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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EP.3

     

   [임무를 시작합니다.]

     

   제한 시간 – [24:00:00]

   현재 인원 – [401/401]

     

   “어…어어??”

     

   아까 토끼의 등장과 퇴장을 도와준 정체불명의 불꽃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서서히 몸집을 키워가는 불꽃.

   어느샌가 푸르다 못해 보랏빛을 띤 불꽃이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타오르기 시작했다.

     

   지옥의 불이 존재한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다들 진정하세요!!”

     

   패닉에 빠진 사람들은 저마다 불에서 멀어지기 바빴고 단상 위에서 소리치는 박동철 부장의 목소리는 점차 커져갔다.

     

   그는 이대로는 통제가 안 되겠다 생각했는지, 그의 옆에 있던 직원 한 명을 지목하며 소리쳤다.

     

   “오 대리! 자네가 소화기 들고 불 좀 잡아!”

     

   “네? 제가요? 부장님 그건…….”

     

   “빨리!”

     

   이 사태의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

     

   그리고 잠시 후, 박부장에게 등을 떠밀린 오금석 대리가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러고는 불가에 떨어져 있는 소화기를 보며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씨발 끄면 될 거 아니야 끄면!”

     

   모두가 멀어지는 가운데, 유일하게 불로 다가가야 하는 처지.

   사람들은 오금석 대리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볼 뿐, 그 누구도 손을 내밀 생각 따위는 없어 보였다.

     

   “으으…”

     

   불의 열기가 전해지는 것인지 소화기를 집는 오금석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대한 자세를 웅크려 전진하던 그가 결국 소화기를 집었을 때……

     

   “잡았,”

     

   거대한 화염이 그를 덮쳤다.

     

   화악!

     

   아니, 덮친 것처럼 보였다.

     

   쩌어억!!

     

   뼈를 때리는 둔탁한 굉음과 함께, 오금석의 신형이 튕겨져 날아간다.

   그리고 그 착지 지점으로부터 이어진 소음.

     

   콰아앙!

     

   “……어?”

     

   그가 튕겨져 날아든 곳에 있던 사람들은 현실과의 괴리를 느끼며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뼈가 부러진 듯 뒤틀린 팔과 다리.

   날아오며 머리를 부딪친 듯, 그의 목은 향해서는 안 될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꺄아악!!”

     

   “으, 으아악!!”

     

   생생하게 목격한 사람의 죽음으로 사람들의 비명이 더욱 거세졌다.

   그리고 때를 기다렸다는 듯 불꽃을 비집으며 기괴한 생물체 하나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바짝 마른 몸.

   수십 개의 송곳니와 썩어서 문드러진 피부.

     

   불꽃으로부터 역겨운 냄새를 풍기며 나타난 사족보행의 해골은 웬만한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키르륵.

     

   짧은 괴물의 울음소리가 강당을 울린다.

   그것을 들은 사람들은 얼굴이 사색이 된 채, 그 자리에 굳어 버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괴물이 보여준 단 한 번의 도약은 이곳을 난장판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콰아아앙!

     

   괴물의 손에 의해 튕겨지는 두 번째 희생자.

   그 이후로 벌어진 상황은 아비규환의 지옥도 그 자체였다.

     

   “꺄아악!!”

   “사, 살려…”

     

   살아가면서 사람이 죽는 것을 목격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그 죽음이 나의 몫이 될 경우는?

     

   나는 곧장 몸을 돌려 출구를 빠져나왔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사람들도 강당을 벗어나려 애썼지만, 평범하게 드나들던 출입문은 그곳을 벗어나려는 모든 인원을 수용하기에 넉넉하지 못했다.

     

   “비, 비켜……! 으아악!!”

     

   뒤에서 재촉하던 남자의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키에에에에엑!!!

     

   괴물의 날카로운 포효가 공기를 꿰뚫는다.

     

   그 극한의 공포 속.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그저 살아야 한다는 본능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

     

   나는 곧장 비상구를 통해 1층으로 향했다.

   하지만 지금 이 사태가 20층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었던지 이미 수많은 인파가 로비에 모인 상태였다.

     

   “어떡하죠.”

     

   우리가 본 광경에 대한 박조철의 한 마디.

     

   “문 열어!”

   “흐흑, 살려주세요! 나가게 해주세요!”

   “으허엉…… 엄마…….”

     

   처음 들어올 때는 그렇게나 넓어 보였건만, 건물에 남은 사람들이 개떼처럼 모여들자 1층은 발 디딜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문이 안 열려요!”

   “안 열리긴 뭐가 안 열려! 저리 꺼져!”

