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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

예선전으로부터 이틀이 지난, 본선 1라운드 당일.

이제 막 시험장에 도착했을 뿐인데도. 대중에 주목되는 정도가 이전과는 눈에 띄게 달라졌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오는 길에 지나친 주점이나 여관의 마나 통신 방송(텔레비전)은 대부분 시험 중계 채널이었고. 길거리에서도 많이들 그쪽 얘기로 한창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악명 높은 8번의 마룡이 처치됐고, 그 주인공은 최근 화제의 중심인 허수아비. 관련 직종은 물론이겠거니와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대중에게도 적잖게 흥미를 끌었겠으리라.

‘이걸로 모험가 지망생도 좀 늘어나려나.’

대부분이 B급에서 모험가 인생을 마무리하는 마당에, S급 승급 시험 같은 딴 나라 얘기로 뭔 동기부여가 되겠냐마는.

한국의 부모들은 뭐 애를 인공지능 이겨 먹게 할 작정으로 바둑 학원에 보냈겠나. 해당 업계가 전망 있다는 것만 보여줘도, 유입은 저절로 늘어나기 마련이다.

‘뭔가 괜히 뿌듯하네.’

겉보기엔 그저 특이한 루키의 등장에 불과할 터.

그러나 아는 입장에서 보일 실상은 과거의 전설이 후대를 위해 나서는 그런 뽕 차는 장면이지 않을까. 내 입으로 직접 말하긴 뭐하지만서도.

“오빠 인기 많아···경쟁자가 늘어날 거야.”

마리아의 걱정에 웃음 지어 보이며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의 말마따나 단숨에 이목을 확 집중시킨 만큼. 각종 시기나 구설수가 생길 가능성이 농후했다.

괜찮아. 다 이겨주면 그만이니까. 애초에 그럴 겨를도 없이 공공의 적이 곧 나타날 판국이고 말이야.

“이쪽으로 입장하시면 됩니다. 입장하시면, 각자 랜덤한 지점으로 이동되실 겁니다.”

길드 측에서도 이변을 의식했다는 게 느껴졌다.

진행 요원의 태도가 달라진 걸 넘어, 아예 좀 더 열정적인 사람을 세워둔 게 보여서.

“허수아비, 이번에도 뭔가 보여줘라!!”

“마리아 귀여워어~!!”

시험장 앞에까지 진을 친 사람들의 열띤 환호와 응원 속, 게이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보니 예상보다 선전 효과가 너무 큰데. 설마 길드에서도 자체적으로 입소문을 낸 건가.

“이 빌어먹을 자식들이, 왜 이 몸을 찬양하는 놈은 아무도 없는 게냐!!”

아스트레아의 뒷덜미를 잡아끌었다.

나 혼자만으론 역부족이라 마리아가 도와줬다.

* * *

본선 1라운드인 토벌전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몬스터 많이 잡기다.

참가자들은 게이트를 통해 가상의 공간으로 이동되고. 임의로 소환되는 몹을 잡아 점수를 모으는 방식.

튜토리얼 존처럼 죽어도 되살아나는 특수한 지역이기에. 견제는 물론이고 죽이는 것까지 오케이.

최후의 8인이 되거나, 종료 시점에서 점수가 가장 높은 상위 8명이 최종 2라운드로 진출하게 된다.

‘나를 잡아도 점수가 오르려나?’

무심코 머리 위를 올려다봤다.

다행히 참가자가 잡으면 얻게 될 점수를 나타내는 표시는 없다. 있어도 그리 높은 점수는 아니었을 거 같지만.

[아이★:마리아 아스트레아 지도에 표시한곳으로 와]

[마리아:응 바로갈게]

[아스트레아:알겟느니라]

5가지 필드 중 정글인 것만 빠르게 파악 후. 곧장 일행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규칙부터가 개인전에, 각 참가자를 랜덤한 장소로 분산시키다시피. 토벌전은 티밍 행위를 금지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의 견제는 하고 있다.

다만 파티원 채팅 기능이 있는 우리에겐 아무런 걸림돌도 되지 않으니. 오히려 남들에게만 페널티를 줘서 유리해지는 셈.

“오빠아.”

“왔느냐.”

약속 장소 근처에 다다르니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는 마리아와 아스트레아가 보였다.

그녀들의 인사를 받고, 그대로 더 나아가. 이정표 역할을 해준 거대한 바위 앞에 섰다.

