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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EP.6

     

   띠링.

     

   [임무가 변경되었습니다.]

     

   —

   『튜토리얼 #1 – 게임 시작(변경)』

     

   주제 : 생존 or 사냥

   난이도 : 미정

   임무 : 1시간을 생존하거나 튜토리얼 더미 사냥에 성공하면 임무는 조기 종료됩니다.

   보상 : ■■■

   실패 페널티 : 사망

   —

     

   남은 시간 [01:00:00]

   생존자 [95/401]

     

   그저 24시간을 버티면 끝난다는 내용이 1시간으로 단축됐다.

   거기에 괴물을 사냥하면 임무가 조기 종료된다는 새로운 클리어 조건까지 추가된 상황.

     

   바뀐 내용만 봤다면 오히려 임무가 좋아진 것이 아니냐는 착각을 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 복도를 질주하는 괴물의 소음을 듣는 그 누구도 그런 순수한 생각을 가질 수는 없었다.

     

   “다들 정신 차려요!”

     

   나는 공포에 잠식된 세 사람을 향해 일갈했다.

     

   “한 시간! 딱 한 시간만 버티면 됩니다! 네 사람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어요!”

     

   거짓말이다.

   1층에서 괴물 한 마리가 철문을 작살내는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어떻게든 24시간을 버틴다. 괴물에게 맞서 싸운다는 것은 그저 자살행위일 뿐.

     

   그렇기에 놈을 해치우고 해당 임무를 끝낸다는 건 너무나도 낙관론자 같은 생각이었다.

     

   ‘입구는 하나, 출구는…… 없다.’

     

   여차하면 창문으로 탈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탕비실에 들어왔을 때부터 창문을 확인했었다.

   하지만 창문은 1층 유리문과 같이 꿈쩍도 하지 않았고 나는 그저 숨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로 한 상태였다.

     

   카각. 카가각.

     

   온 신경과 감각이 어느 한 지점에 이렇게까지 몰입된 경험이 내 인생에 또 있었을까.

   벽을 긁는 끔찍한 쇳소리가 빠르게 가까워진다.

     

   챙그랑!

     

   탕비실로 이어지는 복도의 장식품들이 내동댕이쳐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의 작은 유리창으로 보이는 그림자는 마치 성난 들소처럼 돌진해 오고 있었고 나는 바로 직전까지 다가온 괴수의 모습을 보며 온몸에 우수수 소름이 돋아나고 있었다.

     

   “조철 씨! 문!”

   “아…어! 네!”

     

   나는 재빠르게 문 앞에 배치된 가구를 바싹 밀어붙였다.

   천호가 탕비실에 들어왔을 때, 약간 허술해진 바리케이드.

   그의 이야기를 듣느라 정신이 팔려서 제대로 보완을 해 두지 못한 상태였다.

     

   ‘젠장 안일했어.’

     

   괴물이 득실거리는 위협 속에서 이딴 여유를 부리다니 너무 멍청했다.

   그리고 바리케이드를 점검하지 않았던 대가… 그것은 나의 예상보다 훨씬 강렬하게 되돌아왔다.

     

   콰아아아앙-!

     

   머릿속이 띵하게 울릴 정도의 충격과 굉음이 문으로부터 터져 나왔다.

     

   “커헉!”

     

   온몸을 강타한 충격에 박조철이 신음을 터트렸다.

   다행히 캐비넷에 몸을 기댄 상태라 크게 다치지는 않았으나 안심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못했다.

     

   “저, 저기 손!”

     

   천호의 목소리에 우리의 고개가 돌아갔을 땐, 이미 문에 큰 구멍이 만들어진 상태였다.

   탕비실의 나무문을 뚫고 들어온 괴물의 손뼈가 우리의 시야에 들어온다.

     

   -케에에엑!

     

   문에 뼈마디가 걸린 괴물이 탕비실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러댔다.

   놈이 악취가 나는 썩은 손을 이용해 얕게 갈라진 틈을 비집고 뒤틀기 시작한다.

     

   “으, 으아악!”

     

   콰앙!

     

   옆에서 패닉에 빠져 있던 천호도 이 문이 뚫리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던지 온몸을 날려 문을 고정한 바리케이드를 붙잡았다.

     

   막다른 길에 다다른 우리들.

   하지만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고 했던가.

     

   정신을 차리니 뒤에 있던 서세영이 찌그러진 철제 의자를 번쩍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으아아!”

     

   콰직!

     

   삐져나온 괴물의 손을 내려친 그녀.

   뼈가 삭아서 그랬던지 철제 의자에 찍힌 놈의 손에 미세한 흠집이 생겨난다.

     

   – 키에에에엑!

     

   콰앙! 콰앙!

     

   서세영이 휘두른 의자가 몇 차례 놈의 손을 찍어 내린다.