     

   버럭버럭 소리치던 배나온 중년 남자가 어디선가 소화기를 가져와 유리문을 내려찍었다.

     

   쾅! 쾅! 콰앙-!!

     

   “악!”

   “괜찮으십니까?”

     

   광분한 중년인은 실수로 자신의 손가락을 찍은 것인지 소화기를 놓치며 고통스러워한다.

   하지만 그뿐. 유리문에는 자그마한 흠집조차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이어진 절망.

     

   “왜! 왜 안 깨지는데 왜에에에!!!”

     

   잠시 떠올랐던 희망이 나락으로 곤두박질치자 사람들이 광기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유리로 된 벽을 깨보기 위해 발길질을 하고 온몸을 던지기 시작한 사람들.

   공포에 잠식된 그들의 눈은 더 이상 이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키아아아아」

   「크아아아」

     

   멀리서 들려오는 괴물들의 울음소리가 1층 로비를 메아리친다.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에 공황에 빠진 사람들의 비명이 섞여 들었다.

     

   “왔어! 왔다고!!”

   “꺄아악!!!”

   “그, 그만! 제발…….”

     

   혼이 빠져나간 듯한 수많은 비명.

     

   ‘젠장’

     

   도무지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유일한 탈출구라 생각했던 건물 출구마저도 무슨 이유에선지 차단된 상황.

     

   게다가 괴물의 울음소리가 들린 직후 비상구로 돌진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탓에 다시 계단으로 돌아가기도 위험해 보였다.

     

   “후우…”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냉정하자. 냉정해야 한다.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면 선택지는 한정적이다.

     

   괴물이 내려올지 알 수 없는 계단은 너무 도박수다.

   가능하다면 다른 탈출로를 확보하는 것이…

     

   “위…! 위에!”

     

   하지만 나의 계산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누군가의 외마디 탄성에 사람들의 시선이 건물의 상층부를 향했다.

     

   -크르르르…

     

   이미 상층 난간에 걸터앉은 열댓 마리의 괴물들이 1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내려앉은 거짓말 같은 침묵.

   괜히 소리를 흘려 포식자의 표적이 되지 않겠다는 피식자의 본능이 사람들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하지만.

     

   -키야아아악!!

     

   사람들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한 마리의 괴물을 선두로 수많은 굉음이 로비를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급하게 탈출로를 탐색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괴물 한 마리가 1층을 향해 수직으로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도, 도망쳐야……!”

     

   쐐에엑! 콰아아앙!

     

   짧은 파공음이 지나고 무언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로비를 울렸다.

   위를 보며 어버버거리던 남자가 결국 괴물의 낙하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놈에게 밟혀 즉사했다.

     

   하지만 괴물이 행한 것은 착지가 아닌 추락에 가까운 낙하.

   놈에게도 약간의 타격이 있었는지 일어나면서 휘청거리는 모습이 나의 눈에 포착됐다.

     

   ‘지금 벗어나야 돼.’

     

   하지만 어디로?

     

   나는 1층의 출입구를 바라봤다.

   여전히 열리지 않는 문과 반쯤 미쳐 버린 사람들.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보인 비상구의 상황도 출입구 앞과 별반 다를 것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때.

     

   “다들 도망쳐요!”

     

   이성을 붙잡은 누군가의 날카로운 음성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뛰, 뛰어어!”

   “으아악!”

     

   소리를 친 것은 안내데스크의 직원인 서세영.

   그녀의 외침에 얼어붙어 있던 몇몇 사람들이 자리에서 튕겨지듯 도망치기 시작했다.

     

   -크르륵?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당연하게도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외침에 마침 땅에 떨어진 괴물의 고개가 서서히 돌아갔다.

     

   “이런……”

     

   그녀의 입에서 낭패어린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곧장 달려 도주하기에는 너무도 먼 계단.

     

   하지만 고민의 시간은 그리 길게 주어지지 않았다.

   괴물이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자세를 낮추고 있었으니.

     

   “어어……”

     

   목숨이 걸린 일에 사람들의 양심은 아무런 가치를 하지 못했다.

   분명 그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이들이건만, 그녀가 괴물의 표적이 됐다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얼굴에 화색을 띤다.

     

   미끼.

     

   인간성이 결여되었다 해도 할 말은 없었다.

   하지만 이곳의 모두가 저 괴물에게 갈기갈기 찢겨 죽을 바에야 인간성을 포기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아니, 판단할 정신이 있긴 했을까.

     

   -키에에에엑!!

     

   괴물이 썩어 빠진 이빨을 드러내며 서세영에게 달려들었다.