“아스트레아. 이것 좀 부숴줘.”

“나와 보거라.”

콰앙-!

부서진 바위 잔해 뒤로 인위적인 통로가 드러났다.

나 없는 사이에 현실 패치라도 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샐리 말대로 100년 전 기믹 그대로인 모습.

이거 아니어도 일행 전원이 상위 8등 안에 드는 것 자체는 쉽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여러모로 임팩트가 부족했으리라.

“이보게 그대. 그대도 다 생각이 있겠지마는, 지금 이렇게 늦장 부리고 있어도 되는 것 맞더냐?”

“어차피 토벌전은 후반이 진짜야. 초반에는 점수도 별로 안 주는 잡몹밖에 안 나오거든.”

아스트레아의 의문에 가볍게 답해준 뒤,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갔다.

근데 이거 내가 분명 어제도 설명해 줬을 텐데. 참 지루한 거 싫어하는 한결같은 천마님이다.

“오빠. 저게···”

“맞아. 저 부화 중인 알이 바로 이번 1라운드의 필드 보스야.”

입구에서부터 짙은 마냐 향이 풍기던 통로를 지나. 최심부에까지 들어서자 거대한 알 하나가 우리를 반겼다.

토벌전은 전체 시간의 딱 절반인 1시간이 흐른 시점. 필드 보스가 알에서 깨어나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제시한다.

자신을 잡거나, 피하거나.

“호오. 그러면 저 녀석을 죽이면 되는 것이더냐?”

“아니. 아스트레아 너, 어제 진짜 한마디도 안 들었구나?”

“잘 자라는 말은 기억하느니라.”

쟤를 누가 말리겠나.

뭐, 알 위에 뜬 점수도 보면 제법 쏠쏠하긴 하다.

하지만 막타를 넣은 한 사람에게만 책정될뿐더러. 임팩트를 추구하는 나로서 그런 단발성 이용은 역시 뭔가 좀 아쉽다.

갑자기 점수가 확 치솟아 오르면 놀랍기야 하겠다만. 보는 맛은 없을 테니까.

“마리아.”

“응. 해볼게.”

마리아가 알에 마나 실을 연결했다.

깨어난 이후는 무리이므로. 알 상태일 때 미리 길들여서 그대로 마리아의 인형으로 삼는 작전.

“성공했어.”

“오오. 잘했어 마리아.”

“힣.”

마리아를 둥가둥가, 아낌없이 칭찬했다. 

그리고는 인벤토리에서 맛을 첨가해 줄 조미료, 참새의 마석을 꺼내 들었다.

“마리아. 이걸 알에다가 심어줘.”

“응.”

기분이 좋아진 마리아가 알 쪽으로 뽀짝뽀작 걸어갔다.

마수화한 참새의 마석. 이런 식의 활용을 염두에 두고 고이 모셔뒀던 물건이다.

본체가 별거 아녀서 그렇지. 평범한 짐승을 몬스터로 만드는, 그 농도 짙은 마나는 결코 무시할 게 못 됐다.

파아아-

난이도를 따지자면 알을 길들이는 게 더 까다로운 일이었기에. 마리아는 어렵지 않게 마석을 알에 심었다.

이걸로 필드 보스의 부화 시기는 앞당겨지고, 강함도 기존의 그것을 훨씬 웃돌으리라.

“좋았어 마리아. 이제 이 알이 부화하면, 따까리들을 통솔해서 점수를 싹쓸이해 버리자.”

“응.”

“허면 그대. 이 몸은 뭐 할 일 없더냐?”

여태 흐름을 지켜만 보던 아스트레아가 기회를 잡고 물어 왔다. 본인도 뭔가 역할을 하나 맡고 싶은 모양.

솔직히, 이번 시험 내내 그녀가 구체적으로 나서줄 부분은 딱히 없다. 그냥 재량껏 실력 행사만 해주면 된다.

그래서 설명 안 듣고 졸아도 별 신경 안 쓴 거고.

“아스트레아 너 말이지···”

허나 아스트레아는 현재 자신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에 심히 불만인 상황.

나까지 안 챙겨주면 삐지거나, 아니면 엄청 삐지거나. 둘 중 하나일 게 뻔했다.

그러다 난감한 와중에 번뜩. 그녀에게 제격인 임무가 떠올랐다.

“잘 들어 아스트레아. 이건 너한테밖에 못 맡기는 일이야.”

“오오···! 무엇이더냐!!”

“부숴.”