   그 공격이 효과가 있었던지 문밖의 몸부림이 격해졌고 이내 놈의 손이 탕비실 밖으로 급하게 빠져나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허억… 허억…”

     

   의자를 들고 서 있는 서세영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천천히 멀어지는 괴물의 소음을 들으며 진땀을 빼던 박조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순식간에 찾아온 적막이었다.

     

   “후우… 물러난 걸까요?”

     

   힘이 빠진 듯 스르륵 주저앉는 박조철.

   그가 아직 경계가 풀리지 않은 듯, 조심스럽게 부서진 탕비실의 문 너머를 확인했다.

     

   하지만.

     

   …두두두두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이런 씨…!”

     

   콰아앙-!

     

   “커어억!!!”

   “조철 씨!”

     

   박조철의 신형이 순식간에 탕비실 안쪽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물러난 줄 알았던 괴물이 다시 탕비실을 향해 몸을 날린 상황.

     

   놈이 반파된 문을 통해 바리케이드를 비집고 서서히 그 대가리를 들이밀려 하고 있다.

   그나마 구멍이 작을 땐, 버틸 수라도 있었지 이런 상황이라면 그저 버틴다는 말은 더 이상 무의미해 보였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형용할 수 없는 악취와 끔찍한 뼈마디가 서서히 우리의 심장을 조여 온다.

   나가떨어진 박조철은 타격이 컸던지 일어서는 것조차 힘겨워하고 있었고 의자를 들고 있던 서세영은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몰라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침착하자. 아직 놈이 다 들어온 게 아니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아직 문이 완전히 박살 난 건 아니었다. 바리케이드는 무너진 듯했지만, 여전히 남아 있었고 이곳에 있는 세 사람 또한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

     

   띠링.

   [빠른 납득(D+)]이 발동합니다.

     

   화악!

     

   괴물에 대한 과도한 몰입으로 좁아진 시야가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한다.

     

   나는 주위를 재빠르게 돌아봤다.

     

   땀을 뻘뻘 흘리며 혼신의 힘으로 캐비닛을 밀고 있는 남궁천호.

   철제 의자를 들고 괴물을 노려보고 있는 서세영.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고 비틀거리는 박조철.

     

   아직 생존을 포기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시나리오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0:54:37]

   [남은 생존자 : 64/401]

     

   남은 시간을 확인한 나는 최대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괴물이 탕비실을 발견하고 지난 시간이 5분 남짓.

     

   나에게 남은 카드는 이제 이 엿 같은 시스템이 허락한 코인밖에 없었다.

     

   ‘튜토리얼#2의 상점을 이용한다.’

     

   띠링.

   [튜토리얼#2의 상점을 확인합니다.]

     

   나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2번 상점을 열었다.

   1번 상점의 포션을 마시며 버티는 걸로는 남은 54분을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튜토리얼 아이템 박스 – 1,000 C]

     

   나의 눈에 들어오는 물음표가 그려진 상자.

   그리고 나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상자의 구매 버튼을 눌렀다.

     

   [튜토리얼 아이템 박스를 구매했습니다. 사용하시겠…]

     

   “사용한다!”

     

   뭐가 나올지 알 수 없다.

   그저 헛된 희망일 수도 있었고 포션을 10개 구입해 이곳을 사수하는 게 더 옳은 판단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괴물의 머리가 반쯤 탕비실을 비집고 들어온 이상, 더 고민할 여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튜토리얼 아이템 박스를 사용합니다.]

   [보상 : 각성의 샘물을 획득합니다.]

     

   —

   [각성의 샘물]

   종류 : 1회용 소모품

   효과 : 마시는 즉시 격이 오른다. 한 번에 다 마셔야 효과가 발생한다.

   ※ 단, 한 번만 복용할 수 있으며 추가 복용 시 사망한다.

   —

     

   상자를 여는 순간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며 나의 눈앞에 영롱한 빛깔의 액체가 담긴 화려한 유리병이 떠올랐다.

     

   ‘젠장, 일단 마시고 보자.’

     

   나는 허공에 떠 있던 작은 유리병을 낚아채, 거침없이 들이켰다.

   대가리를 들이민 괴물과 아이컨텍을 해버렸는데 여기서 더 망설인다면 그건 신중한 게 아니라 미친 거다.

     

   그리고 내가 병에 든 모든 액체를 목구멍으로 넘긴 순간.

     

   띠링!

   [각성의 샘물을 사용했습니다.]

   [당신의 격이 상승합니다.]

   [화신이 될 자격을 얻습니다.]

     

   갑갑했던 속이 청량해졌고 피로했던 눈이 순식간에 뜨였다.

   몸속 깊숙한 곳의 근육과 뼈마디가 살아났고 나를 구성하던 모든 신경세포가 깨어났다.

     

   ‘감각이…’

     

   무엇보다 모든 감각이 생생해졌다.