     

   “꺄아악!”

     

   그녀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또한 그 비명이 신호가 되듯 눈을 부릅뜨고 이 상황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이 기회를 잡은 바퀴벌레마냥 비상계단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다만 나를 제외하고.

     

   “피해요!”

     

   펄럭!

     

   나는 급하게 입고 있던 정장의 겉옷을 벗어 달려드는 괴물에게 던졌다.

     

   이곳을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 나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서세영은 회사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안내하는 한마디로 문지기.

     

   “뭐 해! 피하라니까!”

     

   그러니까 그녀는 이 회사의 어지간한 보안등급이 걸린 문을 통과할 수 있는 하프 마스터키를 가지고 있었다.

     

   심장이 요동친다. 이것은 목숨을 건 도박.

   날아가는 나의 옷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공중을 수놓았고 놈의 앞발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옷은 잠시 괴물의 시야를 가리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은 우리의 목숨을 좌우하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만들었다.

     

   -쿠웍?

     

   쿠당탕-!

     

   운이 좋았던지 대충 던진 겉옷이 도약하던 괴물의 얼굴을 정확히 감쌌다.

   그리고 짧은 순간 시야가 가려진 괴물은 양팔로 허공을 저으며 단단한 대리석 바닥을 나뒹굴었다.

     

   “시인 씨! 나와요!”

     

   그 순간 중년인이 떨어뜨린 소화기를 챙긴 박조철이 가차 없이 괴물을 향해 소화 분말을 분사했다.

     

   촤아아악-!

     

   -키에에에에!!!

     

   분말 소화기 따위가 저런 괴물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놈들의 시야를 차단하는 것.

     

   표적을 놓친 괴물이 포효하는 사이, 나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휘청거리는 서세영을 부축했다.

     

   “가, 감사….”

   “보안키 카드 어딨어요?!”

   “네?”

     

   나는 안내데스크 뒤편에 있는 작은 문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 문! 세영 씨 저거 열 수 있습니까?!”

   “아, 아마도…!”

     

   내가 본 가장 생존 확률이 높은 방법은 회사의 VIP들이 비상시 사용하는 보안계단으로 탈출하는 것.

     

   나는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 우리가 내려온 계단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씨발 다 비켜!”

   “자, 잠시만!”

     

   -키아아아아아아!

     

   “아악! 으아악!”

     

   저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고 내려왔던 계단을 우리가 사용할 수는 있을까?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짧은 시뮬레이션을 입력해봤지만 그에 따라 나온 출력은 단연코 불가능이었다.

     

   “앞장서요.”

   “네, 네… 윽!”

     

   나의 말에 몸을 일으키려던 서세영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휘청거렸다.

   하지만 나는 곧장 그녀를 부축했고 박조철은 그런 서세영을 보고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열 수 있는 거 확실해요?”

   “여, 여기. 이걸 가져다 대면 열릴 거예요.”

     

   서세영은 조용히 ‘아마도……’ 라는 말을 삼키며 몸을 일으켰다.

   그래… 그녀도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저 문을 열어본 경험은 없었을 것이다.

     

   회사에 VIP가 방문한 일도 거의 없었을뿐더러, 나의 1년이라는 근무동안 단 한 번도 비상 상황이 발생했던 기억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밑져야 본전.

   다른 선택지 따위는 이미 없어졌다.

     

   문을 바라보던 박조철이 결단이 섰는지 소화기를 들어 괴물과 우리 사이의 경계를 만들었다.

     

   푸쉬이이-

     

   -크르르…

   -키륵?!

     

   서서히 흐려지는 시야. 뿌옇게 안개 낀 소화 분말 안에서 거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주시하며 조심스럽게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박조철의 소화기가 거의 다 소진 될 쯤.

     

   -삑.

     

   가까스로 문에 도달한 것인지 바로 뒤에서 카드키의 기계음이 들려왔다.

     

   -등록되지 않은 카드입니다. 다시 한 번 확인해주십시오.

     

   “아……!”

   “이런 씹…!”

     

   뒤를 돌아보니 서세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패닉.

     

   판단력을 잃어버린 공포와 생명의 은인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죄책감이 그녀의 마음을 죄어왔다.

     

   안개 속을 뛰어다니던 사람들의 그림자가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고 사방의 분위기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

     

   로비를 가득 채우던 시끄러운 비명도.

   끊임없이 터져 나오던 괴물들의 포효도.

     

   쿵…! 쿵…!

     

   하지만 들려오던 소음이 잦아들수록 우리의 심장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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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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