* * *

S급 승급 시험의 참가자 중 한 사람, 피터는 절망스레 정글을 뛰어다녔다.

‘미쳤어, 이 시험은 미쳤어···!!’

그는 본인도 나름 날고 기는 A급 모험가겠다. 요즘 같은 인재난 시국엔 S급도 마냥 허황된 꿈만은 아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지원했었다.

혹여 즉흥적이고 가벼운 마음가짐이 독이 된 것일까. 피터는 금년도 시험에서 뭔가가 벌어지고 있음을 어느 순간엔가 눈치챘다.

다음 황로 후보로도 꼽히는 천재 소녀, 최연소 A급인 마리아. 거기에 요즘 장안의 화제라는 허수아비가 참가했다는 소식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그게 문제였다.

쾅- 콰과앙-!

마리아는 아직 등장하기엔 한참은 이른 필드 보스를 끌고 나타나서는 몬스터를 통솔하지를 않나.

“멈추지 못하겠느냐아-!!!”

“최하위권인 저는 견제 같은 거 안 해도 아무런 지장 없잖아요!!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건데요?!!”

웬 미친 여자가 온갖 곳에서 깽판을 치고 다니는 게 아니겠는가.

지금은 피터를 쫓는 중인 저 검은 머리의 여인, 그녀는 이미 압도적인 점수로 2위에 이름을 올린 안정권이다. 그의 말마따나 굳이 이럴 이유가 없을 것이건만.

“얼토당토않은 소리! 이 몸은 주인으로부터 위계질서를 확고히 하라는 지령을 받은 것이니라아-!!!”

피터는 깨달았으며, 또한 결심했다.

S급이라는 건 자신이 감히 욕심낼 이름이 아님을. 다시는 쳐다도 보지 않을 것임을.

* * *

[1위:마리아 가르마토아 (1,415,926)]

[2위:아스트레아 (950,288)]

[3위:아이 (716,939)]

[4위:다이스 로윈손 (10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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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위:피터 (6,406) <탈락>]

1~3위를 나란히 우리 이름으로 채운 현황에 만족스레 웃었다. 편법을 쓰기는 했지만, 이 점수 차는 모두가 열심히 노력했다는 증거다.

특히 아스트레아는 이대로 죽치고 있어도 여유로울 점수를 이미 따내 놓고서. 이 안의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녔다.

멋대로 해석할 걸 의도하고 주어도 목적어도 없이 말했기는 한데, 이건 효과가 좋아도 너무 좋은 거 아닌가.

고마워요 캡틴. 당신이 훌륭한 영감을 줬어.

[정글의 주인이 깨어납니다.]

보스의 부화, 달리 말하면 1라운드의 절반이 지나갔음을 일러주는 알림이 울렸다.

안타깝게도 보스는 진작에 깨어났고, 그마저도 우리 수중에 있다. 미리 설정해 둔 문구가 무안하게 됐···

[주인의 부재를 확인하였습니다.]

[자리를 대체할 적합자를 탐색합니다.]

‘응? 게임에서는 이런 거 없었는데?’

보스가 없으면 없는 대로. 보기에 조금 짜칠 뿐, 토벌전은 그대로 진행됐을 터다. 그런데 이건 대체.

[허수아비 마수 ‘아이’가 정글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습니다.]

“예?”

머리 위로 자그마치 100만 점이라는 수치가 생겨났다.

나는, 필드 보스 허수아비가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잠자는 독자님 24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저를 빨리 보고 싶어 하시는 마음은 감사하지만, 업로드 시간은 독자님들과의 약속이라 임의 조정은 힘들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살면서 처음으로 팬아트를 받았습니다!!! 우리 짱 귀여운 마리아이니 공지에서 한 번, 팬아트 탭에서 한 번 봐주시면 모두가 좋을 거 같아요!!!

+어느 비 오는 날이었어요. 저는 문득 구름이 많이 낀 게 ‘흐림’이니, 이 구름이 비를 내리면 그건 ‘흘림’이 아닐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했죠. 물 많은 먹구름한테서 가능성을 찾은 그런 날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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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Tutorial Scarecrow

Became a Tutorial Scarecrow

튜토리얼 허수아비가 되었다
Status: Ongoing Author:
Due to lack of content, I died to a tutorial scarecrow. [Your character has died.] [Hidden Achievement Unlocked! ‘Lost to the Weakest Monster~♡︎’] And then, I possessed that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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