   나의 몸이 재정립되어 간다는 느낌.

     

   그리고.

     

   [각성에 성공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Lv.3 만큼 상승합니다.]

     

   띠링!

     

   [당신은 해당 튜토리얼의 최초 각성자입니다.]

   [특전으로 모든 능력치가 Lv.2 만큼 추가 상승합니다.]

   [특전으로 ‘주인 없는 무명검’을 추가 획득합니다.]

     

   [근력 Lv.5 -> 근력 Lv.10]

   [민첩 Lv.3 -> 민첩 Lv.8]

   [체력 Lv.6 -> 체력 Lv.11]

     

   —

   이름 : 김시인

   성좌 : 없음

   능력치 : [근력 Lv.10], [민첩 Lv.8], [체력 Lv.11]

   스킬 : [빠른 납득(D+)]

     

   잔여 코인 : 0 C

   —

     

   상태창에 나타났던 나의 능력치가 급격하게 상승했고 곧이어 허공에 눈부신 빛이 터져 나오며 투박하게 생긴 검 한 자루가 떠올랐다.

     

   —

   [주인 없는 무명검]

   종류 : 무기

   랭크 : ?

   설명 : 평범하게 생긴 검이다. 내구성이 좋아 잘 부러지지 않는다.

   —

     

   특전이라며 나에게 주어진 검.

     

   챙!

     

   나는 공중에 떠 있던 검을 잡아 재빠르게 검집에서 뽑아냈다.

   검이 향할 곳은 바로 눈앞에 보이는 괴물의 머리.

     

   목을 칠 수 있다면 그나마 약한 관절을 절단하고 싶었지만 공중에 검이 나타난 이후, 놈이 나를 주시하고 있었기에 목을 노리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빈틈이 있다.’

     

   빠른 납득으로 침착해진 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괴물이 1층 로비에서 추락 같은 낙하를 하고 서세영을 노렸던 그 괴물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놈의 머리에는 추락의 충격으로 미약한 균열이 생성되어 있었다.

     

   타앙!

     

   나는 강화된 신체를 적응할 시간도 없이 놈에게 도약했다.

   비스듬히 세워진 검이 놈의 머리를 향한다.

     

   불필요한 동작이 없는 깔끔한 찌르기.

   평생 검을 들어 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 저곳에 검을 쑤셔 박아야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이어진 공격이었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쩌저저적-!

     

   나의 검이 놈의 머리를 찌르는 순간 얕았던 균열이 급격하게 갈라지며 괴랄한 소음을 만들어냈다.

     

   – 키에에에엑!

     

   하지만 한 번의 공격으로 즉사시키기에는 검을 다루는 나의 숙련도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고통스러운지 놈이 괴성을 지르며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쿠당탕탕!

     

   놈이 우리를 발견한 이후, 처음으로 사냥이 아닌 도주를 선택하고 있었다.

   탕비실을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괴물. 놈의 격한 움직임으로 문을 막고 있던 바리케이드가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쿠구구구궁…!

   …키에에에…

     

   설상가상으로 탕비실의 외부에서 다른 괴물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노, 놈이 다른 괴물들을 불렀나 봅니다!”

     

   조금 전 터져 나왔던 괴물의 비명.

   그저 소음을 듣고 놈들이 찾아온 건지 정말로 저 괴물이 어떤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소리를 낸 것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절대 놓치면 안 됩니다!”

     

   놈이 이곳을 빠져나가게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미 박살이 나버린 바리케이드와 더 이상 문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구멍이 뻥 뚫린 나무문짝이 보였다.

     

   지금 우리가 저놈을 처치하지 못한 채, 다른 괴물 무리를 상대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하지만 놈의 머리는 이미 문밖으로 거의 빠져나간 상태였다.

     

   ‘젠장! 딱 한 대만…!’

     

   조금 전의 공격으로 놈의 두개골은 거의 박살이 났다.

   그 안으로 드러난 핵을 찌를 수만 있다면 놈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야 이…!”

     

   하지만 그 순간, 처절한 누군가의 외침이 탕비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개새끼야아아아-!!!”

     

   앞으로 튕겨지듯 달려든 박조철이 빠져나가려는 놈의 팔을 붙잡았다.

     

   드드득!

     

   잠깐이지만 멈춘 놈의 움직임.

   그리고 그때를 놓치지 않고 서세영과 천호가 합세했고 괴물은 균형을 잃으며 그 육중한 대가리를 탕비실 안으로 들이밀 수밖에 없었다.

     

   “시인 씨! 지그으음-!”

     

   박조철의 외침에 나는 망설임 없이 놈에게 달려들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수십 마리의 괴물과 기다란 궤적을 그리며 번뜩이는 검.

     

   허나 괴물들의 돌진보다 나의 검이 빨랐고.

     

   서걱!

     

   마침내 드러난 놈의 머리에 나의 검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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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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