 주시했다. 막말로 훌륭한 무한동력 전투원 아닌가.

그런데도 이 몸이 망치에 날아갔을 시점의 그 자리를 여태 지키고 있었다.

슥-

그러다 마침내 성녀가 움직였다. 다리가 아니라, 팔만을.

원거리 견제만 할 요량인지, 성녀는 신성력을 모으며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렸다.

헌데 그 방향이-

“아해 쪽을···?!”

뭘 노리는지는 뻔하다. 성녀 또한 저항하는 중인지 느릿느릿하나, 총구는 분명하게 아해를 향해갔다.

아해는 그저 묵묵히 인형을 조종할 뿐. 옆 상황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아니했다.

“이런 썩을-!!”

약간의 부상도 마다치 않고 포위망을 벗어났다. 이에 성녀가 고개를 돌려 이 몸을 응시했다.

표정은 일말의 감정 없이 고요하나. 마치 이리 말하는 듯하였다.

‘너, 다쳤구나?’

콰직-!!

“끅···.”

왼쪽 어깻죽지가 뜯겨나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상처가 사라지기는커녕 더 늘어난 이 몸에게 공세를 멈출 리 만무하다.

콰직-! 콰직-!

환부를 중심으로 마나를 끌어모아 강제로 폭발을 틀어막았다.

그래봤자 한낱 임시 조치, 완벽한 해결법이라 보긴 어려웠다.

[천마신공 –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일보(一步) – ‘천마의 앞에 설 자격을 증명하라’]

급한 대로 성녀를 땅바닥에 무릎 꿇렸다.

콰직-!!

“크흑···!”

환장스럽게도 그 타이밍에 가슴 부근이 못 버티고 터져버렸다.

심장에서, 입에서 흐르고 역류한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는 사이 드러눕혀진 성녀는, 악착같이 팔을 앞으로 뻗어 겨눴다.

“끄흡···흐으. 오버 힐인가 뭐시긴가도 그만두고, 이겼다고 생각하느냐?”

차츰 무너져 내리는 자세로 그리 말하였다.

슬슬 의식이 흐려져 가고, 인형들의 발소리가 들린다.

허나 웃었다. 허나, 이 몸은 지지 않았다.

“미안. 많이 늦었지?”

그런 확신이 들었기에. 주인에게는 꾸미지 않은 미소로 환히 응대할 수 있었다.

피로 범벅 졌겠다만, 필시 환할 것이다. 이 몸의 미모가 어디 쉬이 질 그런 아름다움이던가.

“급히도 왔구나. 그리 이 몸이 보고 싶어 미치겠더냐?”

“느려 터진 로딩창 들여다볼 바에야, 우리 천마님 존안 보는 편이 훨씬 낫지.”

정작 천마로 대우한 적 한 번이 없으면서, 말을 못 하면.

성녀가 서서히 정신을 차리는 걸 확인하고는 안심하고 벌러덩 드러누웠다. 아아, 썩 재밌었느니라.

“아침 먹을 때 깨우거라.”

자리는 흙바닥이었건만.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함수함대 독자님 10코인 후원, 그리고 저희 캐릭터들을 귀여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살림에 보태 소중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콩밥은, 특히 라면에 밥 말아먹는데 그게 하필 콩밥인 것은 너무나 가혹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젓가락으로 콩알을 콕콕 찌르면서 속으로 ‘그렇게 좋냐? 음탕한 것’ 이런 식으로 소심한 복수를 하곤 합니다. 먹히던 음식의 입장이 되어 살려달라 연기를 하던 어린 시절의 동심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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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Tutorial Scarecrow

Became a Tutorial Scarecrow

튜토리얼 허수아비가 되었다
Status: Ongoing Author:
Due to lack of content, I died to a tutorial scarecrow. [Your character has died.] [Hidden Achievement Unlocked! ‘Lost to the Weakest Monster~♡︎’] And then, I possessed that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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